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독대 봉숭아꽃 붉게 피었다진다고
마당가 살구나무 그림자 쓸쓸하다고
뒤꼍에선 벌써 풀벌레소리 들린다고
오늘은 종일 비 오고 바람 불었다고
산안개 비구름 가까이 내려왔었다고
해거름엔 마을 밖까지 나가보았다고
별일 없었다고 이젠 견딜 만하다고
가끔씩 조금 보고 싶은 적 있었다고
궁금해하실까 봐 그냥 안부만 전해요
봉숭아 _ 정안
.
.
.
.
생글방글
생글방글
풀꽃과 사슴과 사자와 사람을 한군데 모아두면
어떤 일이 일어나겠느냐
정말 쉬운 질문이네요
사슴이 풀꽃을 뜯어먹고 사자가 사슴을 잡아먹고
사람이 사자와 사슴을 사냥해서 잡아먹겠죠
왜 그랬느냐
뭘요
제가 안 그랬어요
나한테 하는 말이다
태초에 존재했던 천국을 사람이 뭉갠 것이 아니라
너와같이 아름다운 사람들에 의해
천국은 나중에 만들어지는 것이다
왜 사느냐 하고 누가 물으면
그냥 웃지만 말고
천국을 건설하기 위해
제가 이 세상에 왔습니다 하고 큰소리로 말하거라
네가 나 대신
풀꽃과 사슴과 사자의 눈물을 닦아주겠느냐
네가 나 대신
풀꽃과 사슴과 사자의 꿈을 지켜주겠느냐
네가 응어리진 내 한을 풀어주겠느냐
네 그럴게요 제가 할게요
http://cfile206.uf.daum.net/attach/1955E5104A09EA6B1024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