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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3968 vote 0 2010.11.28 (23:09:59)

  

  과학은 자연의 패턴을 관찰하여 이를 수학적으로 정량화 함으로써 이루어졌다. 우리는 먼저 자연을 관찰하여 패턴을 포착할 수 있다. 패턴이 중첩하여 포지션을 이루고, 포지션이 집적되어 구조를 이루고, 구조가 발전하여 메커니즘을 낳고, 메커니즘이 발전하여 시스템을 이룬다.


  구조는 시스템의 하부구조다. 또한 시스템은 구조의 발전된 형태다. 구조의 발전된 정도, 중첩된 정도에 따라 ‘패턴, 포지션, 밸런스, 메커니즘, 시스템’의 다섯가지 모형이 있다. 자연에는 다섯가지 구조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구조라고 말하는 것은 세 번째의 축과 대칭으로 이루어진 밸런스다. 구조론은 밸런스 원리를 중심으로 논리를 전개한다. 구조론은 밸런스이론이며, 혹은 밸런스가 메커니즘을 거쳐 시스템으로 발전하는데 따른 이론이다.



  구조의 다섯가지 모형


  구조는 인자(因子)들이 모여 축과 대칭을 이룸으로써 집적하고 발전한다. 건축물의 구조나 기계의 구조가 점점 고도화 되듯이, 최초의 단순한 구조로부터 점점 더 복잡한 구조로 발전하여 가는 것이다.


  패턴은 이들 중에서 가장 단순한 구조의 모형이다. 패턴이 짝을 지으면 포지션이 탄생하고, 포지션이 얽혀 축을 발생시키면 밸런스가 탄생하고, 밸런스가 고도화 하여 에너지를 태우면 메커니즘이 탄생하고, 메커니즘이 고도화 하여 스스로 외부의 동력원을 확보하면 시스템으로 진화한다.

 

  구조가 진화된 정도에 따라 패턴, 포지션, 밸런스, 메커니즘, 시스템의 다섯가지 모형이 있다. 자연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이 진화된 고등동물이 덜 진화된 하등동물을 이기듯이 승부는 이 모형의 차이에서 거의 결정된다.


 모형 1) 패턴은 정량화 된다.

  자연의 패턴을 관측하여 이를 정량화 함으로써 과학의 근거가 되는 수학이 탄생한다. 패턴의 발견이 인간의 모든 지적 활동의 출발점이다. 패턴은 질서와 무질서의 기본 인자(因子)다. 구조의 진화된 정도가 가장 낮은 단세포 모형이다.


 모형 2) 포지션은 서열이 있다.

  패턴이 집적하여 짝을 짓고, 쌍을 이룬 것이 포지션이다. 포지션은 형제처럼 서로간에 서열이 있다. 원인과 결과, 시작과 끝, 입력과 출력, 앞과 뒤, 위와 아래로 나누어져 자연의 질서를 이루는 기초단위가 된다. 포지션은 패턴 다음으로 진화된 정도가 낮은 모형이다.


  모형 3) 밸런스는 축과 대칭을 이룬다.

  포지션이 집적되어 축과 대칭을 성립시킴으로써 밸런스를 이룬다. 밸런스는 공간의 집적상을 시간으로 틀어 풀어냄으로써 모든 변화와 발전의 근거가 된다. 구조론은 이 밸런스를 중심으로 논리를 전개한다. 밸런스는 다섯 구조모형 중에서 중간 단계의 진화된 모형이다.


  모형 4) 메커니즘은 에너지를 태운다.

  밸런스가 집적하여 에너지를 태우면 메커니즘이 이루어진다. 메커니즘은 시공간 상에서 현상을 유지하고 외력의 작용에 대응함으로써 존재의 한 단위가 된다. 우리가 자연에서 언어로 지시하고 명명하며 ‘여기에 무엇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존재는 모두 에너지의 입출력을 구현하는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다. 두 번째로 진화된 정도가 높은 모형이다.


  모형 5) 시스템은 성장하고 발전한다.

  메커니즘의 집적된 형태로서 자체 동력원을 확보하고 진화, 발전, 팽창할 수 있다. 진화하는 자연의 생명이나, 팽창하는 인간의 조직이나 혹은 컴퓨터 네트워크와 같이 스스로의 힘으로 외부의 자원을 흡수하여 성장한다. 가장 진화된 정도가 높은 단계의 모형이다.


  자연에는 이와 같이 다섯 가지 구조가 있으므로, 인간의 전쟁 역시 다섯 가지 형태가 있으며, 전자로 갈수록 단순한 형태의 제한전, 단기전 형태이며 후자로 갈수록 복잡한 형태의 총력전, 장기전이 된다.


  이러한 구조들 사이에 서열이 존재한다. 패턴모형과 포지션모형이 충돌하면 무조건 포지션모형이 이긴다. 이는 수학의 ‘1+1=2’처럼 명약관화한 것이다. 고등동물과 하등동물의 싸움처럼 승패가 뻔한 것이다.


  그러므로 전쟁의 승패는 싸워봐야 아는 것이 아니고, 싸우기 전에 이미 승패가 상당부분 결정되어 있다. 다만 인간이 구조를 모르므로 승부의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는 것이다. 개인과 세력이 싸우면 처음에는 개인이 완력으로 이길 수 있지만, 상황이 장기화 되면 세력은 집단의 학습능력을 발휘하여 상대방이 전력을 복제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은 세력이 이긴다.


  최고의 단계인 시스템 모형은 ‘흡수형 파이터’라 하겠다. 로마가 한니발의 전략을 모방하여 자기것으로 만들듯이, 내부에 진화형 생장구조를 갖추고 상대방의 전력을 흡수하여 자기것으로 만듦으로써 항상 승리한다.


  구조에는 하부구조와 상부구조가 있으며 상부구조를 차지하여 포지셔닝의 우위를 점한 자가 무조건 이기도록 구조가 세팅되어 있다. ‘싸워봐야 안다’는건 멍청한 생각이며 고수는 이겨놓고 싸운다. 더 높은 단계의 구조를 이루어 포지셔닝의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 이겨놓는 것이다.


  승패는 정해져 있다. 다른 조건이 대등할 때 양이 많으면 무조건 이긴다. 양의 우세는 스피드로 제압할 수 있고, 스피드의 우세는 힘으로 제압할 수 있고, 힘의 우세는 조직력으로 제압할 수 있고, 조직력의 우세는 세력의 우세, 곧 진화형 생장구조를 통한 총체적 전쟁수행능력의 우세로 능히 제압할 수 있다.


  이러한 구분은 외부의 자원을 동원하는 정도에 따라 나누어진다. 그러므로 외부의 자원을 무한히 동원할 수 있다면 상대가 어떤 전술로 나오든 장기전에는 반드시 이길 수 있다. 왜냐하면 모든 충돌은 가장 낮은 단계의 구조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높은 단위의 포지션을 차지하기는 불능인 것이다.


  모든 충돌은 반드시 가장 진화된 정도가 낮은 패턴모형에서 일어나며, 가장 진화된 정도가 높은 시스템모형으로부터의 충돌은 자연에 존재하지 않으므로, 모든 전쟁은 반드시 가장 낮은 단계의 포지션으로부터 시작되고, 이에 높은 포지션으로 빠르게 옮겨가는 쪽이 무조건 이긴다.


  과연 높은 포지션으로 옮겨갈 수 있느냐는 첫째 상대방이 어떤 포지션에 있느냐를 정확히 아는데 달려 있고, 둘째 외부자원의 동원능력에 달려있다. 즉 전쟁을 장기전으로 끌고가고 외부세력을 끌어들여 확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대가 어떤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지 완전히 파악하고 있다면, 또 내가 어떤 전략수단을 동원할 수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면 전쟁에서 반드시 이길 수 있다. 그러므로 싸워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겨놓고 싸우는 것이다.


  처세술 개념으로 흔히 강조하는 손자병법 개념은 사실 마이너리그의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먹히지 않는다. 손자병법은 특히 중국의 지형적 특성에 따른 것으로 외부에서의 전략수단 동원이 제한된 상태에서 일어난 전쟁 형태이다. 그러므로 21세기에 여전히 손자병법 개념으로 나온다면 한반도와 같이 바닥이 좁은 제로섬 게임 상황에서 과점하고 우쭐대는 촌스러운 짓이다. 오늘날의 치열한 국제경쟁에 전쟁의 기본을 속임수로 보는 손자병법은 통하지 않는다.


  현대전은 총력전이자 무제한전이다. 관군만으로 싸운다거나, 혹은 용병만으로 싸운다거나, 혹은 정규군만으로 싸운다거나, 혹은 일선에서만 싸운다거나 하는 제한이 없다. 한반도와 같은 지리적인 고립이 없다. 일본 전국시대처럼 섬으로 고립된 상태에서 먹히는 배신과 음모와 술수와 협잡이 통하지 않는다. 중국도 어느 면에서 고립된 황토지대에서 제한전을 했던 것이다. 대의명분으로 여론을 일으켜 숫적우위를 차지하는 방법으로 승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춘추전국시대에 손자병법이 나온 것이다.


  그러므로 송나라가 천하의 병법가를 모두 동원해도 애초에 더 높은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 전쟁기술자들인 몽고군을 당하지 못하는 것이다. 중국은 그 뛰어난 손자병법으로 단 한번도 북방의 유목민을 제압하지 못했다. 오늘날 일반의 상식도 처세술에 불과한 손자병법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이너리그에서나 먹히는 이류의 병법이다. 북방 이민족의 침입이 없던 시절 한족끼리 골목싸움으로 다투던 춘추전국시대 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속임수로 이긴다는 것은 일회성의 전투에 불과하다. 그것은 상대방에게 이쪽의 전술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오히려 이적행위가 된다. 한 번은 속겠으나 두 번 속을 사람은 세상에 없다. 한니발과 같은 천재도 로마를 오래 속이지는 못했다. 포지션의 우위를 추구하는 로마교범식 전투가 진정한 상승의 비결이다.


  싸워서 군대를 격파하고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전쟁수행능력 자체를 기술적으로 해체하여 더 이상의 전쟁수행이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일찍이 몽골군은 이 방법을 알고 있었다.


  이러한 최고단계의 전술구사는 상당부분 전장 밖에서 이루어진다. 자기 내부에 진화형 생장구조를 세팅함으로써 가능하다. 몽고와 로마는 국가 자체에 내부에 경쟁이 있는 진화형 생장구조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했으며, 오늘날 민주국가가 독재국가를 이기는 원리도 이와 같은 것이다.


  전제국가는 국가시스템 자체가 발목을 잡아 진화형 생장구조를 갖출 수 없으므로 최고의 전술을 구사하지 못하여 장기전에서는 무조건 지도록 되어 있으며, 오늘날 한국이나 일본의 재벌이 맞이한 위기도 본질에서 이와 유사하다.


 

 

 

 

http://gujoron.com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0.11.30 (12:15:14)



"왜냐하면 모든 충돌은 가장 낮은 단계의 구조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높은 단위의 포지션을 차지하기는 불능인 것이다."

전쟁도 그렇고 개인들의 삶도 그러한 것 같습니다. 국가와 같은 큰 집단과 그 외의 작은 집단들도 마찬가지이구요.
싸움.충돌, 갈등의 발단은 감정에서부터이고, 늘 가장 낮은 단계서의 충돌이 문제이지, 가장 최상위 단계인 정신에서는 싸움이 일어나지 않거든요.
낮은 단계의 싸움은 어차피 바보들의 행진으로 가는 길이기에 상위 단계로 이동해가서 점차로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되구요.
낮은 단계에서 일어난 충돌이라면,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그 충돌에 임해야 한다면, 그 과정을 보여주어야 한다면,
충돌할 때는 같은 수준이 되는 것이지만, 충돌 이후에 진흙탕을 같이 뒹굴다가 높은 단계로 빠르게 이동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야 문제가 풀리니까요. 그래야 왜 충돌했는지 알 수 있고, 원인과 결과에 대한 해명이 가능하니까요.
이미 알고 있어도 충돌을 해서 증명해야 하는 것들이 있는 것 같으니까요.
무시해버리면 진흙탕에 같이 뒹굴일도 없지만, 때로는 같이 뒹굴어서 헤치고 나와야 증명이 되는 것들도 있는 것 같구요.

충돌이 일어난다면 어떠한 것에 대해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감정의 자극에서부터이기에,
충돌의  상황은 늘 처음에는 낮은 단계에서 비롯된다는 것이고,  서로 다른 단계에서의 충돌은 애초에  불성립이라는 의미라고 생각됩니다.
충돌이 일어나는 상황이라야 포지션 변경이 가능하고, 단계적으로 빠르게 높은 포지션으로 이동이 가능한 것이라고 이해합니다.
같은 단계에서 충돌이 일어나도 이미 포지션을 변경해버리면 더 높은 단계로 계속해서 이동이 가능하니, 전반적으로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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