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나는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살은 내가 내주지만 상대의 뼈는 내가 취하는 게 아니다. 그건 제3자에 의한 것이다. 격투기는 내가 취하지 않느냐고? 여기서 정의의 문제가 있다. 권투라면 KO가 있지만, 살살 때려도 급소라고 알려진 부위를 때려야 점수가 올라간다. 점수는 심판, 즉 제3자가 정하는 것이다. 상대가 시합 중에 사망해도 내가 지는 수가 있다. 


유도시합을 보면 약한 다리 기술인데도 한판승으로, 거꾸로 엎어치기로 상대가 기절을 해도 금 밖으로 나가서 무효가 난다. 유도를 모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뭔가 맥이 빠진다. 이는 규칙 때문이다. 뼈를 취했는지도 마찬가지. 그게 뼈인지 살인지는 내가 정하는 게 아니다. 나도 너도 아닌 제3자가 정한다. 상대성과 절대성을 구분하여 말하자는 말이다. 노무현을 보라. 맨날 단기전에서 패배한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은 그가 아니라 국민이다. 소위 명분을 얻는다는 것이 이런 식이다. 이 메커니즘에 의해 사건은 드러나고 확장된다.


드라마틱 한 것은 상대도 이를 본능적으로 수긍한다는 것이다. 사이코패스가 아니라면 말이다. 뭔가 잘못한 인간은 늘 티를 내기 마련이다. 국짐당 정치인은 뻔뻔하게도 티를 안 내는 것 같지만, 그들은 대신 돈을 열심히 모으는 것이나 명품으로 몸을 휘감아 어떻게든 티를 낸다. 나름의 방법으로 손상된 자존심을 회복하려고 몸부림치는 것이다.


나는 늘 인간관계에서 잽싸게 이득을 취하는 사람이 부러웠다. 나처럼 느림보곰탱이는 눈뜨고 맨날 당하는 게 억울한 거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잽싼 사람들은 작은 것만 취하는 경향이 있더라. 결국 느림보도 나름 쓸모가 있으니, 그들은 장기전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똑똑하면 빠르고 멍청하면 느리다고만 생각하지만, 그건 보통 사람들의 경험적인 판단일 뿐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똑똑함의 정의는 기준이 불분명한 것이다. 대신 우리는 그 사람이 장기전과 단기전 중 무엇을 수행하는데 적합한 지를 기준으로 세워야 한다. 그래야 그 사람의 다음 행보를 예측할 수 있다. 과거의 이재명이 불안해보였던 이유는 그가 단기전을 수행하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라면 마땅히 장기전을 수행해야 할 것 같은데 말이다. 그러나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법. 이제는 과거의 이재명이 아니다.


하지만 둘다 취할 수는 없을까?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뇌는 어떤 경향을 가져야 효율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에 맞춰 성격을 바꾸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인간은 두뇌의 10%만 쓴다는 게 잘못된 지식이라는데, 나는 오히려 인간은 10%도 안 쓴다고 본다. 왜냐하면 인간은 두뇌의 대부분을 지식을 저장하는데 쓰고, 아주 일부를 판단하는데 쓰기 때문이다. 관련 지식이 있는 영역만 활성화 되므로 10% 이내가 되는 게 정상이라는 말이다. 활성화 된 걸 기준으로 비율을 잡아야지.





Drop here!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21.11.12 (08:26:23)

인간은 지능을 10퍼센트는 커녕 거의 안 씁니다.

뇌는 거의 기름 덩어리인데 기름은 좋은 절연체입니다. 

인간의 두뇌가 발달한 이유는 적절히 절연하기 위해서 즉 

뇌를 사용하지 않고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서입니다.

뭐냐하면 버티기지요. 

보통은 감정에 의해서, 분노에 의해서, 흥분에 의해서 난리를 치는데

차분하게 버티려면 회로를 적절히 잘라줘야 합니다.

뇌는 많은 기름을 이용해서 잔소리 하는 넘은 회로를 자르는데

특히 숙달된 남편들은 마누라가 아무리 떠들어도 전혀 듣지 못하는 

차원이동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뇌에 넘치는 많은 기름을 이용해서 .. 이 정도만

천하무적 홍대리의 기술..생각을 못하는 이유는 절연이 안 되어서

개가 길을 찾는 배회법과 비슷한데 목적지를 향해 똑바로 가는게 아니고

아무거나 마구잡이로 투척해서 하나만 걸려라 법을 쓰기 때문에

마구잡이로 투척하지 말고 좀 아는 넘만 던져라 하고 잘라주는게 핵심

집단지성을 만든다 해도 뻘소리 하는 넘 좀 닥치게 하는게 핵심

더 이상은 뇌과학자에게 물어보셔.

뇌 전체를 사용한다는 것은 많이 간섭한다는 말이고 

많이 간섭하는건 안 좋은 거지요.

무슨 일을 하든 처음에는 일단 사람을 많이 불러모으는게 좋고

다음은 일할 사람만 남고 잔소리 할 사람은 내보내는게 핵심

뇌의 지방은 머리의 열을 식혀주는 냉각기능도 있다고.

서번트 증후군은 엉뚱한 데를 잘라버려서 

인간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눈치보기 기능이 꽝되고 엉뚱한 기능이 살아난 거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이금재.

2021.11.12 (10:53:09)

'처뭉나빼'는 제 프로젝트 만들기 테크닉인데,
처음에는 이런 저런 잡 아이디어를 잔뜩 뭉쳐서 거대하게 만들었다가
이후엔 주제에 안 어울리는 걸 하나씩 빼버리기. 뭘 그리거나 만들거나 할 때 유용.
비슷한 얘기 같은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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