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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612 vote 0 2022.01.02 (11:52:10)

    정치는 자살골 넣기 시합이다. 트럼프나 노무현은 예외적이고 대부분 가만있어도 본전은 하는데 가만있지 못해서 무너진다. 사실이지 주변에서 찔러대기 때문에 가만있기도 힘들다. 집단 중에서 가장 낮은 자가 먼저 패닉에 빠지고 그런 분위기에 동조하면 멸망한다. 


    조선통신사가 일본에 가는데 풍랑이 크게 일어났다. 선원들이 일제히 애걸한다. '통신사 영감! 용왕님이 노하셨으니 얼른 적삼을 벗어서 바다에 던지소서.' 거기에 넘어가면 죽는다. 가장 낮은 자의 주장에 동조하는 즉 가장 낮은 자가 된다. 인간은 왜 패닉에 빠지는가?


    본능이다. 포섬은 사람이 잡으면 죽은 척한다. 아니다. 실제로 기절한 거다. 그게 포섬의 생존확률을 높인다. 싸워봤자 못 이길 때는 기절하는게 낫다. 사람이 비명을 지르는 것도 같다. 동료를 부르는게 생존확률을 높인다. 때로는 패닉에 빠지는 것이 생존확률을 높인다.


    리더는 패닉에 빠지지 않는다. 자신이 리더라고 자기암시를 계속 걸어온 사람은 패닉에 빠지지 않는다. 훈련되는 것이다. 주변에 의지할 만한 사람이 있으면 패닉에 잘 빠진다. 무의식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어릴 때는 잘 울었는데 하루는 동생과 둘이서 집에 남았다.


    동생이 울었다. 달래도 그치지 않는다. 나도 같이 울어버렸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건 아니잖아. 둘이 합창으로 울다니 웃기잖아. 엄마 아빠와 형들은 모두 밭일을 가고 없는데. 울음을 그쳐야 했다. 왜냐하면 내가 형이니까. 무의식적으로 자신에게 포지션을 부여한다.


    5년 전 박원순이 괜히 노무현 깠다가 자멸한 일이 있다. 결국 문재인을 지지하고 후보사퇴까지 갔다. 박원순이 노무현에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비판한 것이 아니다. 왜 그랬을까? 문재인, 안철수 양강구도에 존재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신문에 이름 한 줄 나보려고. 


    노무현을 비판해야 조중동이 실어준다. 박원순은 노빠들과 협의해서 이 정도면 노빠들도 양해하겠지 하고 한마디 했는데 흥분해서 힘조절을 잘못했다. 기레기들이 세게 터뜨렸다. 보통 그렇게 간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골찬스 한번 잡아보려고 기레기에 아부한 거.


    정동영도 살아보려고 노무현을 깐 것이다. 어차피 못 이기지만 찬스는 한번 잡아봐야지. 일단 변수를 만들어야 해. 노무현 까는거 외에는 방법이 없어. 노무현 까서 이기는건 아니지만 존재감은 올라가고 적절히 상대실책이 따라준다면 득점찬스 까지는 가보는 거라구.


    이재명이 방역강화를 요구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이 해외에 나가있을 때를 노렸다는 말이 돌았지만 나는 사전에 당과 협의된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오늘 협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재명은 오버하지 않았다. 정치는 왼쪽 깜박이 넣고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는 것이다.


    만고의 진리다. 우파도 그렇게 한다. 박정희도 원래 좌파였다. 정권유지를 위해 계속 오른쪽으로 꺾었다. 트럼프도 중서부의 농민표, 노동자표를 먼저 얻어놓고 우파행보를 했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윤석열이 후보선출 직후 지지율이 폭등했을 때가 이재명의 위기다.


    초조해서 급하게 핸들 꺾다가 차를 전복시키는게 보통이다. 우파행보를 해도 윤석열의 지지율이 추락한 시점에 해야 표를 쓸어담는다. 과일이 떨어질 때 바구니를 갖다대야 한다. 지지율이 절망적인 상태에서 우향우를 하면 발악하는 것처럼 보여서 더 짓밟힐 뿐이다.


    윤석열은 지금 초조해서 급하게 핸들을 꺾고 있다. 벌써 절하고 다닌다. 절은 투표 사흘 전에 하는 건데? 윤석열은 원래 중도였다. 김한길, 신지예, 이수정 영입은 왼쪽으로 핸들 꺾은 거다. 엥? 이건 망하는 길인데. 좌파든 우파든 핸들 왼쪽으로 꺾으면 무조건 망한다.


    진영을 가리지 않고 왼쪽에서 시작해서 오른쪽으로 꺾는게 정석. 히틀러도 출발은 좌파였다. 프러시아 귀족이 장악한 군부가 압박하자 장검의 밤 사건을 일으켜 좌파를 때려잡고 우파로 변절했다. 좌는 원칙이고 우는 타협이다. 원칙을 정해놓고 타협을 하는게 정치다.


    원칙없는 타협은 죽음이다. 타협없는 원칙은 허무다. 선원칙 후타협의 순서를 지키면 흥한다. 원칙만 고집하는건 정치가 아니다. 그게 재판관이지. 자동차를 운전해도 최대한 바깥쪽으로 커브를 돌아야 하는데 불안해서 너무 일찍 핸들을 꺾는게 교통사고의 원인이다. 


    이재명은 윤석열에 크게 뒤졌을 때도 초조함을 보이지 않았다. 노무현은 마지막까지 정몽준을 몰아붙였다. 문재인도 2012년에 안철수를 충분히 몰아붙였다. 핸들은 약간 늦었다 싶을 때 꺾어야 먹힌다. 박근혜 사면도 일 년 전에 정해진 것을 최대한 늦춘 것이리라. 


    이재명은 리더훈련이 되어 있고 심리적으로 무너지지 않았고 위기가 지나갔다. 천명을 받고 사막을 건너온 사람만 가능하다. 인간은 할 일을 하고 하늘이 결정한다는 겸허한 마음이다. 비명을 지르면 어른이 달려와서 구해주겠지 하는 어린이 마음을 들키면 멸망이다. 


    윤석열이 욕을 하고 다니는 것은 비명을 지른 것이다. 포섬이 죽은 체를 하는 것이다. 선원들이 적삼을 벗어서 바다에 던지라고 통신사 영감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말단의 존재로 규정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주변의 도움을 바라고 기적을 바라는 행동이다.


    복기해 본다면 윤석열의 진짜 패착은 신지예, 이수정, 김한길 영입이다. 우파로 가다가 갑자기 좌향좌 하면 차가 전복된다. 좌파로 가다가 우향우 하는게 정석이고 그것도 위기에 병아리 눈물만큼 조금씩 핸들을 풀어야 한다. 급하게 핸들을 꺾으면 역시 차는 전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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