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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2993 vote 0 2020.01.19 (19:51:22)

      
    안철수의 법칙

   
    고유한 자기 역량을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남탓만 가지고 정치를 할 수는 없다. 정치판 안에서 자라며 기성세력을 등에 업거나 아니면 트럼프처럼 외부에서 자기 경쟁력을 만들고 정치판에 뛰어들어야 한다. 트럼프는 공화당 주류와 다른 새로운 외교전략을 들고나왔지만 안철수는 기성정치를 비난하며 내부인을 험담하는 것이 전부다. 


    에너지는 언제나 밖에 온다. 내부 쥐어짜기는 제로섬 게임이다. 알맹이가 없다는 사실을 금방 들킨다. 안철수 소동의 유일한 근거는 안철수 같은 바람잡이에게 넘어가는 바보들이 대한민국에 꽤 많다는 점이다. 잠재적 안철수 지지자는 30퍼센트쯤 된다. 그러므로 안철수 시즌 2, 시즌 3은 계속 나온다. 잠재적 안철수들은 매우 많다.


    안철수의 딜렘마는 그런 바보들도 중간에서 눈치를 보다가 남들이 안풍에 넘어가면 자신은 안 넘어간다는 데 있다. 안철수의 주특기가 간보기다. 안철수 지지자들도 간보기의 달인이다. 그들 중에는 충성파가 없다. 충성파를 만드는 데는 최소 10년 이상 걸린다. 노무현이 청문회스타로 뜬 이후 대권에 도전하기까지 15년 정도 걸렸다. 


    1) 한국인의 30퍼센트는 안철수와 같은 새 인물을 지지할 의향이 있다.

    2) 안철수를 지지하는 이유는 자기가 세력을 선점하여 권력을 쥐려는 것이다.

    3) 그중 반은 먼저 안빠가 되고 나머지 반은 안빠들에 실망하여 등을 돌린다. 

    4) 기성세력의 뒤에 붙어서 꼬리가 되느니 새로운 세력의 머리가 되고 싶다. 

    5) 안빠가 되려는 순간 남들이 이미 안빠를 선점하고 있어서 포기한다.  


    무엇인가? 그들은 새정치를 외치지만 실제로는 선점정치를 하고 싶은 것이다. 소인배의 권력의지다. 결론적으로 안철수 세력의 최대 한계는 15퍼센트 득표다. 안풍은 여론조사상으로 순간최고 30퍼센트를 찍는 시점에 급속하게 붕괴한다. 나머지 15퍼센트 지지세력도 선거 끝나면 5 대 5로 분열하여 결국 7퍼센트 정도만 남게 된다. 


    정의당, 바른당, 평화당이 얻을 수 있는 기대치가 7퍼센트다. 용의 꼬리가 되느니 뱀의 머리가 되고 싶은 자들이다. 머리가 아닌 꼬리가 되겠다는 사람이 진짜다. 임정의 문지기가 되기를 소망한 백범 김구처럼. 평생을 뱀으로 사느니 하루를 용으로 사는 자가 진짜배기다. 충성파가 없고 희생하는 사람이 없으면 정치는 불성립이다.


    남을 위해 희생할 생각이 없는 약은 자들이 안철수를 지지한다. 약은 자들만 모여서 서로 속이다가 서로에게 실망하여 등을 돌린다. 안철수 본인보다 이당 저당 사이에서 간보는 약은 지지자들이 더 밥맛이다. 충성파가 없는 조직은 망한다. 세력이 아닌 인물에 충성한다는 자는 배신의 부담이 없기 때문에 거짓 충성을 하는 것이다. 


    인물에 실망했다고 선포하는 일만큼 쉬운 일은 없다. 그때 그 시절 노무현이 대통령 당선증을 받기도 전에 노무현에게 실망했다며 우르르 등 돌리지 않았던가? 인물타령 하는 자는 기본적으로 똥이다. 정치는 세력이 하는 것이며 인물은 그 세력의 본질을 효과적으로 홍보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축구는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듯이.



    민주당이 이기는 이유

    

    요즘 민주당이 강하다. 386세대의 활약 덕분이다. 이 세대는 특별하다. 그들은 공부를 하지 않았다. 대학만 나오면 전원 취업이 되었다. 공부 대신 데모를 했다. 그리고 주사파가 유행했다. 주사파의 본질이 무엇인가? 탈엘리트주의다. 물론 일부 세력은 그런 주사파와 대립각을 세우며 엘리트주의를 고집했다. NL과 PD의 대립이다.


    김어준과 진중권의 포지셔닝 차이도 뿌리를 찾자면 거기에 있다. 그때만 해도 모택동의 인기가 남아 있었다. 모택동은 대학생을 내몽골 사막으로 쫓았다. 한국 대학생들은 농활을 한다며 시골로 내려갔다. 자발적 하방으로 먹물을 빼야 했다. 달동네에 야학을 열고 공장에 취업했다. 책보다 노동현장에서 배울 것이 많다고 믿었다. 


    이들은 김근태, 이부영, 장기표 등 70년대 세대와 본질에서 다르다. 70년대 세대는 철저한 엘리트주의 집단이다. 대학진학의 문은 상위 5퍼센트에게만 열려 있었다. 상아탑이 아니라 우골탑이라고 했다. 소를 팔아야 대학진학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들은 대개 가부장제도의 장남이었다. 아래로는 동생들이 기본 다섯 명씩은 있었다.


    어떻게든 고시에 붙어서 동생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오르는 사람들이었다. 홍준표의 자서전을 참고할 수 있다. 나무위키에 대략 나오지만. 전쟁하듯이 공부했던 세대다. 이재오, 김문수, 홍준표, 김홍신, 제정구 등은 눈물 젖은 빵을 씹은 세대다. 어머니는 남의 집 식모살이하고 아버지는 머슴살이하는게 기본이었다. 


    그들 꼰대들의 특징은 절대 단결이 안 되는 점이다. 분열은 70년대 엘리트주의 세대의 특징이다. 허기진 배를 끌어안고 냉수를 마시며 이를 갈고 와신상담, 절치부심한 세대다. 심지어 이회창도 자서전에 점심시간에 수돗물로 배를 채웠다고 어디서 주워들은 소리를 써놨다. 나만 해도 통일벼지만 밥은 배터지게 먹고 자랐는데 말이다.   


    이문열이나 김훈이나 그 세대들 다들 눈에 핏발이 서 있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사회에 복수심이 있다. 상처입은 짐승이 정치를 잘할 리는 없다. 그 세대는 통째로 잊혀진 세대가 되고 말았다. 김영삼, 김대중은 더 이전 50년대 전쟁세대다. 이명박, 박근혜는 세력이 없이 옆에서 끼어든 틈입자다. 노무현 역시 대학교육을 못 받았다.


    문재인은 노무현을 계승했다. 세력의 관점에서 볼 때 그들은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80년대에 대학교육을 받은 특별한 사람들이 대거 등장했다. 그들은 이전세대와 달랐다. 베이비붐 세대라서 쪽수가 모든 연령대 중에서 제일 많다. 625 직후는 젊은이가 모두 죽어버려서 인간이 태어나지 못했다. 60년대에 회복된 것이다.


    주사파가 강조하는 품성이 무엇인가? 엘리트주의를 탈피하라는 거다. 먹물을 빼고 오라는 것이다. 절대 먹물을 빼지 않겠다고 버티는 진중권들도 있다. 공부는 절대로 하지 않고 데모는 절대로 하며 대중적 친화력을 강조한 세대다. 그땐 다들 그랬다. 주사파의 영향이 아니더라도 모택동의 영향이 아니더라도 사회 분위기가 그랬다.


    왜냐하면 그때는 전원이 대학 가고 전원이 취업하는 시대였기 때문이다. 공부를 한다며 심지어 스펙을 쌓는다며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후배들을 보고 복학한 80년대 학번들이 기절했음은 물론이다. 이회창, 황교안, 윤석열, 나경원들은 60 ~ 70년대 엘리트주의와 가부장주의 정서에 물든 사람이다. 어깨에 힘 들어간 꼰대다. 


    대한민국은 내가 지킨다는 망상장애를 가진 자들이다. 검찰처럼 나 아니면 안 된다는 독선에 빠진 자들이다. 그들은 대중혐오를 들켜서 망한다. 386 중에도 그런 사람 있다. 가부장 행동을 하면서 눈알을 부라리고 위세를 부리는 자들 있다. 세월이 흘러 그들 386도 이제는 50대가 되었다. 나이 50은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기준선이다.


    그러나 386은 다르다. 50대가 되었지만 젊은이와 어울리려고 한다. 그들은 한 집안의 가부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래로 먹여 살려야 할 동생이 너댓씩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만화 '검정 고무신'에 묘사된 기영이네 가족과 다르다. 알아야 할 점은 기영이가 사실은 중산층이라는 거.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 아이처럼 묘사되고 있는데. 


    사실은 중산층 중에도 좀 사는 집이다. 60년대가 배경인데 집에 TV도 있고 재봉틀도 있다. 70년대 중반에도 우리마을의 100여 호 중에 TV가 있는 집은 두 집밖에 없었다. 주말이면 5원을 내고 타잔을 보러 가야 했다. 보릿고개는 60년대까지 있었다. 60년대에 무슨 기적이 일어났나? 이병철이 한국비료공업을 가동한게 67년이다. 


    단번에 식량을 4배 증산한다. 625로 북한의 흥남비료공장에서 나오는 비료가 끊긴게 보릿고개의 이유다. 비료가 나오고 세상이 바뀌었다. 가부장제도의 질곡에서 막 해방된 386 세대는 팀을 위해 희생한다. 삶이 곧 생존투쟁인 이전 세대와 다르다. 스펙경쟁에 내몰린 요즘 세대와도 다르다. 전두환, 노태우가 무너지는 것을 보았다.


    그 영광의 각인이 쉽게 사라질 리가 없다. 요즘 민주당이 잘 가는 이유는 김한길, 박지원 등 이전 세대와 다르게 분열하지 않고 때로 희생하며 중심을 잡아주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렇게 배웠다. 그들이 중심을 잡아주는 한 10년 정도는 걱정이 없다. 대학에 가서 맨 먼저 막걸리부터 배웠다. 풍물과 탈춤을 배우며 흥겨워하던 세대였다.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하며, 유탄유석에 무탄무석 하며, 전두환 노태우를 끌어내리며 하루종일 최루탄 가스를 맡아가며 어깨동무하고 교정을 내달리며 그들은 정치수업을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모두 정치를 전공했다. 그때 그들을 부러워하던 사람들이 우리도 뭐 좀 해보자 하며 태극기 들고 광화문 앞을 서성대는 것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20.01.20 (05:01:08)

"정치는 세력이 하는 것이며 인물은 그 세력의 본질을 효과적으로 홍보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http://gujoron.com/xe/1159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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