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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의 진화

엘리엇 애런슨|캐럴 태브리스 | 박웅희 옮김

추수밭 2007.12.17


 






*책을 읽고 제 생각을 창작해서 글로 썼어요. 댓글에 책에 대한 분석과 질문이 있습니다. 

 


마법의 풍경

 

나그네가 광야를 떠돈다.

나그네가 평생에 걸쳐 걸어왔고 또 걸어갈 이 곳에는 신기루처럼 나타났다 사라지지만 결코 거짓은 아닌 창틀이 하나 서 있고 그 창 너머에 마법의 풍경이 있다.

신기하게도 이 창틀은 마치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처럼 광야에 덩그러니, 무게조차 없는 듯, 원래 그렇게 있었던 것처럼 서 있다가 바람이 불어와 대지의 색이 바뀌어 갈 때쯤 어느덧 사라진다.

 

이 창틀을 마주한 나그네에게는 마법에 의한 풍경이 보인다.

사람들은 우연히라도 이 풍경을 보면 창틀 너머 보이는 아득한 풍경에 같혀버린 듯 머무른다.

 

그 풍경에는 나그네 자신이 있었다고 한다. 그곳의 자신은 어린시절의 그 이기도 하고 지금과 다를 바 없는 그 이기도 하고 때로는 완전히 다른 무언가일 때도 있다. 그러나 그 풍경을 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그 거절할 수 없는 이끌림에 의해서 그것이 마치 자신의 일부분과 같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마법의 창틀인 것이다.

 

때때로 마법의 풍경에서 너무 무서운 것을 본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 마법은 너무 강력해서일까, 나그네는 고통에 몸서리치면서도 창틀너머를 항상 응시하곤 했다. 마법의 창틀은 그래서 종종 저주라고 불리운다.

 

사람들은 이 풍경을 너무 사랑하거나 미워한 나머지 창틀 너머로 스스로 뛰어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신기루가 그렇듯 창틀에 뛰어든 사람들은 바보처럼 광야에 불어대는 바람을 맞으며 어리둥절했다. 창틀은 그냥 사라져버렸다.

 

이 마법과 저주를 벗어나고자 순례와 같은 여행을 떠난 사람도 있었으나 그 사람들 앞에는 잊혀질만 하면 마치 원래 그런 것처럼 먼 발치에 신기루와 같은 창틀이 나타났다. 결코 피할 수 없었다.

 

마법은 사람들의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한 소녀는 언제나 창틀 너머 멀리서 기품있고 우아한 자신을 보았다. 비록 그는 지금 그렇지 않았지만 멀리서 보이는 그 풍경에 매료된 소녀는 마치 오래전부터 연습이라도 한 것처럼 그런 사람이 되었다. 그에게 초라한 현실이나 주변의 무시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

 

비슷하지만 망한 경우도 있었다. 한 여자는 풍경 너머에서 다른 사람에게 부러움을 사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물론 이 여자가 본 모습 역시 충분히 우아했으나 그를 사로잡은 것은 부러움을 사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그는 그런 모습이 될 수 있게 지나친 허세를 부리게 되었고 몇몇 사람들이 그에게 저주에 의해 병이 생겼다고 말을 해도 이해하지 못했다.

 

세상일은 간단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풍경은 바뀌었다. 사람들 역시 자주 이랫다 저랫다 했다.

저주가 이어질 때도 있었다.

 

한 소년이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하는 날이었다.

소년은 많은 노력을 기울여 준비했지만 발표를 하는 그날 먼 발치에 보이는 창틀너머에 소년이 실수를 해서 창피를 당하는 모습이, 소년은 그만 그 풍경을 보고 말았다.

소년은 필사적으로 잘 해보려고 했지만 마법을 거스르지 못하고 그만 실수를 했다. 연거푸 실수가 이어지자 사람들이 투덜거리며 야유를 시작했고 소년은 그만 울고말았다. 그리고 그 시간이 바람을 타고 흘러들어가 창틀너머에 풍경이 되었다. 소년은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었지만 그 뒤로 다시 사람들 앞에 나서지 못하고 위축되고 말았다.

 

한 젊은이가 자신의 아버지의 방탕함에 실망한 나머지 나는 절대 크면 아버지처럼 살지 않으리라고 굳은 다짐을 했다. 그는 정말 열심히 노력했지만 가끔씩 그의 앞에 신기루와 함께 실망스러운 모습으로 아버지의 과오를 답습하는 자신이 떠올랐고 그는 어쩌다 한번 실수를 했을 뿐인데 그 실수를 풍경에 담고 말았다. 그리고 그는 다시 도전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서로 사랑을 했다가 싸우고 헤어지면서 어렴풋이 느낄 때가 있었다. 그들이 사랑했다고 믿은 것은 자기 앞에 있던 상대가 아니라 저 멀리 마법의 풍경에 아른거리던 짝을 맺은 자신의 모습이었다는걸. 이런 일이 계속 이어지자 사람들은 이제는 숫제, ‘사랑을 한다는 말을 마법의 풍경에 빠졌다로 바꾸어야 할 판이었다. 사랑의 기간은 신기루가 사라졌다 나타나는 주기만큼이라는 말이 떠돌았다.

 

이런 비극속에서 사람들은 한가지 꼼수를 고안했다. 그것은 언제 무엇으로 다가올지 모르는 마법의 풍경이 가진 불가항력을 경외한 나머지 생각해낸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거짓말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은 언제부터인가 자신이 본 것을 솔직히 말하지 않았다.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마법의 풍경이 원래부터 그래왔던 사실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고. 내가 그 풍경을 보았기 때문에 그렇게 될 줄 알았다고.

 

그것이 황홀한 풍경이건 저주받을 풍경이건 사람들은 저항하지 않고 그것이 진실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덜 힘들기 때문에. 사람들 중에는 이 풍경이 우리가 마땅히 받아들여야 할 운명이라고 말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그렇게 사랑과 진실과 운명이라는 말은 파괴되었다.

 

그러나 꼼수는 꼼수일 뿐이었다. 사람들의 인생은 점점 시궁창처럼 썩어들어갔다.

 

결국 창틀의 마법은 사람들의 눈을 멀게 만들었다. 두 눈을 멀쩡히 가졌음에도 사람들은 그것을 사용하지 못했다. 눈은 오로지 창틀너머 마법의, 저주의 풍경을 보는데 사용되었다.

 

 

한 나그네가 사랑을 했다.

그는 풍경을 그다지 의식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신기루와 창틀 너머 풍경이 나른하게 펼쳐질 때도 그는 그것을 아름답게 여기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의 눈은 광야에도 머무르고 있었다.

그는 궁금했다. 왜 창틀너머의 풍경과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은 달라보일까.

왜 사람들은 풍경에 한번 마음을 빼앗기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까.

호기심에 그는 여느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창틀에 뛰어들어 마법의 풍경 속으로 들어가 보려고도 했다.

그는 특이하게도 일부러 풍경너머 자신의 모습을 의도적으로 따라해 보기도 하고 반대로 해 보기도 했다. 그에게 풍경속의 자신의 모습은 비슷하지만 다른 친구라고 여겨졌다. 그는 풍경 속 자신의 모습에 매료된 사람이 아니라 퐁경 그 자체를 알아 본 최초의 사람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사랑에 빠졌다.

5년 동안 한 여자를 사랑하던 그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되었다.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이 아니라 그 여자의 풍경속의 나그네라는 사실이었다.

그는 이 얘기를 여자에게 조심스럽게 했지만 오히려 그때부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었다. 여자는 풍경의 모습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고 마법의 풍경은 저주를 부려 그때부터 풍경속의 나그네는 여자에게 불쾌하고 낯선 모습으로 떠올랐다. 여자는 그 풍경대로 그를 대했고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둘은 멀어져갔다.

 

나그네는 바람이 많이 부는 날 떠난 여자의 발자국 위에 눈물을 흘리고 바람 속으로 사라졌다.

 

그는 후에 마법의 풍경을 움직이는 주문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것은 풍경속에서 동화되지 않은 나그네의 분신과도 같은 친구가 가르쳐 주었다고도 하고 창틀을 타고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왔다고 하기도 한다.

 

마법의 풍경을 움직이는 주문을 외우면 신기루와 함께 창틀이 나타나는데 이 마법의 풍경이 사람들이 알던 것과는 다르다고 한다.

 

이 주문을 외우면 사람들이 갖고 있었던 바램이 풍경에 나타나고 풍경은 더 이상 사람을 괴롭히지 않고 그 사람이 바램을 이룰 수 있게 멀리서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 주문을 외우려면 세가지 조건이 있는데

하나는 마법의 풍경에 의해 눈을 가리우고 거짓말을 하는 노예 신세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

둘째는 풍경에 의지하지 않고 사물을 보는 눈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

셋째는 풍경에 휘둘리지 않는 바램을 하나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나그네는 그렇게 길을 떠난다. 어디서 만날지 모르는 그 사람과 만나는 그 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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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14 (07:22:45)

1. 생각의 요약

 

1) 사람은 인지부조화 이론으로 봤을 때 자신이 인식한 세계관 등의 미리 준비된 정보에 의해서 외부에서 추가로 입수되는 정보를 재구성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메커니즘을 본인 스스로는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스키마 이론과도 연관된다. 인간은 자신이 인지한 선 정보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외부 입수 정보를 조작, 변조하는 일도 한다. 이것이 거짓말의 기본단위다.

 

2) 이런 사고의 흐름은 이 세상의 유 무형의 정보를 객체화하여 실존하지 않는 '존재'로 가상화 하여 인식하는 '존재규정적 사고'로 나타나게 된다. 존재규정적 사고는 예를 들어 고정관념과 같은 것으로 ex)돈은 나쁘다(나쁜 존재다), 기준이는 성격이 착하다(착한 존재다)라는 식으로 어떤 대상을 고정화 하는 메커니즘이 있다. 인간이 이런 사고를 하는 이유는 이것이 영장류에서 인간으로 진화하는 당시, 보다 빠른 판단을 도와 사회화, 생존에 기여하는 기능을 했기 때문이다. 즉 의사결정능력을 높이는 기능을 했다.

 

3) 고정화 된 존재규정적인 사고는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데 이를테면 고정관념으로 인해 복잡한 현상을 구조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방해한다, 의도하지 않은 역설적인 결과가 이어진다, 문제해결 능력이 떨어진다 같은 것들이 있다. 그러나빠른 의사결정을 돕는다는 순기능 때문에 아직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미비하다.

그러나 이 사고방식의 상위영역에서 외부 정보를 재구성(재조립)하는 인간의 능력은 탁월한 것이며 이를 이용해 새로운 사고방식을 사용할 수 있다. 나는 '운영론'이라고 부르는 이론을 주장하면서 이 세상을 실존하지 않는 고정화 된 존재라고 인식하는게 아니라 언제나 변할 수 있으나 그 원리는 유지되는 운영가능한 객체이며, 그 운영의 원리를 이해해서 변화를 능동적으로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 질문

 

1) 고정관념은 나쁜가

답: 고정관념이 나쁘다, 혹은 좋다 라는 생각이 이미 고정화 존재규정에 속한다. 인과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고정관념은 필요에 의해서 사용되고 있다. 고정관념이 왜 성립되었고 그것이 작동하는 원리가 어떤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정관념은 빠른 판단을 도와준다는 점 때문에 때때로 좋을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변수에 무력하다는 점 때문에 때때로 나쁘다.

왜 그랬는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 생각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2) 거짓말은 나쁜가, 혹은 필요악인가.

답: 위의 답과 같다.

거짓말은 사람이 자기자신의 인식체계를 보호한다는 필요에 의해서 사용된다. 그러나 만약 사고체계가 바뀐다면 필요도 바뀔 수 있을 것이다.

 

3) 좋다, 나쁘다 하는 것이 어떻게 존재와 연결되나

답: 우리가 형용사로 표현하는 것들은 전부 어떤 존재규정에 의해서 파생된 것들이다.

좋다 from 좋은 것

나쁘다 from 나쁜 것

 

4) 사람들이 단순히 좋거나 나쁜 것으로 이 세상을 구분하는 건 아니지 않는가?

좋거나 나쁜 것은 하나의 예일 뿐이다. 중요한 핵심은 사람이 어떤 '존재'로 고정화된 규정을 자꾸 시도하려고 한다는데 있다.

사람들은 이미 잦은 낭패를 겪고 어떤 한가지 사물이나 현상을 '좋은 것'이나 '나쁜 것'으로 규정할 수 없다고 느끼고 있다. 그래서 대다수 사람들이 취하는 선택은 그런 규정하기 어려운 것들을 '알 수 없는 것'으로 다시 규정해서 의식의 창고에 밀어넣고 문을 닫아버리는 것이다. 판단하기 어려운 것들로 '판단'되면 생각을 의도적으로 안하려고 하는 것이다.

반대로 사람은 빠르게 규정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이 원리를 구조론처럼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가장 열심히 사용하고 있는 분야가 마케팅 분야다. 왜 제품 이미지 메이킹이 중요하겠는가? 연예인이 뚜렷한 캐릭터를 구축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사람들은 악한 캐릭터라도 뚜렷하다면 받아들인다. 그러나 선인인지 악인인지 개그맨인지 구분이 모호한 캐릭터를 볼 때는 집중하지 못한다.

 

추가예정. 댓글 질문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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