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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4405 vote 0 2019.04.18 (14:22:13)

    로타의 작업에 대해


    https://news.v.daum.net/v/20190418074920850


    로타의 범행에 대한 글은 아니다. 예술가들이 프로답지 않게 매뉴얼도 없이 주먹구구로 일을 진행하면 당연히 뒤탈이 나는 것이며 무명시절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 일들이 유명세를 얻으면 문제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예술가들이 자정노력을 기울여 잘못된 시스템을 뜯어고치면 된다. 세밀하게 규정하고 낱낱이 사전동의를 받아야 한다. 프로다워야 한다.


    논하고자 하는 바는 지식인의 글쓰기에 대한 것이다. 자기소개라면 곤란하다. 개인의 느낌을 근거로 주장하면 넌센스다. 로타의 작업이 보기에 민망하다거나 역겹다거나 불쾌하다거나 하는 건 개인의 주관적 감상에 불과한 것이며 지식인이라면 객관적으로 말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물론 개인의 감상을 양념으로 곁들일 수도 있지만 그게 근거는 아니다.


    주류와 비주류. 하이컬쳐와 서브컬쳐. 메인스트림과 언더그라운드. 기획사와 인디음악의 대결은 영원한 것이다. 어디를 가나 히피가 있고 괴짜가 있고 양아치도 있다. 오갸루나 펑크족도 있다. 처음에는 갈등하지만 서서히 관행이 자리잡고 서열이 매겨지고 판이 안정된다. 다만 한국은 바닥이 좁아서 증폭된다. 쏠림현상이 심해져서 멀미를 일으킨다.


    일본이라면 오갸루들이 괴상한 복장으로 지하철 계단에 쭉 앉아있어도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가는 거다. 야꾸자들이 대낮에 총질을 해도 그런가 보다 하는 거다. 한국은? 조폭은 당연히 소탕된다. 일본처럼 야꾸자가 대로에 사무실을 내고 활보하는데 경찰이 경호 서는 일은 절대 없다. 일본은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엉망인데 범죄율은 오히려 낮다.


    균형감각과 방향감각으로 판단할 일이다. 로타현상은 일본인들이 만든 가와이 문화의 수입품으로 볼 수 있는데 원조교제가 성행하는 일본인의 관점으로 보면, 혹은 섹스를 찬양하는 마광수의 관점으로 보면 다른 평가가 나온다. 이건 옳고 그름의 판단이 아니다. 마광수가 틀렸다거나 일본문화가 틀렸다거나 할 수는 없다. 다수가 찬성하면 가는 거다.


    정답은 맞대응을 하는 것이며 대응해서 이기는 것이다. 어떻든 개인의 주관적 감정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예전에 크레용팝이라는 일베돌이 7살 꼬맹이 흉내로 뜬 적이 있었다. 다 큰 어른이 초딩 책가방을 매고 귀요미 행동을 하는데 ‘아빠 어디가’에 나오는 유치원생 흉내를 내는 것이다. 하긴 서태지와 아이들도 책가방 메고 어린애짓을 해서 떴다.


    문화의 주 소비자가 10대이므로 10대 청소년에게 어필하려는 것이다. 그걸 무작정 비난할 수는 없다. 10대 소비자들의 주체적인 권력의지를 인정해야 한다. 반대로 오갸루처럼 억지 선탠을 해서 노숙하고 강인한 티를 내는 문화도 있다. 오갸루 화장을 도입한 이효리가 그렇다. 이효리를 비난할 수 없는 것이다. 미국 히피문화나 영국 펑크문화도 그렇다.


    어디를 가나 일정하게 먹히는 퇴행적 뒷골목 문화가 있다. 그중에 일부는 양지로 기어 나와 공중파에 진입하여 대박을 내기도 한다. 나라가 땅덩이가 크다면 지들끼리 구석에 숨어서 이상한 짓을 할 텐데 한국은 바닥이 좁다 보니 온 국민이 한 덩어리로 엉켜서 피 터지게 논쟁하는 일이 다반사다. 몽골을 다녀온 사람에 의하면 한국보다 더하다고 한다.


    몽골 인구가 얼만데 수십만 개의 리플이 달리며 열띤 논쟁을 하고 있더라고. 하여간 일본이라면 이슈가 되지 않을 현상이라고 본다. 중고딩의 욕설문화나 변두리 양아치문화도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 옳고 그름을 떠나 그들의 선택이다. 그런데 그게 공중파에 나와서 주류 노릇 한다면 평론가들은 뭣하지? 평론가와 칼럼니스트가 방향성을 정해줘야 한다.


    마광수처럼 엉뚱한 방향을 가리켜도 문제고 그런 서브컬쳐를 전면부정 하는 권위주의도 문제고 긴밀한 상호작용 속에서 균형감각과 방향감각을 가지고 정답을 찾아가는 것이며 괴짜나 이상한 사람들의 똘끼를 너무 부정적으로 보면 곤란하고 그런 사람이 때로는 단조로운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하는 것이며 평론가들이 중심을 잡아주면 되는 거다.


    웃어넘겨야지 거품 물고 혈압 올리면 자기만 손해다. 대인배라면 말이다. 무조건 싸우려고 하지 말고 상호작용의 증대 방향으로 기동하는 게 현명하다. 뒷골목 문화가 잘하면 대박을 내기도 하니까. 21세기라는 시대정신을 의식하고 70억 인류의 리더라는 관점을 가질 때 바른 해답이 얻어진다. 결론은 상황에 맞대응하여 이기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이다.


    개인의 주관적인 느낌을 근거로 주장하면 지는 거다. 역사와 진보의 방향성을 주장의 근거로 세워야 지식인 느낌이 와주는 거다. 왜? 기승전결의 기에 서므로 이기는 것이다. 이긴다는 것은 기에 서서 승전결을 따라오게 만드는 것이다. 먼저 와서 불을 지르는 자가 이기고 뒤에 와서 수습하는 자는 진 거다. 문화라는 것은 어떻게든 소동을 일으켜야 이긴다.


    진보의 방향성으로 보면 로타에 국한되지 않고 다른 많은 논의들이 연동된다. 외설이냐 예술이냐 하는 표현한계나 주류문화와 언더그라운드의 대립각이나 이런 부분들이 연동되어 결정되는 것이다. 평론가의 임무는 그런 부분을 짚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개인의 권력이 보다 커지는 시대다. 그러므로 사회는 더 야해질 거라는 마광수의 판단은 틀렸다.


    사유재산이 늘어나면 돈을 펑펑 쓰는 게 아니라 담장을 둘러치고 금고를 지킨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인디언의 포틀라치 축제와 같다. 추장의 재산이 증가하면 부족민을 모아놓고 불을 지른다. 재산이 많으니까 좀 태워도 된다. 확 태우자. 과연 그럴까? 아니다. 재산이 늘자 불태우기는커녕 모두 열심히 자기 재산을 지키는 것이었다. 어? 왜들 이러지? 


    마광수의 착각은 인디언 부족장이 늘어난 재산을 불태워 없애듯이 개인주의 시대에 늘어난 개인의 자유를 마음껏 향유할 거라는 믿음이다. 반대다. 개인의 권력이 증대되자 각자 담장을 둘러치고 권력을 지키기 시작했다. 방어행동을 시작했다. 더 예민해지고 더 신경질적으로 되었다. 그렇다. 가난할 때는 콩 한 쪽도 나눠 먹었는데 돈 벌면 예민해진다.


    21세기에 개인의 권력이 커졌으므로 더 엄격주의로 금욕주의로 가는 흐름이 생겨났다. 카톨릭의 권위주의가 꺾어지고 부르주아 문화가 전면에 등장하자 갑자기 금주법을 제정하는가 하면 순결을 강조하는 금욕주의가 대세가 된 것이다. 모르몬교나 미국의 복음주의 기독교계가 그렇다. 사유재산이 증가하자 술을 끊고 각자 재산을 지키려는 흐름이다. 


    스마트 시대다. 권력자의 총 숫자가 증가한다. 의사결정권자의 절대 숫자가 증가한다. 만인이 모두 지도자가 되려고 하면 예의와 매너와 에티켓과 교양이 발달한다. 우리는 국민들이 잘 먹고 잘살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천만에. 이밥에 고깃국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인간은 행복을 원하는 게 아니라 권력을 원하는 동물이다. 권력과 권력이 충돌한다. 


    예민해진다. 책상 중간에 금 넘어오면 칼로 확 그어버린다. 세상이 그렇다. 부가 증가하고 여가도 증가하고 문화도 발달한다. 모두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너그럽게 이웃을 받아들이기는 개뿔 이를 악용하는 어둠의 무리가 등장한다. 처음에는 착한 엘리트가 히피짓을 했다. 사람 사는 세상이 열렸다. 그때가 좋았다. 3년도 가지 않아 파탄 나고 마는 거다.


    일베충이 숨어들고 정신병자가 난입하고 연쇄살인범이 히피무리에 끼어든다. 몽상을 버려야 한다. 현실은 언제나 환멸이다. 좋은 사람이 좋은 곳에 모여 3년쯤 즐겁게 지내면 성공이다. 반드시 판은 깨지고 마이너스는 자행된다. 예전에는 좋았는데 왜 지금은 안 되지? 예전에 좋았으므로 지금은 안 되는 거다. 시골 인심이 좋다. 도시사람들이 나물 캔다.


    나물만 캐가면 되는데 똥 싸놓고 간다. 도시사람은 한탄한다. 시골인심이 왜 이렇게 변했지? 당연하다. 좋은 사람은 시골을 떠나 도시로 옮겼고 거기에 어떤 사람이 남았겠는가? 인생의 희비극이다. 시골 흙담에 사과 하나를 따 가면 50만 원 변상시킴. 하고 써 붙는다. 우리는 그런 세상을 살고 있다. 모든 것은 나빠진다. 뭉개지 말고 잽싸게 튀어야 한다. 


    이기려면 새로운 장소로 옮겨가서 새로운 판을 벌여야 한다. 새 판에는 똑똑한 사람만 온다. 엘리트만 온다. 그래서 좋더라. 잠시 우리들의 이상향이 펼쳐진다. 사람 사는 세상이 펼쳐진다. 거기서 인간다움을 느낀다. 오래가지 않는다. 일베충 오고 투기꾼 오고 양아치 온다. 소문 듣고 온다. 떼로 몰려온다. 적당히 하면 되는데 반드시 오버짓 하고 말더라. 


    - 가난할 때는 평등했는데 부를 얻자 예민해졌다.

    - 권력이 없을 때는 여유로웠는데 개인이 권력을 얻자 예민해졌다.


    소득이 증가하면 마음의 여유도 증대되어 사회가 점점 야해질 거라는 믿음은 마광수의 착각이며 동시에 인간은 예민해졌고 이는 당연한 것이며 그러한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여유로워지는 부분도 있지만 룰이 만들어지고 난 다음의 일이다. 강남의 부자들은 이웃과 시기하지 않고 여유롭게 산다. 선거 때는 예민해져서 자한당만 찍는다. 


    부자들만 모이면 여유로워지는데 임대주택 때문에 신경질을 부린다. 마찬가지로 엘리트들끼리만 모이면 긴장을 풀고 야해지는데 일베충이 숨어들기 때문에 답이 없다. 배운 사람끼리만 모이면 긴장을 풀 수 있다. 말썽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변희재가 따라붙는다. 새로운 곳으로 옮겨가야 한다. 끝없이 계속되는 패턴이다. 역사의 도전과 응전이다.


[레벨:15]오세

2019.04.18 (19:01:54)

역사의 근본적인 동력은 엘리트외 비엘리트의 갈등이라는 동렬님 이전 글이 떠오르네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4.19 (04:09:22)

"새로운 곳으로 옮겨가야 한다. 끝없이 계속되는 패턴이다. 역사의 도전과 응전이다."

http://gujoron.com/xe/1081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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