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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1905 vote 1 2011.11.04 (00:18:38)

 

완전성을 이해하라.

 

복잡한 세상이다. 몰아서 한 방향으로 풀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래야 집단에 일관된 신호를 줄 수 있다.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 시행착오를 딛고 일어나 오류시정을 할 수 있다.

 

중구난방 곤란하다. 몰아서 한 방향으로 풀어가야하며 그 방향은 마이너스 방향이어야 한다. 마이너스를 행함으로써 승리할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건물을 청소할 때는 위층부터 시작하여 차차로 내려오는 마이너스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 만약 아래층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청소를 한다면 위층에서 털어낸 먼지가 아래층에 쌓인다. 곤란해진다.

 

에너지는 언제나 마이너스 방향으로 진행한다. 마이너스는 탑 포지션을 차지하고 바텀 포지션을 바라보며 둘 사이의 에너지 낙차를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반대가 되면 에너지의 낙차가 없고 따라서 에너지를 조달하지 못하므로 자금회전이 끊겨서 사업은 실패가 된다.

 

마이너스를 행하려면 먼저 탑 포지션을 차지해야 한다. 완전성을 이해함으로써 그것은 가능하다. 완전성은 에너지 순환의 1 사이클이다. 사건의 기승전결과 같다. 1 단위 사건의 시작과 끝이다. 세상은 그 사건 단위들의 집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안에는 긴장을 유발하는 대칭구조가 숨어 있다.

 

음악은 한 소절로 이루어진 프레이즈를 반복하는 것이며, 고저장단으로 대비시켜 긴장을 유발하는 것이다. 시는 댓구를 쳐서 긴장을 유발하고, 그림은 원근과 명암의 대비로 긴장을 유발한다.

 

그런 완전성의 단위들을 집적하여 예술과 건축과 세상을 만들어낸다. 완전하면 통하고 통하면 낳아서 널리 세상을 망라한다. 세상은 작은 것이 모여서 크게 집합을 이룬 것이다. 그 집합을 구성하는 단위가 완전성이다.

 

완전성은 건물의 기둥이나 대들보와 같다. 그림에는 그림의 뼈대가 있고, 기둥이 있고, 대들보가 있다. 음악에도 소설에도 영화에도 그것이 있다. 하나의 긴장이 하나의 대들보다. 하나의 긴장은 하나의 대칭이다. 하나의 마주봄이다.

 

그 완전성에 대한 감각을 키워야 한다. 완전성은 질이다. 문제는 사람들이 질을 모른다는데 있다. 그 이유는 질에 해당하는 단어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개 사고의 출발점은 질 다음의 입자다.

 

◎ 질≫입자≫힘≫운동≫량

 

질은 모르고 한 계단 밑으로 내려온 입자에서 시작하므로 깨지는 거다. 무조건 남보다 한 계단 위에서 시작하면 이긴다. 탑 포지션을 차지하면 이긴다. 질에서 시작하면 이긴다.

 

좋은 음식이 뭐냐? 맛있는 거다. 이건 입자 마인드다.
좋은 음악은 뭐냐? 잘 만든 곡이다. 역시 입자 마인드다.
좋은 그림은 뭐냐? 잘 그린 거다. 역시 입자 마인드다.
좋은 시합은 뭐냐? 우승하는 거다. 전부 입자 마인드다.

 

열이면 열, 백이면 백, 천이면 천 다 이렇게 대답하고 다 틀렸다. 아무리 달을 가리켜도 끝끝내 손가락을 본다.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보라는 말을 지어낸 사람도 아마 손가락을 봤을 거다.

 

왜냐하면 인간의 눈은 원래 고정된 표적인 입자를 향하기 때문이다. 고양이가 놀이개를 보고 달려들듯이 마음은 언제나 입자를 향한다. 딱 한계단만 더 위로 올라가서 입자라는 배우 뒤에서 연출되고 있는 무대를 보는 시선을 얻으면 된다.

 

음식이라면 맛을 찾는다. 맛집이 입자라면 멋집은 질이다. 맛보다 멋이 윗길이다. 왜? 그 안에 상호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맛은 음식 안에 고정된 입자다. 그것은 단백질에서 우려낸 아미노산이며 MSG로 대체될 수 있다.

 

멋은 그 무대와 그 주인과 그 손님사이에서 연출되는 상호작용이다. 상호작용과 그 상호작용을 낳는 내부적인 대칭구조, 대칭구조의 작동에 의한 긴장의 유발. 그리고 그 상호작용의 메커니즘이 세팅되어 있는 시스템의 진보와 그 진보가 우일신하며 성장하여 가는 시공간적 방향성에 대한 개념을 얻어야 한다.

 

이런 것에 눈을 뜨면 어디든 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한 판단은 1초만에 일어나는 것이다. 훈련된 베테랑은 1초만에 상대가 무엇을 바라보고 무엇을 의도하며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알고 꿰뚫어본다. 보나마나 상대는 어떤 고정된 입자로 된 표적을 보고 있다.

 

베테랑은 상대와 나 사이의 유기적인 메커니즘을 보고 있다. 입자를 보고 있는 자는 상호작용을 보고 있는 자에게 진다. 입자를 보는 자는 표적을 눈에 담고 있지만 상호작용을 보는 자는 상대와 나 그리고 그 둘을 통일하는 밸런스, 그 밸런스를 조율하는 무대 전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 표적을 보는 자는 무조건 상호작용의 흐름을 보는 자에게 진다.

 

음식의 맛이 고정된데 비해 멋이 상호작용을 반영하듯이 음악도, 그림도, 문학도, 영화도, 게임도, 그러한 성질을 반영해야 한다. 이런 것을 알아보는 눈을 터득해야 한다.

 

소설이 재미있다. 그래서 좋다. 이건 입자 개념이다. 재미라는 양념은 소설 안에 고정된 거다. 지루하더라도 독자를 긴장시키고, 흥분시키고, 일어서게 하고, 행동하게 해야 진짜다. 한 명의 독자가 아니라 더 많은 독자와 함께 미래를 열어가는 방향성이 있어야 한다. 다음 단계의 전개가 예시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그 안에 장치가 있어야 한다. 새끼를 치고 아류를 낳고 유파를 만들고 흐름을 타고 시대와 교감해야 한다. 진화형 생장구조여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를 세팅하려면 단순해야 한다.

 

영화도 걸작들은 유치하다 싶을만큼 단순하고 강렬하다. 복잡한 복선이나 암시, 은유, 풍자, 주제의식 이런거 잔뜩 들어가면 쓰레기다. 산해진미를 다 넣어서 맛있게 해놓으면 안 된다는 거다. 그런건 상품일 뿐 예술이 아니다. 확장성이 없기 때문이다. 다음 단계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데 대한 감각을 얻으면 어떤 논쟁을 해도 다 이긴다. 왜냐하면 어떤 논쟁의 고수라도 결국에 가서는 어떤 고정된 입자를 들이밀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상대가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대단한 것을 말하더라도 그것보다 한 걸음 더 진도를 나가서 더 높은 레벨에서 대응할 수 있다.

 

상호작용에 대한 마인드를 얻어야 한다. 잘 그리겠다는 생각보다는 놀래키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좋은 영화를 만들겠다는 생각보다는 내 안에 쌓여있는 어떤 울분을, 감정을, 격정을 터뜨리겠다는 생각을 해야한다.

 

노무현 의원이 청문회에서 정주영 몰아붙이듯 내 안에 쌓여있는 것을 일방적으로 터뜨리는 것이다. 송곳같이 예리한 질문 필요없다. 원초적인 분노가 필요하다. 상대의 답변은 무시한다. 내 안의 것을 폭발시킨다. 그래야 주도한다.

묻고 답하는 언어 안에서 찾으면 입자다. 언어는 무시하고 관객과 증인과 패널 사이의 대칭구조를 작동시켜야 진짜다.

 

좋은 시를 쓰겠다는 생각보다는 마음에 어떤 강렬한 파문을 던지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것이 음식이든 음악이든 그림이든 문학이든 영화든 마찬가지다.

 

‘돈을 번다.’ 이런건 입자 마인드다. 어떤 상황을 연출하고 만들어간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공부를 한다’는 생각은 입자 마인드고 나 자신을 더 높은 레벨로 끌어올린다 한 스테이지 위로 올라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이성을 얻는다’는 생각을 버리고 상황을 만들어간다. 연애의 드라마를 조직해간다는 마인드를 얻어야 한다. 서로간에 긴장을 유발하는 장치를 세팅하고 상호작용을 하며 끝없이 더 높은 레벨로 올라서는 것이다.

 

만약 질에 대한 마인드를 얻을 수 있다면 인생은 성공일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모든 실패가 자산으로 축적되기 때문에.

 


http://gujoron.com




[레벨:15]오세

2011.11.04 (00:51:51)

전송됨 : 트위터

구조론 성공학이라 이름붙여도 좋을듯. 

진정한 성공이란 무엇인가?

질의 마인드를 얻어라. 

프로필 이미지 [레벨:12]wisemo

2011.11.05 (03:32:10)

(부분만 가지고 하는 얘기일 수 있슴을 우려하며…)

대칭이 왜 긴장인가를 그동안 헷갈려했는데 이글을 보고 많은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무엇 무엇(존재?)을 대칭시켜, 대비시켜 긴장을 만들수도 있고, 자연에 존재가 대칭되어 있으면 이미 긴장이 개입되어 있는 것이고그 긴장이 완성을 향한 도구?가 되는 것이고그 긴장이 깨져 데미지를 입게되면 스티브 잡스가 탄생할 수 있는 것이고좌우간 완전성에 대한 감각이란긴장을 모르고선, 대칭을 모르고선, 긴장이 대들보인 점을 모르고선 이해를 못할 것 같습니다. 근데 즉흥적으로 든 생각은 인간은 삶에서 절실하면 이미 따지지 않고도 질 입자 힘  운동 양으로 자동전개 하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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