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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9821 vote 0 2013.05.06 (21:57:35)


    아래 글에 보충합니다.


    이런 글은 오해하기 쉬우므로.. 한 번 더 대강을 말씀드리면.. 창의적인 교육은 연역적 사고 > 연역적 사고는 틀에 박힌 사고 > 다만 허접한 틀을 쓰는게 아니라 좋은 틀을 쓴다는게 차이.. 다른 점은 문제를 고정시켜 놓고 문제에 맞추어 답을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답을 고정시켜놓고 문제를 재조직해낸다는 거.


    문제에 맞추어 답을 풀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를 바꾸고 게임의 룰을 바꾸면 꼼수다. 알렉산더, 한니발, 나폴레옹은 꼼수에 그쳤으나 징기스칸은 그 이상을 해냈다. 꼼수를 대량으로 복제하면 교범이 된다. 일회용 꼼수는 꼼수지만 꼼수를 반복하면 실력이 된다.


    알렉산더 한니발, 나폴레옹은 모두 창의적인 전쟁을 했다. 그러나 꼼수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왜? 자기 혼자 정답을 알고 있었으니까. 복제하지 못했으니까. 한니발은 제자를 키웠지만 그 제자는 스키피오였다. 왜 카르타고군 중에는 한니발의 제자가 나오지 않았을까? 왜 로마군이 한니발의 수제자가 되었을까?


    알렉산더에 의하면 전쟁은 살아서 움직이는 생명체와 같다. 전쟁의 호흡을 읽고 전쟁의 맥박에 맞추어 빠르게 기동하며 틈을 찾아낸다. 그런데 적의 진법이 완벽해서 틈이 보이지 않으면? 흔들어본다. 흔들면? 흔들린다.


    알렉산더는 기병으로 적의 코앞에서 빠르게 기동했고 거기에 페르시아 중갑병이 알렉산더를 잡으려다가 흔들렸다. 말하자면 눈앞에 먹이를 들이댄 것이다. 위험천만한 모험이다. 만약 상대방의 장군이 제갈량 잡는 사마의 만큼 유능한 인물이었다면 철통같이 각자 위치를 지키게 하여 빈틈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페르시아군단은 알렉산더 하나만 잡으면 되므로 먹잇감을 향해 돌진했다. 그러다가 틈을 보였고 그 틈을 찔렸다. 역으로 다리우스 황제가 잡힐 지경이 되었다. 황제는 도주했고 전투는 끝났다. 흔들기 한 번에 전투는 싱겁게 종결되었다.


    문제는 한니발 역시 같은 방법을 썼다는 점이다. 그런데 로마군이 흔들리나?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자 한니발도 더 이상 수단이 없었다. 한니발의 장기는 기병의 운용인데 기병으로 공간을 빼앗아 가운데 낀 로마군 중갑병이 서로 낑겨서 압사당하게 만드는 거다. 문제는 스키피오가 한니발의 전술을 알아채고 더 많은 기병을 양성했다는 거.


    한니발은 왜 기병을 증강시키지 않았을까? 당시만 해도 등자가 없던 시대라서 아프리카에서 숙련된 기병을 데려와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점도 있지만 본질은 전쟁의 호흡을 읽고 순발력을 발휘하는 알렉산더식 꼼수마인드를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적과 대치한 상태에서 흔들어 대다가 적이 빈틈을 보이면 쪼아대는 방법은 항우의 방법이고 적이 수비 위주로 나오면 먹히지 않는다. 항우도 광무산에서 유방과 대치할 때는 수비로 일관하는 유방을 흔들지 못했다. 제갈량에 맞서는 사마의처럼 우직하게 제 위치를 지키면 흔들기가 통하지 않는다.


    로마군은 흔들리지 않는 군대, 약점없는 군대를 만들었다. 징기스칸이 그러했듯이. 그러므로 전투 중에 가벼운 잽을 던지다가 적의 동선을 읽고 빈틈을 찾아 찌르는 인파이팅 전술은 나폴레옹군을 상대한 웰링턴 같은 수비형 명장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그들은 도무지 빈틈을 보이지 않는다.


    꼼수는 변칙이다. 손빈병법에 의하면 기정(奇正)이다. 정(正)으로 받치고 기(奇)로 치되 기(奇)를 앞세운다. 정공법을 기본으로 삼아 적과 대치하되 실제로는 변칙적인 술수로 이긴다는 것이다. 그 변칙은 현장에서 임기응변한다.


    그런데 손빈의 기정으로는 알렉산더와 같은 타고난 명장이 아니면 안 된다. 보통의 병사로는 기정을 펼칠 수 없다. 로마군이나 징기스칸군은 정으로 이긴다. 그런데 그 정이 기를 모아서 만들어진 정이다.


    사물이냐 사건이냐다. 로마의 중갑병은 단단한 사물이었다. 강철대오로 이기려 한 것이다. 한니발의 기병은 더 많은 공간을 점유했다. 이건 사건이다. 사건이 사물을 이긴 것이다.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하면 이긴다.


    문제는 공간을 점유한다 말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거다. 인문학이 아니면 안 된다. 항우는, 알렉산더는, 한니발은, 나폴레옹은 이공계 출신이라서 그랬는지 몰라도 이 개념을 만들지 않았다. 로마인은 만들었다. 로마인은 원래 건축가였기 때문에 전쟁도 집 짓듯이 조직한다. 그들은 처음 강철대오로 무장한 사물을 건축했다. 그러나 건축학자는 본능적으로 안다. 공간의 중요성을.


    정리하자. 어제 쓴 글은 칭찬교육이 실무형 인재가 아니라 지도자형 인재를 양성하며, 문제해결형 교육이 아니라 관계형성형 교육이 되며, 이것이 잘못되면 일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고 남들이 원하는 것을 하는 연극놀이에 빠지게 하며, 혹은 남탓하고 핑계대는 어리광쟁이로 되며, 한편으로는 꼼수와 융통성을 늘리고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불가능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좌절교육과 칭찬교육이 둘 다 필요하거나 혹은 실무자에게는 좌절교육을, 리더에게는 칭찬교육이 필요하며, 한국의 지정학적 구도로 볼 때 한국은 좌절교육보다 칭찬교육으로 방향을 잡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어쨌든 창의형 교육은 칭찬교육이 맞다. 왜냐하면 모든 창의는 반칙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칭찬은 반칙가를 만든다.


    철학이라고 하면 프랑스다. 그러나 나는 근래에 프랑스에서 철학은커녕 그 어떤 새로운 사고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들이 겨우 보여준 것은 사르코지와 르펜이었다. 그들이 과연 생각이라는 것을 할줄 아는지 의심할만 하다. 싸이의 노래만 해도 스타일이 있고 철학이 있고 방향제시가 있다. 프랑스는? 없다. 있다고? 있다면 떠들썩한 소리가 나야 한다. 그런거 못 본지 오래다.


    그들은 평범한 둔재를 대량생산한 것이 아닐까? 특히 필자는 실무자를 양성하는 독일식 교육에 대해서는 깊은 회의를 갖고 있다. 나는 청소년은 30살까지는 놀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20대 백수라는 단어는 사라져야 한다. 30세까지는 세상을 알아가는 시기다. 이 시기에는 일이 아닌 사색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늦게 취업하고 늦게 결혼하므로 정년도 더 늦추어야 한다.


    사물이냐 사건이냐다. 사물로 보면 꼼수는 일회용이다. 나폴레옹이 워털루에서 깨지고 항우가 유방에게 깨지고 한니발이 스키피오에게 깨진다. 사건으로 보면 꼼수는 시스템이다. 꼼수가 사물에서 사건으로 비약하려면 그것을 정의할 수 있는 명사가 찾아져야 한다. 누군가에 의해 명명되어야 한다.


    무엇이 다른가? 사물은 입자가 세고 사건은 공간을 지배한다. 메시가 빠르다고 하나 패스축구는 입자개념에 빠져 있다. 그들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지 못한다. 일단 키가 작아서 공중공간을 이용못한다. 바르사도 독일에게 깨졌다.


    몽골인들은 말타기와 활쏘기에 익숙해서 원래부터 공간의 이용을 알았다. 그들은 500보까지 날아가는 강궁을 달리는 말 위에서 쏘았기 때문이다. 로마인들은 건축업자라서 역시 공간의 의미를 알았다.


    그러므로 그들은 한니발의 꼼수가 바로 공간의 활용임을 꿰뚫어 보았다. 그러나 정작 한니발 자신은 자신이 어떤 방법으로 이겼는지 알지 못했다. 한니발은 여전히 전장 안에서 막연하게 흔들기를 시도하다가 적이 빈틈을 보이면 일거에 들이칠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한니발이 기병을 이용했지만 흔들기의 수단이었을 뿐 로마식 공간의 점유는 아니었던 것이다.

 

    ◎ 한니발 - 기병으로 흔들다가 적이 빈틈을 보이면 단숨에 숨통을 끊어라.

    ◎ 로마군 - 더 많은 기병을 동원하여 흔들기를 시도하는 적 기병의 동선을 묶고  적의 운신할 공간을 빼앗아라.

 

    한니발군은 먼저 잽을 날려서 적의 반응을 보고 그때그때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대응할 생각이었지만, 로마군은 애초에 팔이 긴 선수를 링 위에 올려서 적을 코너로 몰아 적이 잽을 날릴 기회를 주지 않았던 것이다. 키 작은 메시가 키 큰 독일을 이기지 못했듯이 팔이 짧은(기병이 부족한) 한니발은 이길 수 없었다.   

 

    ‘공간의 점유’라는 하나의 개념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한니발의 뛰어난 기술이 그냥 잊혀질 수도 있고 활짝 꽃필 수도 있다. 거기에 명명하는 자가 천하를 지배한다. 단지 이름을 필요로 할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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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칭찬교육이 좌절교육보다 낫습니다. 중요한건 의사결정 총량을 늘리는 것입니다. 그 방법은 역시 많은 공간을 점유하는데 있습니다. 칭찬이 좌절보다 더 많은 공간을 점유합니다. 좌절은 문제를 해결하지만 칭찬은 문제를 생산하기 때문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3.05.07 (00:30:21)

' 사물이냐 사건이냐다. 로마의 중갑병은 단단한 사물이었다. 강철대오로 이기려 한 갓이다.' .....갓->것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3.05.07 (00:33:45)

고맙쇼이 ^^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3.05.07 (00:35:17)

책 나올때...오타 최대로 줄이기에 협조...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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