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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0]양을 쫓는 모험
read 4264 vote 0 2010.12.22 (04:2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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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교수를 만났소. 15명의 블로거들과의 만남의 자리였는데, 실제로 얘길 들어보니, 언론에서 나온 좌파 지식인 이미지와는 좀 거리가 있어 보였소. 그가 주로 말하는 논리가 좌파의 입맛에 잘 맞는 것일 뿐. 어느정도 연역적 사고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소. 다만 스스로 그것을 명확하게 정리하지 못할 뿐이지...

 

양모한테도 질문의 기회가 왔소. 바로 전에 사상(종교)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설명하였고, 그것에는 꼭 이래서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가 아닌 양면성이 존재한다고 했소.

 

"방금 양면성을 말씀하셔서 드리는 질문입니다만... 경제도 하나의 생태계라면,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의 밸런스가 있는 것처럼, 보호무역과 자유무역 역시 그러한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국제적인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가라면 보호무역을 통하여, 자국산업의 성장의 계기를 만들어야겠지만, 국제적인 경쟁력을 이미 갖춘 상태라면 보호무역은 국내시장의 독과점을 만들고, 그 폐해는 서민과 노동자가 감당하게 됩니다."(양모)

 

"맞습니다."(장하준 교수)

 

"우리나라의 경우도 대기업들이 이미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었고, 이미 자유무역을 할 수 밖에 없는 포지션에 있습니다. 자유무역의 폐해에 관하여 말씀하셨는데, 현재 우리나라의 포지션에서의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에 대해서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양모)

 

이 질문을 하자 지금까지와는 다른 묘한 분위기가 연출 되었소.

 

장하준 교수가 언급한 내용은 그러기 때문에 완전한 보호무역이라거나 완전한 자유무역을 주장한 것이 아니라, 각 나라의 경제상황별, 체급별 관세를 적용하는 것이 옳다고 해왔다. 한국의 경우 1970년대의 공산품에는 약 40%의 관세를 적용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10% 정도의 관세로 점차 줄어들었다.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라, 대답 자체가 그간의 다른 질문의 대답보다 무척 짧았고, 일반론의 답을 했으며, 말을 약간씩 더듬었소. 장하준 교수는 내가 진짜 원하는 대답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던게요. 경제의 전체 생태계가 있고, 그 안에서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의 양면성을 긍정했으면, 바로 한국의 포지션에서의 FTA 얘기로 이어지는 것이 당연할텐데, FTA의 F 자도 얘기 안했더랬소.

 

지난 참여정부 시절 장하준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의 한미 FTA 결정에 관하여 반대 입장이었는데, 그 시간 내내 얘기한 것과 모순되는 상황이 되었던 것이오. 물론 노무현의 FTA와 이명박의 FTA는 또 다른 문제겠지만 말이오. 어쨌거나 그 대답 이후에 참여정부시절의 FTA에 관한 입장에 대하여 깊게 들어가려던 찰나에 질문권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버려서 그 이상 갈 순 없었지만, 분명 나는 보았고, 장하준 교수도 알았소. (돌아오는 길에 다른 블로거와 함께 나왔는데, 그 사람 역시 내가 질문할 때의 장하준 교수의 교과서적인 대답과 당황스런 표정을 보았다고 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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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고 모두가 한번 씩의 질문을 하고 맨 마지막 질문의 기회가 있었는데, 양모가 마지막 질문을 하게 되었소. 지난번 소설가 김훈 을 만났을 때처럼, "왜 사냐?" 는 질문을 했소. 물론 김훈 때와는 다르게 좀 더 친절하게 구체적으로 "무엇의 의하여", "무엇을 향하여", "그 둘을 잇는 관성" 이라고 풀이해서 물었소.

 

김훈과는 다른 대답이 나왔소.

 

"거시적으로 본다면, 인류의 역사는 우여곡절도 있고, 퇴보도 있었지만 결국은 진보를 해왔습니다. 역사의 진보를 믿습니다. 또 개인적으로 본다면, 나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 교수가 되기로 했습니다. 늘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 입니다."

 

 

행사가 끝나고, 출판사로 부터 받은 그의 책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에 다들 저자의 서명을 받을 적에, 나도 받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제 이름은 안써주셔도 되구요. 대신에 아까 말씀하신 내용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하고 싶다' 라고 써주세요." 라고 하자 몇 십초 동안 고민을 하다가 글을 남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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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6]폴라리스

2010.12.22 (09:31:55)

조만간.....양모님이 쓴 책에 저렇게 사인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군요.

 

 

개인적으로 업무상 교수들과 같이  일할 기회가 좀 있어서.....

그들과 일을 하면서

앞으로 이집단의 사회적인 효용가치는

급속도로  떨어지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도 장하준 교수정도면 그바닥에서는 괜찮은 양반이죠

 

이러저러한 책 집필 준비하시는걸로 알고 있는데.....

좋은 결실이 있길 바랍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9]로드샤인

2010.12.22 (09:39:23)

오, 멋있군요. ^^  핵심을 지르는 질문을 던졌구료. 장하준 교수 적잖이 놀랐을 듯.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0.12.22 (15:25:45)

서명에 복잡한 마음이 들어가 있는지 볼펜을 강하게 쥔듯 합니다.^^

 

저는  반박을 못하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는 하지만...

이미 자신에게 있어 선점한 생각을 오랫동안 갈고닦아온 사람들이 반박을 못하지는 않을테니까요.

그러나 난해해지고, 뭔가에 끼워맞추는 듯한 느낌들을 시간이 갈 수록 확인을 더 하게 된다는 것 뿐이겠지만...

 

FTA를 안하겠다는 것도 현재 대기업들이 중소하청업자들을 너무 착취하고 있다는 것이고, 지금도 그런데 FTA를 하면 더 심해진다는 반론이겠지요. 세계적인 기업들이 아프리카를 착취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고,

이것은 지배계급과 착취의 대상은 사람은 이동할 수 있어도 그 계급자체는 남아서 계속 반복된다는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착취의 대상을 우리나라를 벗어나서 다른나라에도 행할 수 있는 것이고, 다른 나라 대기업들이 우리나라에 행 할 수도 있는 일이고, 이미 그렇게 되고 가고 있고... 제국주의 형태의 무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기는 하오.

 

그런데 이러한 관점은 대기업을 제어할 수 없다라는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지 않을까 합니다. 거대 기업에 대한 두려움...지금 이명박도 스스로는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현재 대기업들은 따라주는 척 할뿐 통제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어쨌든 본질은 돈이겠지만, 보수가 거대기업에 대해서 돈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면, 좌파는 계급에 있다고 보는 것이 좋을듯 합니다. 계급의 이동보다는 계급 자체가 고착화 되어 있다는 생각이 깊숙한 곳에서 두려움을 만드는 것이지 않을까 합니다. 통제를 할 수 없다는..그래서 혁명이나 혹은 무력투쟁이나...

 

 

흠...그냥 들은 풍월과 연계해서 제 생각을 읊조려 보았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4]삐따기

2010.12.22 (20:21:28)

장하준 교수의 책을 저도 한권 읽긴 읽었는데, 책 한권 읽고 뭐라 말하기는 그렇지만, 근거가 부족하고 논리적이지 않더군요. 뿌리가 작고, 가지가 얇으니 바람불면 흔들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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