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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김동렬*
read 8956 vote 0 2012.10.21 (18:34:04)


   독자제위께 -  

  – 구조론은 귀한 지식입니다. 길거리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그런 지식을 대하는 태도로 이곳을 방문하신다면 유감천만입니다. 목숨 걸지 않은 분은 사절입니다. 눈팅은 상관없지만 의미있는 상호작용을 원하신다면 말입니다. 귀한 보석을 남에게 거저 줄 사람은 없습니다. 천하에 이롭도 할지라도 천하가 갈급하게 요구하기 전에 먼저 들이대지는 않습니다. 가벼운 판단으로 저의 연구하는 재미를 방해하지는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무엇을 ‘위하여’ 하는 일은 없습니다. 명성도 권세도 깨달음의 기쁨에 미치지 못합니다. 내 안의 기쁨에 ‘의하여’ 자연히 흘러 넘치듯이 그렇게 갈 길입니다. 

 

    ###  

 

    일전에 자유게시판에서 까뮈님의 질문을 더 생각해본다. ‘SM, JYP, YG 중에서 구조론적으로 베스트는?’

 

    구조론의 상부구조는 시스템이고, 그 시스템은 일하는 시스템이고 그 일은 첫째 판단을 하는 것, 둘째 단위를 맺는 것이다. 판단은 갈림길에서 YES와 NO를 판정한다는 것이며 단위맺기는 미학적 완성도다. 일을 완결시키는 것이다. 

 

  ◎ 1. 판단하기
  ◎ 2. 완결하기

 

  춘향전이라면 춘향이 권세있는 변사또와 행방불명 이몽룡 중에서 이몽룡을 선택한다. 판단이다. 그리고 이몽룡이 어사출도를 놓아 변학도를 징벌함으로써 이야기는 완결된다. 판단과 완결 이 둘이 핵심이다. 이걸 해내야 한다.

 

    SM이 돈을 잘 벌지만 상업적이다. 예술은 다른 거다. 상업은 돈 드는 거고 예술은 공짜다. 고흐의 그림값이 비싸다지만 실제로는 전 인류가 공짜로 고흐의 그림을 감상하는 거다. 돈이 안 든다.

 

    물론 고흐의 그림을 소장하는 자 입장에서는 상품이다. 그건 논외고. 결국 예술은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내는 것이며 그 방법은 무한복제고 한 마디로 공짜여야 한다는 거다. 돈 들면 장사다.

 

    SM은 돈 들여서 돈 버는 건데 이는 돈의 법칙을 따르므로 예술이 아니다. 공짜의 법칙을 따라야 예술이다. 싸이의 뮤직비디오에 접근한 6000만 조회는 공짜다. 그러므로 예술인 것이다. 

 

    예술과 장사가 섞여있으므로 딱 분리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가 논하는 것은 그 중에서 예술부분이다. 돈 안들이고 공짜먹을 생각으로 예술을 논하는 것이다. 무엇이 다른가? 상부구조의 차이다.

 

  ◎ 상업 – 시장이라는 상부구조에 하부구조로 종속된다.
  ◎ 예술 – 스스로 상부구조를 창출한다.

 

    사실은 예술도 일정부분 시장원리에 지배된다. 영화라면 월메이드 영화는 철저하게 시장논리를 따른다. 상부구조에 종속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작품상을 못 받는다. 그 부분은 예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아카데미 영화제는 예술이 아니고 지랄염병이므로 논외다. 대중가요라면 상당부분 시장원리를 끼고 간다. 그런데 그 시장원리에 지배되는 부분은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다. 구조의 창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SM이 미성년자를 장기간 훈련시켜 데뷔시키는 것은 많은 노력이 드는 것이다. 공짜가 아니다. 막대한 투자비용이 든다. 그러므로 논외다. 그 부분은 시장원리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상부구조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싸이가 이번에 대박을 낸 것은 돈 한 푼 안들이고 해낸 거다. 물론 뮤비 만드는데 돈 들지만(그 정도 완성도면 꽤 들었을 듯) 박진영이 100억 써서 미국진출했다가 빈 손으로 돌아온 것에 비하면 공짜다.

 

    공짜가 예술이다. 물론 아주 공짜는 아니다. 돈 들었겠지만 그 중에서 공짜먹은 부분만 따로 빼서 예술을 논하는 것이다. 그 부분은 순전히 구조의 창의에 의해 얻어진 성과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더라도 관객이 티켓을 끊고 돈을 지불해야 한다. 그런데 배우의 연기는 한 번이지만 1천만 관객이 본다면 1천만배로 복제된 것이다. 그건 공짜다. 예술은 그 공짜부분만을 따로 논하는 것이다.

 

    SM의 시스템은 포드시스템과 같다. 한번 컨베이어 벨트를 세팅하면 못 바꾼다. 조립라인을 한번 만들어서 반복하여 쓰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의사결정을 안 한다.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발언권이 없기 때문이다.

 

    SM 소속 가수들은 사장이 시키는대로 해야 한다. 그들은 조립된 라인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소속 가수가 아이디어를 내서 그것을 반영하려고 한다면 바꿔야 할 조립라인이 너무 많다. 불능이다.

 

    구조론은 판단하기와 단위맺기를 해야 하는데 SM은 안 한다. 처음 한 번 세팅해놓고 안 한다. 왜냐하면 상부구조가 따로 있고 매번 상부구조에게 허락을 맡아야 하는데 그것은 무리이기 때문이다.

 

    군부대에서 대장이 한 번 명령을 내리면 소장, 소령, 소위, 하사, 분대장 식으로 명령이 내려가는데 그 중간과정에서는 판단하지 않는다. 대장이 공격을 명령했는데 소장이 토를 달아서 ‘봐가며’를 끼워넣으면?

 

    봐가며 공격? 거기에 또 소령이 토를 달아서 ‘적당히’를 끼워넣으면? 봐가며 적당히 공격? 이렇게 중간고리들이 하나씩 끼워넣으면? 개판된다. 그러므로 중간고리들은 의사결정 안 한다.

 

    문제는 이수만 역시 하나의 중간고리에 지나지 않는다는데 있다. 이수만은 최종보스가 아니다. 시장원리가 상부구조고 이수만은 역시 중간고리에 불과하다. 그는 돈의 법칙에 지배된다. 창의하지 못한다.

 

    왜? 들어간 돈이 너무 많아서. 10대 여중생을 10년씩 훈련시켜 데뷔시키면? 중간에 바꿀 수 없다. 그러나 프로야구라면 어떨까? 계속 바뀐다. 왜냐하면 상대팀이 계속 응수하기 때문이다.

 

    계속 판단을 바꾸어야 한다. 어쩔 수 없다. 구단주가 감독에게 간섭을 못한다. 만약 간섭했다가는 김성근 꼴난다. 전쟁 중에 왕이 한번 장군에게 보검을 내리면 왕도 작전에 간섭을 못한다.

 

    그때부터 장군이 차고 있는 보검이 왕을 대리한다. 그 룰을 깬 자가 선조임금이다. 왕이 일선의 장군에게 세부적인 작전을 지시하는 것은 상식이하다. 물론 히틀러도 그런 뻘짓을 했다. 망했다.

 

    전시에는 장군의 막사가 곧 상부구조가 되고 그 위에는 없다. 그 상황에는 히틀러의 명령도 거부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수만이 자본의 논리에 종속되어 상부구조를 창의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군대라도 최상층부인 참모부의 막사는 가운데 원탁을 놓고 팀구조로 돌아간다. 재벌회사라도 그룹비서실(요즘은 없어졌다든가)은 30대 젊은이 위주로 팀플레이를 한다. 또는 그래야 한다. 

 

    한번 방침을 정해놓고 기계적으로 하달하는 구조는 시스템이 아니다. system은 쌍(sy-)으로 선다(stand)는 뜻이다. 여기서 쌍은 쌍방향 의사결정을 의미한다. 이쪽이 서면 저쪽도 서는 구조가 시스템이다.

 

    그러나 이수만은 홀로 서 있다. 막사가 없다. 참모부가 없다. 원탁이 없다. 쌍방향 의사결정구조가 없다. 그것이 불능이다. 왜냐하면 이수만 본인도 시장원리라는 최종보스의 지배를 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옛날에는 예술도 SM식으로 공장예술을 했다. 인상주의가 나오기 전에는 박봉성 만화공장처럼 공장회화를 생산한 것이다. 그림공장에 많은 직원들이 있어서 물감제작조, 스케치조, 색깔조 등으로 분업을 했다.  

 

    대가는 마지막에 와서 조금 손봐주고 자기 이름으로 작품을 낸다. 헐리우드 영화도 상당히 이런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안 쳐주는 거다. 그거 예술 아니다. 상부구조를 본인이 창의해야 진짜다.

 

  ◎ 박봉성 만화공장 - 엄청난 다작.
  ◎ SM 가요공장 – 엄청난 복제.
  ◎ 아카데미파 회화공장 – 엄청난 대작.

 

    SM은 판단과 결정을 하지 않으므로 의미가 없다. 낳음의 자궁이 없다. 기존에 낳아진 것을 복제할 뿐이다. 그 구조를 처음 만들 때는 예술이지만 이미 만들어진 다음에는 상업이다.

 

    판단하고 결정하려면 서로간에 위상이 대등해야 한다. 소속원이 보스에게 맞설 수 있는 구조라야 한다. 어떤 하나의 틀을 만들어놓고 입력과 출력만 반복하는 것은 시스템이 아니다. 그 시스템을 창의해야 진짜다.  

 

    SM은 공장만화이므로 일단 안 쳐주고 박진영은 그 시스템이 없다. 혹은 미비하다. 바퀴축이 있는데 바퀴살이 없다. 팀이 덜 꾸려져 있다. 말하자면 이수만은 구단주의 입장이고, 양현석은 팀의 감독이고, 박진영은 선수인데 구조론적인 논의대상은 감독이다.

 

    왜냐하면 감독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판단하기와 완결하기를 감독이 한다. 선수는 안 한다. 물론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대략 비교하면 그렇다는 말이다. 

 

    인디밴드로 어느 정도 성공한 사람을 스카웃해서 대등하게 상호작용해서 구조의 포지션 조합만으로 최고의 효과를 뽑아내야 의미가 있다. 장기간 훈련시키는건 에너지를 투입하므로 안 쳐준다. 공짜먹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명성을 얻은 선수를 스카웃 하는건 말하자면 공짜먹는 거다. 남이 키워놓은걸 빼먹기 때문이다. 그게 예술이다. 포지션 조합만으로 답을 내야 한다. 구성원들이 감독과 선수로 호흡을 맞춰서 최상의 결과물을 도출해야 한다. 

 

    백지상태에서 상부구조를 건설해야 한다. 그것이 가능한 구조여야 한다. 어느 회사든 잘 돌아가는 회사에는 이와 비슷한 구조가 있다. 이미 건설된 상부구조에 에너지를 투입하여 반복생산하는건 이미 하부구조다. 

 

    순전히 구조의 조립, 포지션의 조합, 퍼즐맞추기만으로 막대한 효과를 끌어내는 상황이 있다. 말하자면 싸이가 처음 뮤직비디오를 유튜브에 올릴 때 하나의 구조가 조립된 것이며 하나의 포지션이 조합된 것이며 하나의 퍼즐이 맞춰진 것이다. 그것이 예술이다.

 

    싸이가 하면 남들도 따라하는데 그건 예술이 아니다. YG는 경영방식에서 여러 가지로 공짜먹는다. 구조의 조립만으로 집금에 성공한다. 포지션 맞추기, 퍼즐조합만으로 성과를 낸다는 느낌을 받는다. 다 그런건 아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그런 측면이 있다는 거다. 어떤 판단과 선택과 결정만으로 엄청난 효과를 내는 상황이 있다. 항상 그런건 아니다. 인터넷의 등장, 스마트폰의 등장과 같은 어떤 전환기에 그런 장이 선다.

 

    조선왕조 500년간 장이 서지 않았다. 창의하고 조립하고 퍼즐맞출 건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은 중러미일북의 교착을 이용하여 퍼즐만 잘 맞춰도 정권을 낼 수 있는 상황이다.

 

      이명박의 반일무드를 이용하여 일본과 중국을 쌈붙여놓고 대륙쪽에 슬쩍 붙기만 해도 이득이 쏟아진다. 한국이 일본을 때리면 중국도 일본을 때리고 여기에 공간이 생기고 그 공간에 좌판 벌리면 표 쏟아진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고 그런 찬스가 있다. 그런 찬스가 나타날 확률을 올려야 한다. 한류붐이 있지만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은 그러한 확률을 떨어뜨린다. 인디밴드가 살아야 대박확률이 올라간다. 

 

    사회구조를 전반적으로 그러한 퍼즐조립의 성공확률을 올리는 방향으로 세팅해야 한다. 어느 한 쪽이 힘을 가지지 못하게 해야 한다. 지식인과 평론가가 할 일은 그러한 아슬아슬한 균형의 추구이다.

 

    이런 이야기 하면 또 이를 제멋대로 해석해서 당장 문재인과 비문그룹을 50 대 50으로 팽팽하게 만들자거나 아무 회사나 쳐들어가서 사장 쫓아버리고 50 대 50으로 나눠먹자거나 하며 덤비는 분 있다.

 

    문재인은 안철수와 50 대 50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비문그룹은 단숨에 쓸어버려야 한다. 흥행? 필요없다. 안철수만 데려오면 된다. 이미 상부구조가 조직되어 있는 그룹은 그대로 가는 거다.

 

    새로 창업하는 회사, 새로 창의하는 아이디어, 새로 창작하는 작품, 새로 작전하는 전투를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미 그 단계를 지났다면 패스다. 우리 사회를 전반적으로 창의형 사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냥 아무한테나 덤벼들어서 50대 50으로 맞먹자고 덤비는 사람은 에케 호모를 뜯어고친 80대 스페인 할머니다. 완성된 남의 작품을 건들지 말고, 자기분야에서 새로 자신의 작품을 창의할 일이다.  

 

   인생에 한 번 쯤은 구조의 창의로 공짜먹을 찬스가 온다. 그런 기회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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