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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0880 vote 0 2012.03.14 (00:34:36)

 


구조의 즐거움

 

왜 구조론을 알아야 하는가? 구조론이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이상의 날개는 33번지에 있는 두 개의 작은 방으로 시작한다. 남자의 방은 여자의 방을 거쳐가게 되어 있다. 여자의 방에서 수상한 남자 소리가 들린다.

 

두 개의 방이 있다. 안쪽의 방은 혼네, 바깥쪽의 방은 다테마에다. 혼네는 본심이고 다테마에는 겉치레다. 그런데 본심으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겉치레를 거쳐가야 한다. 여기서 딜레마다.

 

여자방에서 일어나는 수상한 왕래를 의식하여 겉치레를 갖추면 돈이 생긴다. 남자는 그 돈을 똥통에 버린다. 조선으로 가려면 일본을 거쳐가야 한다. 일본을 거치면 주머니에 돈이 생긴다.

 

이상은 그 돈을 똥통에 버린다. 그리고 날아간다. 일본의 일자도 꺼내지 않고 일본을 고발한 것이다. 33번지의 여자는 일본이다. 그런 이야기다. 누구의 마음에나 33번지가 있다. 당신에게도.

 

이러한 구조는 재미가 있다. 왜냐하면 보편성이 있기 때문이다. 두 개의 방은 33번지에 있지만 당신의 본심과 겉치레 마음에도 있고 어디에나 있다. 누구나 똥통에 버릴 동전을 축적하고 있다.

 

이건 서술이 아니라 묘사다. 사건은 시간 상에서 일어나지만 이상의 스케치는 공간상에서 전개된다. 33번지의 방, 한국과 일본의 방, 당신 마음 속의 방. 세상의 방. 우주의 방. 이거 짜릿한 거다.

 

김기덕 영화도 모두 이런 구조가 있다. 풍산개는 하나의 방에 남과 북 두 스파이 집단이 쟁투를 벌인다. 당신 마음에도 남과 북이 갈등하고 있다. 신의 마음에도 남과 북이 갈등하고 있다.

 

이거 재미있잖아. 그렇지 않나? 재미없다고? 재미없다면 정말 재미없는 사람이다. 그림을 보고 짜릿함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과의 대화는 재미가 없다. 음악을 듣고 감동하지 못하는 사람과의 대화처럼.

 

구조는 시소와 같다. 하나의 탑이 있고 그 탑은 당신이다. 바텀은 둘이다. 이상의 날개처럼 안쪽방과 바깥방이다. 풍산개의 밀실처럼 남한팀과 북한팀이다. 이런 그림들은 긴장감을 유발한다.

 

김기덕의 빈집처럼 임자있는 집과 임자없는 집이 있다. 임자있는 집에 임자없는 집이 있다. 임자있는 마음에 임자없는 마음이 있다. 이건 교묘한 장치다. 당신 안에도 임자있는 마음과 임자없는 마음이 있다.

 

그렇지 않다고? 당신 마음은 언제라도 일편단심 임자있는 마음이라고? 만약 그렇다면 당신 참 재미없는 사람이다.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어야 하고 임자없는 방은 하나쯤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구조는 보편성을 가지므로 재미가 있다. 구조의 탐색은 즐겁다. 어디가나 둘 씩 짝지어 있고 그 사이에 탑이 있다. 큰 산이 있는 곳에는 큰 강이 있고 그 사이에는 큰 도시가 있다.

 

큰 산은 북한산이고 큰 강은 한강이며 큰 도시는 서울이다. 큰 산은 계룡산이고 큰 강은 금강이며 큰 도시는 대전이다. 큰 산은 팔공산이요 큰 강은 낙동강이면 큰 도시는 대구다.

 

이들은 항상 세트로 다닌다. 그래서 구조다. 여울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개울이다. 개울은 물의 수심이 얕은 곳에 강바닥이 경사가 심하여 자갈이 노출된 곳에서 물이 시끄럽게 흐르기에 개울이다.

 

개울은 자갈하천의 갤갤거리는 물소리였던 것이다. 여울 아래에는 반드시 소가 있다. 유속이 빠르므로 세굴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사대강 함안보에 나타난 세굴현상과 같다. 소에는 반드시 나룻배가 있다.

 

정선 아라리의 아라리 역시 여울에서 왔다는 말이 있다. 여울은 소리, 아라리는 소리를 뜻하고 소리는 노래를 뜻하는데 노래가사에 아우라지 뱃사공아 날 좀 건네 주게 하는 가사가 등장하는 이유다.

 

여울과 소와 나룻배는 항상 세트로 존재한다. 여울이 끝나는 지점이 바로 소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물이 따뜻할때는 여울을 바지가랑이 걷고 건너고 물이 차가우면 소로 옮겨가서 나룻배로 건넌다.

 

그러므로 소와 여울이 만나는 지점에 산성이 들어선다. 적군이 강을 건너지 못하여 여울을 찾아 상류로 이동하는 길목을 막아서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연천 호로고루 고성에는 고창포 뱃나루가 있다.

 

호로고루의 옛 이름은 호로탄이다. 호로는 고루의 고구려 발음이고 고루는 개울의 한자표기다. 호로탄은 개울개울이다. 여울여울이다. 전곡 백의리에도 여울을 건너면 고소성이 나타난다. 여러곳이다.

 

이들은 모두 한 세트로 존재한다. 그러므로 여울을 보면 나룻배를 찾고 나룻배가 보이면 고소성을 찾는다. 척 보면 안다. 혜안이 생겨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된다. 세트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구조는 세트다. 세트를 알면 땅 속을 보게 된다. 경주박물관에는 필자가 발견한 신라고비가 있다. 의도적인 발견이었다. 우연한 발견이 아니라 의도적인 발견은 필자가 처음일지도 모른다.

 

슐리만이 트로이를 발견해도 이곳저곳을 파헤쳐서 발견한 것이다. 필자는 추론으로 위치를 찍었고 30분 등산해서 현장에 도착한지 3분 안에 발견했다. 물론 여기에는 행운도 작용했다.

 

필자는 추론하여 위치를 찍었을 뿐 그곳에 반드시 있다고 확신한 것은 아니다. 만약 있다면 장소는 여기여야 한다는 거다. 장소가 이곳이라면 돌 색깔이 다른 이거여야 한다는 거다.

 

비는 다듬지 않은 윗부분이 3센티 정도 노출되어 있었는데 자연석과 같아서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조사했지만 알아보지 못했다. 왜? 추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추론의 단서가 되는 세트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추리 게임은 상당히 재미가 있다. 존재는 항상 세트로 있으며 하나를 알면 나머지 하나를 짐작할 수 있다. 대칭을 알면 축이 보인다. 그러므로 구조론은 즐겁다. 구조는 인간을 긴장시킨다. 깨어있게 한다.

 

왜 통하기 때문이다. 33번지에 있는 것은 당신 안에도 있다. 풍산개의 밀실은 당신에게도 있다. 임자가 있지만 없는 빈집은 당신에게도 있다. 당연히 있어야 한다. 그것이 우주의 존재원리이기 때문이다.

 

내게 있지만 모두에게 있는 것, 우주에도 있고 신에게도 있는 것, 그것이 인간과 세상을 하나로 연결시킨다. 스마트폰은 당신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당신의 친구에게도 있으므로 통화할 수 있다.

 

금은 누구에게만 있고 누구에게는 없으므로 소통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있는 것은 구조다. 그것이 스마트폰의 알림소리처럼 당신을 일깨운다. 언제라도 불시에 당신을 방문한다. 그래서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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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미지 [레벨:10]mrchang

2012.03.14 (02:23:05)

존엄 자유 사랑 성취 행복에서 심봤음. 요놈을 일관되게 끌어들여 설명할 수 있으면 구조론 대략 대박날거라고 보여짐.
[레벨:15]오세

2012.03.14 (02:23:13)

전송됨 : 트위터
신은 그렇게 자신에게 있는 것으로 만물을 창조했고 그것은 우리 안에도 있소. 구조는 공변되며 무소부재하고 이것과 저것을 연결하고 나와 너를 연결하며 세상을 통짜로 조직하오. 구조론은 법열이라오.
[레벨:7]아바미스

2012.03.14 (21:39:26)

요 근래 1안에 2가 있는게 가장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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