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프로필 이미지
[레벨:7]현강
read 1291 vote 0 2020.08.07 (08:16:16)

공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어떻게 우주를 설명할 수 있을까? 부분되는 언어를 사용하여 어떻게 전체를 설명할 수 있을까? 유튜브 과학 채널에서 어차피 인간은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널리고 널린 댓글들의 숨은 전제이다.

이런 난맥을 극복하고자 과학자들은 온갖 어려운 용어들을 발명해서 제시한다. 암흑 에너지나 수십 차원이나 다중우주 따위이다. 그러면 독자들은 '음 과연 내가 짐작하기도 힘든 단어들을 사용하는 군'거리며 보다 신빙성을 느낀다.

혹은 아직도 불만족하여 더 끝판왕되는 'ㄴㅇㄹㄷㅈㅂㅊ' 같은 말을 제시하라고 요구한다. 사실 자신이 뭐에 불만인지도 잘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이지 공간이라는 말에는 공간이 없다. 그러므로 애초에 단어 하나 가지고 꼬투리 잡을 이유도 없다.

구조론에 따르면 인간은 숫자를 말하지만 진법을 복제해낸 거다. 마찬가지로 단어를 말하지만 문법을 복제해내어 그 단어가 뜻을 가지게 한다. 동등한 단어들의 나열은 합이다. 그런데 그 단어들이 문법에 맞추어 나열된다면 그건 곱이다.

부분의 합식은 여전히 부분이지만 부분의 곱식은 전체에 대한 묘사이다. 교환법칙이나 결합법칙이 성립하지 않도록 정의된 곱셈은 그 자체로 문법을 가리킬 수도 있다. 두 단어의 나열이라도 그 순서가 바뀌면 전혀 다른 전체 의미를 가르킬 수 있다.

숲의 피아노와 피아노의 숲은 다르다. 숲과 피아노나 피아노와 숲은 같다. 유튜브 댓글의 포기주의는 합의 교환법칙이라는 순환에 갖힌 답답함이다. 무한순환 무한교환은 공짜라서 좋을 듯 하지만 사실 값어치가 없다는 말과도 닿는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구조론 매월 1만원 정기 후원 회원 모집 image 29 오리 2020-06-05 80221
1973 차원으로 생각하기 image chow 2022-06-18 1382
1972 인문학의 빈곤 dksnow 2022-06-17 1456
1971 수학의 본질, 순간변화율 image 1 chow 2022-06-17 1203
1970 역설에 따른 노래 이전의 발성에 관한 이야기 SimplyRed 2022-06-16 913
1969 장안생활 격주 목요모임 공지 image 2 김동렬 2022-06-16 841
1968 한국어의 힘 image 김동렬 2022-06-14 1164
1967 '출산정책의 실패' 에 덧붙여 8 dksnow 2022-06-10 1430
1966 개구리 소년 흉기는? image 10 김동렬 2022-06-10 1319
1965 확실성의 구조론과 불확실성의 엔트로피 image chow 2022-06-09 1177
1964 가속 진화의 이유 외 chow 2022-06-08 820
1963 버니어캘리퍼스 image chow 2022-06-08 870
1962 동아시아사에서 한반도의 역사적 역할 (환빠는 알아서 꺼져주길) dksnow 2022-06-08 931
1961 탈냉전의 청구서 dksnow 2022-06-08 839
1960 인간과 알파고, 까마귀 chow 2022-06-06 850
1959 인간은 권력하지 않는다 chow 2022-06-03 861
1958 선거 후기 1 레인3 2022-06-02 1035
1957 목요 격주 온오프 모임 image 김동렬 2022-06-02 784
1956 곡성과 라쇼몽, 아킬레스와 거북이, 상대성이론 chow 2022-05-31 1002
1955 다이아몬드는 왜 가치가 있는가? chow 2022-05-29 984
1954 움직이면 시간이 천천히 간다? chow 2022-05-28 1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