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1373 vote 0 2013.05.09 (18:14:21)

 

    생각하는 방법


    사람이 머리를 쓰는 데는 연역의 방법과 귀납의 방법이 있다. 연역은 사유하여 새로운 지식을 창의하는데 쓰인다. 귀납은 이미 획득된 지식을 학습하거나 타인에게 전달하는 데는 쓰인다. 바른 생각의 방법은 연역이다. 모든 지식은 오직 연역에 의해서만 획득되며 귀납적 지식이라고 주장되는 것은 작은 연역들의 무질서한 짜깁기거나 논리적 오류다. 귀납은 일반화의 오류에 해당된다.


    7890.jpg

 

 

    큐브의 다섯 면이 맞으면 나머지 한 면도 맞다. 이것이 연역이다. 이는 절대적인 확신을 가져도 좋은 것이다. 그러므로 연역은 진리를 발견하는 바른 방법이 된다. 반대로 어쩌다 큐브의 한 면이 맞았는데 아마 나머지 다섯 면도 모두 맞을거라고 우기는 것이 귀납에 따른 일반화의 오류다.


    ◎ 연역의 정답 – 큐브의 다섯 면이 맞다. ≫ 나머지 한 면도 맞다.

    ◎ 귀납의 오류 – 큐브의 한 면이 맞다. ≫ 나머지 다섯 면도 맞다.


    연역과 귀납의 차이는 엮임에 있다. 큐브의 면들은 서로 엮여 있다. 큐브의 면들 중에서 한 면의 위치가 다른 면의 위치를 결정한다. 큐브의 면들은 축과 대칭의 구조로 엮여 있으며 둘의 위치는 동시에 결정된다. 자석의 N극와 S극의 위치는 동시에 결정된다. 엮임에 의한 동시결정이 일의성의 원리다. 일의성의 원리야말로 인간으로 하여금 진리에 이르게 하는 확실한 기반이다.


    ◎ 진리의 탐구 – 일의성의 원리≫엮임에 의한 동시결정 원리


    귀납은 드러난 사실을 적시하며 그 사실은 논리적 인과관계로 엮여있지 않다. 엮이려면 축과 대칭의 구조로 세팅된 모형이 제시되어야 한다. 모형은 어떤 둘 사이의 관계만을 살필 뿐 그 내용은 다루지 않는다. 연역은 관계를 제시하므로 반드시 전제가 있다. 말하자면 보증인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믿을 수 있다. 반면 귀납은 사실을 적시할 뿐 전제가 없다. 보증인이 없다. 믿을 수 없다.


    경마장에서 7번마에 베팅했더니 과연 7번마가 우승했다. 이건 사실이다. 사실을 근거로 대면서 이후로 모든 7번마는 우승할 것이라고 믿어버리면 귀납의 오류다. 사실이지만 그것으로는 새로운 지식을 찾을 수 없다. 반면 경마장에서 가장 뛰어난 말에 베팅했더니 과연 우승했다면 어떨까? 모든 뛰어난 말은 경주에서 우승한다고 믿으면 연역의 정답이다.


    사실이냐 모형이냐다. 귀납에서 우승마가 7번마라는 것은 구체적인 사실이다. 반면 연역에서 우승마가 뛰어난 말이라는 것은 추상적인 모형이다. 7번마가 7번마인 것은 다른 말의 사정과 상관없다. 8번마나 9번마가 어쨌든 그 말은 7번마다. 그러나 뛰어난 말은 다르다. 다른 말들 중에서 그 말보다 더 잘 달리는 말이 없어야 한다. 전제조건이 걸려있다. 이 조건이 보증인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연역은 확실한 정답을 제시한다.


    언어는 전제와 진술의 구조로 세팅된다. ‘A면 B다’로 나타낼 수 있다. ‘A면’이 전제이고 ‘B다’가 진술이다. 연역의 사유는 이 구조로 이루어진다. 반면 전제 없이 바로 진술을 들이대는 것이 귀납이다. 귀납은 뜬금없고 생뚱맞다. 귀납은 문법적 오류이므로 비문(非文)이다. 귀납은 말이 성립되지 않으므로 헛소리다.


    ◎ 귀납의 풀림 - 사실을 들이대면 오류다.

    ◎ 연역의 엮임 - 모형을 적용하면 참이다.


    모형은 6면을 가진 큐브처럼 서로 엮여있다. ‘A면 B다’가 된다. 큐브의 붉은 면이 왼쪽으로 돌면 푸른 면은 오른쪽으로 도는 식이다. 반면 귀납은 큐브가 없다. 모형이 없다. 큐브가 해체되었다. 그러므로 귀납으로는 진리를 추적할 수 없다. 사실들을 연결하는 링크가 깨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연역으로 사유하지만 그것을 타인에게 전달할 때는 귀납을 쓴다. 연역은 사건에 대응하고 귀납은 사물에 대응한다. 사건은 이름이 없고 사물은 이름이 있다. 만약 명명되어 있다면 이미 알려진 지식이므로 사유하거나 창의할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지식의 전달은 명명된 귀납의 방법을 쓰며 이 때문에 세상의 온갖 오류가 일어나는 것이다.


    세상은 엮임에 의해 작동한다. 귀납에 의해 그 엮임의 고리가 끊어졌을 때 온갖 역설과 모순과 반전이 일어나서 우리를 헷갈리게 만든다. 연역은 여섯면을 가진 큐브를 통째로 건네주는 것이고, 귀납은 그 중에 한 면만 건네주는 것이다. 그런데 어차피 지식은 통째로 주입할 수 없다.

 

    ◎ 귀납의 혼선 – 모순, 역설, 아이러니 : 명제의 전제를 생략한데 따른 착오.


    지식의 전달은 장님코끼리만지기와 같아서 오늘은 코끼리 다리를 배우고 내일은 코끼리 배를 배운다. 그러므로 귀납의 오류는 피할 수 없다. 자동차 운전을 배운다면 하루에 한가지씩 배울 수 밖에 없다. 오늘은 핸들을 배우고 내일은 브레이크 페달을 배워야 한다. 단번에 운전을 능숙하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식의 전달은 어차피 귀납할 수 밖에 없으므로 반드시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 지식의 전달 – 귀납의 오류≫시행착오≫오류시정


    바른 연역을 위해서는 큐브의 확실한 다섯면이 필요하지만 자연에 그것은 없다. 겨울에는 씨앗만 있고 잎이 없다. 봄에는 잎만 있고 꽃이 없다. 여름에는 꽃만 있고 열매가 없다. 가을에는 열매가 있지만 줄기는 시들어 버린다. 그러므로 지식의 전달은 오류를 감수하면서 귀납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지식인은 시행착오와 오류시정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자석의 N극을 알면 S극도 안다. 엮임에 의해 서로 대칭되어 있기 때문이다. 머리를 알면 꼬리도 안다. 투수의 위치를 알면 포수의 위치도 안다. 연역하려면 어쨌든 최초의 하나는 확실히 알고 들어가야 한다. 그 최초의 하나는 무엇인가? 데카르트가 방법서설에서 찾으려 했던 것이 그것이다.


    데카르트는 ‘더 이상 의심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는 세련되지 못한 어법이다. 답은 엮임이다. 엮임은 구조다. 구조는 축과 대칭으로 엮여서 모형을 이루고 있다. 데카르트는 모형을 찾아서 연역하려고 했다. 세상 모든 것은 엮여서 거대한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으므로 하나의 매듭만 풀면 모두 풀린다. 그것이 실마리다. 데카르트는 사유의 실마리를 찾으려고 했던 것이다.


    진리의 실마리는 일의성이다. 봄이 결정될 때 가을도 결정된다. 여름이 더우면 겨울은 춥다. 낮이 밝으면 밤은 어둡다. 둘은 동시에 결정된다. 그것이 엮임이다. ‘나는 생각한다’와 ‘고로 존재한다’는 엮여있다. 두 개의 사건이 아니라 하나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달린다’와 ‘자동차가 존재한다’는 하나의 사건이다. 그것이 일의성이다.


    일의성은 인터넷의 하이퍼링크와 같다. 하이퍼 링크를 계속 추적하면 모든 웹페이지가 검색된다. 이 방법으로 구글은 성공했다. 바로 연역의 방법이다. 사유의 방법으로는 오직 연역이 있을 뿐이다. 우리를 헷갈리게 하는 역설이나 모순이나 반전과 아이러니는 귀납의 실패다.


    역설과 모순과 아이러니와 반어는 극복되어야 할 오류이지만 다음 단계의 나아갈 방향을 일러주기도 한다. 그런데 거기에 주저앉아 점방을 차리려는 사람들이 있다. 역설을 즐기고, 반어를 희롱하며, 모순과 자가당착에 안도하며 그것이 당연하다는 식의 행태를 보인다. 그들은 진리에 이르지 못한다.


   

 

   

 

    ###

 

   

345678.jpg

 

 

    ◎ 명제 - 키가 크면 농구를 잘한다. 
    ◎ 역설 - 키가 작은 당신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 정답 - 키가 작은 대신 점프를 하면 된다. 

 

    모순이나 역설에 안주해도 문제이지만 만약 모순과 역설의 수준에도 이르지 못했다면 더욱 무지한 자라 할 것입니다. 종교의 가르침을 맹신하거나 주술이나 귀신, UFO, 음모론 따위에 빠져있는 사람이 그러합니다. 설사 종교의 가르침이 진리를 전달한다 한들 모든 참인 명제에는 반드시 전제가 걸려있습니다. 그리고 그 전제는 대부분 ‘유감이게도 당신은 해당사항 없다’의 형식을 가집니다. 만인에게 좋은 소식은 특정인에게 나쁜 소식이기에 그러한 것입니다. 로또복권의 당첨번호가 하루 전에 공개된 것과 같습니다. 당첨은 되지만 당첨금은 없습니다. 그러나 좌절할 이유는 없습니다. 역설은 역설의 역설로 제압해야 합니다. 포기하지 말고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만약 만인에게 좋은 소식이 내게 나쁜 소식이면 나를 바꾸면 됩니다. 
 

 

 




[레벨:10]다원이

2013.05.09 (19:10:54)

휴~ 놀랍습니다. 눈이 뜨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2]id: 담 |/_담 |/_

2013.05.10 (09:51:22)

어제 정모에서 큐브 맞추기 놀이에는 문외한이신 분(^^, 추리력 대장ㅎㅎㅎ)이

6면체 큐브는 "꼭지점을 접한 3면이 맞으면, 6면이 다 맞는다"라는 주장을 하셨고, 관련 논의가 잠시 있었습니다.

 

아래 그림을 참고하여 확인하면 그 분의 주장이 맞았다라는 사실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단, '큐브의 엮임을 해체하여 조작하는 경우'는 제외,

   -이런 주장을 하신분(^^, 창의력 대장ㅎㅎㅎ)이 계셨는데, 엮임이 해체된다면 그것은 더이상 큐브가 아닌 레고......

 

 

 

 

큐브가 6면 전체가 맞춰지는 최종과정.

 

1유형은 3면에서 6면 전체가 맞춰 짐.

2유형은 2면에서 6면 전체가 맞춰 짐.

 

222 기본 2 001.png

 

 

첨부
[레벨:5]yhy

2013.05.10 (11:34:55)

.

프로필 이미지 [레벨:22]id: 담 |/_담 |/_

2013.05.10 (13:55:41)

엮임으로 연역하면 간명합니다.

 

큐브는 자리바꾸기 놀이입니다. 222큐브는 8개가 제자리 있으면 끝. 있지 못하면 시작.

 

1개가 제자리에 있지 못하다면, 반드시 그자리에 있어야 할 1개도 제자리에 있지 못합니다.

 

2개가 제자리를 찾지 못한 경우에는 꼭지점을 접한 3개의 면 중 색이 맞는 면은 2면까지가 최대,

 

예외는 없습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3467 사랑 89, 아름다움에 도전하라 image 1 김동렬 2016-04-04 4680
3466 조절되는 것이 완전하다 image 김동렬 2016-04-03 4874
3465 아름다워야 완전하다 image 김동렬 2016-04-02 4753
3464 사랑 88, 관측의 문제 image 1 김동렬 2016-04-01 4694
3463 의사결정원리 image 3 김동렬 2016-03-31 5628
3462 사랑 87, 역사의 정답 image 1 김동렬 2016-03-31 4588
3461 사랑 86, 역사자랑은 수치다 image 3 김동렬 2016-03-30 4896
3460 구조론이란 무엇인가? image 1 김동렬 2016-03-29 5002
3459 사랑 85, 평등에서 평등으로 image 1 김동렬 2016-03-29 4765
3458 완전하면 예측할 수 있다 image 김동렬 2016-03-28 4699
3457 사랑 83, 내 안에 내 없다 image 1 김동렬 2016-03-28 4659
3456 조절장치가 있어야 한다. image 김동렬 2016-03-26 4799
3455 깨달음 5분 요약 image 김동렬 2016-03-25 4912
3454 사랑 82, 강자의 자유는 없다 image 1 김동렬 2016-03-25 5518
3453 니체 쇼펜하우어 공자 image 김동렬 2016-03-24 5417
3452 사랑 81, 나의 바깥과 사귀어두라 image 1 김동렬 2016-03-24 4849
3451 공자 대 쇼펜하우어 image 2 김동렬 2016-03-23 5197
3450 사랑 80, 천천히 가야 오래간다 image 2 김동렬 2016-03-23 5078
3449 종교인가 미학인가? image 김동렬 2016-03-22 5631
3448 사랑 79, 진정성은 프로에게 있다 image 1 김동렬 2016-03-22 4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