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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1938 vote 0 2012.11.01 (17:39:51)

 

    완전체의 이미지

 

    깨달음은 불완전한 부스러기 삶 속에서 완전성을 지향하여 끝없이 궤도수정을 해나가는 것이다. 완전체에 대한 이미지를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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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것에 빌붙어 있는 것은 완전하지 않다. 갖추어지지 않은 것도 완전하지 않다. 갖출 것을 갖추어야 하고 그러면서도 외부로부터 독립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부족하다. 완전한 것도 완전하지 않다. 그것이 하나의 개체로 존재한다면 말이다. 환경의 변화에 대응해여 상호작용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팀플레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 온전히 갖추어질 뿐만 아니라 외부와도 널리 소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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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종상 트로피는 최악의 디자인이다. 종이 있으면 당목이 있어야 한다. 종고리도 있어야 하고 종각도 있어야 한다. 풀세트로 갖추어져야 한다. 종은 부분품이다. 완전성이 없다. 그러므로 트로피가 될 수 없다. 이 트로피를 디자인 한 사람도 어색함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물타기 하느라고 사람을 매달아 놓았다. 하나면 이상해서 둘을 배치했는데 그냥 매달려 있는게 어색하니 남자의 손을 매너없이 여자의 등에다 붙여놓았다. 남녀가 서로 부비고 있다. 어색하고 어색하고 어색하다. 잘못된 것에는 마땅히 불편함을 느껴야 한다. 단박에 깨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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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쪽이 온전한 하나의 통짜덩어리여야 바깥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대종상 트로피나 예술의 전당 지붕 위의 갓처럼 부분품으로 조직되어 있으면 바깥과의 관계설정이 어색해진다. 갓은 머리에 쓰는 거다. 이미 관계가 제한되고 만다. 기아자동차 쏘울처럼 앞쪽은 날렵하고 뒤쪽은 뚱뚱하면 도대체 누구더러 이 차를 타라는 건지 관계설정이 애매해진다. 주제를 태울 수 없다. 종잡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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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달음은 부분이 아닌 전체를 보는 것이다. 날아가는 화살의 표적이 아니라 그 화살을 쏘아보낸 궁수를 보는 것이다. 통짜덩어리로 독립되었을 때 외부와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배후에 숨은 궁수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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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은 과거에서 미래로 흐른다. 인간의 주의는 미래로 쏠린다. 그러나 미래에서 미래를 찾을 수 없다. 봄의 파종이 가을의 추수를 결정한다. 과거가 미래를 결정한다. 과거를 보아야 미래를 알 수 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기승전결로 세팅된 하나의 통짜 덩어리로 보는 시선을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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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너지를 태우면 결이 드러난다. 근육의 결이 드러나고 마음의 결이 드러난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한 덩어리로 모여 있다. 하나의 이미지 안에 사건의 기승전결 전체가 갖추어져 있다. 완전체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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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달음은 관계를 깨닫는 것이다. 에너지가 투입되면 관계의 결이 드러난다. 누가 친구이고 누가 적인지 알게 된다. 친구는 친구끼리 모이고 적은 적끼리 모인다. 집단이 나아가는 방향성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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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절은 자연이 결을 드러낸 것이다. 강약과 고저와 장단과 완급을 드러낸 것이다. 자연의 마음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지금은 겨울이고 여름은 멀었다는 착각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100만킬로 공중에서 보면 북반구의 겨울과 남반구의 봄은 공존한다. 하나 안에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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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너지를 투입하면 봄여름가을겨울이 공존하게 된다. 태양과 지구가 만난다면 봄여름가을겨울은 이미 그 안에 있다. 태양이라는 거울에 비친 지구 반대쪽의 모습이 보인다. 완전성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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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자기는 좌우로 대칭성을 이룬다. 오토바이가 진행하므로 방향성이 드러난다. 뒤에 또다른 오토바이가 쫓아오므로 창조성이 드러난다. 그럴 때 관객은 이 그림이 도자기를 오토바이에 매달고 가는 내용의 그림이 아니라 관객의 마음 안에서 결을 끌어내는 내용임을 깨닫게 된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싸이가 오리궁둥이를 하고 서울 거리를 뛰어다니는 노래가 아니라, 청중의 마음 안에서 그러한 결을 찾아내고 끌어내는 노래임을 깨닫게 된다. 다투어 패러디에 나서게 된다. 그렇게 반응을 끌어내는 것이다. 상호작용을 이뤄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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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그림에는 대칭성과 방향성이 있다. 이 깔때기에 물을 붓는다면 창조성이 얻어진다. 에너지를 투입하여 결을 드러내는 것이 창조성이다. 그럴 때 완전체에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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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너지를 투입하면 마음결이 드러난다. 열정을 투입하면 사랑결이 드러난다. 지구가 공전하면 사계절이 드러난다. 고저와 장단과 완급과 강약이 드러난다. 박자와 리듬과 하모니와 멜로디와 동그라미가 드러난다. 감추어진 기승전결 전체과정을 드러나게 할 때 완전체에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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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자기를 싣고 가는 오토바이 그림처럼 순수성, 활동성, 대칭성, 방향성, 창조성까지 완벽하게 갖추어진 것은 오히려 완전하지 않다. 왜냐하면 그 그림 안에서 완전성을 찾을 뿐 그림 밖에 있는 관객의 시선까지 담아내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가는 일부러 비뚤어지게 그려놓는다. 모나리자에 수염을 달아놓는다. 그림 바깥의 관객을 참여시킨다. 그럴 때 완전체에 가까워진다. 인격적으로 불안정해 보이는 노무현이나 김기덕처럼, 싸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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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수성, 활동성, 대칭성, 방향성, 창조성을 모두 한 폭의 그림에 담아낼 필요는 없다. 창조성 하나만 묘사하면 다른 것은 관객이 해결한다. 관객이 줄을 서면 방향성이 생기고, 관객이 논쟁하면 대칭성이 생기고, 관객이 모방하면 활동성이 생기고, 관객이 영향을 받으면 순수성이 생긴다. 아담의 손끝과 하느님의 손끝이 만나는 접점만 묘사해도 충분하다. 최소를 투입하고 최대를 얻는 것이 아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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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대를 세팅하면 주인공은 등장한다. 깨달아야 할 것은 그 주인공이 미인이더라가 아니라 그 자연이 그 매력으로 그 미인을 그리로 유혹하였다는 사실이다. 공동체가 훌륭하면 사람은 저절로 아름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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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미는 비우고 관계를 얻는다. 주인공은 나타나지 않지만 무대는 그대로 설치해 둔다. 그럴 때 관객이 그림 속으로 뛰어들어 그 그림의 주인공이 된다. 의미를 비워서 관계를 얻는 것, 결과를 비워서 원인을 얻는 것, 죽음을 비워서 탄생을 얻는 것, 행복을 비워서 존엄을 얻는 것, 목적을 비워서 에너지를 얻는 것, 정답을 비워서 문제를 얻는 것이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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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달음은 순수성, 활동성, 대칭성, 방향성, 창조성 다섯 가지를 깨닫는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창조성 하나 안에 다 있습니다. 소리가 나는 접점의 문제만 해결하면 나머지는 관객이 알아서 포지션을 채워줍니다. 시동만 걸어주면 자기가 알아서 운전합니다. 투자만 해주면 기획, 제작, 배급, 상영은 지들이 알아서 해치웁니다. 스위치만 켜주면 불은 스스로 사물을 비춰줍니다. 소개만 해주면 지들이 알아서 잘도 사귑니다. 비울수록 완전해지고 물러설수록 빛이 납니다. 깨달음은 스타일이며 그 스타일은 돈오돈수 스타일입니다. 돈오돈수도 번거럽고 '돈오' 하나로 끝냅니다. 스위치만 켜고 빠지는 것이 돈오스타일입니다. 이 책에 다 있습니다. 달 하나 띄우십시오.

    http://gujoron.com/xe/?mid=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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