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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094 vote 0 2021.08.01 (18:49:15)

    공자의 잘못도 있지만 대개 봉건시대의 한계다. 봉건시대는 사회의 상호작용 단위가 개인이 아니고 가문이다. 공자의 군자론, 맹자의 의리론, 순자의 정명론을 가문에 적용하면 충, 효, 예가 된다. 봉건 신분제의 폐지로 인해 가문의 역할이 사라졌지만 성별, 피부색, 종교, 학벌이 가문의 역할을 대신하는 편이다. 교육받은 사람은 말을 바르게 하여 널리 소통하게 하는 정명으로 충분하지만 성 소수자 문제, 장애인 문제, 노약자 문제, 세대 차 문제가 나오면 그 이상의 예가 요구된다. 요즘은 정치적 올바름이라고 표현한다. 말을 똑바로 하는 것을 넘어 행동까지 똑바로 해야 한다.


    공자의 의미는 문명과 야만을 갈라 인생의 의미를 드러낸 데 있다. 인仁은 인간다움이고 인간다움은 문명다움이다. 우리가 1만 년간 쌓아온 문명의 관성력을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인간의 유전자는 1만 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다. 우리는 구석기 시대의 사피엔스로 태어나서 타임머신을 타고 갑자기 1만 년 후의 미래로 와버린 것이다. 미래로 갔으면 미래사회에 적응해야지 유전자에 새겨진 원시인 행동을 고집한다면 피곤하다.


    인간다움은 무엇이고 문명다움은 무엇인가? 세부적인 것은 각자 알아서 판단할 문제이고 큰 틀에서의 방향판단은 스승의 가르침을 따라야 한다. 공자의 군자사상, 의리사상, 정명사상에 괴력난신과 극기복례를 추가할 수 있다. 인생은 게임이며, 게임은 연결되고, 연결하려면 이겨야 한다. 이겨서 게임을 다음 단계로 연결하는 것이 인간이 추구하는 의미다. 이기려면 먼 바다를 항해하는 배의 키를 잡아야 한다는게 군자사상이고, 그 배에 동료를 태워야 한다는게 의리사상이고, 동료와 호흡을 맞춰야 한다는게 정명사상이다. 현대사회에 온갖 주의 주장이 난무하지만 대개 본질과 상관없는 개소리고 이 세 원칙이 인류의 등불이 된다.


    봉건시대라면 충으로 배의 키를 잡고, 효로 동료를 배에 태우고, 예로 동료와 호흡을 맞춘다. 현대사회에 가문이 사라졌으므로 충, 효, 예는 필요가 없어졌지만 그러한 본질은 남아있다. 지금은 피부색과 성별과 종교와 학력과 세대가 다르면 예를 지켜야 한다. 그것이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이다.


    인생은 부단한 연결이다. 이겨야 연결된다. 이기려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군자(충)와 의리(효)와 정명(예)은 해야 하는 것에 방점이 찍히는 것이고 괴력난신과 극기복례는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방점이 찍히는 것이다.


    해야 할 군자의 길은 

군자 - 집단의 중심으로 쳐들어가서 의사결정권자가 될 것. 

의리 - 평등한 동료와 함께 할 것 

정명 - 널리 소통할 것


    하지 말아야 할 소인배 행동은 

괴력난신 - 사설권력 추구. 반지성주의 행동 

극기복례 - 동물적 생존본능 발작. 히스테리 행동


    사실이지 괴력난신과 극기복례는 군자 개념에 포함된다. 군자는 어른이 되는 것이다. 집단의 장이 되어 독립적으로 한 가지 일을 책임지는 것이다. 심부름을 하든, 농사를 짓든, 회사일을 하든, 글을 쓰든, 노래를 하든, 한 가지 업무를 맡아서 할 수 있다면 군자의 자질이 그 안에 있다. 일을 벌이고 진행하고 완결시켜야 한다.


    일은 토막 나 있다. 일과 일을 연결시키는 것은? 플러스알파다. 기세다. 에너지의 잉여다. 구조의 효율성이다. 자본의 이윤이고, 산업의 혁신이고, 정치의 권력이고, 물질의 에너지고, 사건의 의미다. 의미를 계속 연결하면 방향성이 드러난다. 괴력난신은 오히려 그 반대로 움직일 때 더 쉽게 목표에 도달하는 현실의 반영이다.


    깽판을 치면 쉽게 이룰 수 있다. 제일 쉬운 것은 다 된 밥에 재 뿌리기다. 좋은 일을 하려면 많은 사전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나쁜 일은 그냥 훼방을 놓으면 된다. 턱도 없는 개소리를 시전하면 된다. 유에프오를 봤다고 주장하면 된다. 내가 봤다는데 남이 내가 안 봤다는 증거를 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밥을 짓기는 어렵고 차려진 밥상을 집어던지기는 쉽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나쁜 짓은 항상 후수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남이 밥을 짓지도 않았는데 재를 뿌릴 수는 없다. 밥이 다 지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재를 뿌려야 한다. 딜레마다. 우리는 보수꼴통의 이러한 약점을 추궁하여 게임에 승리할 수 있다.


    기생충의 안티권력은 숙주의 정통권력이 만들어져 있을 때 한하여 조건부로 작동한다. 세상은 기세, 의미, 이윤, 권력, 효율, 잉여, 혁신에 의해 작동하는데 그것이 이미 만들어져 있다면 그 반동의 힘을 만들어내기는 쉽다. 권력을 만들기는 어렵지만 이미 존재하는 권력에 대항하여 안티권력 만들기는 쉽다. 그런데 안티권력도 일정 범위 안에서는 정상권력처럼 작동한다. 정동에는 항상 반동이 따라붙고 둘은 잘 구분되지 않는다. 그것을 가려내는 것은 외부환경의 변화다.


    환경이 변하면 안티는 무효가 된다. 자체엔진이 있느냐 없느냐다. 정동은 환경변화와 무관하게 자력으로 게임을 진행시킬 수 있지만 반동은 숙주가 있을 때만 조건부로 작동한다. 공자는 정동이고 노자는 반동이다. 강자는 힘이 있으므로 정동을 추구하고 약자는 힘이 없으므로 반동을 추구한다.


    정동이냐 반동이냐. 여기서 인생의 큰 방향성이 결정된다. 한 번 반동에 재미들리면 계속 그쪽으로 가게 된다. 비열해진다. 인간의 호르몬이 무의식 영역에서 반동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트라우마다. 생물은 환경이 좋으면 정동으로 가고 환경이 나쁘면 반동으로 간다. 트라우마는 무의식이 주변을 나쁜 환경으로 인식한 것이다. 개인이 트라우마에 걸릴 뿐 아니라 국가도 트라우마에 걸린다. 집단적 트라우마가 집단적 관종행동을 낳는다. 히스테리와 마녀사냥이다. 보수꼴통의 작동원리다.


    진보냐 보수냐는 일정부분 유전된다. 타고나는 것이다. 무의식이 좋은 환경으로 인식하면 진보가 되고 나쁜 환경으로 인식하면 보수가 된다. 어렸을 때 폭력을 당하면 퇴행행동을 하게 된다. 자기도태를 하게 된다. 스스로 자신을 필요 없는 존재로 규정하여 제거한다. 한국의 모든 비극은 식민지와 육이오의 트라우마 때문에 일어나는 자기도태 현상이다.


    정동과 반동이 있다. 공자와 노자가 있다. 기세는 정동이고 백래시는 반동인데 둘은 현장에서 잘 구분되지 않는다. 단, 백래시는 뻐꾸기의 둥지와 같아서 탁란이 가능하되 스스로는 알을 낳지 못한다. 기생충과 같다. 기생충도 하는 일이 있는데 숙주가 없으면 죽는다. 문제는 기생충의 야비한 전략이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점이다. 기회주의자들이 이 길을 선택한다. 때려죽여야 한다. 본을 죽이고 말을 키워서 생태계의 밸런스를 깬다.


    가치를 만들어내기보다 남을 헐뜯기가 쉽기 때문에 공산주의가 망하는 것이다. 진실을 납득시키기는 어렵고 거짓말은 쉽다. 다들 기회주의자가 되어 남을 이용할 궁리만 한다. 공산주의는 이윤을 인정하지 않는다. 사회에 질서를 만들어내는 기세, 효율성, 권력, 의미, 이윤을 죄다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반기세, 반효율, 반권력, 반의미, 반이윤만 작동하므로 망한다. 정동은 없고 반동만 있으므로 망한다. 사회질서의 근간이 되는 특허권, 소유권, 선점권, 기득권, 인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질서를 만들어내야 한다. 남을 헐뜯는 방법으로 권력을 만들어 겨우 사회가 작동하는 것이다.


    공을 세워서 출세할 수는 없고 남을 비판해서 출세할 수는 있다. 잘 나가던 아테네가 스파르타에 망할 때의 중우정치다. 아테네 시민들은 뛰어난 장군들을 무더기로 처형해 버리고 유능한 지도자를 도편추방 해 버렸다. 공을 세워서 출세할 수는 없고 오직 남을 해치는 방법으로만 권력을 창출할 수 있다. 소크라테스만 탄핵된 것은 아니다. 당시에 유명인을 탄핵하여 출세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오늘날의 조국죽이기와 같다. 소크라테스가 탄핵된 이유 중의 하나는 얼굴이 못생겼다는 것이다. 조국은 잘생겼다는 이유로 당했지만. 중국사에서 알 수 있다. 공을 세운 장군은 무수히 처형 당했고 그 장군을 헐뜯은 관료와 환관들은 대거 출세했다. 장군이 공을 세우고 처형당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반란에 성공하는 것이다. 5대 10국의 혼란기가 이어지고 당말의 전란이 오래간 이유다.


    선은 비용이 들고 악은 비용을 절감한다. 선은 무에서 시작하고 악은 유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0을 100으로 만드는 것은 선이고, 100을 0으로 만드는 것은 악이다. 그런데 선의 작동방식과 악의 작동방식은 유사하다. 방향이 다를 뿐 기능이 같다. 둘 다 사회에 내부질서를 만든다. 광합성을 하는 생산자든 그 생산자를 죽이는 포식자든 겉보기 등급은 같다. 악이 흥하는 이유다.


    사람들이 이것을 분간하지 못한다. 자체 엔진을 가진 지도자와 남의 것을 약탈하는 기회주의자를 구분하지 못한다. 이순신과 원균을 가려내지 못한다. 그래서 방향성의 판단이 필요하다. 괴력난신과 극기복례는 그것을 구분하는 눈이다. 공자의 군자, 맹자의 의리, 순자의 정명을 행하고, 괴력난신이 말하는 반지성주의와 극기복례가 말하는 히스테리의 발작을 삼가면 대략 동서남북을 구분할 수 있다. 똥오줌을 가릴 수 있다. 피아구분이 가능하다. 누가 적이고 우리 편인지 알 수 있다.


    군중심리에 휩쓸리고, 마녀사냥에 가담하고, 패닉에 빠지고, 북한의 침략이 두렵다는 둥, 노빠들의 준동이 무섭다는 둥, 대깨문이 어떻다는 둥 하는 것은 극기복례의 문제다. 그것이 동물의 생존본능이다. 그 이유는 미션을 획득하지 못해서 집단과 밀착하지 못하고 겉돌기 때문이다. 하는 일이 없고, 맡은 책임이 없고 정치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면 그렇게 된다. 본능이 이성을 이기고 퇴행한다.


    괴력난신은 인류의 의사결정 중심으로 쳐들어가지 않고 변방에서 사설권력을 만드는 반지성주의 행동이다. 음모론부터 시작해서 UFO, 초능력, 안아키, 점쟁이, MSG, 신토불이, 유기농, 환빠소동. 채식주의, 종교의 광신도까지 사설권력은 숫자가 많다. 환경보호를 주장하는 시민단체도 선을 넘는 경우가 많다. 극기복례는 유전자에 새겨진 호르몬의 명령을 자신의 판단으로 착각하는 문제다. 왠지 의심이 들고, 왠지 걱정이 드는 것은 집단과의 결속을 요구하는 호르몬의 명령 때문이다. 짜증이 나는 이유는 무의식적으로 동료에게 암시를 걸어서 상대방을 조종하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는 동료와의 거리가 멀어져서 간격을 좁히려는 무의식의 명령이다. 의심이 든다고 의심하고, 짜증이 난다고 짜증내고, 스트레스 받는다고 화병에 걸린다면 문제가 있다. 그것은 본능이 이성을 이기는 현상이다. 극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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