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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601 vote 0 2022.04.06 (21:04:45)

    화를 내는 이유는 화가 나기 때문이다. 화가 나는 이유는 스트레스 받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받는 이유는 앞이 안 보이기 때문이다. 앞이 안 보이는 이유는 역사공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소박한 감상주의를 버리고 냉철한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인생만사 새옹지마라 하지 않았던가? 화가 굴러서 복이 되려는 찰나 게임을 포기해 버리면 나만 손해다. 노무현이 잘못한 것도 물론 있지만 화가 굴러서 문재인의 복이 되었다. 문재인이 잘못한 것도 있지만 화가 굴러서 이재명의 복을 예약해 놓고 있다. 문재인은 졌지만 국민의 신뢰에 투자했다.


    투자는 언젠가 결실을 맺는다. 노무현은 우직하게 원칙을 지켰고 그 투자의 결실은 문재인이 가져갔다. 문재인도 그놈의 원칙 때문에 윤석열을 단칼에 자르지 못했다. 원칙을 어기고 윤석열을 잘랐다면? 다른 형태로 대선에 진다. 우리 세력이 강하지 않는데 지선, 총선, 대선을 다 먹는 법은 없다. 


    국민은 동물적인 균형감각으로 판단한다. 말로 설득해봤자 먹히지 않는다. 균형감각으로 보면 그동안 민주당이 실력에 비해 많이 이긴 것이 사실이다. 박근혜 삽질 덕을 본 것이다. 자체 엔진으로 간 것이 아니라 남의 삽질 덕에 갔기 때문에 멀리 못 간 것이다. 밭을 갈고 자체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


   선거 졌다고 우울해 하며 희생양 찾기에 골몰하는 진보진영 일각의 감상적인 태도가 문제이다. 감상적인 태도가 결정적인 시기에 공분을 일으키고 에너지를 증폭시키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그것도 오래 끌면 피곤해진다. 전쟁을 하면 전투손실이 일어난다. 사람이 다치지 않는 전쟁은 원래 없다.


   죽을 각오를 하고 전쟁에 뛰어들었다면 지금 눈물을 아껴야 한다. 조민의 희생은 우리가 예상한 전투손실이다. 지금 대선의 패인을 분석하며 민주당 까고, 문재인 까고, 이재명 까는 사람들은 사실이지 그냥 누군가를 까고 싶었던 것이다. 그때 그 시절의 김대중 죽이기, 노무현 죽이기와 같은 거다.


   그들은 심정적으로 지쳐 있다. 의리가 없다. 의리가 없는 자는 리더가 될 수 없다. 남들 앞에 나설 자격이 없다. 선거 패배는 이재명 때문도 아니고, 문재인 때문도 아니고, 조국 때문도 아니고, 민주당 때문도 아니다. 주변의 일본, 북한, 중국이 죄다 꼴통을 부리고 있는데 한국이 혼자 잘나가겠는가?


    화를 내려면 아베와 기시다를 욕해야 한다. 유럽이 잘 되는 것은 주변과 동조화 되기 때문이고 한국이 잘 안 되는 것은 고립되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뜨고, SNS가 뜨고, BTS가 뜨고, 기생충이 뜨는 분위기에 잠시 흥했지만 원래 그런 것은 오래가지 않는다. 그것도 다 상호작용 구조에 반영된 거다. 


    긴 호흡으로 보자. 변덕을 부리면 쌓아둔 신뢰를 깎아먹는다. 노무현, 문재인, 조국, 이재명 모두 잘못이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것이 오히려 그것이 윤석열을 보내는 무기가 된다. 왜 조급해하는가? 무의식이 자신을 소인배로 규정하기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화가 나고 분풀이 대상을 찾는다. 


    문재인이 만만해 보이니까 화를 내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과 달라야 한다. 의연한 태도를 견지해서 대중의 신뢰를 축적해야 한다. 내면의 가벼움을 들키지 말아야 한다. 지금 바보 문재인 욕하는 사람은 과거에 바보 노무현 욕했던 그 사람들이다. 그 논리를 그대로 가져다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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