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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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5]LPET
read 6599 vote 0 2010.01.09 (09:41:17)

 인류가 언제부터 털을 벗고 옷을 입게 되었는지에 관해서는 학설이 분분하지만, 인류가 어느 시점에서 털을 입는 것과 옷을 입는 것 중에서 결단을 내린 것은 틀림없다.

털의 가치를 평가해보자. 털이 없으면 여름에 땀 배출이 용이하고, 겨울 방한에는 불리하다. 항간의 가설처럼 털이 사라진 것은 여름의 유용함이 겨울의 불리함을 압도해서일까? 물론 그럴수도 있다. 털없이 시원하게 여름을 보내다가 겨울에는 동물가죽을 걸쳐서 추위를 피하면 되니까. 그러나 많은 포유동물들은 털갈이를 통해서 이 문제를 간단히 해결하고 있으니 옷입는게 반드시 변덕스러운 기후에 알맞다고 말하기 어렵다.

또, 피부간의 직접접촉이 사람간의 친밀감을 높인다거나, 성기가 노출되어 있으면 생식에 유리하다는 등의 온갖 가설들이 있지만 이것은 탈모사건이 일어난 이후의 문화적 해석에 불과하다. 심지어 옷이나 장식으로 성기를 부각시켜 생식을 강화하거나 가려서 무분별한 생식을 금지시키려는게 목적이라는 해석은 주객이 한참 전도된 말이다.

옷은 변덕스러운 기후에 적응하기 위해서도 생식을 제어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사회가 고도로 발전하면서 생겨난 신분과 지위, 성별의 차이, 문화적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해서 발명되었다. 사람들은 옷을 입음으로써 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자부심을 느꼈고, 타인으로부터 자신을 떼어내 개성을 가진 개인이 되어갔다.

인간이 옷을 입게 되었다는 것은 인간사회가 생각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고도로 분화된 문명사회(다른 동물과 비교해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뜻이다. 부족의 단위가 작을수록 복식이 단순해지고, 부족과 부족, 국가와 국가간의 관계가 활발할수록 복식도 복잡해진다. 몇 십명을 거느리고 밀림에 고립된 소부족들은 복잡한 의사소통이 필요없기 때문에 거의 나체로 살 수 있다.

옷에 관해서 난설이 난무하는 이유는 사건을 해석하는 순서를 모르기 때문이다. 털을 벗고 옷을 입은 것은 한 발명가가 우연히 옷을 발명했기 때문이 아니다. 옷을 입게 되면서 문화가 형성된 것이 아니라 사회가 점차 고도로 분화되기 시작하면서 그 다양한 사회적 상황을 담을 문화양식으로서 옷이 생겨난 것이다.

인간의 몸에 털이 빠진 것은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 모든 인간종족에 걸쳐서 동시에 일어난 사건이다. 열대, 온대, 한대를 불문하고 인류가 털이 가진 방한과 피부보호의 장점을 동시다발적으로 포기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옷으로 가능한 사회적 의사소통능력이 털의 유용성을 훨씬 압도했기 때문이다. 진화는 환경의 변화(온도)와 개체적 욕망 사이에서 일어나는 개별적인 역학관계가 아니고, 환경과 개체 사이를 통일하는 사회문화적 양식의 중심축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된다.

오염지대에서 흰나방이 사라진 것은 나방의 생존번식욕구와 급격한 환경변화 사이에서 발생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흰나방들이 집단이주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흰나방들은 급격한 환경변화로 염색유전자에 변이를 일으킬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그곳을 탈출하는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여기서 핵심적인 문제는, '짙은 색의 주변환경이 흰 몸색깔을 가진 자신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신호가 어떤 경로를 통해서 개체단위에 까지 전달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개체와 집단차원에서 의사결정의 메커니즘이 최종적으로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이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핵심부서가 유전체 내 어딘가에 반드시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가령, 인류가 각자의 이기적인 욕망을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랫동안 핵전쟁이 벌어지지도 벌어질 조짐도 보이지않는 이유는, 핵의 재앙을 피하기 위해서 지구적 차원에서 정치 경제 사회적 긴장을 미묘하게 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난폭하고 이기적인 인간의 욕망과  핵폭탄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밸런스를 유지하는 시소의 축이 존재한다. 그것이 바로 인류의 집단지성이다.

결국, 모든 생명체도 유전자의 배열과 생성을 총괄하는 생식집단 또는 개체 단위에서의 집단지성의 메커니즘을 반드시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그것을 찾는 것이 진화유전생물학의 당면과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양을 쫓는 모험

2010.01.09 (13:22:20)

인간의 몸은 탈모를 했는데, 어째서 머리는 탈모를 안한게요?
옷보다 모자가 훨씬 늦게 출연했기 때문이오?
아니면 몸의 털보다는 옷이 커뮤니케이션에 유용한 것처럼,
반대로 머리털의 커뮤니케이션(스타일)을 능가할만한 것이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인게요?

인간이 침팬지나 고릴라에서 진화되었다고 가정하면, 그들처럼 온몸에 헐이 복실복실 나있는 상태에서 지금의 벌거숭이가 되었다는 것인데, 원숭이의 털의 길이는 몸 전체가 비슷비슷 하오. 어느정도 자라지만 또한 그 이상 자라지 않소. 인간의 머리털이 지금처럼 길게길게 자라서 갖가지 스타일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은, 인간의 몸에 털이 사라지는 현상과 인간의 머리털이 길어지는 현상이 동시에 일어났을거라고 보오.

르페님 말대로 옷이 커뮤니테이션에 유용하기 때문에 털이 사라졌다면, 머리털이 길어지는 것이 커뮤니테이션에 유용하기 때문에 인간의 머리털이 길어졌다는 말도 참이 되오. 하지만 MBC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을 보았을 때, 그네들은 다양한 옷을 입지 않고, 몸 자체에 치장을 하는 것으로 소통하는 것을 보면, 그네들은 옷보다는 몸에 치장하는 것이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유용하다고 판단한 것인가? 그네들만 다시 털복숭이로 돌아가야 하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소.
[레벨:15]LPET

2010.01.09 (15:51:47)

인류는 아프리카 등지에서 몇 번에 걸친 진화를 통해 현재의 모습이 되어 전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갔소. 아마존 원주민 역시 이미 진화가 완료된 상태에서 알래스카와 북아메리카를 거쳐 남미에 까지 정착한 것이 최근 유전자 지도를 통해 확인되고 있소. 인류가 최종적인 진화를 끝낸 것은 수백만년전이고 지구로 퍼저나간 것은 수만년내지 수십만년 전이오.

머리털이나 겨더랑이털, 체모, 수염, 다리털, 가슴털 등은 인간도 원래 온몸이 털로 뒤덮여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소. 호르몬 분비가 왕성하거나 수분이 많거나, 열이 많은 신체부위에 털이 집중되고 있소. 이 부분이 특히 커뮤니케이션 기능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반드시 모든 부분털이 의사전달기능만 담당하는것은 아니오.

가령 남자들의 콧수염과 여성들의 긴 머리는 중요한 사회적 신호(성의 차이와 성숙함)를 함의하고 있고, 체모와 다리털, 가슴털 역시 성적으로 성숙하다는 신호전달이 중요하오. 머리털의 경우는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장기인 두뇌의 보호, 수분유지, 열의 흡수와 배출 등 인체조절작용도 무시할 수 없소.

그러나 역시 머리털, 눈썹, 수염과 구렛나루는 실체적인 용도보다는 미학적 식별표시기능이 더 크다고 보오. 개체수가 10마리에서 20마리 정도로 작은 무리를 이루는 유인원들이라면 특별한 식별표시가 필요없소. 사회적 서열구조와 행동신호도 단순하기 때문이오. 머리털이 계속 난다는 말은 그 용도가 단순히 인체조절기능을 넘어서 수시로 변화하는 사회적 관계를 지속적으로 반영하려는 의도로 해석되오.

원주민들이 장식과 문신 등으로 의사표현을 하는 것은 옷으로 의사표현하는것과 본질에서 같소. 옷이냐 장신구냐 문신이냐의 차이일 뿐. 복식의 수준은 그 종이 속한 사회의 규모, 복잡성 등과 직접 관계가 있소. 물론 이런 인류학적 해석도 의미는 있지만, 유전자의 발현-억제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오. 구조론적으로 역해석이 가능하오. 인류가 오래전에 털을 벗었다는 뜻은, 인류의 원시 문명이 고고학적 발굴로 밝혀진 것 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존재했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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