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병목현상의 대표적인 예시는 CPU와 GPU의 성능을 조합이다. CPU의 성능이 아무리 좋아봤자다. GPU 성능이 떨어진다면 GPU의 성능에 걸려서 CPU도 제 성능을 내지 못한다. 이를 두고 병목현상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게 맞는 생각일까?


틀렸다. 왜냐하면 당신은 컴퓨터의 용도를 정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배틀그라운드처럼 3D 게임이라면 GPU의 자원 사용이 많으므로 CPU 보다는 GPU의 성능이 중요하다. 적어도 GTX1070정도는 써야 한다. 당신이 게임 유저라면 먼저 GPU부터 맞춰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면 CPU 성능을 여기에 맞춘다. 


한편 당신이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를 주로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완전히 반대되는 상황이다. 오피스는 주로 CPU 연산을 사용한다. 엑셀의 참조와 함수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i7정도는 맞춰줘야 한다. CPU를 먼저 정하고 나중에 GPU를 정한다. 


내가 주장하는 바는 이런 것이다. 결국 병목은 CPU와 GPU만으로는 정의되지 않는다. 용도가 먼저다. 겜돌이와 회사원은 컴퓨터의 용도가 다르다. 용도에 따라 병목도 다르게 규정된다. CPU, GPU의 병목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사이에 쌍이 먼저 정해져야 한다. 


아킬레스와 거북이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아킬레스가 어떻고 거북이가 어떻고 하는 것은 애당초 둘 만으로 규정되지 않는다. 먼저 결승점이 있는 달리기 시합이라는 것부터 말해야 한다. 빠름이 원래 있는 것이 아니고, 그게 빠른 것이라고 정해놓은 것이다. 우리가 속도를 거리/시간으로 규정할 때, 거리는 아킬레스와 거북이에 달려있지만, 시간은 목표에 달려있다. 


시간은 시간이 아니라 아킬레스와 거북이를 규정하는 제3의 쌍이다. 그걸 먼저 정하고 아킬레스와 거북이는 달리는 것이다. 우주 공간이라면 아킬레스와 거북이는 가까워지지 않는다. 아킬레스와 거북이의 부피가 있다고 여기므로 가까워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각각이 점이라면? 둘은 가까워지는지 알 수가 없다. 점은 크기가 없기 때문이다. 


크기가 없는 세계라면 100m 전방의 점이나 1m 앞의 점이나 차이가 없는 것이다. 둘이 가까워지는 것을 표현하려면 비교할 제3의 대상을 정해야 한다. 우리는 쉽게 시간을 규정하지만, 시간성이 있을뿐 시간은 없다. 우리가 공간이라고 하는 것은 같은 계층의 대상이고, 시간이라면 둘 이전에 제3의 어떤 대상이다. 


크기는 내가 정하는 게 아니라 나의 소속과 대상 사이에 정해지는 것이다. 아킬레스는 거북이만 쳐다봐서는 크기를 알 수 없다. 사실 아킬레스는 거북이를 결코 넘지 않는다. 다만 만날뿐이다. 넘는 것은 의미가 없고 만남이 성립할뿐이다. 누가 와서 너희는 만난 거라고 말해줘야 한다. 둘 만으로는 만날 수 없다. 그게 만남의 정의다. 속해야 만난다는 말이다. 


우리가 시간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고, 그것을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는 언어의 계층 때문이다. 우리는 언어의 계층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계층이 달라지면 언어는 의미가 없다. 혹은 전체다. 0이 이렇다. 0은 숫자인가? 0은 0이 아니라 다른 계층을 의미한다. 다만 이 계층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아니 의미의 모든 것이다. 


노자가 괜히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것은 말할 수 없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다. 0은 무無가 아니라 전부全部이지만 無처럼 보이는 게 한계다. 수학이 연역으로 시작하지만 활용에는 귀납을 사용하기 때문에 0이 無인 것이다. 귀납 입장에서는 0이 無가 되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연역에서는 전부全部다. 혹은 유有이다. 


계층이 다르면 말할 수 없다. 말해봤자 소용이 없다. 어떻게 말해도 오해한다. 비트겐슈타인이 "말할 수 없는 것에는 침묵해야 한다"라고 하는 것이나 노자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이나 비슷한 것이라고 봐도 된다. 의미는 차원을 뛰어넘을 수 없지만 차원 사이에 정의되는 것이다.


미적분에서 델타(차이)의 limit가 0을 향해 달려가는 것은 그것이 0이라서 그런게 아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 0이면서 0이 아닌 것이 무한의 의미다. 그래서 미적분은 0이면서 0이 아닌 이상한 꼼수 연산을 한다. 분모가 0으로 나눠지면 안 된다면서 분자분모를 소거시킨다. 그래놓고는 다시 0을 집어넣어 최종 값을 만든다. 뭐야 이거?


수학자의 마음을 이해해주자.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려다 보니 말이 꼬인게 무한이다. 미적분이 이상한 0을 사용하는 이유는 미분이나 적분이 차원을 이동하기 때문이다. 미분하면 낮은 차원을 적분하면 높은 차원을 가리킨다. 순간 속도나 면적의 의미는 낮고 높은 차원인 것이다. 100의 0은 없다가 아니나 그냥 0은 없다이다. 0은 단위를 가리키며 단위는 차원 사이에 정의되는 것이다. 


당신이 나에게 0순위인 이유는 당신과 내 친구들의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너는 특별하니깐. 됫박의 크기가 단위가 되는 것은 그것이 사람의 손에 들리기 때문이다. 차원이 바꿨다.


"그런데 노자의 道는 無이다. 無를 단순히 有가 아닌 것으로 정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오직 有이므로 無는 ‘알 수 없는 것’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그렇다면 노자는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無를 알았을까? 도덕경은 聖人이 無를 알아가는 旅程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때 聖人은 단순히 無를 알아가는 여정에 오른 사람들 일반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독자를 聖人으로 이끄는 것이 바로 도덕경의 목표이다."(위키)


"도는 항상 이름이 없다. 꾸밈없음은 매우 작지만 천지도 감히 부릴 수 없다. 제후와 왕이 지킬 수 있다면, 만물은 스스로 따를 것이다. 하늘과 땅이 서로 모여 단이슬을 내리며, 백성들은 명령이 없어도 스스로 질서를 지킬 것이다. 비로소 이름을 만들더라도, 이름(명성) 역시 다함이 있다. 대저 그칠 줄을 알아야 되는데, 위태롭지 않은 것에서 그쳐야 됨을 안다. 낮은 도가 천하에 있는 것은, 작은 계곡물들이 강과 바다에 합쳐지는 것과 같다."


"말로 도를 논하면 진짜 도가 아니다

말로 이름 붙이면 진짜 이름 아니다


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

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

이름이 없을 때 천지가 시작되었고

이름을 붙이니 만물의 어머니가 되었다

無名 天地之始 有名 萬物之母

무명 천지지시 유명 만물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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