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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7274 vote 0 2023.01.19 (15: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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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 가장 쉬웠어요.


박요철

7시간  · 

<자청의 '역행자'를 읽고...>.. 이걸 읽는 사람이 있다니 참


이 책은 (적어도 내게는) 무가치하다. 그런데 왜 아무도 그 사실을 그대로 말하지 않는가. 유튜브와 페이스북 같은 SNS엔 이 사람의 말을 신앙처럼 떠받드는 인터뷰와 허언장담이 시골길에 돌 채이듯 퍼져만 간다. 그런데 아무도 아닌 걸 아니라고 말하지 않는다. 과정은 생략한 채 돈만 많이 벌면 진리가 되고 정의가 되고 해답이 되는가. 우연한, 뜻하지 않은 성공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자신이 인생의 공략집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의아하다. 나는 적어도 인생이 수학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 하나의 답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돈을 버는 일은 무척이나 어렵다. 모두를 부자되게 하는 단 하나의 정답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아무도 이런 말을 하지 않는가.


"나는 세상에는 분명히 공략집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그저 순서대로만 움직이면 된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점은, 이 책을 통해 ‘수천억 자산가가 되는 법’은 알려줄 수 없겠지만 자유를 얻는 법에 대한 힌트를 전달할 자신이 있다."


"대화법 책 덕분에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질 즈음, 나는 게임에도 공략집이 있듯이 인생에도 공략집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게임의 공략집은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지만, 인생의 공략집은 바로 책이라고 생각했다."


"당신은 인생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인생을 일종의 게임으로 본다. 이 책이 역행자의 인생 공략집이라는 콘셉트를 갖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 마디로 헛소리다. 인생을 게임에 비유하는 당신은 틀렸다. 우리는 똑같은 조건과 환경에서 자라고 태어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빈부의 문제도, 부의 양극화도, 경제적 불평등도, 부조리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악물고 살아간다. 나는 삼성의 이재용 회장이 불세출의 천재이자 난세의 영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능하고 무익한 사람이라 생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가 삼성의 회장이 아니었다면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받아들일 뿐이다. 그것이 운명이든 운이든 그는 재벌가 회장의 아들이다. 그가 아주 특별한 인생의 공략집을 습득하고 숙지해 부자가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나도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 2시간씩 책을 읽고 글을 쓰자고 마음먹었다. 나중에 ‘22전략’이라고 이름 붙인 습관이 만들어진 순간이다. 아무리 바빠도,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 2시간 책 읽기와 글쓰기는 빠뜨리지 않으려 했다."


"내가 스물한 살에 파격적 성장을 이룬 것도 그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원래의 지식이 100 정도였다고 하자. 그리고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읽으면 딱 1퍼센트의 지식 증가가 이루어진다고 하자. 그렇게 1년에 12권씩 읽었다고 가정하면 10년 뒤 지식의 양은 얼마가 될까? 놀랍게도 330, 즉 3.3배가 된다. 겨우 한 달에 한 권 읽었을 뿐인데도!"


"이 덕분에 『유튜브 알고리즘 탭댄스』라는 PDF 책을 쓸 수 있었다. 이 PDF 책은 다시 월 1500만 원씩 자동 수익을 가져다주었다. 또한 구독자 10만 이상 유튜버를 20여 명 배출하며, 유튜버의 성공 공식을 알아냈다. 이 경험들을 토대로 3년간 구독자 9000명 수준으로 정체되었던 유튜버를 2개월 만에 구독자 50만 명으로 만드는 경험도 할 수 있었다."


"블로그 마케팅에 대한 공부법은 별것 없다. 관련 책을 10권 읽어라. 나도 10권 읽으면서 그 책들이 공통으로 강조하는 것을 모두 흡수했다. 황당하게도 그게 끝이다."


그는 또 이렇게 말한다. 하루에 2시간씩 책을 읽는 것으로 부자가 되었다고 말한다. 어불성설이다. 나는 20대에 1년에 수백 권의 책을 읽었다. 회사에 들어가 글을 쓸 때는 1주일에 백 권씩의 책을 읽기도 했다. 자의든 타의든 나는 끊임없이 책을 읽었다. 그러나 그 자체로 부를 쌓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그와는 다른 책을 읽어서였을까? 천만에. 이 책의 뒷부분에 나온 몇 안되는 참고 서적들은 죄다 내가 읽은 책들이다. 함부로 단언하지 말라. 물론 책은 유익하다. 나는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의 8할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책을 읽었던 20대, 30대의 나는 가장 가난했다. 나는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축적된 지식으로 40대가 되면서부터 돈을 벌기 시작했으니까. 무려 20년의 시간이 걸린 셈이다. 이게 인생이다. 인생은 공략집이 없다. 열심히 일한다고 꼭 부자가 되란 법이 없다. 그런데 무려 '22전략'으로 부자가 될 수 있다고? 한 마디로 허튼소리다.


"우리는 그다음 달, 3000만 원을 벌어들이게 된다."


"서른 살에 병든 몸으로 제대한 나는 무일푼의 백수였다. 그러나 여러 싸움을 거치면서 획득한 경험치와 스킬들을 이미 갖고 있었다. 이제 나는 어떤 문제가 닥쳐도 최적의 공략법을 찾아낼 자신이 있었다."


"서른하나, 아무 일 하지 않아도 매월 5000만 원을 버는 구조를 만들었다. 몸은 완전히 회복되어 스포츠를 즐기기 시작했다. 서른둘, ‘이상한마케팅’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른셋, 한 달 순수익이 8000만 원을 돌파하기 시작했다. ‘자청’이라는 닉네임으로 유튜브를 시작해 6개월 만에 16만 구독자를 만들고 은퇴했다"


"내가 진행하는 주요 사업은 심리 상담, 전자책 발간, 마케팅 등이다. ‘재회 상담’이라는 아이템으로 처음 창업해 이 분야에서 10년째 국내 1위를 하고 있다."


이 책엔 과정이 없다. HOW가 없다. 도대체 재회 상담을 어떻게 했길래 하루 아침에 3000만 원의 돈을 벌 수 있는지 알 길이 없다. 나는 젊은 시절의 대부분 동안 1년에 3000만 원을 채 받지 못했다. 그건 내가 당신이 말하는대로 살지 않았기 때문인가. 그렇다면 모순이지 않은가. 나는 당신보다 훨씬 더 많은 책을 읽었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나는 세상의 평균의 삶에도 미치지 못하는 월급을 받는 무능력한 가장이자 아빠였다. 왜 당신의 책을 읽으면서 이유 모를 무력감에 빠져야 하는가. 이 책은 말한다. 당신이 부자가 되지 못하는 이유는 세상을 순리대로 살았기 때문이라고. 백 번을 양보해 그렇다 치자. 나는 이 책의 어느 부분에서도 하루 아침에 3000만 원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어떤 게임이든 규칙이 있고 공략법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팔리지도 않을 테니까. 그런데 정작 공식을 이야기하는 이 책에는 성공에 이르는 방법에 관한 실체가 없다.


"결국 돈을 버는 핵심은 ‘문제 해결력’에 있다. 사람들이 어떤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지, 어떤 것에 행복을 느끼는지 알아내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 불편함을 해결해 행복감을 줄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내고, 실제로 해결책을 마련하면 된다. 그러면 돈이 벌린다. 물론 말이 쉽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역행자 7단계 모델도 이 문제 해결력을 레벨업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단 하나 건진 맞는 말이자 옳은 소리다. 그렇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배워야 할 것은 인생의 문제를 해결하는 해결력이다. 사람들의 필요와 욕망을 깨닫고 그것을 충족시켜가는 과정이 브랜드고 비즈니스다. 그리고 이 책이 말하는 대로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을 뿐더라 무지막지하게 어렵다. 그런데 이 책이 말하는 방법은 그렇지 않다. 세상을 순리대로 살지 않고 역행하면 돈이 벌린다고 말한다. 역행자 7단계를 따라 하면 부자가 된다고 말한다. 헛소리다. 이 책으로 인해 부자가 된 건 오직 이 책의 저자 당신 뿐이다. 더욱 안타까운 건 이 땅의 젊은이들이 이런 말도 안되는 소리에 현혹되고 오염되고 호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불과 몇 년을 가지 못할 유행이다. 그것도 아주 유해한 트렌드다. 만약 나의 후기가 잘못되었다면 조목 조목 설명해 달라. 책의 내용만으로는 부족하다. 나는 이 책이 무가치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 책을 쓴 당신이 거짓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달라. 그게 가능하다면 무릎 꿇고 엎드려 빌 것이다. 그러나 이 책 안에서는 그 쉬운 인생 공략의 방법을, 길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것이 오로지 나의 무지에서 비롯되었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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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은 보나마나 거짓말입니다. 물론 거짓말에도 약간의 진실은 섞여 있습니다. 이런 사기의 원조로는 90년대 차지혁이 유명하지요. 박봉성 기업만화 한권 읽고 재벌놀이 하던. 일본에는 더 많은 사기꾼들이 있는 모양이던데. 


1. 만화방에 출근하며 만화책을 열심히 본다.

2. 자서전을 쓴다. 내용은 만화책과 상상을 적당히 버무리면 된다.

3. 언플을 열심히 해서 유명해지면 책이 팔리고 거짓말을 감출 수 있는 돈이 생긴다.

4. 돈을 벌어서 자서전을 내는게 아니라 거꾸로 자서전을 팔아서 돈을 번다. 

5. 이왕 거짓말을 하려면 이 책의 저자처럼 과감하게 사기쳐야 한다. 


돈 버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이재용의 친구가 되거나, 이재용의 마누라가 되거나, 이재용의 부하가 되는 것입니다. 성공한 사람의 특징은 주변에 좋은 친구가 있거나, 좋은 친구를 알아보는 감각이 있거나, 좋은 친구에게 들이대는 열정과 스킬이 있거나, 좋은 부하를 자기 사람으로 만드는 매력이 있거나지요. 그 외에는 전부 거짓말입니다. 


일론 머스크든 빌 게이츠든 스티브 잡스든 워런 버핏이든 주변에 좋은 팀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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