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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407 vote 0 2020.11.06 (09:55:37)

    트럼프주의는 계속된다


    의외로 트럼프의 힘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확인한 선거였다. 트럼프는 갔지만 트럼프주의는 계속된다. 트럼프 지지자는 어떤 가능성을 봤다. 노무현과 같다. 노무현은 가도 노무현주의는 계속된다.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우리는 개인에 매몰되는 오류를 저지르곤 한다.


    노무현 개인을 씹는다. 트럼프 개인에 집착한다. 카이사르 개인을 미워한다. 그래서 암살을 저지른다. 원로원은 민중파에서 인물이 나오면 모두 암살했다. ‘이게 다 저놈 때문이야.' '카이사르 저놈이 선동만 하지 않았어도.’ 그러나 꺾지 못했다. 밑바닥 판구조의 변화 때문이다.


    봇물은 막아도 터지고 만다. 서부에 황금이 있다. 가지 마라 가지 마라 그렇게 말려도 꾸역꾸역 간다. 서부로 향하는 도도한 행렬을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인디언을 죽이고 들소를 죽이고 멕시코인을 죽이고 그들은 계속 전진한다. 황금이 없어도 간다. 길이 났으니까 가는 것이다.


    거대한 에너지 흐름을 막을 수 없다. 감자흉년 때문이다. 이미 눈이 뒤집혀 있는 자들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누군가는 냉정한 진실을 말해줘야 한다. 사람의 판단이 아니라 밑바닥 판구조의 변화라는 사실을. 지각변동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게르만족 침략에 얻어맞기만 했다. 


    카이사르가 역관광을 시키자 로마 시민은 거기서 어떤 가능성을 봤다. 카이사르는 갔어도 카이사르주의는 계속된다. 게르만족이 침략을 못 하게 담장을 높일 것이 아니라 먼저 공격해서 숲을 빼앗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챈 것이다. 간단하다. 숲을 불태우면 된다. 그걸 몰랐네. 


    쳐들어오는 사람을 죽일게 아니라 그들이 사는 숲을 밭으로 만들어야 해결되는 거야. 이건 시스템 문제라구. 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슬로건은 명백히 보수의 가치다. 그들은 서부시대의 과거로 행군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행군할 위대한 과거가 없다. 


    한국은 세계로 뻗어가는 지금이 가장 위대하다. ‘위대한 한국을 더욱 위대하게.’ 이것이 우리의 구호가 되어야 한다. 미국과 한국의 가는 방향은 다르지만 에너지의 본질은 같다. 미국은 과거로 가고 한국은 미래로 간다. 중요한 것은 밑바닥의 에너지가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4년 후에 트럼프가 또 나온다는 말이 있지만 트럼프는 악독해서 안 되고 순화된 버전이 나온다면 볼만할 것이다. 엘리트와 비엘리트의 대결이다. 점점 이 구조로 가고 있다. 우리가 지식인의 오만을 경계해야 한다. 정치적 올바름 공격이나 원시 부족민의 터부나 본질은 같다. 


    그게 사실은 똥개의 마운팅이고, 소인배의 서열확인 본능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무의식적인 권력행동이다. 근거가 있다고 해서, 빌미를 잡았다고 해서 사람을 제압하려고 하면 안 된다. 자기가 믿는 신념이 옳다고 해서 그것을 타인에게 강요한다면 교양이 없는 짓이다. 


    인간에 대한 예의다. 타자성의 문제다. 다른 사람과 접촉할 때는 먼저 하나가 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것은 호르몬의 영역이다. 정당한 주장으로 본의 아니게 타인의 분노를 유발하게 된다. 같은 식구가 되고, 같은 동아리에 속하여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게 해야 한다.


    그다음에 올바름으로 보조를 맞추도록 요구해야 한다. 내가 옳고 네가 틀렸으니까 내 말을 들어라가 아니라 먼저 하나의 팀에 속하는 절차를 밟은 다음에 왼발, 오른발 하고 구호를 붙여서 발을 맞추어야 한다. 먼저 게임을 걸고 한 팀에 속한 다음 내 패스를 받도록 해야 한다. 


    막연히 옳으니까 따르라고 요구하는 것은 난폭한 짓이다. 그것은 사람을 제압하고 모욕하려는 행동이다. 먼저 게임을 걸고 팀을 편성하는 절차를 밟은 다음에 패스가 있고 그 패스를 받을 때 따르는 것이다. 그 방법은 역할을 주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게임에 속하여 있는가?


     타인의 삶에 개입할 때는 형식이 있다. 내전이 아닌 외전을 벌여 집단이 외부로 진출하며 가상적과의 게임을 설계해야 한다. 카이사르는 게르만 게임을 걸었고, 트럼프는 중국 게임을 걸었다. 노무현은 동북아 중심국가 게임을 걸었다. 그런 장치가 전제돼야 말이 먹히게 된다.


    가상적 일본을 이기려면 개고기를 먹으면 안 되고, 소수자나 약자를 차별하면 안 된다고 말해야 한다. 그냥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폭력이다. 우리가 외부인들에게 존경받으려면 인간의 도리를 다하고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 그게 게임 안에서 역할을 주는 거다.


    내가 옳고 네가 틀렸다는 식으로 말한다면 무례하다. 내 패스를 살려라고 말해야 한다. 인류사 1만 년 동안 철학은 발전하지 못했다. 철학은 의리학이다. 의리학은 타자성의 문제 해결이다. 너는 너고 나는 난데 어떻게 내가 타인의 삶에 개입할 것인가? 왜 남의 일에 참견하지? 


    네가 뭔데 내게 이래라 저래라야? 그래서 의리다. 의리는 그냥 선언한다고 되는게 아니고 도원결의를 맺어야 의가 생성된다. 민주주의가 선거를 하는 것은 의를 조직하는 절차다. 게임에 합류해야 게임의 부단한 패스 안에서 의가 성립하는 것이다. 자원을 동원하는 절차이다.


    의를 맺지 않은 생판 모르는 타인에게 어떻게 정의를 강요할 수 있겠는가? 남에게 말을 걸고자 한다면 사전에 의를 맺는 절차를 밟는 것이 철학이다. 지식인의 오류는 그런 절차 없이 모르는 사람에게 입바른 말로 공격하여 사람을 흥분시키는 것이다. 과거는 살인법을 썼다. 


    아브라함은 왜 이삭을 죽이려 했는가? 장사꾼들은 왜 심청을 인당수에 던졌는가? 아즈텍인은 왜 사람을 무수히 죽였는가? 유럽의 마녀사냥은 왜 일어났는가? 전쟁은 왜 일어나는가? 사람을 죽이면 흥분이 진정되어 그 자리에 모인 모두가 한 가족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는 호르몬 차원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원시 부족민의 본능이다. 이때 애꿎은 사람을 죽여야 한다. 어차피 죽을 놈을 죽이면 제사의 의미가 없다. 부정 탄다. 성자를 뜻하는 saint는 제단에 올릴 희생제물의 몸에 상처가 없는 것이다. 완전무결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심청이다. 


    인간은 장례, 살인, 희생, 제사의식을 통해 서로가 동료임을 확인해 왔다. 그때 숙연해지면 우리편이다. 눈치 없이 행동하는 자는 적이므로 처단한다. 그래서 그들은 노무현을 죽이고, 조국을 죽이고, 또 누구를 죽이랴 하고 눈알을 희번덕거리며 미친 칼춤을 추고 있는 것이다. 


    원시인은 사람을 죽여서 시스템을 끌어내지만 그런 괴로운 절차 없이 바로 시스템으로 가는 것은 지성의 힘이다. 그래서 학교가 있다. 사람을 죽이지 않고도 집단을 한자리에 모을 수 있게 되었다. 시스템을 봐야 한다. 사건을 보고 게임을 보고 팀플레이를 일으켜야만 한다.


    트럼프를 보지 말고, 카이사르를 보지 말고, 노무현을 보지 말고, 사람을 보지 말고 밑바닥의 에너지를 보라. 게임을 보라. 역할을 보라. 미션을 보라. 신대륙이 있는가? 간다. 막지 못한다. 한국에 미래가 있는가? 간다. 막지 못한다. 게르만을 어디서 막지? 알프스에서? 아니다. 


    라인강에서? 맞다. 그렇다면 간다. 누구도 막지 못한다. 원로원 귀족들은 우리는 자유를 원한다며 거짓말로 민중을 속이지만 터지는 봇물을 막지 못한다. 카토가 그런 자다. 그는 청렴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자유를 주장하며 열변을 토하고 다녔다. 카이사르의 노예가 될 텐가?


    알고 보니 뒷구멍으로 까놓은 호박씨가 한가득이었다. 대개 그렇다. 입바른 말로 자유를 외치고 청렴을 외치지만 그런 말은 초딩도 할 수 있다. 에너지와 정면대결해야 한다. 서부가 저기 있는데 누구도 막지 못한다. 대서양 건너 배 타고 계속 사람이 오는데 막지를 못한다.


    이민자가 서부로 가는 흐름을, 로마가 게르만의 숲을 불태우고 개척하는 흐름을, 한국이 미래로 가는 흐름을 누구도 막을 수 없다. 봇물은 터진다. 에너지는 한쪽으로 몰리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사람이 작은 구멍을 내지만 결국 모든 에너지가 그리로 몰려든다.


    ###


    빵 먹는 라틴족은 고기 먹는 게르만족을 이길 수 없다. 일단 체구가 작다. 커 보이려고 투구에 깃을 달았지만 상대가 안 된다. 방법은 게르만의 숲을 불태우는 것이다. 카이사르다. 다음은 게르만족을 기독교로 개종시키는 것이다. 샤를마뉴다. 동방교회 망하고 서방교회 이겼다.


    소도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는 법, 사람은 만만한 곳으로 나아간다. 한국은 중국이 만만하다. 그래서 노무현이 뜬다. 일본은 한국이 버겁다. 그래서 혐한이다. 이런 데서 큰 방향이 결정된다. 게르만을 이길래, 물에 빠져 죽을래? 사실 이기기도 하고 물에 빠져 죽기도 했다.


    미국은 유럽과 손잡고 중국을 이겨야 한다. 기후협약에 복귀하면 된다. 유럽을 때리면서 중국을 이길 수 없다. 트럼프가 진 이유다. 양쪽에 적을 만들면 전쟁을 이길 수 없다. 바이든은 한국에 잘 보여야 북한과 손잡고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북한과 척지고 중국 못 잡는다.


    인간은 길을 보여주면 따라온다.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면 말을 듣는다. 노무현이 했고 카이사르가 했다. 트럼프는 지는 쪽으로 가면서 이길 수 있다고 사기를 쳤다. 상당히 낚였다. 미국은 몰락한다. 북한을 해결하지 않으면 바이든도 절대 중국을 못 이긴다. 법칙이다.


    막연히 내가 옳다, 이래라, 저래라 하는건 교양 없는 짓이다. 예의가 아니다. 외부에 게임을 설계하고, 미션을 제시하고, 비전을 보여준 후 이기는 게임에 동원해야 한다. 옳고 그름은 그다음에 논하는 것이다. 먼저 한편이 된 후에 인간은 옳고 그름을 말할 자격을 얻는 것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세렝게티

2020.11.06 (12:28:51)

역사적으로 내세울 만한 전통이 없는 미국이 자랑할 만한 것은 오로지 자본.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민주주의 헌법과 정당을 보유하고 있지만, 유럽에 사대하는 엘리트들에 대한 대중의 본능적인 반감. 

1,2차 세계대전으로 지갑을 주워 첨단과학의 나라가 되었지만, 근본적인 문화자본 결핍에 따른 반지성주의가 기저에 깔려 있는 현실이 트럼프의 당선 및 지지.

트럼프를 통해 전 세계에 까발려진 민낯을 어떻게 해석하고 통제하느냐가 미국의 역량.

[레벨:4]고향은

2020.11.08 (13:06:35)

"미국과 한국의 가는 방향은 다르지만 에너지의 본질은 같다.
미국은 과거로 가고 한국은 미래로 간다.
중요한 것은 밑바닥의 에너지가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까지 통이 큰 바지는 입기에 어색하고
예쁘지 않았다
그런데 이즈음, 통이 좀 있는 바지가 착하다

이와 같은 예처럼
세상은 알게 모르게 흐르며
자리바꿈을 하고 있었고, 거기에 맞춰서
우리의 옷에 대한 감각과 인식도
그 흐름을 체득[體得]하여, 같이 바뀌게 된 거다

세상의 물결은 클래식처럼 꾸준한 것도 있지만
변화와 변신을 거듭하고 있으며
우리 모두는 변화에 따르는
코어와 축을 새로이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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