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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0]chowchow
read 3063 vote 0 2022.01.20 (10:56:18)

인간들은 멍청한 게 분명하다. 


오래 걸으려면 푹신한 게 좋을까, 딱딱한 게 좋을까? 많은 남자들이 군대에서의 딱딱한 전투화를 기억하며 신발은 나이키 에어가 좋다고 한다. 그런데 진실은? 나이키 에어 10년 신으면 무릎이 나간다. 왜 그럴까? 탄성손실 때문이다. 출퇴근길 정도를 걷는다면 푹신한 신발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천리행군을 하려면 전투화가 필수다. 그런데 사실 전투화도 정답은 아니다. 그래도 나이키 에어보다는 전투화가 좀 낫다.


왜 철도는 바퀴를 쇠로 만들까? 쇠바퀴가 탄성손실을 최소화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왜 쇠바퀴는 탄성손실을 최소화 할까? 쇠바퀴는 작용반작용 사이에 중간자가 최소화 하기 때문이다. 쇠바퀴에 쇠레일이다. 둘은 동력장치에서 발생한 운동에너지를 거의 100% 전달한다. 그러면 자동차의 타이어는? 100% 전달하지 않는다. 당연히 탄성손실이 있다. 쿠션이라는 중간자 때문이다. 둘 사이에 뭔가 많이 끼어 있으면 반드시 에너지 손실이 있다는게 구조론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이어를 쓰는 이유는? 첫째로는 노면이 고르지 않은 경우가 꽤 있기 때문이고, 두번째는 많은 사람들이 그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푹신한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개 차를 오래 타지 않는 사람들이다. 푹신한 차를 타고 장거리 운행을 하면 허리가 나간다. BMW가 단단한 서스펜션(쇼바)을 추구하는 이유는? 그래야 자동차의 퍼포먼스를 최대한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베개, 침대, 의자, 자전거안장도 같은 원리를 공유한다. 목 디스크로 고생 좀 해 본 사람이라면, 나이가 많아 허리 좀 아파 본 사람이라면, 공부하느라 의자 좀 오래 앉아 본 사람이라면, 자전거 선수라면, 대륙횡단 트레킹을 해 본 사람이라면, 그들은 결코 푹신한 걸 찾지 않는다. 잘 모르는 인간들이 푹신한 걸 찾는다. 신발로 돌아가자. 전투화는 두 가지 특징을 갖는다. 하나는 딱딱한 바닥이고 다른 하나는 높은 발목 갑피다. 이 두 가지는 장거리 걷기의 핵심을 담당한다.


딱딱한 바닥은 탄성손실을 최소화 하고 높은 발목 갑피는 발목이 접히는 부담을 줄여준다. 하지만 딱딱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인체공학(인간공학)이라고 들어봤나? 인체공학의 핵심은 두 가지다. 인체와 도구의 접촉면적을 최대화 할 것, 단단할 것. 접촉면적이 넓어야 도구와 인체의 일체성을 높일 수 있다. 에너지 전달을 최대화 하려는 것이다. 단단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를 가진다. 에너지 전달에서 비효율이 생기면 그걸 만회하고자 인체가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 그러면 당연히 더 많은 근육을 사용한다. 당연히 근육통이 오겠지. 


전투화의 문제는 뒷꿈치의 받음각이 작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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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꿈치가 저따구로 직각이면 걸을 때 에너지 손실이 커진다. 물론 어디를 걷느냐에 따라 다르다. 요즘은 군인들도 아스팔트를 걸으므로 뒤꿈치의 받음각을 크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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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발뒤꿈치를 깎아놓았다. 그런데 판매량이 저조하다. 쿠션이 딱딱했기 때문이다. 그럼 쿠션도 넣고 받음각도 크게 하면 안 되나? 둘을 동시에 하면 받음각이 무의미 해진다. 


문제는 로봇 전문가도 삽질을 한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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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삽질을 예쁘게 한다. 


스팟(4족)은 전형적인 4족보행의 발 모양이다. 저건 저렇게 생겨도 된다. 문제는 아틀라스(2족)다. 발 모양이 저게 뭐냐?

늬들은 사람 발 모양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냐? 아틀라스의 발모양이 저렇게 생긴 것은 아틀라스가 걷기 보다는 가만히 서있는 것에 특화되었기 때문이다. 발이 둥글게 생기면 걷기는 좋지만 서있기 나쁘다. 근데 아틀라스는 걷는 로봇이잖아?


사람의 실제 발모양은 스팟과 아틀라스의 반반이다. 뒤꿈치는 스팟처럼 둥글고 앞은 아틀라스처럼 넓되 구부러진다. 그래야 걷기와 서기가 동시에 가능해진다. 바로 인간의 발이다. 그러면 신발은 왜 이렇게 안 만드나? 안 팔리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푹신해야 노면 충격을 흡수하여 다리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발이 푹신해서 좋은 스포츠는 농구 뿐이다. 농구는 수직점프/낙하가 많기 때문이다. 축구화만 하더라도 쿠션이 전혀 없다.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자 쿠션을 제거한 것이다. 근데 미친 놈들이 농구화 신고 오래 걷기를 하려고 한다. 근데 마라톤화는 푹신하던데? 걔네들은 삐쩍 말라서 뒤꿈치에 살이 없어서 그런 거고. 뒤꿈치에 충분한 살이 있는 당신은 쿠션이 따로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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