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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390 vote 0 2003.03.01 (18:58:36)

모계니 부계니 하는 것은 결국 상속을 의미하겠다. 상속은 네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부자상속, 형제상속, 사위상속, 딸상속이다. 여기서 원시적인 형태가 형제상속이고 그 다음이 사위상속 발전된 형태가 딸상속, 가장 발달되고 안정된 최종적 형태가 부자상속이다.

왜 그런가 하면 동생이 형의 것을 물려받는다는 사실은 형과 아우를 동시에 지배하는 어머니 또는 아내의 상속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곧 남편의 것을 아내가 물려받은 것이 대외적으로는 형제상속으로 나타난다는 의미이다.

만약 남편이 아내의 권리를 부인한다면, 동생이 형의 자산을 상속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내의 권리인정은 곧 모계사회의 흔적이다.

만약 동생이 형의 것을 물려받으려 한다면 형은 당연히 동생을 죽일 것이다. 왜냐하면 동생이 형의 아들 곧 조카를 죽이고 재산을 빼앗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대문이다. 형은 자신의 자식을 살리기 위해서 당연히 동생을 제거해야 한다.

형이 동생을 제거하지 않았다는 것은 곧 남편(아버지)의 것이 아내(어머니)에게 상속되었다는 의미이다. 어머니에게 권리가 있기 때문에 형이 동생을 제거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형이 죽으면 동생들이 형의 아들 곧 조카를 죽이게 되는데, 이 상황을 막기 위하여 상당한 권리를 가진 어머니가 개입하여 중재한 것이 대외적으로는 형제상속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이때 어머니는 여러명의 형제들을 경쟁시키는 방법으로 자신의 지위를 보전한다. 만약 형이 동생을 제거하고 아들에게 상속하려고 시도한다면 신변이 위태로워진 어머니는 여러명의 동생을 단결시켜 형을 견제하게 하는 것이다.

그 다음이 사위상속인데 이는 데릴사위제의 흔적이다. 즉 자식은 누구에겐가 장가를 들어서 가문을 떠나버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상속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백제왕이 신라에 가 있는 마동왕자에게 상속하기는 불능이다. 물론 데릴사위제는 하나의 변수일 뿐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아들이나 딸이 아니라 사위에게 주는 것은 사위가 아들의 보호자이기 때문이다. 그 보호의 상대는 동생들이다. 동생들이 아들이나 딸을 죽일 수 있기 때문에 세력을 보유하고 있는 사위에게 아들의 신변보호를 부탁하는 것이다.

형제의 세력이 엇비슷한 상태에서 형이 죽으면 당연히 형의 아들보다 동생들의 세력이 강해진다. 이때 사위가 형의 아들 혹은 딸에게 가세하여 자녀들을 보호하고 동생들을 견제하는 것이다. 이때 형이 동생이 아닌 사위를 고집하는 이유는 자산의 소유권이 가문의 공유에서 개인의 독점으로 이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위도 역시 가문의 성원이라는 점에서 볼 때 아직 완전한 개인의 독점형태는 아니다. 그러나 여러 동생들을 매개로 한 어머니 혹은 아내의 권리는 결정적으로 줄어들었으며 이는 자산의 가문공유가 아니라는 의미이다. 즉 동생들의 권리가 사라진 것이다.

그 다음이 딸에게 상속하는 경우인데, 이것이 사위상속보다 더 발전된 형태인 이유는 경제적 재산에 대한 정치권력의 우위 또는 통합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권력은 남자에서 남자로 승계되고, 재산은 여자에서 여자로 승계되는게 보통인데 이 시기에 와서는 정치권력이 경제적권력보다 우위가 되면서 양자가 통합되고 있는 것이다.

사위가 상속할 수 있다는 것은 모계로 전해지는 핵심적인 권리인 경제력 곧 자산을 어머니에서 딸에게 승계되고 있으면서 정치권력은 다른 가문과 제휴가 되었다는 의미인데 딸에게 상속된다는 것은 이 제휴가 깨졌다는 뜻이다. 이 시기에 와서 정치권력의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에 정치권력의 분점은 결코 허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여왕이 등장한다는 것은 자산(영토)만 확실히 승계되면 권력은 공유해도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권력의 소유권까지 분명히 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사회가 발전해 있다는 의미이다. 즉 소유권이 가문의 공유에서 군주의 독점으로 나아간 것이다.

가문이 자산(영토)를 공유할 때는 정치권력을 타 가문과 제휴할 수 있으나 개인이 자산을 독점할 때는 정치권력의 제휴가 불가능하다. 가문의 공유단계에서 가문의 성원은 형제와 어머니 아내 등 여러명이고 사위는 한명이다. 한명인 데릴사위가 자산을 공유하고 있는 여러 형제들과 어머니를 제치고 권력을 휘두르기는 불가능이다.

그러나 가문의 공유에서 1인의 독점으로 발전한 단계에서는 타 가문과의 정치적 제휴는 곧 그 1인이 죽었을때 재산권이 사위의 가문으로 완전히 넘어감을 의미한다. 예컨대 박씨가문이 재산을 공유한 단계에서는 딸이 죽었을 때 김씨 데릴사위왕이 기세등등한 처남들을 무시하고 전횡할 수 없다.

그러나 자산을 1인이 독점하는 발달된 단계에 오면 데릴사위가 여러 박씨 처남들을 무시하고 권력을 오로지 할 수 있다. 이 경우 박씨가문에서 김씨가문으로 권력이 완전히 넘어가 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원래 권력을 가졌던 박씨가문은 멸문을 당하는 수가 있다. 그러므로 사위에게 상속할 수 없다. 이때문에 여왕이 등장한다.

가문이 자산을 공유한다는 말은 아내나 아우가 상당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유목민들이 보통 그러하다. 그러나 여왕이 등장하는 시기에 와서 동생과 아내의 권리는 결정적으로 줄어든다. 이는 아버지의 권리가 아버지의 사망시 어머니에게는 조금도 상속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아버지가 사망하면 어머니를 누군가가 보호해야 하는데 이때 보호자는 여러형제들이다. 원시단계에서 형과 동생의 권력이 엇비슷한 이유는 형과 동생들이 공동으로 어머니를 보호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어머니가 장자상속을 인정하여 형의 권리만 인정하고 동생들의 권리를 조금도 인정하지 않으면 형제간에 살육전이 벌어지고 그 상황에서는 자기 목숨까지 위태로워진다.

어머니가 남편 사후 자신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장자상속을 해서 안된다. 장자가 자산을 승계하는 순간 어머니는 사실상 고려장의 신세가 되는 것이다. 이때문에 어머니는 여러 동생들에게 일정한 권리를 제공하여 형제간의 상호견제를 유발하는 방법으로 장자상속을 막고 자신의 위상을 보전한다. 이 단계에서 자산은 가문이 상당부분 공유한다.

사회가 발달하면 남편의 권리가 아내에게 가지 않고 장자에게만 상속된다. 만약 아내에게 상속하면 여러 동생들이 각각 권리를 주장하고 나서기 때문이다. 형사취수제를 떠올리면 이는 당연하다. 아내에게 상속할 경우 동생이 조카를 죽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회가 발달될수록 아내의 보호자인 사위나 동생들은 결정적으로 권리가 소멸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여왕이 탄생한다. 신라 초기가 아닌 중기에 여왕이 등장하는 이유는 남편이 아내가 아닌 자식에게 상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내의 권리소멸은 곧 동생과 사위의 권리소멸로 나타난다. 신라사에서 여왕의 등장은 곧 형제상속과 사위상속이 완전히 없어졌음을 의미하고 이는 어머니의 권리가 소멸하였음을 의미하며 동시에 자산의 가문공유가 아닌 1인독점을 의미한다.

최종적으로 완전한 부자상속만 남는데 이는 권력의 완전한 1인독점을 의미한다. 또 재산권에 대해 정치권력의 절대적 우위를 의미한다. 이는 사회가 고도로 발달되었다는 의미이다.

삼국의 역사를 보면 처음에는 형제상속이나 사위상속 부자상속 등 다양한 상속의 형태가 공존한다. 아들의 세력이 강하면 당연히 아들에게 물려준다. 아들의 세력이 약하면 동생에게 물려주고 이는 어머니(아내)가 상속에 개입함을 의미한다.

아들이 없으면 사위에게 물려주는데 이는 형제상속의 시대가 완전히 끝났음을 의미한다. 어머니가 개입하기 어렵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남편이 아내를 보호할 필요가 없어졌음을 의미한다. 아내를 보호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사실은 그만큼 사회제도가 안정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위도 아닌 딸에게 물려줌은 자산의 승계를 가문이 아닌 1개인이 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어중간한 공유가 아닌 철저한 독점의 시대이다. 이는 사회가 고도로 발달하여 재산권 문제가 사회적인 분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즉 제 1의 문제로 대두되었음을 의미한다.

정리하면 부자상속은 애초부터 있었고 형제, 사위, 딸은 부자상속에 애로가 발생했을 경우에 나타나는 특수한 형태이다.

1단계) 형제상속 +부자상속 .. 사실상 남편에서 아내에게로 상속, 자산을 가문이 공유
2단계) 사위상속 +부자상속 .. 가문공유에서 1인 독점으로 이행중, 아내의 영향력 잔존
3단계) 딸 상속 +부자상속 .. 자산의 가문공유에서 1인 독점으로의 이행.
4단계) 부자상속 .. 권력의 완전한 1인독점

여기서의 큰 흐름은 권력과 자산을 가문이 승계하는가 1인이 독점하는가이다. 원시적인 단계에서는 가문이 자산을 공유하기 때문에 남편의 것을 일시적으로 아내가 승계하고 동생을 대외적인 대표자로 내세워서 형제상속이 이루어진다.

사회가 발달할수록 공유에서 독점으로 이행하므로 공유의 매개체인 아내 혹은 어머니의 권한은 감소한다. 이때 어머니의 보호자로서 데릴사위제의 형태로 사위가 개입한다. 사위는 대외적인 대표자일 뿐 자산은 실질적으로 가문에 공유되고 어머니 혹은 아내에 의해 집행된다.

사회가 발달하여 권력과 자산의 완전한 독점이 나타나면 가문의 성원 자격으로 참여하던 형제나 어머니나 아내나 사위는 완전히 배제되고 이 때문에 딸이 승계하여 여왕이 나타난다. 외가의 개입까지 차단하기 위해서 최종적으로는 부자상속 한가지 형태만 남게 된다.

신라사에서 모계냐 부계냐 하는 논쟁은 큰 의미가 없다. 문제는 가문의 공유나 1인의 독점이냐이다. 형제나 사위나 딸은 어머니 혹은 아내의 영향력 때문에 나타난 과도기적 단계이며 이는 가문의 공유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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