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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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5]오세
read 4501 vote 0 2010.01.07 (18:53:29)

상담계의 역설.

1. 개인의 긍정적 변화가 대인  관계에선 일시적인 악화를 낳는다.  
-상담을 공부하는 사람, 또는 개인 상담을 받는 사람들은 종종 배우자와의 사이가 나빠지는 일을 겪는다. 관계 속에서 이전에 눌러왔던 욕구들이 상담을 통해 분출되기 때문이다. 즉, 이전엔 자각하지 못한 불만들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상담 공부를 하다가, 혹은 상담을 받다가 이혼을 결심하기도 한다. 이것을 역설이라 표현한 이유는, 흔히 사람들은 상담을 받으면 모든 것이 나아지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담의 기본은 <자각>이며 이 자각은 그 동안 관계 속에서 자신이 눌러왔던 불만들도 대상으로 삼기에, 이러한 불만들이 의식으로 솟아오를 때, 내담자들의 인간 관계는 급속도로 악화될 수도 있다.
2. 상담을 통한 개인의 긍정적 변화가 사회적으론 반동 현상을 낳는다.
ADHD의 경우가 그렇다. 이를 상담이나 약물을 통해 다룰 수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렇게 문제를 일시적으로 덮어놓을 경우 정작 문제가 되는 교육 시스템은 그대로 냅두게 된다. 상담이 때로는 사회 현상을 그대로 유지하는 데 악용될 소지가 분명히 있다. 

3. 병이 있어 진단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진단을 하기 위해 병이 있다. 
이는 정신병리 분야에도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미국 정신 의학계는 <수줍음>을 병으로 만들었다.
종종 정신병리 진단은 통계적인 방법을 취하며, 이 통계적인 방법이란 것을 쉽게 설명하자면, 정상인들 90% 나머지 10%는 비정상인, 이런 방식으로 진단을 한다. 이 경우 그 10% 중 5%의 진짜 비정상과 나머지 5%의 비범함이 둘 다 똑같은 비정상으로 치부될 위험이 있다. 

4. 개인의 변화는 쉽다. 그러나 어렵다.  
마누라에게 가서 <여보 사랑해> 한 마디 해보라는 숙제를 내 준다.진심어린  한 마디 말로도 사람 맘이 녹아내릴 수 있다. 쉽다. 그러나 어렵다. 관계의 문제는 대부분 사소하다. 한 마디 말에 삐지고, 한 가지 행동에 상처 입는다. 한 마디 말로 사과해도 해결될 것을 결국 그 한 마디를 못해 파탄까지 간다. 변화의 시도는 어렵지 않다. 의외로 작은 행동의 변화가 잘 먹힌다. 그러나 시도하기 어렵다.
구조론의 원리에 따라, 한 가지를 바꾸면 그에 따른  백가지를 바꿔야 한다.
우리는 안다. <여보 사랑해>라고 그 동안 안 하던 말을 한 마디 하는 순간, 자신이 그에 딸린 온갖 것들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게 부담이 되기 때문에 아무리 작은 변화라도 쉽게 시도하지 않는다. 우리의 한 가지 핻동이 그 외의 99가지 행동과 연동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지치료에서 개인의 문제는 결국 크게 두 가지이다. <무능감>과 <사랑받지 못한다는 생각>. 이 두가지로 귀결 된다. 쉽다. 스스로 무능하다는 생각만 버리면 된다. 쉽다. 스스로 난 사랑받지 못한다는 생각만 버리면 된다. 그러나 존나게 어렵다. <난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어>, <난 능력이 있어>, 이런 식으로 생각하질 못한다. 이들의 인생이 바로 이 무능감과 사랑받지 못함이라는 토대 위에 쌓아올려진 모래성 같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한 평생을 자신이 사랑받지 못할 존재라고 생각한 이가 어느날 문득 자신의 지난 세월을 돌아 보았을 때, 자신이 사실은 얼마든지 사랑받을 수도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의 절망의 크기는 얼마일지를 말이다. 따라서 근거를 댄다. 자신이 무능한 이유를, 자신이 사랑받을 수 없는 이유를 100가지 1000가지 댄다. 이 과정에서 인지가 극도로 왜곡된다. 내가 얼굴이 좀 못생겼으면, 그냥 나의 외모가 매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상 <모든> 여자가 나를 싫어하며 나는 평생동안 연애 한 번 못해볼 것이다란 식의 극단적인 인지 왜곡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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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론에서 역설을 언급하길래 나도 한 번 찾아보았소. 역설이 아닌 것도 있을 것이오.

프로필 이미지 [레벨:24]꼬치가리

2010.01.08 (10:54:31)

의술을 배워서 병을 고친다?
상담기술을 익혀서 상담을 해준다?
법을 배워서 변호를 한다?
교육을 받아서 가르친다?

모두가 증명서 따서 합법적으로 행하는 장사인 셈이요.
그런 자격증을 진정으로 가질만한 사람들은 변방으로 내쫒기고,
오히려 얼치기들이 살아남는 게 문제 아니겠소.

의대 약대가 미어지고,
고시에 박이 터지고,
교사 교수 공채에 목을 매는 데도,
진정 선발과정이나 최종적으로 선발되는 자들을 보시구랴.

과연 그들에게,
건강을 맡기고, 공무를 맡기고, 가르침을 맡길 수 있을지.

비스무리한 곳에서, 비수룸한 자가, 비수룸한 자들을 앉혀놓고, 엇비슷한 짓거리들을 하고 있을 뿐.
모두가 시늉에 시늉에 시늉만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오.

절망이고 비참이라오.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오.
돌연변이는 도처에 있게 마련이니까.

대안이 뭐야고 다구치지는 마시구랴.

그저 인식의 시야를 넓히고,
분노를 통해 거듭거듭 깨닫고,
깨달은 만큼 소통하고,
만남을 통해 짝짓고.
짝지어 창의할 수 있는,
그런 공간과 시점을 기다릴 뿐이오.

경계의 선을 넘은 자들이 세력을 만들고,
그런 세력의 덩치와 밀도가 높아지면,
언젠가 주체 못할 임계점에 닿을 시공간이 펼쳐질게요.

빅벵의 임계점..^^
[레벨:15]LPET

2010.01.08 (17:42:09)

당뇨병이 걸려야 당뇨식을 하게 되고
혈관질환에 걸려야 비로소 운동을 시작하는게 인간이오.
싱겁게 먹는 식습관, 운동습관.. 이런게 쉬워보여도 모든 인간관계의 전면적인 변화를 수반하오.
진짜 하나 바꾸면 다바꿔야하니까..

대중들이 흔히 하는 말로, '누가 그걸 몰라서 안하나?'
정말 요즘 사람들중에 몰라서 못하는 사람은 드무오.
한번의 중대한 결정으로 평생동안 수줍은 사람으로, 또는 악한 사람으로, 이타적인 사람으로 낙인찍힌
위악자, 위선자들이 이 사회의 부조리를 계속 생산해내고 있소. 일명 어른병.

자가인지치료를 오래받아보니 뭘 안다는게 오히려 더 고통이었소.
어차피 못고칠바에는 차라리 모르는게 나았을거라고 후회도 많이했소.
인지치료를 하기전에 미리 내담자들에게 선택지를 던질필요가 있다고 보오.
'너 정말 인생바꾸고 싶니? 아니면 그냥 맘 편하게 살래?'

인지한다고해서 삶이 바뀌는게 아니라는 사실,
인식과 삶이 유리되었을때 엄습하는 자기혐오는 더욱 끔찍하다는 사실도 알려줘야하오.

무능함과 소외감은 이 사회가 가장 손쉽게 이용하는 인과의 칼.
'무능하니까 소외받는다. 소외받지 않으려면 열심히 노력해.'
이 말 앞에 저항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소.

'무능과 소외'라는 말 자체가 치명적으로 왜곡되어있음을 알려줘야하오.
파렴치한 자들이 급조한 유능의 좁은 문과 그 답답한 문을 통과하지 못해서 생겨난 소외현상 자체가 얼마나 왜곡되었는지,
그 총체적인 사회적 역사적 맥락을 알려서 그들이 만든 벽과 문을 부수어 새로운 길을 열수있음을 알려야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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