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실전이다. 병만아. '인실좃'이라는 말이 있더라. 신경 쓰이는 글자가 하나 보이지만 무시하자. 인생은 실전이다. 그러나 우리는 학습의 논리로 대화한다. 하긴 대화는 그렇게 하는 게 맞을 거다.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야 하니까. 비위나 맞춰주며 아부하는 것이다. 사실이지 동기부여나 보상의 논리는 얄팍한 처세술 서적에나 먹히는 거다. 노력타령이 먹히는 이유는 실제로 노력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노력은 내일 해도 된다. 노력이라는 답을 알았으니까 오늘은 일단 놀고 보자. 내일부터 노력하면 되잖아. 비겁하다. 모든 거짓에는 공통점이 있다. 확산되는 것이다. 확산방향이면 일단 거짓말이다. 플러스는 보나마나 거짓말이다. 구조론은 마이너스다. 마이너스는 수렴방향이다. 수렴방향이면 결국 0에 도달한다. 내일로 미룰 수 없다는 말이다. 왜? 0이니까. 유통기한이 하루 남았으면 오늘 내로 해치워야 한다. 에누리 없이 딱 떨어진다. 동기는 항상 더 큰 동기가 있고, 보상은 언제나 더 높은 보상이 있고, 노력도 더 많은 노력이 있고, 의지는 더 굳센 의지가 있다. 방향은 플러스다. 플러스면 일단 망한다. 구조론으로 보면 '량'에 해당한다. 량은 언제나 더 많은 량이 있다. 이런 식으로 방향이 확산방향이면 망한다. 확산이냐 수렴이냐는 감각적으로 알 수 있다. 논리? 필요없다. 머리를 쥐어짤 필요도 없다. 무조건 확산은 아웃이다. 딱 떨어지는 제한이 없으면 감각적으로 아니잖아. 갈림길에서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 길을 끝까지 갈 수 있을까? 이 버스를 탈 것인가 말 것인가? 타면 중간에 내릴 수 없다는데. 노무현이 그 버스를 탔다. 간덩이가 부은 사람만 탄다는 운명의 버스 말이다. 반면 노력파의 길에는 어느 정도를 해야 한다는 선이 없다. 그래서 안심이 된다. 반드시 이 정도를 해야한다면 압박감을 느끼는데, 노력은 조금 해도 노력이고 많이 해도 노력이니 그러한 압박이 없다. 좋잖아. 그래서 망하는 것이다. 이 버스를 타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압박이 없다. 성공하려면 반드시 압박을 걸어줘야 한다. 진학을 하든 결혼을 하든 직업을 선택하든 그런 운명의 압박이 있다. 노력에는 압박이 없지만 선택에는 압박이 있다. 이후 인생의 궤도가 단번에 정해지기 때문이다. 량에는 압박이 없다. 그러나 운동으로 보면 순서가 있고, 힘으로 보면 방향이 있고, 입자로 보면 주도권이 있어서 계는 닫혀 있다. 문이 닫히므로 압박을 받는다. 바둑은 수순의 압박이 있다. 축몰이라면 방향의 압박이다. 구조론은 닫혀 있는 마이너스 방향으로 간다. 끝이 보인다. 축몰이는 아무리 이어져도 50여 수에서 끝난다. 361로의 바둑판의 사이즈가 닫혀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 많은 노력, 더 큰 동기, 더 높은 보상 따위는 없다. 그렇다면? 축이 아닌데 축으로 착각하는 게 문제다. 축몰이를 성공시키면 그걸로 판이 끝난다. 중요한건 수순이다. 나폴레옹은 왜 강한가? 그는 수순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무슨 수를 쓰든지 오늘 안에 저 고지를 넘어야 한다. 왜냐하면 내일은 다른 것을 해야 하니까. 적군이 알아채기 전에 알프스를 넘어야 하니까. 일의 순서가 그렇기 때문에 뒤로 미룰 수 없다. 노무현 말로는 목수가 오전 내내 연장을 벼른다. 날이 설 때까지 벼러야 한다. 더 노력할 필요없고 덜 해도 안 된다. 딱 맞게 해야 한다. 만화가들은 항상 마감에 쫓긴다. 만화가들의 성공은 노력 덕분이 아니라 마감 덕분이다. 편집장이 전화를 걸어 오늘 안에 마감이 되느냐고 물어온다. 오늘까지 원고를 끝내야 하기 때문에 어떻든 에너지를 끌어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때 집중력은 고도화된다. 답은 집중에 있다. 백날 노력해도 한 번 집중보다 못하다. 모든 뛰어난 만화가의 뒤에는 훌륭한 편집장의 독촉전화가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모든 훌륭한 정치인의 곁에는 과단성 있는 부인의 강력한 옆구리 꼬집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의사결정을 미룰 수 없게 한다. 그래야 위대한 역사는 이루어진다. 모든 실패는 에너지의 확산 때문이다. 플러스는 일단 망한다. 내일 해도 된다고 하면 당연히 망한다. 더해도 되고 덜해도 된다고 하면 망한다. 뿌린 대로 거둔다고 하면 망한다. 뿌린 것의 백 배를 받거나 아니면 한 톨의 씨앗도 거두지 못한다. 이판사판이라야 영웅은 의사결정한다. 바둑의 수순처럼 무조건 그것을 해야할 때 궁즉통의 법칙은 작동하고 아이디어는 떠오르고 창작에 성공하는 것이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면 백퍼센트 망한다. 필자의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시간에 쫓기며 배가 살살 고파져야 글이 써진다. 영웅들은 언제나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자신을 몰아넣었다. 그리고 그 궤도 위에서 탈출하지 못한 것이다. 거대한 역사의 흐름에 휘말려 버린다. 이탈할 수 없다. 노무현의 운명은 영삼의 3당야합을 앞두고 '이의 있습니다.' 하고 팔을 들었을 때 정해졌다. 거대한 에너지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물론 학습에는 보상이나 동기나 의지나 신념이나 노력이나 이런 것이 쓰인다. 학습은 열려 있다. 더 학습할 수도 있고 덜 학습할 수도 있다. 더 노력할 수도 있고 덜 노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생은 실전이고 실전은 더 할 필요가 없다. 사건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게 중요하다. 인생실전은 100의 목표로 80에서 차근차근 끌어올리는 게 아니라 120을 채워놓고 조금씩 줄여 100에 맞추는 것이다. 그러므로 100을 해결하려면 일단 120을 준비해야 한다. 그 120은 자신의 노력만으로 획득하는 게 아니라 동료의 도움, 팀워크, 주변환경, 행운의 확률, 요충지의 접수, 타이밍의 조절로 얻어낸다. 배경이 좋으면 더 쉽게 120에 도달할 수도 있고 배경이 나쁘면 목표를 낮춰잡으면 된다. 그리고 조금씩 덜어내는 것이다. 자동차의 연비운전과 같다. 노력하여 운행거리를 늘리는 게 아니라 최적화에 맞추는 것이다. 기름을 아끼는 것보다 지름길을 찾는 게 낫다. 국도로 가서 톨비를 아낄지 고속도로로 가서 시간을 아낄지는 판단하기 나름이다. 올바른 판단이 중요할 뿐 애를 쓸 이유는 없다. 실전이면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만만한 일을 해야 한다. 하향지원해서 여유를 만들어야 한다. 한 번 에너지 흐름 속으로 들어가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법이며 그 흐름 밖에서 무슨 노력을 해도 안 된다. 동기도 보상도 의지도 신념도 필요없다. 에너지의 격랑 한가운데 있어야 한다. 변화의 중심에 위치하면서 역사의 예민한 지점을 건드려야 한다. 결론을 내리자. 노력이나 동기나 보상이나 의지처럼 숫자를 더 늘릴 수 있는 것은 일단 가짜다. 노력은 더 노력하기가 있고, 동기는 더 강한 동기가 있고, 보상은 더 큰 보상이 있고, 의지는 더욱 굳센 의지가 있다. 진짜는 그런 식으로 숫자를 더하는 것이 없어야 한다. 순서와 방향과 주도권과 피아구분이 있을 뿐이다. 혁명의 에너지 흐름에 풍덩 뛰어들지 않으면 탈락이다. 탈락하면 끝이다. 주도권을 잡지 않고 눈치를 보며 남 하는 대로 따라 하면 망한다. 방향이 틀려도 망하고 순서가 틀려도 망한다. 더할 필요는 없고 정확히 맞추기다. 황제의 조카 곽거병은 병사를 사랑하지 않았고 오만했다. 황제의 조카니까 노력은 밥말아 먹었다.
그러나 방향이 맞았기 때문에 언제나 이겼다. 그의 전쟁은 연주자의 신들린 연주와 같은 것이었다. 그는 전쟁을 연주했다. 미친듯한 연주였다. 그는 언제나 자신을 극단적인 상황에 두었다. 퇴로를 끊고 이 길 아니면 다른 길이 없는 극단적 선택이다. 모든 싸움에 배수진을 친 것이다. 황제의 조카라서 겁이 없었다. 이기는 길 외에 다른 길이 없었기 때문에 부하들은 씨발씨발 하면서 계속 이겼다. 영웅들은 언제나 마이너스법을 쓴다. 다른 길을 배제하고 이기는 길 하나만 남겨두면 부하들은 한눈팔지 않고 씨발씨발 하면서 따라온다. 거기에는 철저한 노력도 없고, 확실한 보상도 없고, 분명한 동기도 없고, 결연한 의지도 없다. 단, 다른 모든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혼자 미친 듯이 뛰어가는 곽거병을 부리나케 따라갈밖에. 연주자는 곡의 흐름을 따라간다. 거기에 흥이 있기 때문이다. 병사들은 밥도 못 먹고 고초를 겪는데 곽거병은 혼자 신나서 미친 듯이 진격했다. 사슴을 쫓는 사냥꾼처럼 흉노를 추격하여 사막을 건너고 초원을 건넜다. 곽거병은 부하들을 궤도 위를 달리는 기차처럼 기세라는 궤도에 가두어버린 것이다. 가둬졌기 때문에 마이너스다. 가둬놓고 누르면 에너지는 한 방향으로 분출한다. 사막에 불과 몇천 명의 적은 군대를 끌고 와서 수천 킬로를 진군하는데 부하들은 뒤처지면 이러다 장군을 잃어먹겠다 싶어서 맹렬히 쫓아간 것이다. 다른 선택지는 전혀 없었다. 그곳은 사막이고 적진 한가운데니까. 사방에 십만 명의 흉노가 늑대처럼 노리고 있으니까. 그래서 이겼다. 이기는 방법은 간단하다. 이기는 길로 가는 것이다. 많은 군대 필요없고 많은 노력 필요없고 엄한 군기 필요없고 부하에 대한 사랑 필요없고 겸손도 필요없다. 혼자 신나서 진격이다. 곽거병이 적진 한가운데서 혼자 계속 갔기 때문에 부하들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계속 쫓아간 것이다. 나폴레옹도 알렉산더도 징기스칸도 한니발도 같은 수법을 썼다. 그곳은 적의 땅이고 대오에서 이탈하면 갈 곳이 없다.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한 거다. 유일하게 그것을 할 수 있으니까. 무엇을 하든 그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만만한 일을 해야 하며, 그것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풍덩 뛰어들어야 한다. 그다음은 에너지의 기세가 알아서 해결한다. 에너지의 방향은 수렴방향이어야 한다. 문재인이라도 마찬가지다.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빠뜨리면 한국인은 그것을 해낸다. 일본은 다르다. 일본의 혐한은 더해도 되고 덜해도 된다. 딱 이 정도까지 하라는 것이 없다. 이러면 망한다. 한국은 일본을 이기지 않으면 안 되지만 일본은 아무러나 상관이 없는 것이다. 그럴 때 망한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될 때 망한다. 우리가 일본을 이기지 않고 어떻게 하는 수가 없기 때문에 한국은 반드시 일본을 이기게 되어 있다. |
오타 중여한건 수순이다. -> 중요한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