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read 24070 vote 0 2008.08.20 (19:05:55)

류시앙의 고독

누구든지 영웅이라는 대본이 주어지면 그 배역을 연기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인간이 추구해야 할 인격이고 깨달음이고 도(道)이고 지성이다. 이는 필자가 노상 강조하는 바다.

그러나 류시앙에게 주어진 대본은 가혹한 것이었다. 류시앙은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영웅을 연기하도록 강요받았다. 이런 식이면 삶이 피폐해진다. 그래서는 진정한 챔피언이 될 수 없다.

어떤 경우에도 삶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진짜가 아니다. 그러므로 나는 말한다. 영웅의 삶 따위는 없다. 영웅밥도 없고 영웅떵도 없고 영웅방귀도 없다. 인간은 다 똑같다.

다른 것은 어떤 결단해야 할 순간에 결단할 수 있느냐 뿐이다. 결단할 수 있는 사람이 영웅이다. 그 결단에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영웅이다. 그리고 그 순간은 느닷없이 찾아온다.

상황을 당하여 과연 지금이 그 때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러므로 훈련되어 있어야 한다. 인격의 수련이 필요하고 깨달음이 필요하고 지성이 필요하다. 관심이 필요하고 주시가 필요하다. 긴장하고 깨어있어야 한다.

한국의 연예인들은 모범적인 생활편을 연기하도록 강요받는다. 소속사라는 이름의 전담팀이 떠서 세세하게 체크한다. 그들은 사생활에서 말썽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는 충고를 듣는다.

나는 그들이 박제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연예인이란 왜 존재하는 것일까? 예술가란 무엇하는 직업일까? 예술이란 인간에게 허용된 자유의 영역이, 그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탐색하고 오는 직업이다.

그러한 본업에 충실한 연예인은 위대하다. 그들의 연기는 예술이다. 그 임무를 행하지 않는 연예인은 장사치일 뿐이다. 엿같은 세상을 향하여 통쾌한 똥침 한 방을 찔러넣지 못하는 그들은 가짜다.

예술은 창조다. 상업은 복제다. 영혼의 울림을 토해내지 않은 몸짓은 예술이 아니다. 그 울림은 그가 누린 자유의 폭과 깊이에서 나온다. 타인의 시선 앞에 노출된 채로 자유로울 수 없다.

서태지도 말라버렸다. 김장훈도 모조품이다. 타인을 의식하는 모든 행동은 사기다. 그들은 신의 친구가 될 수 없다. 신의 메신저가 될 수 없다. 관리되는 자가 노예다. 영혼의 독립을 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www.drkimz.com.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12 미학의 문제는 접점의 문제 image 김동렬 2008-11-11 19378
111 송강호 최민식이 다 망쳐놨다 김동렬 2008-11-10 29105
110 때려죽일 한국 차들 image 김동렬 2008-11-10 24910
109 양식을 만들어야 살아남는다 김동렬 2008-11-07 21005
108 [초금] 최진실 그리고 인순이 김동렬 2008-11-04 20833
107 [18금] 조성민과 최진실 김동렬 2008-10-30 27478
106 제 자리 찾은 한국영화 김동렬 2008-10-22 20725
105 최진실 - 고독한 군중들 김동렬 2008-10-06 24959
104 왜 노무현인가? 김동렬 2008-10-05 18325
103 강의석과 최진실 김동렬 2008-10-02 26711
102 노무현의 호남발언 이해하기 김동렬 2008-09-25 21383
101 한겨레의 노무현 저격하기 김동렬 2008-09-23 19460
100 김기덕과 그의 세계 이해하기 김동렬 2008-09-22 18488
99 멍청아! 영화는 영화라니까 김동렬 2008-09-19 18576
98 낸시랭이 있는 풍경 김동렬 2008-09-11 23470
97 어청수는 잘못이 없다? 김동렬 2008-09-08 23340
96 이명박의 쇼생크 탈출 김동렬 2008-09-03 23103
95 청와대에 간첩이 있나? 김동렬 2008-08-29 22959
94 이명박 정권 불교 차별했나? 김동렬 2008-08-27 17438
» 류시앙의 고독 김동렬 2008-08-20 240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