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론이란
read 3987 vote 0 2003.02.06 (19:37:29)

사물의 본성이 꿀벌 한마리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꿀벌과 꿀벌과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의 원리도 이와 같다. 무의미한 0과 1이 어떻게 조직되는가에 따라 기능을 가지게 된다.

주역은 점(占) 치는 책이다. 점은 거짓말이다. 그러므로 주역은 가짜다. 2500년간 유림들이 세 살먹은 애도 속아넘어가지 않을 그 가짜에 집착해온 이유는 무엇일까?

문제는 주역의 내용이 아니라 그 밑바탕에서의 철학이다. 주역의 성공한 부분이 아니라 실패한 부분이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아니라 그 달 말이다. 주역이 뽑아낸 점괘가 가리키고 있는 내용이 아니라 주역이 가리키고자 하였으나 실패한 그 무엇이다. 주역의 핵심인 중용과 중도의 개념이 바로 거기에 있다.

세상 돌아가는 원리도 이와 같다. 한 마리의 꿀벌은 원자이다. 그 원자에 내재한 속성이 아니라 그 원자들의 외연한 관계에서, 그 구조에서, 시스템에서, 그 패러다임에서 답을 찾자는 것이다.

국가간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인류가 망하지 않고 문명을 일구어온 이면에는 집단지능이라는 비밀이 존재한다. 그 비밀은 구조론이 제시한다.

아래는 중앙일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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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 진화의 해답 초유기체서 찾는다

# 장면 1 사람의 몸 속에 병원균이 침입했다. 이들을 물리치기 위해 백혈구들이 몰려온다. 백혈구들은 병원균을 감싸 녹여버리고, 병원균은 독소를 뿜어 백혈구를 죽인다. 치열한 전투 끝에 침입자들이 소탕됐다. 수많은 백혈구가 희생됐고 시체는 고름으로 남았다. 하지만 그 덕택에 인체는 다시 정상을 되찾았다.

# 장면 2 꿀벌의 집. 말벌 몇 마리가 쳐들어 왔다. 일벌들이 몰려나와 맞서 싸운다. 일벌은 한번 쏘면 침과 내장이 함께 빠져 죽고 만다. 목숨을 돌보지 않고 달려든 일벌들이 마침내 침략자를 물리쳤다. 벌집 밖에는 일벌들의 시체가 즐비하다. 그러나 벌집 안의 동료들은 평화로운 생활로 되돌아갔다. 또다시 일벌들은 꿀을 모으고, 여왕벌은 알을 낳는 일상이 시작됐다.

개미나 꿀벌의 집단 전체는 사람의 몸과 비슷한 점이 있다. 집단 전체가 사람 하나의 몸이라면, 개미나 꿀벌 한마리는 인체의 세포 하나에 해당한다. 세포의 일부인 백혈구가 자신을 희생해 전체인 몸을 지켜내듯 일벌도 몸 바쳐 집단을 지킨다.

사람에게는 체세포와 생식 세포가 따로 있고, 벌 무리에서는 일벌과 번식만을 맡은 여왕벌이 따로 있는 것도 공통점이다. 또한 개미들은 개미집이 더워지면 밖에서 물을 많이 가져와 증발시켜 집안을 식히는 등의 방법으로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인체의 세포들이 복잡한 상호작용을 통해 체온을 유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처럼 개미나 꿀벌의 집단은 전체가 마치 하나의 생명체처럼 움직인다.과학자들은 이런 집단을 '초유기체'라 부른다. 수많은 생명체가 모여 초월적인 생명체를 이뤘다는 뜻이다.

개미나 꿀벌 등 곤충 사회에 대한 연구가 발달하면서 초유기체가 생물학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수십만마리의 곤충이 어떻게 상호 작용을 하면서 초유기체를 이뤄 하나의 생명체처럼 행동하는지를 밝히는 연구가 세계 각지에서 잇따라 이뤄지고 있는 것.

과학자들은 특히 단세포 생물이 따로 떨어져 살지 않고 한데 모여 하나의 다세포 생물이 탄생하게 된 이유와, 꿀벌들이 거미나 딱정벌레처럼 혼자 살지 않고 초유기체를 이루게 된 원인이 거의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울대 김길원(동물학과 행동생태학 연구실) 박사는 "초유기체 연구는 단세포들이 다세포 생물로 진화한 이유를 밝혀줄 수 있는 열쇠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심해에 사는 길이 40m의 관해파리도 일종의 초유기체다. 고래 중에 가장 큰 긴수염고래(몸길이 30m)보다 더 길다. 이 관해파리는 사실 수십마리의 작은 해파리들이 한데 달라붙은 것이다. 단지 달라붙은 정도가 아니라 어떤 것은 소화만 시키고, 어떤 것은 번식을 맡고, 또 어떤 것은 헤엄치는 일을 맡는 등 역할이 각기 다르다. 전체가 마치 하나의 동물인 것처럼 행동하고, 전체를 이루는 개체 하나하나는 소화.생식.운동 기관처럼 신체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이보다 더 원시적인 초유기체를 심해 아귀의 일종에서 찾아볼 수 있다.이 심해 아귀의 수컷은 암컷을 만나면 배를 물어뜯고 달라붙는다. 시간이 지나면 둘은 핏줄까지 이어져 완전히 한몸이 된다. 호흡을 따로 하고 가끔씩 암컷에게 정자를 공급하는 것을 빼면, 수컷은 암컷 몸의 부속품에 지나지 않는다.

포유류에도 집단을 이뤄 초유기체 같은 행동을 보이는 것이 있다. 아프리카에 사는 '벌거숭이두더지'다. 70마리 정도가 집단을 이루며 땅속에 총길이 약 1.5㎞의 굴을 파 집으로 삼는다. 이 집단에도 여왕개미나 여왕벌 같은 '여왕'이 있다. 새끼는 여왕만이 낳는다. 여왕의 짝이 되는 수컷이 몇마리 있고, 여왕과 이들 수컷이 다른 구성원보다 훨씬 오래 사는 것도 개미.벌과 똑 같다. 이들은 또 천적이 침입하면 물불 가리지 않고 목숨을 내던져 집단을 보호한다.

이처럼 몸 바쳐 집단을 지키는 것이 초유기체의 특징. 그러나 같은 집단 안에서도 유전적으로 많이 다른, 다시 말해 촌수가 먼 개체가 태어나면 이를 돌보지 않고 오히려 죽이기까지 한다.

한 여왕개미에게서 태어난 일개미들은 모두 자매간이다. 2촌인 셈이다.그런데 가끔 일개미 중에 새끼를 낳는 것이 있다. 그럴 때면 다른 일개미들이 용케 알아 보고 물어 죽인다. 자신과 유전자가 비슷한 자매 일개미를 위해서는 목숨을 바치지만 유전자가 꽤 차이 나는 개체는 배척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초유기체에서는 '집단 지능'이라는 현상도 나타난다. 영국 셰필드대의 애덤 하트 교수 연구팀은 최근 입꾼개미(일명 가위개미) 집단이 음식물 쓰레기 등을 규칙적으로 치움으로써 병균이나 기생충 감염을 막는 행동을 하는 것을 확인했다. 사람이 몸 속의 각종 노폐물을 땀이나 오줌을 통해 내보내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이 개미들로 하여금 쓰레기가 넘치면 알아서 치우게 하고, 집안이 더워지면 여러 마리가 물을 떠다 식히게 하는지는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 마치 사람이 청소를 하고 쓰레기통을 비우며 에어컨을 켜듯 하는 것과 비유할 수 있으므로 '집단 전체가 지능을 가진 생명체처럼 행동한다'는 뜻에서 '집단 지능'이라 부를 뿐이다.

이 같은 집단 지능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또 여러 곤충과 동물들이 왜 홀로살이를 버리고 초유기체가 되는 길을 택했는지 등은 아직 생물학이 풀어야 할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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