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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516 vote 0 2003.10.28 (14:10:45)

인터넷이 무엇일까? 나라면 ‘까놓고 말하기’라고 답하겠다. ‘까놓고 말하기’가 쉬워 보이지만 사실은 쉽지 않다. 진실을 말하는 데는 대단한 테크닉이 필요하다.

『파디비는 데는 당할 장사가 없다. 똥꼬가 뻑적지근하게 디비주길~!.』

요즘 블로그가 뜬다. 블로그가 무엇인가? 걍 세로로 긴 것이다. 오마이뉴스기사가 특히 세로로 길다. 딴지일보도 그렇다. 서프라이즈도 그렇다. 조중동은 그렇지 않다. 인터넷의 대세는 블로그 처럼 세로로 긴 것인데, 조중동은 왜 흉내도 내지 못하는 것일까?

또한 본질을 봐야 한다.  

왜 길어야 하는가? 칼럼(column)은 ‘기둥’이란 뜻이다. 종이신문에서 칼럼은 세로로 길게 구획되어 있다. 그래서 기둥이다. 그러나 길이가 짧다. 진짜 기둥처럼 긴 것은 딴지일보와 서프라이즈와 오마이뉴스 뿐이다. ‘길게 하기’, 그거 쉬운데 왜 잘 안될까?

‘진보누리’만 봐도 알수 있다. 길지 않다. 그들은 똑같은 구호를 반복한다. 부단히 자기자신을 표절하고, 부단히 제 스스로를 복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길 수가 없다. 반대, 반대, 반대...끝. 길어질 수 없다. 네거티브로 가서는 길어질 수 없다. 포지티브로 가야 길어질 수 있다.

까놓고 말하자. 지난해 대선은 이런거다.

1) 한국은 속속들이 썩었다. 말기암 환자라서 수술할 수도 없다. 대충 눈가림으로 덮어높고 무마하면서 천천히 방법을 찾아보는 수 밖에. 이회창만이 이 사태를 수습할 수 있다. 이회창 찍어라.

2) 한국은 속속들이 썩었다. 지금이라도 부패라는 이름의 암을 수술해야 한다. 다 까발기고 수술할 사람은 노무현 뿐이다. 노무현 찍어라.

이 두가지 시나리오의 대결이었다. 한국인은 2)번을 선택했다. 왜? 노련한(?) 이회창이 아무리 잘 수습하고 무마한다 해도 노무현과 그 일당들이 악착같이 달려들어 파헤치고 말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창과 방패의 대결이 있다. 잘 감추는 사람과 잘 파헤치는 사람이 대결하면 누가 이길까?

이를 모순(矛盾)이라고 한다. 모순의 의미는 정답이 없다는 말이다. 과연 그럴까? 과연 정답이 없을까? 과연 '그놈이 그놈'일까? 천만에! 세상에 모순은 없다. 왜? 모순은 그 자체로도 모순이기 때문이다. 100프로 창이 이긴다. 왜?

만약 방패가 창을 막아낸다면 창은 그 방패를 뚫는 더 우수한 창을 새로이 개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방패 이회창이 놀라운 수완을 발휘하여 1000억 비리를 100억 비리로 속여내는데 성공한다면, 창 노무현은 ‘100억이라고 봐줄쏘냐!’ 하며 창날을 더 예리하게 갈아버리는 것이다.

물론 방패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더 두꺼운 방패를 만들면 돼! 엄폐술과 은폐술을 총동원하여 비리규모를 10억단위로 낮추어랏!”

천만에! 이때 창은 새로운 창에 대한 정보를 방패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창은 더 예리한 창을 개발하지 않은 듯이 시치미를 뚝 떼고 있다가, 총선 앞두고 결정적인 순간에 느닷없이 방패를 기습해버린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공간이냐 시간이냐’이다.

모순은 공간에서만 성립하는 개념이다. 정치는 시간 상에서 일어난다. 공간을 보지 말고 시간을 보라! 승부의 ‘타이밍’을 누가 결정하는가이다. 창과 방패의 대결시점을 누가 정하는가? 언제나 창이 결정한다. 바로 이 점이 포인트다. 여기에 밑줄 쫙이다.

방패가 창을 막을 수 있는 새로운 은폐수단을 강구해봤자 이미 늦었다. 왜? 이때 창은 그 두꺼워진 새로운 방패에 대한 정보를 알아낼 때 까지 대결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방패 : “나의 이 튼튼한 방패를 뚫어보시라! 엄폐 9단, 은폐 9단, 기도비닉 9단이닷! 자 덤벼봐!”
   창 : “야 넌 한번 졌으면 찌그러져 있어. 도전? 안받아줘. 니랑 안놀아~!”

막말로 키를 누가 잡고 있나? 대통령이다. 타이밍을 누가 결정하나? 대통령이다. ‘검찰’이라는 이름의 창을 누가 쥐고 있나? 노무현이다. 그러므로 정치대결에서는 언제나 키를 잡고 있는 사람이 승리하는 것이며, 창과 방패의 대결에서는 언제나 창을 쥔 쪽이 이기게 되어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정보다. 정보는 대결을 통하여서만 얻어진다. 방패는 창에 대한 정보가 없으므로 사전에 대비할 수 없다. 창은 대결시점을 자의로 결정할 수 있다. 그러므로 창과 방패의 대결에서는 언제나 창이 이기게 되어 있다. 방패의 보강은 언제나 뒷북이다.

그러므로 정치에서 모순은 없다. 언제나 창이 승리한다. 언제나 개혁이 승리한다. 방패 이회창이 1000억 비리를 아무리 잘 은폐한다 해도 노무현의 창은 언제나 파헤치는데 성공한다.

역사는 언제나 창이 승리해온 기록이다
창과 방패 중 어느 쪽도 이길 수 없다는 회색의 논리로는 결코 역사의 진보를 설명할 수 없다. 역사는 언제나 창이 승리해온 기록이다. 언제나 개혁의 창이 수구의 방패를 뚫어왔다. 민중은 경험으로 알고 있다. 아무리 잘 수습해도 죽어보자고 파헤치는 데는 못당한다는 사실을.

그러므로 노무현이 된 것이다.

‘까놓고 말하기’인가? 사회일반의 통념은 틀려먹었다. 고정관념은 깨져야만 한다. 편견은 버려져야 한다. 창과 방패가 대결하면 언제나 창이 이기고, 개혁과 부패가 대결하면 언제나 개혁이 승리하게 되어 있지만 종이신문은 결코 이 진실을 말하지 아니한다. 왜?

원고지 10매 안팎으로 승부하는 종이신문의 칼럼으로는 결코 진실을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고지 10매로 창이 방패를 이기는 이치를 설명하기는 물리적으로 불능이다. 종이신문이 수구화 되는 이유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기에는 원고지 10매가 적절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언제나 말한다.

“그놈이 그놈이다.”
“그래 봤자다.”
“잘 될 턱이 있나?”
“되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아서라 말어라”

이런 맥빠지는 소리 하는 데는 종이신문의 원고지 10매가 적절하다. 그러나 진실을 말하려면 원고지 10매로는 부족하다. 까놓고 말하기의 원조는 딴지일보의 ‘디비주마’ 시리즈다. 원고지 10매로 똥꼬가 시원할 정도로 속속들이 ‘디비주기’는 불능이다.

고로 종이신문은 진실을 말할 수 없다. 원고지 10매로 희망을 말할 수 없고, 원고지 10매로 비전을 제시할 수 없고, 원고지 10매로 포지티브 캠페인을 할 수 없다. 원고지 10매로 가능한 것은 풍자와 야유 정도이다. 그러므로 종이신문은 고작 풍자와 야유로 스스로의 역할을 한정시키는 것이며 적극적인 참여와 연대의 매개체는 될 수 없다.

진보매체도 있지만 단순히 구호를 나열하는 외에, 진정한 대안을 제시하기로는 불능이다. 종이신문의 원고지 10매로 가능한 대안은 이 지구 상에 없기 때문이다. 고로 인터넷이다. 진실을 말하려면 원고지 30매는 되어야 한다. 인터넷만이 유일하게 진실을, 희망을,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본질은 정교함에 있다
뉴튼의 말은 다 맞지만 아인시타인은 뉴튼에게도 오류가 있음을 증명했다. 그렇다면 뉴튼은 틀렸는가? 아니다. 뉴튼은 맞지만 ‘크고 느린 세계’에서만 맞다. ‘작고 빠른 세계’에 대한 해답은 제시하지 못했다. 즉 뉴튼의 답이 틀렸다기 보다는 정교하지 않았던 것이다.

옛날에는 두루뭉수리가 통했다. LG 플래트론이 완전평면인지, 삼성 명품이 완전평면인지 따져보지 않고 대충 넘어갔다. 딴지일보가 딴지를 걸어버렸다. 시시콜콜 따지고 보니 LG 플래트론이 정답이었던 것이다.

원고지 10매로 승부하는 종이신문은 대충주의다. 대충 회색하고, 대충 중도하고, 대충 거짓말 하고, 대충 구라쳐먹고, 대충 엉터리 번역하고, 대충 발췌왜곡하고, 대충 라면사설 쓴다. 이런 거 인터넷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대충 넘어가지 말자. 까놓고 이야기하자. 지구상에 회색은 없다. 우리가 회색으로 알고 있는 것은 모두 흑과 백의 일정한 비다. 내 말이 믿어지지 않는가? 그렇다면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라. 회색은 인간의 눈이 만들어낸 착시현상에 불과하다. 자연계에 실재로 존재하는 색은 흑 아니면 백이다.

『자연계에는 회색이 없다. 흑과 백의 비가 있을 뿐, 회색은 인간의 눈이 만들어낸 착시현상의 일종이다.』

종이신문은 회색을 말하고, 중간을 말하고, 중도를 말한다. 까놓고 이야기 하자. 회색은 우주 안에 없다. 자동차의 엔진은 결코 중간에 위치하지 않는다. 길은 언제나 왼쪽 아니면 오른 쪽이다. 대충 모순은 통하지 않는다. 대충 양비론은 통하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도 정답은 있다. 부모와 자식이 둘 다 잘못했으면 대충 양비론이 아니라 주도권을 쥔 부모 잘못이다. 시시비비를 가려주어야 한다. 그걸 할 수 있는 매체는 인터넷 뿐이다. 원고지 매수의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현미경을 들이대서라도 정답을 찾아내주고야 만다.

모순은 없다. 창과 방패가 충돌하면 타이밍을 정하는 창이 이긴다. 여야가 50 대 50으로 팽팽하면 주도권을 쥔 쪽이 이기고, 키를 잡고 있는 노무현이 이긴다. 여야가 다같이 깨지면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독종이 이긴다. 종이신문은 절대 이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오로지 개혁이 있을 뿐이며, 오로지 진보가 있을 뿐이다. 이 진리를 까놓고 말할 수 있는 공간은 인터넷 밖에 없다. 그러므로 인터넷이 뜨는 것이다. 인터넷만이 진실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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