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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452 vote 0 2022.05.08 (19:03:47)

    여러분이 초대받은 별이다. 게임을 하려면 규칙을 알아야 한다. 규칙은 다섯이 있다. 좋구나. 프로야구만 해도 규정이 복잡해서 때로는 심판도 헷갈려 하는데 말이다. 사실은 다섯도 많다. 규칙은 하나다. 그것은 에너지의 방향성이다. 


    방향만 알면 길을 찾아갈 수 있다. 에너지는 주어고 방향성은 술어다. 답은 술어다. 주어는 술어의 좌표를 찍어준다. 에너지는 방향성의 좌표를 찍어준다. 축구는 골대만 찾으면 되고 야구는 베이스를 돌면 된다. 그런데 자살골 넣는 자 꼭 있다. 베이스를 거꾸로 도는 자 있다. 


    방향 하나만 알면 되는데 그 하나의 방향을 확정하려면 다섯 가지를 알아야 한다. 좌표의 원점과 X축과 Y축 그리고 벡터와 스칼라다. 바둑을 두든, 장기를 두든, 알까기를 하든 인생을 살아가면서 이 다섯 개의 규칙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우주가 복잡해도 단순한 것의 집합이다. 단순한 것은 원자다. 원자는 복제할 수 없다. 어떻게 해볼 수가 없다. 할 수 있는게 없다. 어쩌라고? 원자론은 어떤 아저씨가 그냥 해본 소리고 세상은 에너지다. 에너지는 내부에서 일한다는 뜻이다. 내부가 있다고? 그럼 외부도 있겠네. 그렇다. 


    벌써부터 슬슬 골때리기 시작하지만 이 정도는 가볍게 극복해야 한다. 머릿속에 안과 밖의 경계가 나누어진 울타리 하나를 딱 그리면 된다. 게임을 시작하자고.


    에너지는 병에 들어 있다. 좋구나. 생텍쥐뻬리의 어린왕자를 떠올려도 좋다. 양은 어디에 있지? 양은 상자 속에 있어. 좋구나. 양을 운반하기는 쉽다. 상자째로 들고 가면 된다. 에너지를 담는 병은 셋이다. 병째로 들고 가면 된다. 


    첫째, 에너지는 보존된다. 에너지는 어디에 안 가고 그 자리에 있다. 양은 상자 속에 있다. 에너지는 병 속에 담겨 있다. 


    둘째, 에너지는 형태를 바꾼다. 이게 중요하다. 핵심은 변화다. 변화는 거리와 속도의 바꿔치기다. 에너지는 분명 거기에 있을 텐데 보이지 않는다면? 속도에 숨어 있다. 거리가 줄어들면 속도가 빨라진다. 양은 분명 상자 속에 있을 텐데 보이지 않는다면? 빨라져 있다. 


    셋째, 거리가 속도로 바뀔 뿐 그 반대는 없다. 그런데 우리는 현실에서 그 반대의 경우를 무수히 목격한다. 뭐지? 그것은 상자가 열린 것이다. 상자는 꼭 닫아놔야 한다. 속도가 거리로 변했다면 상자가 열려서 이물질이 들어온 것이다.


    문제는 변화다. 우리는 변화를 추적할 수 있다. 상자를 잘 닫아놔야 한다. 잃어버린 동전은 그곳에 있다. 사라진 물건은 등잔 밑에 있다. 속도에 숨어 있다. 그 과정에 거리는 좁혀져 있다. 변화에는 질서가 있다. 


    세상은 에너지고, 에너지는 그곳에 있고, 변화는 에너지의 형태를 바꾸며, 언제나 거리가 속도로 바뀌고, 그 반대는 없다. 이것 하나만 알면 된다. 사실 하나의 규칙이지만 친절하게 다섯으로 나누어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세상은 에너지다.
    - 에너지는 그곳에 있다.
    - 에너지는 형태를 바꾼다.
    - 거리는 속도로 바뀐다.
    - 그 반대는 없다.


    이 안에 다 있다. 좋구나. 범인은 이 안에 있다. 양은 상자 속에 있다. 에너지는 병 안에 있다. 사건은 닫힌계 안에서 작동한다. 변화는 이 안에서 일어난다. 다 필요 없고 이 다섯 가지 원칙만 알면 된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우리는 이 다섯 가지 안에서 승부를 내야 한다. 다른 곳은 눈길을 줄 이유가 없다. 시간 아끼고 좋다.


    1. 세상은 에너지다.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말이다. 왜 이게 중요한가 하면 원자론은 불변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인류문명은 애초에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다. 처음 과학을 발명한 사람이 게임의 규칙을 잘못 정했다. 용의자는 데모크리토스와 탈레스다.


    데모크리토스는 불변에 주목하여 원자론을 제시했고 탈레스는 변화에 주목하여 물을 제시했다. 어느 쪽이 맞을까? 둘 다 맞다. 근본은 에너지다. 에너지는 불변한다. 그런데 변한다. 변하면서 변하지 않는 것이 에너지다. 굳이 말하면 탈레스가 옳다. 변화가 더 근본이다. 


    변화가 주어고 불변은 술어다. 변화가 먼저 있고 그 변화 중에서 불변의 질서를 찾는 것이 과학이다. 게임의 규칙을 잘 정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원자론의 불변성에 꽂히는 바람에 과학은 잘못된 길을 가게 되었다. 우리는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변화 속의 불변성이 진리다.


    2. 에너지는 그곳에 있다. 변화는 닫힌계 안에서 일어난다는 말이다. 에너지 보존이든 각운동량 보존이든 보존은 변화가 일어나는 범위를 정한다. 사차원으로 도망치거나, 텔레파시로 이동하거나, 둔갑술을 구사하지 않는다. 변화는 자리바꿈이다. 자리는 그곳이다. 공간을 정해놓고 시간으로 좁히면 된다. 물고기는 공간으로 펼쳐지고 시간으로 당겨진 어부의 그물 속에 있다.


    3. 에너지는 형태를 바꾼다. 거리가 좁혀지면 속도가 빨라지고 반대로 속도가 느려지면 거리가 넓어진다. 모든 마술은 여기서 일어난다. 거리와 속도 사이의 바꿔치기다. 뭔가 이상한 일이 포착되면 당황하지 말고 아 이넘이 그새 형태를 바꿨구나 하고 찰떡같이 알아채면 된다. 변화에 속지 말자. 


    4. 거리는 속도로 바뀐다. 에너지의 변화는 효율성에 지배된다. 공간이 좁을수록 효율적이다. 닫힌계 안에서 일어나는 에너지의 자발적인 변화는 자원들을 더 효율적으로 배치한다. 그 반대는 없다. 모든 변화는 불안정에서 안정으로의 일방향으로 가며 그 역은 없다. 자연이 비효율로 변할 수는 없다. 변화에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자연은 공간을 좁히는 데 따른 구조적 효율성에서 변화의 동력을 조달한다. 


    3. 그 반대는 없다. 만약 반대로 움직이는 변화가 포착되었다면 그것은 열린계에 외력이 작용했다는 의미가 된다. 오염된 경우이므로 살균처리하고 입구를 틀어막은 다음 다시 실험하면 된다. 자연에서 법칙을 어기는 일이 일어났다면 그것은 실험이 잘못된 것이다. 인간이 변화를 잘못 추적한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면 여우가 둔갑을 부렸다거나 귀신이 수작을 부렸다거나 미래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왔다거나 하는 식의 개소리를 하지 말고 뭔가 외부에서 이물질이 끼어들어 실험체가 오염되었다고 봐야 한다.


    이 다섯 가지 규칙만 알면 우리는 우주를 항해할 수 있다. 사실은 하나다. 그 하나는 에너지다. 에너지는 저절로 움직인다. 저절로 움직이려면 동력이 필요하다. 동력은 닫힌계 내부의 구조적 효율성에서 조달된다. 그 효율성은 공간을 좁히는 방법으로 조달한다.


    공간을 좁히면 빈자리가 남고 하나가 빈자리로 이동하면 연쇄적으로 죄다 이동하여 세상의 모든 변화가 그 하나의 방법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예외는 없다. 정치든 경제든 문화든 이념이든 종교든 다 이 짓거리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왜 전쟁이 일어나는가? 국소적인 비효율이 발생하여 그것이 저절로 효율화되는 과정이다. 군사력이 경제력을 위협하면 비효율이다. 군사력은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 러시아의 넓은 공간이 문제다. 공간은 좁혀진다. 러시아가 좁아지는 것이 효율적이다. 인디언의 넓은 땅은 양키에게 털리고 보어인의 넓은 땅은 대영제국에 털린다. 좁아지는 것이다. 


    자연에서 저절로 일어나는 변화는 공간의 축소로 효율을 생산하며 효율을 방해하는 걸림돌은 결국 치워진다. 러시아는 치워진다.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것은 공간이 좁혀지는 것이다. 재벌에 부가 집중되는 것도 공간이 좁혀지는 것이다.


    더 이상 좁아질 수 없는 한계에 이르면 죽는다. 기업이 파산하는 이유, 생물이 늙어 죽는 이유다. 효율을 소비했기 때문이다. 그 경우 다른 곳에서 또다른 좁히기를 발명해야 한다. 요즘은 반도체의 집적되는 정도가 좁혀지고 있다. 이쪽을 넓히려면 저쪽을 좁혀야 한다.


    만약 넓어졌다면 다른 어딘가는 반드시 좁혀진다. 컴퓨터는 결국 0과 1이다. 우주는 결국 공간의 좁혀짐이다. 중력이 작용하는 이유는 그게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물질이 모여 있으면 안정된다. 의사결정이 쉬워진다. 그 방향으로 움직인다.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변화 속의 불변이다. 근본 세상이 변화라는 관점을 얻어야 한다. 변화는 제멋대로 가는게 아니고 정해진 길로 간다. 그 길은 불변이다. 우리는 변화를 추적하여 미래를 예견할 수 있다. 모로 가도 정해진 결말로 간다. 


    영화를 보다가 걱정하는 사람이 있었다. 내가 말해주었다. 시계를 봐. 아직 30분이 남았어. 지금 주인공이 죽어버리면 감독은 남는 30분을 어떻게 처리하지? 걱정 붙들어 매셔. 역시 주인공은 죽지 않았다. 나는 맘졸이지 않고 영화를 봤다. 잘한 짓인지는 모르겠다. 


    말하자면 그런 거다. 모로 가도 갈 데로 가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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