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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9710 vote 0 2013.05.09 (00:36:43)

    사건이냐 사물이냐


    존재는 사물이 아닌 사건이다. 존재를 사건으로 보느냐 사물로 보느냐에 따라 지와 무지가 갈라진다. 사건은 관측자가 내부에 있고 사물은 관측자가 바깥에 있다. 사건은 관측자가 사건에 포함되므로 관측자의 위치를 결정해야 한다. 정상에 올라야 전모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포메이션이 성립하고 포지션이 나눠진다. 주관과 객관이 성립하고 역설과 모순과 반전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세상의 모든 다양함과 풍성함과 화려함이 여기에서 비롯된다. 반면 존재를 사물로 보면 관측자가 사건에 개입할 수 없다. 관측자의 포지션이 없다. 대상을 통제할 수 없다. 그러므로 불완전하다. 사건으로 볼때 존재는 완전하다. 완전하면 소통하고 소통하면 낳는다. 낳아서 망라된다. 비로소 천하는 널리 이루어진다.


    존재를 사건으로 보고 사건 안에서 관측자의 포지션을 확보할 때 안개는 걷히고 모든 것은 명확하게 제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이 깨달음이다.


    영화를 본다면 어떨까? 영화는 사물이다. 과연 그런가? 사물은 필름이다. 영화가 필름인가? 영화는 그 필름에 기록된 정보인가? 천만에. 영화는 사건이다. 당신은 영화 안에 들어와 있다. 영화는 극장에서 상영되고 관객에 의해 평가되어야 완성된다. 영사기 안에 갇힌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스크린 안에 갇힌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열려있어야 한다. 관객인 당신도 그 영화의 일부를 구성해야 한다. 이것이 사건으로 보는 관점이다. 관객인 당신이 영화감독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영화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관객도 영화에 힘을 보태야 한다. 객석의 박수소리가 연주회를 완성시킨다.


    꽃이 한 송이 피어 있다. 존재를 사물로 보는 사람은 그 꽃을 꺾는다. 그래야만 의미있기 때문이다. 꽃을 꺾지 않는다면? 소외된다. 금 밖으로 밀려난다. 그러므로 어떻게든 그 꽃을 꺾고 만다. 파괴하고 만다. 존재는 깨지고 만다. 무언가 반대하고 해꼬지 하고서야 자기 존재를 납득시킬 수 있다. 존재를 사건으로 보는 사람은 그 꽃을 노래한다. 그 꽃을 꺾으므로 꽃은 불완전해지고 그 꽃을 노래함으로써 그 꽃은 완성된다. 꽃은 피어나서 꽃이 아니다. 손님을 그 자리로 초대할 때 꽃은 완성된다.


    ‘사건이냐 사물이냐’는 세상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선의 차이다. 세상을 사물로 보는 사람은 그 꽃처럼 꺾인다. 그 세상에 치인다. 세파에 휩쓸린다. 꽃이 사람을 위하여 쓰이듯이 사람 역시 세상을 위하여 쓰여지며 그 과정에서 해꼬지를 당한다. 그리고 시든 꽃처럼 버려진다. 반면 세상을 사건으로 보는 사람은 그 사건을 완성한다. 이름을 불러줌으로써 비로소 그 꽃을 완성하듯이, 소외를 극복하고 소통에 나섬으로써 자기 자신이라는 일대사건을 완성한다.


    ◎ 존재는 사건인가 사물인가?
    ◎ 사건 안에서 관측자의 포지션은 어디인가?


    생각을 잘 하는 방법은 첫째 세상을 사물이 아닌 사건으로 볼 것, 둘째 사건 안에서 관측자의 포지션을 찾을 것, 셋째 대상과 자신이 일 대 일로 맞서는 지점에서 완전성을 찾을 것. 그리고 사건 전체를 하나의 독립된 모형으로 세팅할 것. 다섯째 이렇게 획득된 구조를 무한히 복제하고 응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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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는 어제 글에 이어집니다. )


    자전거의 기어로 설명할 수 있다. 기어변환은 방향전환이다. 이때 기어들의 계급은 평등하다. 1단기어로 천천히 가든 2단기어로 빨리 가든 질량보존의 법칙에 의해 힘의 크기는 같다. 그런데 자전거타기 초보 때는 기어가 도움을 주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산악자전거와 같은 전문적인 자전거타기가 아닌 출퇴근용 자전거타기에서는 기어가 필요없음을 알게 된다. 더하고 빼면 제로이기 때문이다. 기어비를 낮추면 힘을 덜 들이지만 대신 그만큼 시간이 길어진다. 오르막길을 빠른 시간에 통과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힘을 빼게 된다. 차라리 고단으로 기어비를 높이고 최대한의 힘을 써서 재빨리 오르막구간을 통과하는 것이 낫다. 물론 언덕빼기 고갯길을 넘어간다면 다른 이야기가 되지만 말이다.


    방향 다음에 순서다. 공간 다음에 시간이다. 공간의 방향에는 질량보존이 성립하지만 시간의 순서에는 절대적인 시간 차이가 난다. 여기서 공간 다음에 시간임을 인식하는게 중요하다. 공간의 손실은 시간에서만 보충되는 것이다. 사유는 언제라도 공간의 교착을 시간으로 풀어낸다. 거북이가 토끼를 따라잡듯 공간에서 지고 시간에서 따라잡는다. 공간의 평등이 시간에서는 차별로 된다. 공간의 출발점에는 나란히 서지만 시간의 골인지점에는 등수대로 들어온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문제는 거의 해결된다. 최종적으로 남는 것은 방해자의 제거다.


    모든 문제는 무언가 제거함으로써 최종적으로 해결된다. 닭과 달걀의 끝없는 논쟁으로 빗댈 수 있다. 닭과 달걀의 패러독스는 범주의 오류다. 사건이냐 사물이냐다. 사물을 기준으로 논리를 전개하면 판단기준이 여러개가 된다. 각자 자기 기준을 들이대므로 논쟁은 끝나지 않는다. 문제는 논쟁이 끝나지 않는 교착상태를 만족스런 상태로 보고 둘이 평행선을 유지하는 선에서 논쟁을 그치려는 의도가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는 지적인 태만에 다름 아니다. 1+1=2입니다. 지식인은 반드시 분명한 답을 내야 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결국 DNA의 문제로 귀결된다. 그런데 닭의 유전자는 있어도 달걀의 유전자는 없다. 달걀에서 채취한 유전자는 닭의 유전자다. 달걀이 무정란이면 닭이 나올 수 없고, 수정란이면 닭과 유전자가 백퍼센트 일치하므로 이미 닭이다. 그러므로 달걀이라는 독립적인 개체는 없다. 이는 닭과 달걀의 논쟁을 사건의 관점이 아닌 사물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일어난 범주의 오류다. 하나의 판단은 하나의 사건을 기준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달걀은 닭에 포함되므로 독립된 개체가 아니다. 닭의 탄생에서 죽음까지 전체과정이 닭인 것이다.


    모형의 설계는 닭과 달걀처럼 모순된 두 사물의 대립에서 하나의 사건찾기다. 특수성에서 보편성을 찾는 것이다. 닭과 달걀은 두 사물이다. 반면 닭의 일생은 하나의 사건이다. 부분이 아닌 전체를 보는 관점의 획득이다. 정상에서 전모를 보기다. 이러한 관점을 얻을 때 달걀은 독립적인 개체가 아니므로 소거된다. 달걀은 빛이 아니라 그림자다. 빛은 통제되나 그림자는 통제되지 않는다. 빛에 창을 던지면 호랑이를 잡을 수 있다. 그림자를 향하여 창을 던지면 호랑이 사냥은 실패다. 그러므로 닭은 채택되고 달걀은 소거되어야 한다. 소거법의 적용에 의해 사유는 최종적인 결말에 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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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 어떻게 되어 있는가를 궁리한다면 어리석은 것입니다. 자신이 어느 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관측자의 위치를 알아낼 때 문제는 모두 풀립니다. 정답은 언제라도 이 안에 있습니다. 사건 안에 있습니다.

 




[레벨:11]큰바위

2013.05.09 (06:43:35)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항상 닭이 먼저라고 답을 해왔지만, 이렇게 사건과 사물로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글이 늘 명쾌합니다.


잘못된 포지셔닝에서 희희낙낙할 때에, 

뒤통수를 갈겨주는 글입니다. 


거짓 결론을 놓고 만족해 할때, 

똥침을 한대 날려주는 글입니다. 


스리슬쩍 넘어가려는 태도에,

태클을 한방 오지게 거는 글입니다. 


계속 건필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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