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
비님이 오신다
쩍쩍 갈라진 논바닥 위로
푸석푸석한 황토밭 위로
정신 못차리는 인간의 정수리 위로
비가 내린다
황량한 영혼을 가진 인간의 몰골이 추하 듯
메마른 형상을 한 자연도 추하기는 마찬가지
어딘가 사막을 예찬하는 이들도 있고
사막에 머물러 평생 수도자의 삶을 사는 이들도 있고
아니 인생의 어느 한 켠에 반드시 존재하리라는 영혼의 사막이
모두에게 있겠지마는
그래도 우리에게는 비가 필요하다.
오늘 아침 비가 온다.
비님이 오신다
신이 오늘 큰 맘 먹고
지구에 세례를 주시겠다 작정하신 모양이다
저여 부슬부슬 내리는 비 말구요
송곳같이 억수로 쏟아지는 장대비를 좋아해요
좀 무섭긴 해도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