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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837 vote 0 2021.01.17 (11:55:09)

  

    연결만 하면 손해다?


    연결과 단절 중에서 연결을 선택하고, 자유와 억압 중에서 자유를 선택하고, 능동과 수동 중에서 능동을 선택하고, 진보와 보수 중에서 진보를 선택하고, 합리와 실용 중에서 합리를 선택해야 한다. 당연하다. 삶과 죽음 중에서 삶을 선택하는게 맞지 그럼 죽음을 선택하리?


    죽음은 선택이 아니라 거꾸로 당하는 것이다. 삶은 자신이 결정하고 죽음은 환경이 결정한다. 전진은 내가 결정하고 후퇴는 환경이 결정한다. 단절과 억압과 수동과 보수와 실용은 인간의 선택이 아니라 환경에 의해 강요된 것이다. 주인은 선택하고 노예는 선택당한다.


    연결만 하고 적절히 단절하지 않으면 나만 손해잖아? 이런 이의제기가 가능하지만 진지하지 않은 태도다. 분위기 파악을 해야 한다.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구조론이 원래 그런 곳이다. 독자가 의문을 품을 수는 있지만 구조론이라는 개념이 아직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예수를 찾아가서 귀싸대기를 때려보시라. 과연 예수가 다른 쪽 뺨을 돌려대는지. 이미 왼쪽 뺨을 맞았는데 오른쪽 뺨까지 맞으면 나만 손해잖아 하고 따지는 사람은 개념이 없는 사람이다. 예수는 죽었으니 목사나 신부들을 찾아가서 귀싸대기를 때려보라. 어떻게 되는지.


    선생님은 항상 정직하게 살아라 하고 가르친다. 정직하면 나만 손해잖아. 맞다. 그런데 그게 선생님 앞에서 해도 되는 말인가? 그곳이 교실이고 상대가 선생님이고 제자들이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먹었다. 원래 주식은 매수시점만 알려주고 매도시점은 알려주지 않는다. 


    들어가는 타이밍만 찍어주고 빠지는건 각자 알아서 빠지기다. 한꺼번에 매도주문 내서 폭락하면 어쩌려고? 연결은 쌍방이 합의해야 하므로 지식의 학습이 필요하지만 단절은 그냥 하면 되므로 배울 이유가 없다. 단절을 가르치면 안 된다. 지식은 공공재이기 때문이다. 


    공적인 부분만 가르치는 것이며 사적인 부분은 각자 요령껏 해야 한다. 구조론은 방향을 제시한다. 정확한 목적지를 찍어주는게 아니다. 51 대 49로 확률을 높여가는 것이다. 연결해서 손해 볼 수도 있고 이익 볼 수도 있는데 전체로는 51 대 49로 이익이 조금이라도 더 크다. 


    내가 손해를 봤어도 그 커진 2퍼센트 이익은 지구를 빠져나가지 않고 주변 어딘가를 돌아다닌다. 대한민국 어딘가에 그것이 있다. 국가 전체로는 이익이다. 미국과 중국의 연결은 인류 전체의 이익이다. 그런데 중국이 상대적으로 더 이익이다. 미국은 상대적인 손해다. 


    브렉시트가 영국에 이익이 될 수도 있지만 그런 것은 식자가 논하지 않는다. 구조론은 리더에게 필요한 것이며 리더에게는 EU의 연결이 필요하다. 일반인에게 구조론은 필요가 없다. 유튜브에는 상대성이론이니 양자역학이니 하는 것이 수십만 조회수를 찍고 있다. 


    그거 알아서 써먹는 사람 과연 몇이나 될까? 블랙홀에 우주팽창설 따위를 공부해서 어디에 써먹지? 동영상을 보는 수십만 독자는 죄다 바보일까? 현명하게 실용주의로 가서 내 인생에 확실히 보탬이 되는 알짜배기 지식만 공부하겠어. 다들 이러면 그 나라는 멸망한다. 


    블랙홀이든 양자역학이든 우주팽창설이든 연결이다. 연결 연결 연결을 반복하면 거대한 에너지가 형성된다. 그 에너지가 인류를 이끌어가는 길잡이다. 아인슈타인과 같은 천재는 그렇게 만들어진 에너지에 의해 탄생한다. 독자가 반응을 해줘야 천재가 나서주는 것이다. 


    다들 실용주의를 추구하면 인류는 망한다. 무작정 연결만 하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잘 모르면 일단 연결하고 보라고 말한다. 잘 알면 아는 대로 하면 된다. 이라크에 파병을 하느냐 마느냐. 잘 모르면 연결하는게 맞다. 파병이 연결이다. 일단 파병은 하고 보는게 정답이다.


    이건 전쟁이 옳으냐 그르냐와 별개의 논리다. 전쟁은 당연히 나쁜 것이다. 이라크 파병은 나도 당연히 반대한다. 그러나 국민의 70퍼센트가 찬성하는데 파병을 안 하면 그게 독재다. 민주주의가 파병반대보다 더 우선적인 가치다. 중대한 갈림길에선 이런 원칙이 중요하다. 


    정치라는 것은 원래 다들 잘 모르고 처음 가는 길이다. 노무현의 죽음이든 박근혜의 탄핵이든 처음 있는 일이다. 모르면 원칙대로 하는 것이고 연결이 원칙이다. 실용적인 부분 즉 적절한 시기에 이익을 챙기는 문제는 개인의 사적 영역이므로 원래 가르쳐주지 않는다. 


    수업시간은 정해놨지만 화장실은 각자 알아서 간다. NO는 원래 각자 알아서 하는 것이며 학교에서 가르치면 안 된다. YES만 가르치고 진보만 가르친다. 백인과 흑인이 같다는 내용은 교과서에 나오지만 다르다는 내용은 교과서에 안 나온다. 안 가르쳐줘도 다들 알더라만. 


    같으면 연결하고 다르면 단절하는데 연결만 가르치고 단절은 원래 안 가르친다. 공은 가르치고 사는 안 가르친다. 북극성을 보고 길을 찾는 법 따위를 배워서 써먹을 일이 평생에 한 번도 없지만 그런 것을 배워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인생길은 180도 달라진다. 


    작은 퍼즐이 연결되어 커다란 방향의 차이를 만드는 것이다. 연결되면 커지고 커지면 쏠리고 쏠리면 그것이 방향이다. 방향이 저절로 드러날 때까지 연결을 계속해야 한다. 정치게임이 대부분 그렇다. 잘 모르면 일단 판돈을 올려야 한다. 더 많은 사람을 개입시켜야 한다.


    판이 커지면 저절로 명백해진다. 일단 투표율을 올리는 쪽으로 기동하는 것이다. 더 긴장시키면 된다. 너죽고 나죽기로 가면 진보가 이기고, 평화가 이기고, 평등이 이기고, 정의가 이기고, 선이 이긴다. 방향이 옳다고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성공은 확률이 결정한다. 


    내가 성공 못 해도 다른 사람이 대신 성공하면 되는게 확률이다. 노무현이 못해도 문재인이 한다. 작은 연결이 모여 커다란 진보의 방향성을 도출하고 작은 단절이 모여 커다란 보수꼴통을 만든다. 방향은 목적지와 조금이라도 근접했는지 멀어졌는지만 판단하는 것이다. 


   세부적인 것은 논외다. 삶은 가르치고 죽음은 가르치지 않는다. 삶은 연결이고 죽음은 단절이다. 파종은 가르치고 추수는 가르치지 않는다. 봄의 파종은 때를 맞추어야 하지만 가을의 추수는 알아서 한다. 과일이 익으면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이미 결실을 따먹고들 있다.


    진보는 가르치고 보수는 가르치지 않는다. 합리는 가르치고 실용은 가르치지 않는다. YES는 가르치고 NO는 가르치지 않는다. 평등은 가르치고 차별은 가르치지 않는다. 연결만 가르치고 단절은 가르치지 않는다. 매수타이밍만 찍어주고 매도는 각자 알아서 하는 것이다. 


    자유는 배워야 하지만 억압은 안 배워도 된다. 의사결정이 일어나는 지점만 배우면 되는 것이다. 연동되어 일어나는 종속변수는 논외다. 그런 얕은 것을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뭔가 비뚤어져 있다. 자세가 안 된 것이다. 그곳이 교실이라는 사실을 잊어먹은 것이다.


    이쪽을 연결하면 저쪽이 단절된다. 결혼하면 평균적으로 친구 2명과 멀어진다. 결혼하므로 이제 과거처럼 자주 만날 수가 없다네 하고 단절식을 거행하는 일은 없다. 그냥 전화가 안 와서 슬그머니 멀어지는 것이다. 이별식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재미로나 하는 거다.


[레벨:11]큰바위

2021.01.17 (19:3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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