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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0270 vote 0 2013.08.14 (23:49:10)

    양식과 디자인
    디자인은 어떤 둘이 처음 만나 소통을 시도하는 지점에서 성립하는 만남의 양식을 반영한다. 만남에는 접점이 있다. 그 접점은 불안정하다. 그러므로 조직의 약한 고리가 된다. 디자인은 약한 고리를 보호할 의도로 창안된다. 약한 고리야 말로 조직이 밖으로 가지쳐 나가는 창구가 된다. 약한 고리는 조직이 발전하는 핵이 된다. 그 핵을 보호하는 비대칭성을 성립시키는데 디자인의 의의가 있다. 남녀 사이에 아기가 있다면 아기가 가정이라는 조직을 발전시키는 핵이 된다. 가정은 아기를 보호하는 구조로 세팅되어야 하며 남녀의 대칭성은 깨져서 아기중심의 비대칭성이 성립한다. 아기를 보호하는 쪽에 우선권이 간다. 여자는 아기를 내세워 담배 피우려는 남편을 베란다로 추방할 수 있다. 그것이 비대칭성이다. 남녀가 처음 맞선을 본다면 그 만남의 현장은 취약하다. 약간의 오류가 일어나도 장차 큰 영향을 미친다. 앞니에 낀 고춧가루 하나 때문에 일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 적은 그 약한 공간을 타격하는 방법으로 쉽게 공략할 수 있다. 그 공간은 상대방의 기호와 나의 기호를 동시에 반영해야 하므로 중립적이다. 그러므로 일정하게 양식화 될 수 밖에 없다. 상징이나 기호는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형태로 표기되어야 하듯이, 그 불안정한 공간은 누구나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양식화 되어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개인의 기호와 취향을 들이댄다면 그것은 혼자 꼴값 떠는 것이다. 만남의 순간에는 결코 자기 취향을 전시하면 안 된다. 여자든 남자든 자기 취향대로 옷을 입으면 무례하고, 상대의 취향을 알아맞히는 독심술의 구사는 주제넘다. 중립에 서려면 심플할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결혼식의 복장은 여자의 흰 드레스와 남자의 검은 양복이 된다. 의상 디자이너들은 흔히 검은 옷을 입는다고 한다. 디자이너가 컬러풀한 옷을 입는다면 고객의 취향을 왜곡할 수 있다. 앙드레 김의 화려한 의상은 디자이너답지 않은 것이다. 한편으로 좋은 디자인은 기승전결의 기에 서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미래의 가능성들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린이다운 순수가 반영되어 있어야 한다. 어린이는 인생의 출발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는 자기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정하지 않고, 대신 자기 마음에 여러가지 선택의 기회를 준다. 어린이는 의상은 이러저러해야 한다는 선입견이 없다. 구체적인 형내가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변주될 수 있는 소스를 원한다. 고정된 형태보다 종이나 찰흙이나 모래나 레고블럭처럼 다양한 모양으로 변형될 수 있는 소재를 원한다. 어린이는 한옥이나 양옥이 아니라 한옥도 되고 양옥도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원한다. 디자인의 마지막 원칙은 공간을 조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 마음에 드는 집을 지을 것이 아니라 주변공간과 어울리는 집을 지어야 한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에너지 흐름을 따르는 것이다. 이 세가지 규칙을 잘 갖춘 디자인은 북유럽에서 발견될 수 있다. 첫째 심플할 것 - 그것은 주인과 객 사이에서 중립적인 태도이다. 둘째 어린이다울 것 - 그것은 곡선과 컬러를 많이 쓰고 부분을 조립하는 것이 아니라 통짜덩어리를 쓰는 것이며, 바비인형과 같은 완제품이 아니라 레고블럭처럼 덜 가공된 소스 형태의 것이다. 셋째 공간의 밀도를 높일 것 - 그것은 구체적인 대상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주변환경과의 어울림에 주의하는 것이다. 이러한 규칙을 준수하는 것은 고상하고 세련된 것이며, 반대로 고착된 자기 취향을 앞세우면 천박한 것이다. 고상함은 낳음을 끌어내는 진정한 소통이며 천박함은 시끄러운 비명소리다. 양식은 어떤 만남의 접점이 상징이나 기호 역할을 하는 것이며 디자인은 그 양식의 성격을 반영해야 한다.


    이상주의와 현실주의
    이상주의는 장기전이고 현실주의는 단기전이다. 장기전은 세력전략으로 가고 단기전은 생존전략으로 간다. 이상주의는 장기전이다. 유토피아는 현실이 아니므로 가치가 있고, 오리엔탈리즘은 거짓말이라서 도리어 장사가 된다. 비현실은 서로에게 밀접하지 않으므로 부담이 없다. 현실은 서로에게 밀접하므로 부담된다. 남녀가 해외여행을 가더라도 그렇다. 김어준의 경험에 의하면 해외여행을 온 커플의 70퍼센트가 현지에서 깨진다고 한다. 여행을 계획할 때는 비현실이라 부담없지만, 막상 현실로 닥치면 괴롭다.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 장벽이 있다. 비현실이 현실보다 윗길이다. ‘꿈이 뭐냐?’고 물으면 ‘7급 공무원’ 같은 현실적인 대답을 하면 곤란하다. 당장 주변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공무원 되겠다고? 서점 가서 공무원 시험서적 사다주랴?’ 피곤한 거다. ‘곧 죽어도 나의 꿈은 대통령!’과 같이 비현실적인 답을 해야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진다. 비현실이 현실보다 세다. 유비는 황제가 되겠다는 비현실적인 야망을 세웠기에 관우, 장비와 같은 현실에서 쓸만한 인재가 모였다. 반면 현실적인 판단으로 유비를 이용하려 했던 조조, 여포, 도겸, 유표, 원소, 손권, 유장은 모두 유비를 잃었다. 현실은 돈으로 계산이 된다. 계산이 되므로 계산이 끝나면 떠난다. 비현실은 계산되지 않는다. 비상장주식의 가치는 계산되지 않으므로 코스닥에 상장할 때까지 붙어있는다. 노무현의 비현실적인 꿈을 보고 유시민, 문재인, 안희정, 이광재 같은 인재가 모여들었다. 안철수의 현실적인 계산을 보고 윤여준, 최장집, 법륜, 김종인, 이헌재는 떠났다. 인생은 장기전이다. 세력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이상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당신이 현찰박치기하는 현실주의자가 될 때, 비현실적인 사기꾼들이 모여들고, 당신이 꿈 꾸는 이상주의자가 될 때 진정으로 쓸모있는 현실의 친구가 모여든다. 비현실의 공간은 넓고 현실의 공간은 비좁기 때문이다.


    소수자와 다수자
    성장하는 조직과 정체된 조직이 있다. 성장하는 조직은 소수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소수자가 진보의 원동력인 비대칭성을 성립시키기 때문이다. 100인의 집단과 50인의 집단이 힘을 합쳐서 더 큰 집단을 만들기는 불가능이다. 형평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 100인집단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서 50인집단에 가담하면 문제가 해결된다. 그러므로 집단에 고착되어 있지 않고 자유로운 집단이 그 집단의 미래를 결정하게 된다. 정치판에서는 캐스팅보트가 되는 자유주의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일본의 근대화는 죠슈와 사쯔마라는 변두리 지방에서 일어났고, 러시아 혁명은 조지아 출신의 스탈린이 이끌었다. 변방의 소수자는 숫자가 적고 포지션이 명백해서 의사결정이 쉽기 때문에 조직의 핵으로 발전하기 쉽다. 중앙의 다수자는 브리지에 너무 많은 인원이 들어와 있어서 의사결정에 실패한다. 구조는 축과 날개로 세팅되며 두 날개가 50 대 50으로 대칭을 이룰 때 축이 비대칭을 이루어 어느 한 편을 드는 형태로 문제를 해결한다. 소수자라고 하면 어린이나 노약자, 장애인, 성적 소수자가 주목되지만 어느 의미에서는 대통령, 재벌, 상류층, 스타연예인도 소수자다. 다수자는 이리저리 휩쓸리는 군중이다. 조직은 대개 다수자가 소수자를 고립시켜 배제하는 형태로 조직이 나아가는 방향을 정하려고 한다. 그러나 소수자는 특유의 활발한 운동능력으로 포지션을 바꾸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거꾸로 소수자가 다수자를 지배하는 예가 많다. 아랍의 독재국가 중에는 소수파 부족이 다수파 부족을 지배하는 경우가 많았다. 소수파 부족이 제 3의 부족과 동맹을 결성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때 제 3의 부족은 다수파와 동맹하지 않는다. 다수파는 숫자가 많으므로 약속을 지킬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신체는 코어를 강화하는 비대칭운동을 해야 신체가 달련된다. 소수자는 조직의 약한고리를 이루며 생물의 진화는 약한고리의 보호하는 과정에서 외부환경을 내부로 끌어들이는 형태로 일어난다. 새누리당은 축과 대칭의 수직구조를 가지며 소수가 상층부를 이루고 다수의 군중을 지배하는 형태로 되어 있다. 민주당은 다수가 의사결정에 참여하며 수직구조가 없이 평등하다. 의사결정속도로만 본다면 새누리당이 유리한 구조다. 정글의 부족민 사회 중에는 왕을 떠받들다가 갑자기 왕을 죽이는 관습이 있다. 인도나 네팔에서 쿠마리를 버리는 것도 그러하다. 소수자의 코어 역할을 활용하면서 동시에 다수의 지배를 실현하려는 변형된 시스템이다. 영국이나 일본에서는 왕이 군림하나 통치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우회하려고 한다. 왕이라는 소수자를 통해 의사결정의 편의를 꾀하고 한편으로 실권을 제거하여 다수자의 지배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4차원과 3차원
    자연의 모든 존재는 자연에서 4차원 사건으로 존재한다. 4차원에 관측자가 개입하면 3차원 입체로 차원이 떨어진다. 대상을 관측하려면 사건에 개입해야 하고, 개입하려면 사건의 진행을 멈추어야 하고, 진행을 멈추면 4차원을 성립시키는 에너지의 흐름이 멈춘다. 강물은 흐른다. 강물이 멈추면 유속이 측정되지 않는다. 우리에게 익숙한 3차원 정보는 자연에서 에너지를 뺀 거짓 모습이다. 인간이 개입하면서 동시에 포지션 하나가 빠져나갔다. 자연의 모든 존재는 흐르고 있으며 멈추어 있는 존재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멈추어 있다는 전제로 대상을 인식한다. 살아있는 4차원을 죽여서 3차원으로 떨어뜨린 다음에 파악하는 것이다. 움직이는 동영상을 정지화상으로 변형시킨 다음에 관찰을 시도한다. 이렇듯 관측자인 인간이 대상에 개입하는 정도를 강화하면 자연의 차원은 2차원, 1차원을 거쳐 영차원으로 떨어진다. 물질은 질량을 가진다. 물체는 운동을 가진다. 멈추어 있더라도 이는 관측자가 같은 계 안에서 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리는 열차에 타고 그 열차가 달린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과 같다. 열차를 깨뜨리고 열차 밖으로 나와야만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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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론 팟캐스트 7회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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