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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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9287 vote 0 2009.08.19 (00:45:17)

통곡합니다
'진리의 편에 서 있다는 확신을 준 사람'

큰 고통입니다. 예견된 이별이 더 아픈가 봅니다. 몸살이 나려고 합니다. 열 시간째 자판 위에 손가락만 올려놓고 글자 한 자를 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각하면 나는 참 많은 것을 님으로부터 얻었습니다.

내가 아무것도 모를 때 님은 내게 밤 하늘의 별처럼 신비한 존재였습니다. 세상사람들의 사나운 눈초리 속에 남 모르는 비밀 간직하듯이, 나는 님을 가슴 한 구석에 감추었고 산책길을 걸으며 혼자 싱글거렸습니다.

내 살던 그곳.. - 사람들은 알지못할 언어로 님을 저주했고, 나는 -세상 모두로부터 버림받은- 님편에 서서 홀로 님을 독점한듯이 즐거워 했습니다. 세상사람들이 님을 버렸으므로 나 역시 돌아앉아 그 세상을 버렸습니다.

님이 다시 사람들 속으로 돌아왔을 때 나 역시 사람들 속으로 돌아왔습니다. 흥사단 4층 강당에서의 강연부터 열번 쯤 따라다녔던 연설회. 그 와중에 백골단에 잡혀서 관악서에서 경찰서 유치장 경험까지.

87년 단일화.. 나는 일관되게 님의 결정을 지지했고 지금에와서 님이 옳았음이 밝혀진 것을 저의 큰 명예로 알고 있습니다. 나는 그 결정이 인간들 사이에서의 헤아림이 아니라 신 앞에서의 결정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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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가 가는 길은 결코 독재자 1인과의 싸움이 아닙니다.
군부세력만 물리치면 자동으로 민주주의가 되어주는 것은 아닙니다. 민주주의는 인간과 비인간의 투쟁입니다. 그 투쟁은 순전히 내 안에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내 안의 인간성과 숨은 야만성 간의 싸움입니다. 타인과의
협력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참된 용기와, 간단하게 약자를 희생시키는 방법으로 문제를 회피하려는 내안의 비겁과의 싸움입니다.

민주의 본질을 밝혀서 민주주의로 가는 길의 정통성있는 계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영삼들은 정통성 있는 민주의 길에 서 있지 않았습니다. 보편적인 인류 양심의 가는 길과 끈이 닿아있지 않았습니다. 

참된 민주의 길은 보편적인 인류 양심의 편에 서는 것입니다. 그것은 역사의 편에 서는 것, 진리의 편에 서는 것, 신의 편에 서는 것입니다. 세계가 함께 가는 길 안에서 우리의 좌표를 바로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정권만 잡으면 된다? 아닙니다. 직접선거만 하면 된다? 아닙니다. 인간의 존엄을 회복하지 못하면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남북관계, 동아시아관계, 세계와의 관계 안에서 풀어가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님을 지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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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특히 님의 언어를 좋아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이런 저런 사실을 두고 옳다 그르다 말들 하지만 대략 바보같은 짓. 노무현님 유서 한 줄을 보고 판단이 안 서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말이라는 것을 내뱉을 자격이 없듯이.

님의 연설 한 마디 듣고 판단이 안 선다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정치를 논할 자격이 없습니다. 세상에는 절대로 속일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인간과 비인간이 가려지는 지점이 있습니다. 그것을 포착하는 눈을 얻은 사람과 얻지 못한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저런 사실을 들어 잘잘못을 논하려 하지만 어리석은 일입니다. 민주로 가는 길은 혼자 가는 길이 아니며, 님의 과업은 어떤 것이든 대한민국이 가진 역량의 총합일 뿐, 개별 사안에 대한 판단과 결정 안에 옳고 그름이 있지 않습니다.

누가 대한민국이 가진 역량의 총합을 끌어내었는가가 중요할 뿐입니다. 이건 옳고 저건 그르다는 식의 말 필요없습니다. 다만 님 외에 사람이라곤 없었을 뿐입니다. 내가 애타게 사람을 찾을 때 님이 홀로 우뚝했습니다.

내가 고립되어 있지 않고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인류의 지성들과 끈이 닿아있다는 인식. 내가 보편적인 인류양심의 편, 진리의 편, 역사의 편, 신의 편에 서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 말입니다.

나는 님으로부터 참 많은 것을 얻었지만 나는 아직 내가 얻은 것을 어떻게 세상에 되돌려 주어야 할지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님은 한국의 21세기를 설계했고 그 설계는 신의 계획 안에 있는 것이었다고 나는 증언할 것입니다.

http://gujoron.com


프로필 이미지 [레벨:15]aprilsnow

2009.08.19 (00:55:22)

통곡합니다.... 통곡하고 싶습니다...
소리내어 울지 않고는 견딜수 없는 밤입니다.....
[레벨:0]군자불기

2009.08.19 (01:00:49)


허탈.. 흐르는 눈물... 그 이상의 말을 할 수 없군요. 김대중대통령이 안 계신 대한민국... 노무현대통령이 떠나가신 대한민국...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습니다. 정신이 멍할 뿐입니다.
[레벨:17]눈내리는 마을

2009.08.19 (05:32:54)

역사로 살아오셨습니다.

아름답게 '동행'하셨고, 유쾌하게 '높여'주셨습니다.

그래서, 함께, 이만큼 왔습니다.

당신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4]꼬치가리

2009.08.19 (09:00:41)

설치류들이 병실을 들락거릴 때 이미 각오는 했었지만,
막상 닥쳐온 님의 임종, 한꺼번에 밀려든 상실감을 감당하기란 참으로 아득합니다.

무거운 짐 내려 놓으시고 영면하십시오.

[레벨:6]폴라리스

2009.08.19 (09:20:31)

두분이 안계신 대한민국이란......... 참으로  황량합니다.  내몸의 반쪽이 무너졌다 하셨을때  이미 예견했습니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자유가 들꽃처럼 만발한........ 그 사람사는 세상을 꿈꾸셨던.....  참으로 아름다왔던  두분....... 이제 편히 쉬십시요
두분.jpg
첨부
[레벨:3]김권

2009.08.20 (02:54:54)

이 사진 영원히 간직하렵니다.
[레벨:6]목양

2009.08.19 (09:44:43)

인생 참으로 허망합니다

우리나라의 리더 두분을 이렇게 잃다니요

부디 영면하소서
[레벨:0]천상의소리

2009.08.19 (11:21:21)

종일 눈물이 앞을 가리고 마음이 아파서 일을할 수 가 없슴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2]id: ░담░담

2009.08.19 (11:26:03)

두 님 모두,
몸만 가시었소.
프로필 이미지 [레벨:10]id: 거시기거시기

2009.08.19 (18:53:32)

남북한 한민족이 함께
사람 사는 세상 만들어 가는 것.
두 분의 유언이라 생각하오.
[레벨:8]Rou

2009.08.20 (02:32:45)

두분 잘만나셔서 우리 민족을 위한 우리 건강한 후손들을 위하실 것이라고 믿어봅니다..
영면하소서~
[레벨:0]키아누

2009.08.22 (05:25:23)

나도 그 87년의 그 허무한 패배 앞에서 김대중을 잠시 미워했었습니다. 단일화. 단일화만 했었더라면, 그러면 이렇지는 않았을텐데...김영삼이 대통령이 되면 자신의 후계자한테 그자리를 물려줄 지언정 자신에게 그 차례가 돌아오지 않을까봐 결국 그를 못믿고 저런 선택을 했을거야...계산적인 사람.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그당시 김영삼과 김대중은 적어도 나에겐 동급이었고 그랬기에 김대중의 선택이 야속했습니다.

하지만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91년도...죽어도 용서할 수 없었던 노태우와 유신잔당 김종필과 같이 서있는 그를 보면서, 호랑이굴 어쩌구 하는 헛소리를 보면서, 어린나이에 배신감과 혼동속에 "저사람이 어떻게 저럴수가"라고 느끼면서도, 머릿속이 깨끗하게 정리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 저런 사람이었기에 김대중이 단일화 하지 않았구나. 김영삼과 김대중이 동급이라고 알고있었는데 아니구나. 김대중과 노태우를 일직선상에 놓으면 김영삼은 차라리 노태우쪽에 훨 가까운 사람이구나. 그는 노태우와 단일화 할수는 있을 지언정 김대중과는 단일화 할 사람이 아니구나. 

그리고 짤막한 뉴스 화면을 통해서 '그저 88년 청문회 스타'로만 알고 있었던 그리고 잊고 있었던 다른 한사람을 봅니다. 노무현. 그가 "반대토론을 해야 합니다"라고 외치는 그 화면을 뉴스에서 봅니다. 다들 이 말도 안되는 결정에 왜 아무소리도 못하고, 유신이며 5공이며 민주주의를 위해서 헌신했다던 사람들이 즐비한 저 자리에서 왜 아무말도 못하고 있는걸까? 이 말도 안되는 결정에 왜 아무도 일언반구 없는거야. 하던차에 그의 목소리는...'아 내가 말하고 싶은 걸 말해줄수 있는 사람이 그래도 한사람 저기 있구나.'라고 깊은 감동을 느꼈습니다. 그때부터 그는 그렇게 외길을 갔었어야만 했나봅니다. 그의 유언처럼...그건 그의 운명이었습니다.

3당합당. 5년후 또 다른 단일화. 그리고 탄핵. 이런 커다란 정치적 event를 통해서 아(我)와 피아가 구분된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에겐 행운입니다. 이력만 보면 그리고 평소의 말솜씨를 보면 어디 나무랄데가 없거든요. 어떤넘이 떨어져 나가야 할 넘인지 잘 구분이 안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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