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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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8512 vote 0 2019.05.10 (15:25:58)

    인간은 왜 종교에 빠지는가?


    https://entertain.v.daum.net/v/20190510101800751?f=p


    구조와 시스템을 보지 못하고 '이게 다 누구 때문이다.' 하는 식의 남탓하기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치기 어린 것이다. 적어도 나이가 열 살을 넘겼으면 다른 것이 보여야 한다. 종교의 존재가 인간의 무지나 나약함 때문이라고 믿는다면 초딩이다. 오마이뉴스 기자의 시선은 전형적으로 비뚤어진 계몽주의 시선이다.


    세상을 너무 만만하게 본다면 곤란하다. 메커니즘의 이면을 꿰뚫어 보는 시선을 얻지 않으면 안 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의 사회적 본성에는 가족적 본성과 종교적 본성이 있고 국가주의적 본성도 있다. 인간이 국가나 가족이나 종교에 속하려 하는 행동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국가에 속아서 국민된 게 아니다.


    부모에게 속아서 식구가 된 것이 아니다. 왜 종교에 빠지는가? 하고 물으려면 동시에 왜 국가에 빠지나? 왜 가족에 빠지나? 왜 회사에 가는가? 하고 물어야 한다. 왜 국가에 세금을 바치고 가족을 챙기고 회사에 출근을 하지? 무지와 나약함 때문인가? 유승준과 이재용을 본받아서 용감하게 탈세하고 국적을 버려야 하나?


    현명한 노숙자들처럼 세금을 내지 않고, 가족은 돌보지 않고, 회사에는 사표를 내야 하는가? 이런 바보 같은 생각은 곤란하다. 인간이 종교에 빠지는 이유는 그 안에 권력이 있기 때문이다. 가족이나 국가나 회사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상호작용의 시스템 안에 있어야 한다. 권력에 의해 시스템은 팽팽하게 조여져야 한다.


    물론 결혼하지 않고, 회사도 다니지 않고, 교회에도 가지 않고, 국적도 팽개친 사람도 더러 있지만 오마이뉴스 기자는 그렇지 않은 게 모순이다. 자신은 국가와 가족과 회사에 의지하면서 종교만 탓한다면 정당하지 않다. 인간이 안정감을 느끼려면 좁은 공간에 끼어 앉아서 땀냄새를 맡아야 한다. 호르몬 차원의 일이다.


    종교행사를 빌미로 좁은 공간에 끼어 앉아 옆사람의 방귀를 먹는 게 목적이다. 그 안에 권력이 작동하고 있어야 한다. 팽팽하게 조여져야 한다. 그러므로 목사들은 걸핏하면 빨갱이타령을 하며 신도를 겁주는 것이다. 집단의 분위기가 느슨해지면 신도들이 교회에 나오지 않고 십일조를 내지도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노래방에 가거나, 극장에 가거나, 클럽에 가거나, 축구경기장에 가거나, 카지노에 가거나, 굿을 하거나, 교회에 가거나, 촛불시위에 가거나 본질은 같다. 카지노나 경마장에 가는 것보다는 교회에 가는 게 차라리 낫다. 인간의 이러한 사회적 본성을 악용하여 사기를 치는 개독과 땡중과 무당이 번성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인간이 악의에 의해 혹은 어떤 흉악한 목적이나 계획에 의해 나쁜 짓을 한다고 믿는 음모론적 시각이라면 유치한 거다. 개독목사가 노상 극우발언을 하는 이유는 그래야 신도가 교회에 오기 때문이다. 그래야 돈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적절한 대체재가 없으면 인간은 교회를 가거나 어딘가를 찾아가게 된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종교를 대체할 것은 철학뿐이며 인류의 위기는 근본 철학의 빈곤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예수나 석가나 공자는 스스로 폼을 잡는데 철학자들은 성찰한다면서 디오게네스의 거지 짓을 하고 있으니 망하는 거다. 일본왕이나 박근혜가 광신도들에게 주는 게 무엇인지 철학자들이 고민해야 한다.


    인간은 족장을 필요로 한다. 부족민은 결속을 필요로 한다. 현대사회에서 엘리트들은 쉽게 문제를 해결한다. 이성으로 본능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계몽에 의해 엘리트의 행동을 따라하기는 불능이다. 문화로 풀어야 한다. 극장과 경기장과 클럽과 SNS와 전시회가 교회를 대체해야 한다. 약하다.


    아이돌과 스타 정치인과 유명인과 스포츠맨이 부족민 사회의 족장을 대리하고 있지만 족장의 카리스마가 없다. 믿는다는 것은 의사결정을 위임하는 것이며 집단의 중심으로 쳐들어가서 심리적으로 단단히 결속한다는 것이다. 방법은 두 가지다. 이성으로 본성을 극복하는 것이 첫째이고 공동체를 만드는 게 두 번째다.


    20세기의 공동체 실험은 죄다 실패했다. 히피나 라즈니쉬 그룹의 타락을 겪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카리스마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왜 카리스마가 부족할까? 인간이 카리스마에 의지한다는 본질을 정면으로 직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쓸데없는 교리논쟁으로 빠지면 안 된다. 교리에 낚여서 종교를 믿는 바보들은 없다.


    교리는 선교활동 과정에 권력자의 위세를 누리는 데 이용된다. 중요한 것은 권력적 동기다. 교회가 동성애자를 핍박하는 이유는 권세가 그 안에 있기 때문이다. 남을 해칠 때 인간은 긴장한다. 그 긴장감은 중독성이 있다. 그래서 종교는 남을 해친다. 그런 비뚤어진 권력추구의 심리를 제압하는 것은 족장의 카리스마다.


    카리스마는 곧 매력이다. 지성도 매력이 되고 미모도 매력이 되고 재능도 매력이 된다. 인간의 매력을 긍정하는 시선을 얻어야 한다. 인간은 에너지의 동물이다.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교회에 모여 있다. 그 에너지를 인간은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려고 한다.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에게서 인간은 그 에너지를 본다.


    골방의 창백한 지식인 행세라면 좋지 않다. 성찰과 비판만 늘어놓는 구시대의 지식인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식인은 스스로 카리스마를 획득해야 하며 인간의 매력을 긍정해야 한다. 스포츠 스타든 연예인이든 예술가든 정치인이든 작가든 그들에게는 카리스마가 있으며 또 그것이 있어야 한다. 궁시렁댈 때는 지났다.


    라즈니쉬가 괴상한 외계인 복장을 선호하는 이유는 카리스마를 연출하려고 그런 것이다. 박근혜가 옷깃을 세우거나 나경원이 얼굴에 공을 들이는 것도 같다. 그것은 거짓 연출된 카리스마다. 바보들에게는 그런 것도 먹힌다. 나는 정의를 외치는 도덕가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은 남탓하기 좋아한다는 면에서 찌질하다.


    인간에게는 매력이 있어야 한다. 매력의 추구는 이맛살을 찌푸리고 남을 질투하는 도덕가의 입장과 충돌하기 마련이다. 만약 인간에게 시기심이 없다면 이명박과 같은 나쁜 사람이 다 장악한다. 질투하는 인간이 바른 인간이다. 매력은 질투를 불러일으킨다. 그럴 때 사회의 공기는 팽팽해진다. 완전성은 그 안에 있다.


    세상을 통제가능성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인간은 권력을 추구하고 권력은 카리스마로 나타난다. 신도들은 교주나 성직자의 카리스마에서 일용할 에너지를 얻는다. 현대사회에서는 누구나 매력을 발휘하여 카리스마를 얻을 수 있다. 카리스마를 긍정함과 동시에 그 카리스마를 견제하는 질투심도 긍정해야 한다. 


    매력과 질투의 상호작용 구조 안에서 사회는 현악기의 줄처럼 팽팽해진다. 아이돌의 인기와 그에 대한 질투는 균형을 가지고 밀당해야 한다. 10대들이 뭘 몰라서 아이돌을 추종한다고 믿는다면 온당치 않다. 일용할 심리적 에너지를 다른 어디에서 조달하라는 말인가? 심리적 에너지가 밥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레벨:30]스마일

2019.05.10 (17:28:25)

YG쪽 그룹들이 세계적으로 뜨는 이유는

귀엽고 예쁨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노래나 춤, 안무, 뮤직비디오에 카리스마가 있기 때문이다.

힘이 있다.


정치인이 서민적이라고 하면서 착한 사람코스프레는

지지자를 맥이 빠지게 한다.

서민의 눈물을 닦아주면서도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5.11 (02:38:07)

"카리스마를 긍정함과 동시에 그 카리스마를 견제하는 질투심도 긍정해야 한다. ~ 심리적 에너지가 밥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http://gujoron.com/xe/1087965

[레벨:1]한국인5

2019.05.13 (09:28:56)

양들에게는 목자가 필요하고
범들은 대체로 혼자 다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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