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이 공간의 고미숙이라는 분은 앎=삶=몸이라는 말씀을 하시는데 저는 이에 공감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학교교육에서 느껴온 답답함이 해소되는 느낌도 들구요.

이런 공간이 현 대학교육의 난맥상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한 사람만 지성인이 되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합니다. 뭔가 함께 가지 않으면 좌초하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정치 상황을 김동렬님은 예견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 분명 불행인데 이 정도일지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릴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님은 노무현 정부시절에 많은 이야기를 쏟아놓으셨지요. 님의 의견이 왜 우리 정치에 접수되지 못하는 것일까요. 왜 국민들은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뽑고야 말았을까요. 님이 이 상황에서 어떤 직책이 주어진다면 이 난맥상을 해소할 방책을 가지고 계신가요.

도저히 어찌해볼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할 때가 있습니다.

남자와 여자가 있습니다. 남자는 배우지 못한 열등감에 찌들어 있습니다. 여자는 아들을 낳지 못한 자책감에 기죽어 살아갑니다. 그 둘이 부부라는 이름으로 같은 공간에 살아갑니다. 상처입니다. 남자는 여자에게 끊임없이 상처를 줍니다. 여자는 남자를 떠나지 못합니다. 고아나 다름없이 성장한 여자는 가정을 지키는 것에 아주 큰 의미를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지만 다른 삶을 모색하는 것은 더 큰 불행을 가져올 것이므로 어떤 선택도 하지 못하고 그냥 견딜 뿐입니다. 제 3자로서 저는 그것을 지켜보면서 무력감을 느낍니다. 내가 개입한다는 것은 그들의 과거, 현재, 미래를 책임지는 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나는 그럴 능력이 없으므로 그냥 방관자에 만족합니다. 그들은 여전히 불행하고 지켜보는 나는 안타깝습니다. 제가 지성인이 아니기 때문에 저는 그들을 중재할 수 없는 것이겠지요. 불행은 지속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08.12.30 (18:37:10)

 

대안을 모색하는 사람은 많지만 대안을 찾은 사람은 아직 없습니다. ‘연구공간 수유+너머’도 마찬가지로 대안의 모색 단계라고 봅니다. 결정적으로 핵심이 빠져 있어요. 돌파구가 없고 출구가 없습니다.

물적 토대에 기반하지 않습니다. 상아탑 바깥에서 교수들과 안면틀 공간이 있다는 의미 정도? 자부심과 인맥 정도는 팔 수 있겠지요. ‘물적 토대, 기반’.. 간단히 말해서 돈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세상 이치가 그렇지 않습니까? 입력이 있어야 출력이 있고,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이 있고.. 에너지의 순환 사이클이 성립해야 시스템이 작동을 개시하고. 대안은 시스템, 시스템은 에너지의 순환, 에너지는 돈.

결국은 생산력의 변화를 촉발하는 것이 진짜입니다. 구조론은 생산력의 증대를 가져옵니다. 이 부분은 현장에서 검증되었구요. 늦어도 십년 안에 생산력 향상의 성공모델을 널리 전파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미 대한민국은 구조론에 따른 생산력 향상의 경제효과를 보고 있으며 그 이익은 소비자에게 전달되고 있습니다. 우리 새로운 생산력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지성은 힘이 있다는걸 보여줘야 합니다.

적의 주먹에는 몽둥이로 대항하고, 적의 몽둥이에는 칼로 대항하고, 적의 칼에는 총으로 대항하고, 적의 총에는 폭탄으로.. 항상 한 수 위에서 더 높은 생산력으로 적을 압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대안을 모색한다는 미술교육가 대여섯 사람이 5년간 토론해서 책을 하나 썼는데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답니다. 그 사람들이 바탕소 책을 보고 ‘우리가 5년간 찾던 답이 여기있네’라고 평을 했답니다.

좋은 일 하자고 하는 건데 초칠 생각은 없구요. 정보화 사회에서 인문학이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다는 말씀을 드리려는 거구요. 이제와서 열하일기를 논하고 고전 텍스트를 논하는게 재미는 있지만 생산력과 무관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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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론으로 보면, 역사의 필연법칙으로 보면 반동은 항상 있어왔고 거기에는 옳고 그름을 떠난 다른 논리지만.. 합당한 이유가 있습니다. 인간은 이성으로만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고 이성이 항상 옳은 것도 아닙니다.

개미의 군집과 같습니다. 2 대 8이지요. 2는 일하고 8은 예비군입니다. 문명은 항상 일정한 정도의 여유를 필요로 합니다. 8의 배후지가 있어야 하는 거지요. 그것이 없을 때 본능적인 행동을 보입니다. 전쟁과 파괴.

유목민들은 인구가 증가하고 목초지가 부족해지면 전쟁합니다. 전쟁 이유는 누군가의 실수나 무례, 누군가의 침범이지만 이는 표면의 구실이고 본질로 보면 인구증가, 목초지 부족에 따른 스트레스지요.

인류학적 관점에서 보아야 합니다. 현대인은 고도로 훈련된 사람들입니다. 진화법칙 상 전쟁과 파괴는 당연한 과정이며 현대인들은 그 스트레스를 다른 방향으로 배설하는 고도의 훈련이 되어 있는 사람들입니다.

문명은 인간에게 스트레스를 줍니다. 지금은 지구는 목초지가 부족해진 유목민과 같은 상태입니다. 전쟁에너지가 축적되고 있습니다. 그 스트레스를 다른 방향으로 배설하려면 고도의 훈련이 필요하며 그것이 지성입니다.

뉴요커들은 좁은 도시에 다인종 다민족이 바글바글 살아도 마음씀씀이가 널널하지만 텍사스 사람들은 그 넓은 땅에 흩어져 살아도 만리 밖 이라크인의 존재에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들은 지구가 좁아서 부대끼는 겁니다.

진화법칙으로 말하면 이 쯤에서 양차세계대전과 같은 대재앙이 일어나 인구를 한번 싹 정리해주는게 맞겠지요. 인간은 이성적 존재이므로 그 스트레스를 극복해야 합니다. 뉴요커의 여유와 같은 정신적 탈출구가 필요한 겁니다.

그래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지성의 전범이 나와야 하는 겁니다. 이명박을 뽑는 것은 이성과 본능 중에서 본능을 택한 겁니다. 그것은 이성이 뭔가 새로운 것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DJ시절 남북화해의 비전, 노무현 시절 인터넷 신문명의 비전.. 그 이성의 힘이 본능의 파괴욕구를 억누른 거지요. 뭔가 새로운 기운이 있었고 그에 따른 흥미와 호기심이 있었던 겁니다. 그 다음에는?

구조론이 그 대답입니다. 그러나 구조론은 백년 짜리 프로젝트라서 당장 무엇을 보여줄 수 없다는게 단점이지요. 어쨌든 우리는 3년 안에 혹은 차차기를 대비하여 8년 안에 뭔가 신규프로젝트를 내놓아야 합니다.

인류는 건설만 해 온 것이 아니고 건설과 파괴를 병행해 왔습니다. 야노야미족처럼 봄에는 씨 뿌려서 키우고 가을에는 대파괴로 싹 불태워 없애고 원점에서 다시. 그곳이 고립된 정글이기 때문이지요.

바깥에서 출구를 열어가지 못하면 인간은 항상 그모양 그꼴입니다. 중국과 일본의 전국시대처럼 끝없는 전쟁의 연속. 그게 인간의 본 모습. 새로운 종교, 새로운 가치관, 새로운 생산력만이 그 바보를 멈출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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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와 여자의 불행은 봉건적인 향촌공동체가 해체되고 새로운 도시 방식의 신문화가 정착하지 못한 때문입니다. 향촌 공동체는 갈등을 해소하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그 중에는 여자가 참으면 된다는 식의 말도 안되는 것도 있구요.

어쨌든 해결방식이 있습니다. 아랍의 명예살인이라든가 이런 끔찍한 것도 있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성의 문화입니다. 그 정착은 쉽지 않습니다. 지성이 있다고 해서 잘 중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중재하는 문화가 발전되어야 합니다. 일부 선진국에는 그런 시스템이 정교하게 짜여져 있습니다. 우리는 없지요.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길거리에서 머리채 잡고 싸우는 풍경 많이 있었습니다.

요즘 후진국 여행 가서 그런걸 보고 와서 신기한 풍속이라며 비웃곤 하는데 불과 이십년 전만 해도 그게 우리나라 도시 변두리에서 흔히 보던 일입니다. 길거리에서 죽인다니 살린다니 하며 법썰떨지 않는것만 해도 발전이지요.

‘동네방네 사람들이 이내말씀 들어보소. 에고 저 놈이 사람잡네’ 뭐 이런 풍경. 한쪽에서는 식칼들고 쫓아가고 한쪽에서는 머리 산발한채 버선발로 도망가고. 하루에 한건씩 동네싸움이 있던 그때 그시절.

사회는 많이 발전했고 또 발전해가고 있습니다. 어느 법무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분에게 들은 말로는 그런 문제있는 부부를 잘 중재해서 완전한 해결은 아니지만 긍정적 타협을 유도하는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그 분이 조만간 그 분야의 전문가로 강남 법원가에 입소문이 나서 그 유형의 사건을 싹쓸이 수임할거라고 하던데 그런 전문가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 우리사회도 결국 그런 문제도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시스템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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