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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7416 vote 0 2011.09.02 (12:00:08)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들의 이상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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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의 역습' 발간

 

 1947년 뉴욕에서는 '이상한 형제'의 죽음이 큰 화제를 모았다. 주인공은 눈이 멀어 거동이 불편한 형 호머 콜리어와 형을 돌보던 동생 랭글리. 3층 저택에서 산 이들은 온갖 잡동사니를 쌓아둔 더미 속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조사 결과 동생은 자신이 설치한 부비트랩을 건드리면서 신문 더미에 깔려 질식사했고 형은 이후 굶어 죽은 것으로 드러났다.

형제가 이 집에 모아둔 잡동사니는 무려 170톤. 어마어마한 쓰레기 때문에 집은 붕괴 위기에 처했고 형제의 주검이 발견되기까지 3주가 걸렸다.

 

형제는 왜 이처럼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끌어안고 있다가 결국 어이없는 죽음까지 맞아야 했을까. 20년간 저장 강박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온 랜디 O. 프로스트 스미스대 교수와 게일 스테키티 보스턴대 교수가 수백 명의 '수집광'을 만나 대화하고 그들의 행동 양태를 차례로 기록한 '잡동사니의 역습'(윌북)은 이에 대한 해석과 치유 방안을 제시한 책이다.

 

책은 증상별로 구분한 20여 명의 저장 강박자를 소개한다.

 

아이린은 친구가 자신의 껌종이를 버렸다고 절교를 선언했고 데브라는 잡지를 손때 묻지 않고 구겨지지 않은 채 그대로 보존하고 싶어서 3권씩 구입했다. 파멜라는 200마리의 고양이를 키우는 동물 저장 강박자이며 에이미는 5세 때부터 주변 사람들의 물건을 빌린뒤 절대로 돌려주지 않고 있다.

 

저자들은 저장 강박자 대부분이 트라우마(외상 후 겪는 정신적 장애)를 겪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된다. 엄격한 아버지, 성폭력,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등이 저장 강박 증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저장 강박증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의 아픈 개인사를 다시 돌아본 뒤 딛고 일어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상담과 치료를 통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해진 예도 전한다.

 

저자들은 "저장 강박 증상자들은 많은 물건에서 기회를 볼 줄 아는 능력을 타고났다. 동시에 그 어떤 가능성도 내려놓을 수 없는 우유부단함을 저주처럼 물려받았다"며 "학자들이 이 역설적인 상황을 정리해 증상자들이 기회는 활용하고 비용은 치르지 않도록 도울 수 있다면 다행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392쪽. 1만4천800원.

c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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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둘러대는 것이 엉터리 과학자들에게는 편리한 논법이 된다. 그러나 이는 무책임하고 안일한 접근이다. 트라우마 한 두 가지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잡스는 부모로부터 버림받아 트라우마 때문에 애플을 일으켰고, 오바마는 부모의 이혼때문에 트라우마를 입어 대통령이 되었고, 클린턴은 역시 부모의 잦은 이혼과 재혼 때문에, 부시는 젊은 시절 마약복용 때문에 대통령이 되었겠는가?

 

트라우마는 굉장히 편리한 구실이다. 왜 그런 일이 촉발되었는가를 보지 말고 왜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했는가를 보아야 한다.

 

사람들은 일관성을 따라가려는 기승전결의 법칙에 잡혀 있으며 거기서 벗어나는 것은 사회관계다. 더 많은 친척과 친구와 동료들 사이에서 그 문제를 극복해 가는 것이다. 그리고 아주 간단히 똥개와 비슷한 방법으로 훈련하면 극복된다.

 

인간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 중의 하나는 고립이고, 이는 고립이 낳은 또다른 부작용일 뿐.

  


[레벨:15]오세

2011.09.02 (16:07:29)

전송됨 : 트위터

그렇소. 

인간은 관계적 존재이고, 잘못된 기승전결의 흐름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더 크고 더 많은 존재들이 가담한 기승전결의 흐름으로 갈아타는 것이오. 가족호, 부족호, 국가호에서 세계호, 나아가 우주호로 갈아타야 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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