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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3049 vote 0 2011.11.01 (17:50:04)

 


  세상의 작동은 에너지의 투입에 의해 얽혀있던 구조가 풀리는 과정이며 세상은 마이너스 한 방향으로만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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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은 심플해야 한다. 레드카펫을 밟는 여배우의 마이너스적인 노출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지만 귀족부인의 플러스적인 장식에는 한계가 없기 때문이다. 확실한 한계가 있어야만 합리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그래야 분명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고 그 메시지를 신호로 삼아 집단이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 인간은 사전에 룰을 정해놓고 게임을 벌이지만 자연의 게임에는 인위적으로 합의되는 룰이 없다. 생태계의 먹이사슬 꼭대기에 적은 숫자의 포식자가 위치하듯이 마이너스를 거듭하면 게임 참가자 숫자가 점차 줄어들어서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감소한다. 그럴 때 각자의 역할은 스스로 분명해지며 그것이 자연의 룰이 된다.

 

◎ 스포츠 경기에서 승부조작은 점수를 잃어주는 방법으로만 가능하다. 의도적인 실점은 가능하나 의도적인 득점은 불가능하다.

 

◎ 권투선수는 상대를 코너로 몰아서 운신할 공간을 빼앗고 소나기 펀치를 퍼부음으로써 상대의 판단할 시간을 빼앗는 마이너스 방법으로 상대를 제압한다.

 

◎ 농부는 봄에 많은 씨앗을 파종했다가 좋지 않은 것을 솎아내는 마이너스법을 사용한다.

 

◎ 대부분의 동식물은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숫자의 자손을 생산하며 그 중의 하나 혹은 둘을 취하고 다수를 중간에 버리는 방법을 사용한다

 

◎ 정자와 난자의 결합으로 수정된 모든 벌들은 원래 암컷으로 태어나지만 극소수의 여왕벌을 제외한 대부분의 벌들은 생식능력이 제거되어 일벌이 된다. 수벌은 미수정란이 발생한 것이다. 생물의 진화는 대개 불필요한 특정 기능의 제거 형태로 일어난다.

 

◎ 정치인은 자기편을 포섭하는 플러스 방법보다 자신과 반대되는 자를 치는 마이너스 법으로 성공하곤 한다. 플러스법을 쓰면 굴러온 돌 한 명이 들어올 때마다 박힌 돌 한 명이 빠져나가서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반면 마이너스법을 쓰면 한 순간에 전체의 반이 자기편이 된다.

 

◎ 금을 찾는 광부는 돌을 물에 떠내려보내는 마이너스 방법을 사용한다. 비중이 가벼운 돌이 떠내려가면 남는 것이 금이다.

 

◎ 퀴즈문제의 답을 설명한다면, 예컨대 정답이 ‘남자’일 경우 외부로 돌출한 생식기가 있다는 둥 남자의 특징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기보다 ‘인간 중에서 여자가 아닌 것’이라고 말하는 식으로, 먼저 전체를 구획한 후 거기서 아닌 것을 배제하고 남는 것을 취하는 방법으로 빠르게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 가진 자의 빼앗기지 않으려는 에너지는 못 가진 자가 빼앗으려 하는 에너지의 두 배라고 한다. 가진 자의 마이너스 제어는 방향이 분명하여 집단의 의사결정이 쉽기 때문이다. 이는 농성하는 장수가 단 하나의 관문만 지키면 되는 것과 같다. 이때 단지 자기 자신의 행동만 결정하면 되고 상대방의 행동은 분석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못 가진 자의 플러스 제어는 전술이 복잡하고 경우의 수가 많다. 중간에 여러 개의 관문이 있다. 집단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의견통일을 보지 못하여 지치고 만다. 상대방의 대응여하에 따라 지속적으로 자기 행동을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권투선수가 공격할 때 먼저 왼손잽을 던져보고 상대가 그 잽을 피하여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서 오른손 펀치의 위치와 타이밍과 강도를 결정해야 하는 것과 같다. 이때 수비하는 선수는 상대의 행동을 관찰할 필요가 없이 가드를 올려 커버링만 하면 된다.

 

◎ 압도적인 전력의 우위에 기초하여 정공법을 쓰는 오자병법은 마이너스법을 쓰므로 자기 집단에 확실한 신호를 줄 수 있다. 이때 상대방의 대응은 무시하고 각자 자기 포지션만 지키면 된다. 반면 변칙술을 쓰는 손자병법은 플러스법을 쓰므로 사전에 스파이를 침투시켜 상대방의 전술을 분석하고 거기에 연동시켜 2차적으로 자기행동을 결정해야 하므로 자기집단을 확실하게 장악하지 못할 경우 여러가지 곤란에 빠지게 된다.

 

결정적으로 손자병법을 쓰면 적이 승복하지 않는다. 적도 이쪽의 수법을 배워서 그것을 똑같이 써먹을 기회를 얻으려 하기 때문이다. 손자병법을 쓸 경우 전쟁이 장기화 되면 전선이 교착되어 낭패가 된다

 

◎ 젊어서 나쁜 길을 갔다가 나중에 바른 길로 돌아와 크게 성공한 사람은 많지만 젊어서 공부만 하던. 범생이가 크게 성공한 예는 많지 않다. 방향감각 상실로 환경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때 옳은 길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나쁜 길을 경험하고 그것을 배제하는 것이다. 옳은 길은 원래 없고 나쁜 길을 배제했을 때 남는 것이 정답이다. .

 

◎ 옳은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투표하자고 제안하기보다, 먼저 나쁜 정당과 인물을 배제하자고 제안하는 것이 다자가 합의하기 쉬운 합리적인 방법이다. 이 방법으로 특히 중도성향의 정치 무관심층을 설득할 수 있다.

 

◎ 나쁜 길로 간 사람은 곧 절벽을 만나게 되고 그 절벽의 반대쪽이 정답임을 알게 된다. 처음부터 옳은 길로 간 사람은 헤매다가 중간에 옆길로 새게 된다. 방향감각이 없기 때문이다.

 

◎ 김태원, 임재범, 신해철 등 위악적인 캐릭터를 구축한 연예인이 크게 성공한 경우는 많다. 반면 위선적인 캐릭터를 구축하였다가 ‘국민배우’, ‘국민가수’ 하는 식으로 선한 이미지를 얻어서 동선이 제한된 결과로 더 나아가지 못하고 망가지는 경우도 많다.

 

◎ 영화 로키에서 권투시합 장면은 15라운드부터 거꾸로 촬영했다고 한다.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얼굴에 멍이 들고 피가 흘러서 분장이 두꺼워진다. 촬영을 하다보면 분장이 지워지므로 매 라운드에 분장을 새로 하기 보다는 거꾸로 분장을 조금씩 지워가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 칼질을 하는 마이너스는 한번 사용한 도마를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다. 반면 박스에 담는 플러스는 매번 새로 박스를 가져와야 하므로 비용이 추가로 든다. 속빈강정과 같아서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진다.

 

◎ 마이너스 제어는 강의 지류가 본류와 합류하는 것과 같아서 크게 세를 이루고 가속도를 얻어서 갈수록 의사결정이 쉬워진다. 반면 플러스는 나무의 잔가지와 같아서 갈수록 결정해야 할 세부사항의 숫자가 늘어난다. 뿐만 아니라 바람에 흔들리게 된다. 외부환경의 변화에 취약한 것이다.

 

◎ 몸에 좋다며 보약 따위를 먹는 것은 플러스적 사고다. 나쁜 술, 나쁜 담배, 나쁜 정크푸드를 끊고, 나쁜 군살을 빼는 마이너스적 사고가 건강을 보장한다.

 

◎ 성형수술은 코를 세우고 실리콘을 주입하는 플러스요법보다 불필요한 사마귀나 점을 빼고, 보톡스로 신경을 죽이고, 눈꺼풀의 지방을 제거하여 쌍꺼풀을 만들고, 양악수술로 턱뼈를 깍는 마이너스요법이 더 적은 비용으로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다.

 

◎ 선동렬의 지키는 야구는 마이너스법이다. 의외의 돌발변수가 나타날 여지를 차단하여 이닝이 거듭될수록 상대편을 절망에 빠뜨린다.

 

◎ 사람들은 두 갈래 길 중에서 본능적으로 나쁜 길을 선택한다. 과일을 먹어도 나쁜 것을 먼저 먹고 좋은 것은 아껴둔다. 이는 어떤 심오한 판단을 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나려는 의도이다. 나쁜 것은 그냥 먹으면 되지만 좋은 것은 친구에게 선물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다. 더 많은 추가적인 판단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좋은 것을 취하기 보다 일단 나쁜 것을 배제하며 시간을 버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이다.

 

◎ 야채를 다듬을 때는 먼저 잔뿌리나 상한 부분과 같은 나쁜 것을 배제한다. 그 다음 좋은 것을 골라서 차례상에 올린다. 나쁜 것 버리기는 1회의 판단으로 충분하나 좋은 것 고르기는 심사숙고하여 재차 심사해야 한다.

 

◎ 채워놓고 추려내는 마이너스 제어를 훈련하다. 당신이 원하는 거의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

 

http://gujoron.com




프로필 이미지 [레벨:24]꼬치가리

2011.11.01 (19:14:17)

그렇소이다.

바르고 붙여서는 끝이 없소이다.

 

정답은, 제거할 수 있는 데까지 다 제거하고 남은 그것!

[레벨:11]garanbi

2011.11.02 (04:06:17)

구조론은 매우 정교한 원리를 포함하고 있는거 같습니다. 매번 좋은 것들을 배우고 갑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4]달근

2011.11.02 (13:32:11)

일하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청소를 하거나 요리를 하는 등 자주 딴짓을 합니다

이것도 마이너스 법에 도움이 될까요?

왜 책상앞에 꾸준히 앉아있질 못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4]달근

2011.11.02 (13:49:47)

공부 못하는 애들의 특징이라고 하던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1.11.02 (14:41:19)

 

역시 좋은 것을 뒤에 하고

나쁜 것을 먼저 선택하는 법칙.

 

사실은 긴장 안에 들어가기를 피하는 것입니다.

공부든 일이든 고도의 집중과 긴장을 필요로 하는데 그것을 몸이 거부하는 거지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어떻게든 그 긴장 안으로 깊숙히 들어가 버리는 것 밖에 없습니다.

 

그냥 다이빙 하듯이 확 뛰어들어야 합니다.

머뭇거리지 말고.

 

그러려면 먼저 상호작용의 밀도를 높여야 합니다.

그것은 말하자면 자동차의 예열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저는 글을 쓰기 전에 가벼운 산책을 통해서 아이디어를 얻을 때가 많은데

그 경우 책상이 나를 확 잡아당기므로 결국 책상에 앉게 됩니다.

 

해야하는 일이나 공부와 관련된 아이디어를 떠올리거나 혹은

메모하거나 스케줄을 정리해두거나 하여

 

그것이 자연히 눈에 띄게 하거나

혹은 그것을 펼쳐보거나 하는 등의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몸이 거부하는 긴장 속으로 슬그머니 미끄러져 들어가는 거지요.

연착륙을 하는 거.

 

 

프로필 이미지 [레벨:4]달근

2011.11.02 (15:06:25)

평소에 할 일을 눈에 띄게 주변에 널어 놓는다...


고맙습니다

오늘부터 김선생 말씀대로  해봐야 겠네요

마감에 쫓기는거 이제 지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4]곱슬이

2011.11.03 (10:58:26)

마감 전날 일 마치고,  마감날은 다시 들여다보거나 하지말고,  신나게 놀아보셈.

그다음엔,

 

마감 전전날 일 마치고,  암것도 안하고 신나게 놀구,

 

그 다음엔

마감 전전전날~

프로필 이미지 [레벨:15]aprilsnow

2011.11.05 (12:21:41)

참으로 공감합니다.

분명 이렇게 할 수 있는데

자꾸 현재의 상태와 처지만 얘기하니까

답답해서...

결국, 큰 일을 먼저 저질러 놓고

다듬어 가야하는데

큰일은 형편이 안되서 못하겠다고만 하고

처지타령만 하면 아무것도 못하는데...

 

사고먼저 치고(안된다고 했던 일이 가능했다는 것을 봤고, 이미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틀을 보면서도....)

그렇게 하고 나서도 자꾸 세부에만 집착하니

답답하기 그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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