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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5812 vote 0 2010.05.24 (13:04:55)

 

인생은 ‘존엄≫자유≫사랑≫성취≫행복’으로 모두 설명할 수 있다. 보통은 행복을 강조한다. 빈말이라도 ‘행복하세요’ 하고 말해준다. 그걸로 행복해 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만 거듭 배반당할 뿐이다.

 

어떤 일이든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는 법이다. 행복을 강조한다는 것은 절차 무시하고 정답만 찍자는 거다. 그 방법으로 만점을 받은들 그것은 시험제도의 실패에 불과하다. 아무 의미가 없다.

 

일전에 민노당에서 ‘행복해지기를 두려워 말자’고 슬로건을 걸더라만 별 반응이 없더라. 절차가 빠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전히 그 방법이 나도는 이유는 전염효과 때문이다. 플라시보 효과는 있다.

 

주변 사람이 모두 싱글벙글이면 잠시는 좋다. 억지로라도 웃고 행복해 하면 약간 낫다. 그러나 그 뿐이다. 자기최면에 불과하다. 다투어 행복을 강조한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 불행하다는 반증일 뿐이다.

 

참으로 행복한 사람은 행복에 흥미가 없다. 부자가 돈 자랑 않듯이.

 

한국인들은 월드컵 등수에 목을 맨다. 열심히 노력해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약간의 자신감을 얻는다. 그것이 열등감으로 인한 상처의 치유는 되지만 여전히 과거에 집착하는 거다.

 

식민지, 625, 분단, 독재, 쥐박사태.. 등수놀음으로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려 든다면 여전히 불행한 거다. 왜 고개를 들어 미래를 설계하지 못하나? 탁 하고 치고 나가는 맛이 없다. 거침없는 기개 말이다.

 

강국들은 등수놀음에 관심이 없다. 한국인, 일본인들이 16강 8강 4강 하며 숫자 세고 있을 때 그들은 메시가 어떻고 드록바가 어떻고 하며 숫자나 세고 있는 아시아인을 이해못하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 방법으로 소통의 단절을 드러낸다. 그렇게 한국인을 물먹인다. 그들이 우리를 물먹이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어쩔 수 없는 패배감을 맛보게 된다.

 

우리가 딴거지들을 물먹이는 것도 같다. 딴나라당이 747 운운하며 숫자놀음할 때 우리는 자부심 이야기하고 긍지를 이야기한다. 수준차 드러내고 격을 드러낸다. 격이 다르면 비교대상 아니다.

 

한국인들은 박지성의 온통 못이 박힌 발을 자랑하지만 우사인 볼트는 놀러온 듯한 표정으로 가볍게 9초8의 기록을 보여준다. 원초적으로 하드웨어가 다르다. 역시 어쩔 수 없는 패배감을 맛보게 된다.

 

우리는 노력을 강조한다. 그러나 노력한 만큼 얻는 것은 의미가 없다. 노력으로 얻는 것은 열등감을 보상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도 할 수 있다’가 아니라 마땅히 ‘우리를 따라오라’가 되어야 한다.

 

남이 하는걸 우리도 따라할 것이 아니라 남이 하지 않는 것을 우리가 처음 시작해야 한다. 그들은 노력하지 않는다. 자신이 룰을 설계했기 때문에 노력할 필요가 없다. 노력하지 않고 얻어야 진짜다.

 

노력으로 위와 아래의 간극을 좁힐 수는 있지만 격을 넘을 수는 없다. 격은 원초적 장벽이다. 우리가 딴거지들을 대화에 끼어주지 않듯이 그들은 장벽을 만들고 밑에서 따라오면 새로운 장벽을 설계한다.

 

인간이 도구를 발명하고 지혜를 합치는 것은 노력을 절약하기 위해서다. 노력한다는 것은 지혜를 합치지 못했다는 거다. 그것은 실패다. 의미의 실패다. 의미는 행복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에 있다.

 

지구에 60억 있다. 100 만큼 노력해서 겨우 100을 얻을 수 있지만 60억의 지혜를 합칠 수 있다면 1의 투입하고도 60억을 대거 얻을 수 있다. 코 앞에 지름길이 있는데 왜 먼 길을 둘러가는가 말이다.

 

의미는 60억의 지혜를 모으는 시스템 안에서 서열을 높이는데 있다. 인류 60억 지혜시스템 안에서 몇 번째 서열에 있는가 말이다. 거기서 격이 결정된다. 격이 떨어지면 미련하게 ‘노가다’를 해야 한다.

 

노력이 강조된 것은 근래다. 18세기만 해도 무도회에서 누구와 짝을 짓느냐에 따라 인생이 결정된다는 말은 있었어도 노력으로 어떻게 해볼 수 있다는 말은 없었다. 노력하고 있다면 이미 진거다.

 

격을 높이는 것이 정답이다. 그것이 존엄이다. 존엄은 존중받는 거다. 존중받는 것은 불러주는 것이다. ‘철수야 놀자’ 하고 불러주는 것이다. ‘우리 함께 가자’고 그룹에 끼워주는 것이다. 격의 시작이다.

 

존엄≫자유≫사랑≫성취≫행복

부름≫명령≫판단≫실행≫보상

 

존엄이 중요하지만 이게 무슨 말인지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행복’에서부터 귀납적으로 설명한다. 행복의 원인은 성취, 성취의 원인은 사랑, 사랑의 원인은 자유, 자유의 원인은 존엄으로 올라간다.

 

이렇게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니 귀납적 사고가 되어 의미가 참되게 전달되지 않는다. 존엄하다는 말이 어떤 뜻인지 실감 못한다. 연역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 부름≫명령≫판단≫실행≫보상이다.

 

함께 가자고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존엄한 것이며, 임무에 대한 명령을 내리는 것이 자유이며, 짝짓기에 대한 판단을 하는 것이 사랑이다. 거기에 실행이 따르고 마지막으로 보상을 받는 것이다.

 

명령이 자유라고 하면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대개 보스가 명령을 내리면 그만큼 재량권이 얻어진다. 임금이 장수에게 명령을 내릴 때는 보검을 함께 내린다. 통제권, 재량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회사에 면접하여 합격통지서를 받는 것이 부름이면, 출근해서 자리를 배당받는 것이 명령이다. 어떤 사람은 넓은 책상을 받고 어떤 사람은 빗자루를 받는다. 전자는 사무원이고 후자는 청소원이다.

 

컴퓨터라면 처음 프로그램을 불러온다. 부름이다. 그 다음 파일을 실행한다. 그리고 작업을 한다. 작업한다는 것은 짝을 짓는다는 것이며 짝을 짓는다는 것은 여럿 중에서 선택한다는 것이다.  

 

게임이라도 그렇다. 그라운드에 선수를 불러모은다. 심판이 휘슬을 불어 시합의 시작을 명령한다. 선수가 공을 어디로 보낼 것인지를 판단한다. 플레이를 진행한다. 이기거나 지거나 성적표를 받는다.

 

중요한 것은 시작부분을 잘 해야 한다는 것이다.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만 그렇다. 노예들은 시작을 잘할 이유가 없다. 왜냐하면 시작부분을 주인이 정해주기 때문이다. 노예는 그냥 노력하면 된다.

 

시작을 잘해야 하는 사람은 예술가나 보스 혹은 리더이며 창의적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며 60억 인류의 지혜시스템의 정점에 있는 사람이며 마지막을 잘해야 하는 사람은 노예 혹은 말단이다.

 

http://gujor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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