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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0]chow
read 4020 vote 0 2022.07.16 (13:10:51)

필자는 초기부터 인공지능을 만드려면 알파고를 한마리가 아니라 여러마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즉 알파고로 사회를 이루어야 한다. 구조론에서 말하는 부족민의 의미는 작은 사회단위이다. 사회단위에서 단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외부로의 대칭이다. 적대 부족이 있으면 우리 부족이 있다. 그러면 현대인은? 국가의 탄생이 부족민과 현대인을 구분한다. 일단 규모가 더 크다. 근데 단순히 사람만 많다? 사람만 많으면 광안리 불꽃축제에 모인 사람들처럼 서로 밟고 싸우고 난리가 난다. 이 사람들을 셧업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권력이다. 어떻게? 총을 공중으로 쏘면 조용해진다. 한 사람이 100명을 죽일 수 있는 도구가 있으면 된다. 


사람을 죽인다는 말에 꽂히지는 말자. 영향력을 끼친다로 이해하면 좋겠다. 현대에는 SNS가 있다. 문명의 역사에 대해 역사학자들과 구조론에서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전쟁이다. 근데 전쟁이 꼭 사람을 죽이는 잔인한 것이라고만 이해하면 곤란하다. 사람들은, 특히 좌파들은 싸우는 행위 자체를 싫어하지만, 진실을 들여다보면 인간은 싸움이라는 소통을 통해서만 대화가 가능하다. 싸워야 대화가 되지 젊잖게 앉아서 무슨 대화를 해? 인간은 칼이 목에 들어오면 진정한 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시대가 지나 평화시대가 오면서 칼은 SNS로 바뀌었다. SNS가 사람을 죽이는 방법은 또 다르다.


SNS는 평판으로 죽인다. SNS가 구시대의 평판 위에서 새로운 평판을 만드는 도구다. 로컬이 있어야 SNS라는 글로벌이 의미가 성립한다. SNS가 파괴하는 것은 국가와 부족, 가족이다. 국가의 탄생이 부족을 파괴했듯이 말이다. 진보는 언제나 더 높은 단위로만 성립한다. 가족으로 부족을 이길 수는 없다. 페이스북이라면 외국인 친구를 들여와 가족의 분쟁을 잠재운다. 귀족간 결혼도 이런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며느리를 데려오면 가부장의 권위가 선다. 왜? 결혼이 다른 가족과 연결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순히 상징이 아니라 물리적인 현실이다.


가부장이 되면 아버지도 아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이걸 무슨 국사책에 나오는 이야기로 보지 말고 물리적 상황의 변화로 이해해야 한다. 인간이 언어를 만든 것과 더 큰 인간 단위의 탄생은 관련이 있다. 아마도 종교가 언어의 탄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근데 왜 필자는 굳이 확률이라는 표현을 쓸까? 대개의 사람들이 확률을 우연으로 해석하지만, 확률은 우연과 아닌 것으로 구성된다고 이전의 글에서 말했다. 우연도 말이 우연이지 까보면 필연이다.


확률에 계가 성립한다는 것은 내부의 구성소가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또한 의미한다. 현대사회에서 한명의 천재가 나오려면 100만명쯤 필요할 것이다. 양차대전 때 천재가 우후죽순으로 나온 이유는 그때 천재가 많이 태어나서가 아니라, 그때 인류가 초연결 상태에 있었기 때문이다. 지구가 한가족으로 묶여서 피터지게 싸웠다는 것은 그 자체로 초소통을 의미한다는 말이다. 그러니깐 상대성이론이니 양자역학이니 하는 게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말을 왜 하느냐?


인공지능은 한 마리로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이다. 바퀴벌레가 인간보다 똑똑한 이유는 바퀴벌레는 태어나자마자 독립하기 때문이다. 지능의 수준은 당연히 인간보다 떨어지지만 판단의 수준은 인간보다 높은 게 당연하다. 왜?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 바퀴벌레가 처해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인간은, 특히 요즘의 인간은 40이 되어서도 부모 밑에서 독립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덜 떨어진 것이다. 근데 또 양육을 길게 하지 않으면 바퀴벌레 수준에 그친다. 즉 양육과 독립 사이에는 황금비가 있다.


까마귀가 꽤 높은 지능을 나타내는 이유는 적당한 양육과 독립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인간도 독립하면 꽤 똑똑해진다. 여자가 똑똑해질 때는 아기를 낳았을 때다. 지능이 수직상승한다. 이건 대화를 해보면 안다. 관점이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다. 필자가 보기에 인공지능을 만드려면 어떤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알고리즘을 감싸고 있는 시스템, 즉 사회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어쩌면 인공지능의 초석은 이미 만들어져 있을지도 모른다. 알파고만 하더라도 경쟁을 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니깐. 다만 알파고들은 한판의 바둑으로만 연결되어 있을뿐, 큰 단위의 사건으로 묶여있지 않은 게 문제다. 우리가 할 일은 필요없는 것을 쳐내고 더 큰 단위로 개체들을 묶는 것이다. 적절히 묶으면 인공지능은 가능해진다. 알파고 앞에 주어진 바둑이란 문제는 너무나 단순하다. 우리는 바둑이 천재들이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바둑은 어쩌면 평범한 사람이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복잡한 문제에 더 많은 사람들이 관여를 해야 지능이 발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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