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론이란
read 10658 vote 0 2004.06.11 (14:46:42)

논리와 직관은 대립하는가?

논리는 덜 발달되어 있습니다. 인류의 과학이 아직 이상적인 논리세계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이 논의는 방향이 약간 잘못된 것입니다.

논리와 직관의 차이는 덧셈과 곱셈의 차이와 같습니다. 덧셈은 곱셈을 풀어놓은 것입니다. 즉 덧셈=곱셈이지요. 그러므로 논리와 직관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식의 접근은 덧셈과 곱셈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주문과 마찬가지로 잘못된 것이지요.

그렇다면 덧셈과 곱셈은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덧셈은 시간을 잡아먹습니다. 그럼 덧셈을 버리고 곱셈을 하면 되지 않는가? 문제는 상대방이 덧셈은 아는데 곱셈을 모르고 있을 때입니다. 덧셈만 알고 곱셈을 모르는 사람이 ‘혹시 저 사람이 날 속여먹으려고 사기를 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고 의심할 때가 문제입니다.

이런 문제는 문명인이 미개인과 접촉할 때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인류학으로 말하면 보통 화제가 되는 것이 ‘문명인이 미개인을 설득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하는 문제입니다. 근데 재미있는 것은 어린이는 잘 설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백인 탐험대가.. 돌도끼를 쓰는 흑인 원주민들에게 쇠도끼를 선물했습니다.(텔레비젼에도 나옴) 돌도끼로 나무를 자르는데는 어른 5명이 해도 하루가 걸리는데 쇠도끼로 자르면 혼자 해도 10분이면 자릅니다.

도끼 사용법까지 친절히 설명했으나 탐험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원주민마을에 들러보니 원주민들은 쇠도끼를 버리고 다시 돌도끼로 돌아가고 말았던 것입니다.

(‘왜 원주민들에게 도끼 사용법을 가르칠 수 없는가?’.. 이거 농담이 아니고 장난이 아니게 어려운 문제입니다. -실제로 해보면 잘 안됨- 어떤 과학적이고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설명을 동원해도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현명한 원주민들은 그 쇠도끼에 마법이 걸려있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있기 때문에.. 그래서 원주민에게 문명을 가르치려면 마법을 전혀 모르는 어린이에게 가르치는 수 밖에 없습니다. 10년 쯤 걸리지요. 도끼사용법 하나 가르치는데 말입니다. 이와 유사한 재미난 사례들이 무수히 많음.)

조금 더 복잡하게 이야기하면
예컨대 어떤 종류의 새(대부분의 새가 그렇겠지만)는 품고 있는 알을 세고 있는데 한 개를 훔쳐가면 알아채지만 두개를 훔쳐가면 알아채지 못합니다. 즉 새는 짝수냐 홀수냐 만으로 알의 개수를 판단하는 거지요.

어떤 에스키모족이나 피그미족들은 원래 수(數)가 없었습니다. 하나, 둘 까지만 있고 셋부터는 ‘많다’입니다. 모피거래에서 에스키모가 늘 손해를 보는 것은 그 때문이지요.(에스키모는 자신이 백인들에게 속는다는 사실을 알지만 입증할 수단이 없음)

셈을 못하는 에스키모의 방법은?

1) 돈 1달러와 모피 한장을 1 대 1로 대응시킨다.(모피 한 장에 1달러로 정하고 모피 백장을 바닥에 늘어놓은 다음 모피 한 장 앞에 돈 1달러 씩을 놓는다. price라는 단어의 어원은 앞에 놓는다. 또는 잡는다는 뜻이 있음. 옛날에는 이 방법으로 가격을 정했음)

2) 모피를 특수한 방법으로 쌓는다.(둘 까지는 셀 수 있으므로 둘씩 묶고 그 둘을 다시 둘씩 쌓는 2진법을 사용하면 상당히 많은 분량도 순식간에 파악이 가능하다)  

3) 모피 두장 이상은 거래하지 않는다.(대량의 거래가 필요할 때는 소액의 거래를 지루하게 반복한다.)

어떻든 같은 방법인데.. 논리는 결국 시간을 단축시키는 기술에 다름 아닙니다. 중국에서는 막대기를 사용하여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풀기도 하는데.. 막대기이므로 다른 문제에 응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을 뿐.. 점쟁이들이 사용하는 산대로 방정식도 풀었지요. 역으로 방정식도 덧셈과 뺄셈 만으로 풀 수 있습니다. 수식이 넘 길어져서 더 뇌가 꼬이겠지만.

무슨 뜻인가 하면.. 논리와 직관의 차이는 덧셈과 곱셈의 차이와 같으며.. 덧셈과 곱셈이 본질은 같지만, 덧셈은 에스키모의 모피거래와 같이 시간이 걸리는(모피 한장과 1달러를 바닥에 늘어놓아서 계산하기) 것을.. 곱셈으로 시간을 단축시키자는 것이며.. 우리가 흔히 직관이라고 말하는 것은 보통 덧셈으로 지루하게 가는 것을, 곱셈으로 빠르게 가는 것에 다름 아니라는 말입니다.  

즉 직관 역시 훈련되는 것입니다. 논리라고 말하는 것은 직관을 해체해서 길다랗게 풀어놓은 것이며.. 문명의 세례를 받지 못한 원주민 입장에서 보면 간단한 논리도 엄청난 직관이 되는 것입니다.

● 에스키모의 1 대 1 대응법(낱낱이 풀어놓은 것)
● 덧셈(1 : 1 대응법을 수로 압축함)
● 곱셈(덧셈을 한번 더 압축함)
● 방정식(곱셈을 한번 더 압축함)
● 함수식(방정식을 한번 더 압축함)

직관이란 무엇인가?
예의 다섯가지 중 위의 낮은 단계는 시간이 걸리고, 아래의 높은 단계는 시간을 단축합니다. 직관은 시간이 걸리지 않고 지름길로 바로 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직관으로 가면 상대방이 알아먹지 못하므로 ‘저 넘이 혹시 날 속이고 있지나 않은가?’ 하고 의심을 합니다.

실제로 직관이라 불리는 것들에는 속임수도 있고.. 가짜 직관도 있습니다. (백인 모피상인들은 늘 에스키모를 속이지만 에스키모가 그 속임수를 입증하려면 하루종일 걸리기 때문에 포기함. 그러나 이론적으로 속임수를 입증할 방법은 있음. 단 넘 복잡해져서 뇌가 더 꼬임.)

예의 다섯가지가 곧 팩트와 패턴과 로직(논리)과 매커니즘과 패러다임입니다. 즉 인간의 두뇌로는 논리인 세번째 로직, 곧 곱셈 정도까지만 파악이 가능합니다. 그 이상은 파악이 불가능해요. 그 이상을 설명하려면 공식을 동원하고 기호와 책과 문자를 이용해야 합니다.

문자와 기록의 방법 없이 순수하게 말 곧 구어(口語) 만으로 입증이 가능한 세계가 세번째 로직의 세계 곧 논리의 세계입니다. 논리 단계를 넘어가면 인간의 아이큐로는 대개 감당이 불감당입니다. 그래서 직관이 소용되는 것입니다. 어차피 설명을 못하니깐.

그러나 직관도 공식으로는 설명이 가능합니다. 단 인간이 잘 알아먹지를 못할 뿐. 그래서 아인시타인이 수학적으로 입증해주면 그런가 보다 하는 것입니다. 아인시타인은 논리가 아니라 직관으로 알아낸 것입니다. 뉴튼이 논리로 만유인력을 알아낸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사고실험’인데 순수하게 연역을 통해서 알아낸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다섯가지의 접근법이 있는데.. 후자로 갈수록 압축률이 높으며, 고도로 압축된 단계에서는 문자를 통한 기록과, 수학적 공식으로만이 접근이 가능하고, 문자의 기록없이 인간의 언어로 접근가능한 부분은 3번째 단계 정도이며..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이나 고대 희랍의 3단논법이 이 정도에 상당합니다.

우리가 논리라 말하는 것은 압축의 단계들에서 2번째나 3번째 정도를 의미하며(말로 설명 가능한) 그 이상은 말로는 설명이 안되므로.. 직관이라 하는 것이고, 어차피 말로 설명이 안되니 증명 또한 안되는 세계입니다.(그러나 말, 곧 문어가 아닌 구어(口語)로 증명되지 않을 뿐 직관도 수학적으로 공식을 사용하여 증명할 수 있습니다.)

석가는 원래 수학을 전공한 사람입니다. 색즉시공은 당시에 유행한 인과율(인연법이니 연기설이니 하는 것은 당시에 발달한 인도수학에서 나온 인과율에 기초하고 있다. 그런데 당시에는 문자가 없었기 때문에 제대로 설명이 안되어서 우리가 직관으로 잘못 아는 것.)

예의 3번째 이상으로.. 압축률이 높은 단계는 문자 없이는 전달이 불가능합니다. 근데 우리가 아는 불교경전은 전부 암송된 것입니다. 석가와 뉴튼의 차이는 문자가 있었는가 없었는가의 차이에 불과합니다. 만약 그때 문자와 그 문자사용의 문화가 폭 넓게 발달해 있었다면 석가가 만유인력을 주장하지 말란 법도 없지요.

(석가가 공식이나 기호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그 당시 문자가 없어서 결과적으로 그리되었을 뿐 진리가 원래 직관으로만 전해지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문자와 그 문화가 있었다면 색즉시공이라 아니하고 E=MC²이라고 썼을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세상은 구조로 되어 있고.. 구조는 고도로 집적되는 것이며.. 그 집적의 정도(압축률)에 따라 언어(말)로 접근 가능한 세계와.. 문자와 기호로만 접근이 가능한 세계가 있으며.. 직관은 말로 설명되지 못하는 부분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말로 쉽게 전달하는 논리 부분도.. 그 언어조차 없는 에스키모나 피그미들 입장에서는 보면 고도의 직관처럼 보이는 것입니다.(에스키모나 피그미들에게는 3개 이상을 나타내는 단어가 없다.)

우리가 깨달음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압축율이 높은 세계는 어차피 말로 전달이 안되기 때문입니다.(그런데 에스키모는 말로 해도 전달이 안된다. 모피 한장에 1달러씩 땅바닥에 길게 늘어놓아야 전달이 된다. 결국 복잡한 계산은 시간이 너무 걸려서 계산을 못한다.)     

우리는 지구와 태양의 거리를.. 태양까지 가보지도 않고 계산할 수 있습니다. 직관이지요. 원주민들도 지구와 태양까지의 거리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태양까지 직접 걸어가는 방법을 쓰지요. 부시맨 아저씨는 아직도 어딘가에서 걷고 있을 것입니다.(우스개)

우리가 사용하는 문법은 언어(낱말)보다 압축률이 높은 세계입니다. 어순이 숨어있기 때문이지요. 즉 인간은 말보다 더 압축률이 높은 세계(직관의 세계)에 충분히 접근가능한 것입니다. 근데 원시인들은 말이 문장이 아니고 단어입니다.

중국어가 원시어에 가까운데 원래 한 단어가 한 문장입니다.

예컨대

우리말 “학교에 다녀와”
중국어 “학교에 다녀올 뷁(이건 가상.. 그런게 있다치고)

아프리카의 반투어는 실제로 한 문장이 곧 한 단어입니다.(단어와 문장의 구분이 안됨) 반투어에는 5000여 단어가 있는데 이는 그들은 5000가지 이상의 사실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원시어라 할 수 있지요.

반투어를 쓰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우리의 일상적인 의사소통도 고도의 직관의 세계로 보일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논리와 직관은 거리가 멀지 않으며.. 오직 증명할 수 있는가 없는가의 차이 뿐이고.. 우리가 논리라 부르는 영역도 언어가 덜 발달한 미개인 입장에서는 고도의 직관이 되는 것이며.. 역으로 지금 우리가 직관이라 부르는 세계도 논리가 더 발달한 미래사회에서는 충분히 증명 가능한 논리의 세계가 되는 것입니다.

본문 수정.. 석가모니 당시에 글자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석가모니 당시 베다가 나와 있었고 범천이 만든 문법서등도 있었습니다. 단, 석가모니의 강설은 석가모니 당시에는 문자화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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