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론이란
read 2776 vote 0 2003.03.12 (16:02:39)

아래 인용한 양형진의 주장은 두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물리학의 방법이 그대로 사회과학에 적용될 수는 없다. 둘째 물리학의 방법 역시 확고한 기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생각할 수 있다. 물리학의 확고한 기반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수학을 생각할 수 있다. 수학은 확고한 기반을 가지고 있다. 검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검증방법은 재현과 환원이다.

수학의 재현은 공간에서 성립한다. 기하학이라면 도형을 통하여 간단히 재현해낼 수 있다. 물리학은 절대로 시간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므로 물리학에서 시간요소를 완벽히 배제했을 때 『물리학=수학』에 도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여기서의 문제는 계의 설정이다. 양형진이 예로든 『관성의 법칙』의 경우를 들 수 있다. 관성의 법칙은 『힘이 작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물체는 정지하거나 직선운동을 한다』는 것이다.

양형진은 만유인력의 지배를 받는 우주공간에서 힘이 작용하지 않는 지점은 없기 때문에 경험적인 정당화는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의 교란요인은 시간이라는 변수다. 힘이 작용하는데는 시간이 걸린다. 관성의 작용에는 명백히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의 길이를 얼마로 설정할 것인가이다. 힘이 작용하지 않는 지점은 그 시간의 길이가 최소화된 지점이다.

극한의 법칙을 적용하면 간단히 답이 나온다. 시간의 길이는 최소화 된다. 즉 0에 근접하여 최소화된 운동거리로 설정하는 것이다. 최소운동에서는 곡선이 불가능하다. 곡선운동은 둘 이상의 운동의 집합이기 때문이다. 최소운동에는 원초적으로 곡선이라는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달이 지구 주위를 도는 것이 곡선운동이다. 명백히 두가지 이상의 힘의 지배를 받는다. 달의 관성과 지구의 중력이 상쇄되는 지점에 달이 위치하는 것이다.

직선운동이라는 표현의 모호함도 교란요인이다. 운동에는 명백히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을 최소화 했을 때 직선운동이다. 최소화된 운동은 물리적 등방성, 대칭성의 지배를 받는다. 이는 공간에서의 등방성과 대칭성이다.

곡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곡선이기 위해서는 곡률이 존재해야 한다. 그 곡률은 특정되는 것이다. 그것을 특정하기 위해서는 둘 이상의 변수가 필요하다. 그 변수들을 대입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이 배제되기 때문에 곡선은 성립할 수 없다.

어떤 견해이든 그것이 검증가능하기 위해서는 시간 상에서 성립하고 있어야 한다. 그 시간의 길이를 어느 선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따라 뉴튼의 고전역학>상대성이론>양자이론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시간의 개입형태를 먼저 모형화할 필요가 있다.

그 시간의 개입형태를 5가지로 모형화한 것이 곧 구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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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세상보기] 학문은 왜 현재진행형인가?

포퍼는 '역사주의의 빈곤'에서 물리학의 전형적인 방법 중에는 사회과학에 적용될 수 없는 것이 있다고 했다.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는 일반화, 통제와 고립화를 통한 의미 있는 실험, 유사한 조건에서의 재현 가능성, 예측의 정확성,가치 판단의 배제에 따른 객관성의 확보, 환원주의적 방식의 적용, 정량적인 방법의 사용 등이 물리과학에서는 가능하지만 사회과학에서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 하나 하나가 모두 논쟁거리가 될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과학자나 일반인이 생각하는 과학의 합리성은 대체로 이러한 요인에 근거한다. 우리 대부분은 이러한 요인을 전형적인 과학적 방법(Scientific method)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를 적용할 수 있는 물리과학이 생명과학이나 사회과학보다 방법론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리과학에서의 원리들마저도 완벽하게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힘이 작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물체는 정지하거나 직선운동을 한다는 것이 뉴턴의 제1법칙인 관성의 법칙이다. 우리는 이것을 고전물리학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라고 받아들이지만, 이것도 완벽하게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어떤 법칙이 정당화되려면 (1) 그 이외에는 도저히 다른 가능성이 없어서 선험적인 정당화가 가능하든가, (2) 이미 정당화된 보다 기본적인 법칙에서 출발해 연역적으로 정당화되든가, 아니면 (3) 경험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어야 한다. 관성의 법칙의 경우에는 놀랍게도 그 어느 것도 불가능하다.

근대 과학이 발전하기 이전의 서구인들은 원운동을 가장 자연스러운 운동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예에서 보듯이 아무 힘도 작용하지 않는 경우에 직선운동 이외의 다른 운동의 가능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구나 관성의 법칙은 가장 기본적인 법칙이어서, 이보다 더 기본적인 원리로부터 이를 정당화 할 수도 없다. 따라서 (1)이나 (2)의 방식을 사용한 정당화는 불가능하다.

경험적인 정당화는 가능한가. 수많은 천체와 성간물질에서 나오는 만유인력 때문에 우주 공간에 힘이 작용하지 않는 지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 모든 힘이 완벽하게 상쇄되는 지점을 찾아낸다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관성의 법칙은 실현 불가능한 전제조건을 포함하고 있다. 이렇게 힘이 작용하지 않는 지점에서 물체의 운동을 관측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므로 경험적 정당화도 불가능하다.

결국 물리학에서도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떠받치는 확고한 기반은 존재하지 않는다.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고전물리학이 상대론이나 양자역학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뉴턴의 말대로 해변에서 조개 껍질을 줍는 것과 같이 진리에 접근해 가긴 하지만 한번도 가보지 못한 미지의 대양은 우리 앞에 무한히 펼쳐져 있다.

그래서 학문은 완결형이 아니라 영원한 현재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진리 그 자체를 부둥켜안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진리를 향한 끊임없는 과정, 끊임없는 길(道)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확보하고 있는 것이 진리 그 자체가 아니라면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알고 있으며 무엇을 알 수 있는가.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을 우리는 정말로 알고 있기는 한가.

양형진 <고려대 교수.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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