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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5]오세
read 5700 vote 0 2010.11.12 (03:14:30)

근대 이후 과학적인 심리학의 태동은 일부 심리치료 전통, 특히 인지행동치료의 탄생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였으나, 나머지 전통들에선 치료의 효과를 검증하는 데나 과학적인 방법이 쓰일 뿐, 정작 다양한 심리치료들의 이론적 모태로서의 역할은 하지 못하고 있다. 심리학이 심리치료의 이론적 자궁 역할을 하지 못하는 와중에 심리치료는 정신과처럼 의학에 뿌리를 내린 집단에서 약물 처방과 더불어 보조적으로 쓰이는 지위에 놓이기도 하고, 교육학 내에선 상담이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고 있기도 하며, 사회과학대 심리학과 상담심리학전공이라는 심리학의 하위 범주로 자리 잡고 있는 실정이다.

 

어째서 심리학은 심리치료의 이론적 산파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근대의 심리학이 과학으로서의 심리학을 표방하면서 실증주의 철학을 기반으로 삼아 양적인 심리 측정과 평가에 몰두하면서 비교적 객관적 관찰이 용이한 인지와 행동의 관찰에만 주력하면서 그때그때 잴 수 있고 측정하기 용이한 현상들 위주로 학문을 전개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객관적인 관찰을 위주로 한 접근은 마음의 현상학적, 관계적, 문화적, 사회학적 측면은 무시한 채, 심리학이라는 학문을 전개했으며, 결국 심리치료 이론을 낳은 이들은 심리학이 무시한 영역, 마음의 주관적/상호 주관적 측면을 집중적으로 관찰한 이들이었다. 물론 행동치료의 경우엔 근대 심리학의 이론을 뿌리에 두고 있긴 하지만, 행동치료만을 치료접근으로 삼는 심리치료자는 거의 없으며 현재 행동치료는 치료기법으로 쓰이지 치료의 이론으론 쓰이진 않고 있다.

 

이렇듯, 심리학이 한 쪽 눈만 뜨고 마음을 논하겠다는 무리한 발상을 하는 틈을 타, 프로이드가 먼저 마음의 구조에 대한 이론을 제시하였다. 그의 이론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가 제시한 마음의 구조에 대한 하나의 이론은 이후 다양한 심리치료 이론들이 전개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였으며 리비도설처럼 마음에 대한 설명이 하나의 원리로부터 출발해야 하며 마음의 구조와 메커니즘에 대한 설명이 제시되어야 비로소 문제의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다는 통찰을 후학들에게 전해주었다. 그러나 프로이드의 이러한 위헙은 역설적으로 심리치료의 이론을 제시함과 동시에 심리치료의 이론적 기반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가 마음의 제 1원인으로 제시한 리비도설은 이후 숱한 반대자들을 양산하면서 마음에 대한 온갖 담론들을 낳았으며, 마음을 지나치게 구조적으로 본 나머지 마음이 바로 지금 이 순간에 벌어지고 있는 하나의 사건이며 과정이라는 점을 무시한 채 과거 경험에 의한 결정론적 관점을 고수한 결과 이후 이에 반발한 다양한 과정적 접근들의 출현에 영향을 끼쳤다. 대표적으로 예를 들면, 융의 분석심리학은 프로이드의 리비도설이 주로 성욕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을 비판하면서 마음의 집단적’, ‘초월적측면을 강조한 분석심리학을 낳았고, 게슈탈트 치료는 프로이드가 놓친 마음의 과정을 탐구하는 데서 출발하였고, 실존심리치료는 의미 추구라는 인간의 고차적인 욕구야말로 인간 행동의 추동력임을 지적하면서 정신분석이 도외시한 마음의 상부구조를 제시하였으며, 인지행동적 접근은 사건-인지적 평가-감정-행동-다시 사건으로 이어지는 인지행동모델을 제시하면서 게슈탈트치료와 마찬가지로 마음의 과정-구조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칼 로저스에 의해 탄생한 인본주의적 접근은 프로이드가 도외시한 영역, 마음의 현상학적, 경험적, 주관적 의미에 초점을 맞춰 이론을 전개하였다.

 

이처럼 마음에 대한 다양한 이론들은 프로이드가 하나의 이론을 제시하면서 그 영감을 받아 다양하게 전개된 것이었으며 각자 견해를 달리하긴 하지만 마음의 구조, 프로세스, 성장에 대한 설득력 있는 이론을 바탕으로 마음의 문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가능케 하였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긍정할 만 하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한 견해들을 바탕으로 마음의 전모를 짐작하기란, 마치 어떤 그림인지도 모른 채 뿔뿔이 흩어진 퍼즐조각들을 가지고 끙끙거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쉽지 않은 일이다. 프로이드의 관점이 불완전했기 때문에 다양한 담론들이 나와 마음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폭넓게 해 주었다지만, 정작 담론들의 다양성이 증대되는 만큼, 마음의 전모를 한 눈에 보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역설적인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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