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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7]현강
read 1450 vote 0 2020.08.21 (12:42:51)

텐서는 좌표계와 성분으로 이루어진다. 좌표계는 수학용어로 기저(basis)에 해당한다. 주목할 점은 하나의 텐서는 무조건 좌표계라는 전제와 성분이라는 진술 쌍으로 표현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상의 예를 들어보겠다.

현재 나의 위치를 나타낼 때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나는 방 한가운데에 있다' 혹은 '나는 tv로부터 1m 앞에 있다'라고 할 수 있다. 첫번째의 기저는 방이며 성분은 한 가운데이다. 두번째의 기저는 tv이며 성분은 1m 앞이다.

일부러 매우 투박한 예를 들었으므로 맥락적으로 대략 그렇다는 말이다. 각각 전제와 진술이 다르지만 '전제-진술' 쌍이 의미하는 바는 동일하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보나마나 각각의 전제(방과 tv)끼리 이미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합의된 하나의 관계를 갖는 두가지 전제로부터 두가지 표현이 나온 것이다. 사실 전제는 한 단위 내부에서 진술에 대해서나 전제인 것이다. 전제끼리 논하자면 이미 전제가 진술이며 전제의 전제가 전제인 것이다.

흔히 전제가 바뀌면 진술도 바뀐다고 말한다. 정확히는 진술의 의미가 바뀌는 것이다. 왜냐하면 전제의 의미가 바뀐만큼 진술의 의미가 연동되어 바뀌어야지만 전체 '전제-진술'쌍의 본래 의도한 의미가 복원되기 때문이다.

안부를 묻는 표현으로 '요즘 잘 지내냐'라고 할 수도 있지만 '밥 먹었냐'라고 할 수도 있다. 굳이 비유하자면 우리는 이미 안부라는 텐서값을 목표로 정해두고 말을 시작한다. 이 상황에서 나올 말은 안부일 거라는 모종의 합의가 우선한다.

딱봐도 안색이 나빠보이는 사람을 앞에 두고서 하는 말은 안부일게 뻔하다. 이때 '밥 먹는다'의 전제가 바뀌어도 안부라는 전체 의미를 복원시키려고 '밥 먹었냐'는 진술의 의미를 틀어서 해석하는 것이다.

그런데 상대방이 진짜 식사여부를 묻는 것으로 오해한다면? 이 때 상대방이 합의한 전체의 의미는 식사여부이다. 이걸 복원시키려고 애써 '밥 먹다'의 의미를 제한시킨 것이다. 수학에서의 전제는 단순히 순서쌍에서의 앞 녀석을 뜻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구조론에서의 전제는 복원되어야 할 녀석에 가깝다. 복원시켜야 할 것은 합의된 의미이며 이는 언어적 약속, 상황적 약속 등 복합적인 요인들에 의해 그때그때 결정된다. 밀도가 높은 쪽이 복원되며 그 결과 살아남는다.

살아남는다는 것은 이어진다는 말이며 곧 의미이다. 텐서가 일정하려면 기저가 바뀔때 성분도 바뀌어야 한다. 기저가 공간이면 기저의 변화는 공간의 출렁임이다. 좌표값이 바뀐다기보다는 기저인 좌표축이 바뀐다는 말이다.

다만 좌표축은 또다른 좌표축들과 관계가 합의되어있다. 변하지 않는 하나의 기저로 모든 걸 설명하느냐 기저 역시도 또다른 기저들로 설명할 것이냐의 문제이다. 변하지 않는 않는 기저로부터 출발하려면 그 기저를 가지고 만인에게 합의를 구해놓아야 한다.

합의비용을 지불하는 과정은 벌써 기저들 간의 연결이다. 어쨌거나 합의는 필수이며 미리 합의해 놓은 만큼 협상 테이블에 가 앉아서 합의를 벌일 비용이 절약된다. 텐서는 난해하지만 텐서의 등장배경은 지극히 인간적이다.

[레벨:10]dksnow

2020.08.21 (12:58:49)

현강님. 벡터나 텐서는 이미지와 함께 설명하는게 좋을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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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R의 내부 성질에 대해서 '방향'과 '양'에 대해 설명하면, 아무런 반론이 붙질 않습니다. 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차원만 높여갈뿐.  이렇게 양과 방향으로 설명해야 프로그래머들도 코딩이 가능합니다.


이게 되고 나서, 화학과 생물학으로 넘어가서, 인류학이나 사회학으로 가야 합니다. 점프를 너무 뛰는건 낭만주의라고 봅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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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미지 [레벨:20]이금재.

2020.08.21 (20:19:16)

쥐뿔도 모르는 사람들이 행렬이나 텐서를 어렵게 설명하는데, 사실 둘은 쉬운 겁니다. 한국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사람 중에 연립방정식을 못 푸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왜냐고?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배운 거니깐.


행렬이나 텐서는 어떤 (다수로 된) 연립방정식이 있을 때, 어떤 "해" 하나를 공유하는 것을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행렬식이라고도 하죠. 행렬로 표현했을뿐, 그 근간은 연립방정식이라는 말입니다. 


중고딩 때 행렬식을 제대로 배우지 않는 이유는 너무 어렵다고 느껴서입니다. 기브스가 벡터를 만든 이유는 머리 나쁜 예일대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카더라죠. 


어떤 방정식은 보통 어떤 둘의 비율로 표현됩니다. y = ax + b가 방정식(함수)의 기본입니다. b도 의미는 있지만 b가 들어가면 복잡해지므로 일단 제외하고 이야기 합시다. b의 의미는 양쪽변을 공약수로 나눈 나머지 정도니깐. 


어떤 둘의 비율은 곧 선형성과도 연결됩니다. 1차함수 그리면 직선 나오잖아요. 그래서 선형입니다. 그럼 함수 여러개 모아놓고 교차점(해)이 있다고 치고 그걸 풀어쓰면 행렬입니다.


대학에서 행렬 말하는데 초딩의 공약수를 말한다고 화낼 분 계실까봐 미리 쉴드를 치자면, 공약수 개념은 고유값eigenvalue과 관련 있는 거 아니깐 태클 사절입니다. 


1차원수인 자연수에서 공약수 분해가 있다면 다차원수인 행렬에서는 고유값분해eigenvaluedecomposition가 있습니다. 그냥 같은 건데 차원만 늘어났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함수와 방정식이 수학적으로 엄밀히 말하면 같지는 않지만 우리는 전문가가 아니므로 대강 퉁쳐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어쨌건 여럿이 하나를 공유하므로 각각은 떨어져있지 않고 긴밀하게 묶여있습니다. 


이것이 텐서의 의미입니다. 행렬은 단순히 차원이 높은 수를 표현하는 게 아니라, 개별 차원이 밀접한 관련(해를 공유)을 갖는 것을 표현합니다.


1차원 수와 달리 다차원 수에서는 여러가지 제약이 발생합니다. 이항이라던가 교환이 차원이 높아질 수록 제한됩니다. 엮일 수록 함부로 할 수 없는 거죠.


이상 5분만에 이해하는 선형대수학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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