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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8722 vote 0 2013.06.12 (18:47:47)

    존재의 기본단위는 무엇일까? 그것은 입자이며 입자는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다고 가정된다. 그런데 왜 이런 가정을 필요로 했을까? 완전성의 문제 때문이다. 그런데 무엇이 완전한가? 완전이라는 개념이 잘못 설정되었다는 데서 구조론은 출발한다. 완전한 것은 이런 것이다 하는 개념 자체를 바꿔야 한다.


    입자가 쪼개지지 않는다면 생성되지도 않아야 한다. 만약 입자가 무無의 상태에서 생성될 수 있다면 쪼개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입자는 생성되지도 않고 소멸하지도 않고 원래부터 그냥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원래부터 있을 수 있지? 이 질문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는다. 그것은 신의 조화 때문이거나 아니면 훗날 과학이 발달했을 때 밝혀질 것으로 기대되었다.


    양자론은 그러한 입자론의 가정을 부정하는데서부터 출발한다. 에너지가 있을 때 물질은 무에서 돌연히 생성된다. 코일에 감긴 전자석을 움직이면 전기가 생긴다. 금속을 가열하면 빛이 생긴다.


    양초는 빛을 낸만큼 닳아없어지지만 전구는 닳지 않는다. 에너지를 계속 공급하면 물질은 끝없이 생겨난다. 표준모형은 자연계의 17가지 입자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해명한다. 입자들은 에너지의 공급을 받아 포지션의 엮임에 의해 문득 발생하였다.


    존재의 기본단위는 양자다. 양자는 입자와 달리 쪼개지고 생성된다. 그러므로 불완전하다. 양자의 불완전한 성질은 사람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하다. 완전하다고 가정되는 입자론에 기초한 결정론적 세계관은 쉽게 전파되지만 불완전성에 기초한 양자론적 세계관은 전파되지 않는다. 양자론의 세기인 20세기를 떠나보내면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18세기의 결정론적 세계관에 갇혀 있다.


    신은 태어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완전하다. 인간은 태어나고 죽는다. 그러므로 불완전하다. 사람들은 과학적 진실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믿고 의지할 종교적 신념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극복해야 한다. 존재의 불완전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더 나아가 완전성에 대한 개념을 바꾸어야 한다. 완전한 것은 태어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것이 아니라 낳는 것이다.


    양자는 에너지에 의해 생성되고 에너지는 시간을 따라간다. 에너지의 크기는 속도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시간은 불완전하다. 시간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하루는 24시간을 채워야 완전하고, 계절은 4계절을 채워야 완전하다. 양자론은 불완전한 시공간적 현재진행의 세계를 다룬다. 받아들여야 한다.


    히파소스가 무리수를 발견하자 피타고라스가 제자들을 시켜 히파소스를 암살했다는 말이 있다. 히파소스는 피타고라스 학파의 비밀을 공개했을 뿐 아니라 무리수를 발견하여 피타고라스 집단에 타격을 안겨주었다.


    피타고라스 학파는 모든 크기는 정수의 비례로 나타낼 수 있고, 따라서 만물의 근원은 정수이며, 정수는 완전한 수라고 생각했고 이러한 믿음을 종교의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문제는 종교다. 사람들이 결정론에 환호하고 양자론에 시큰둥한 이유는 종교의 어떤 속성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기대를 버려야 한다.


    그런데 왜 피타고라스 학파는 수의 완전성에 의미를 두었을까? 완전하지 않으면 어떻다는 거지? 정수의 비로 나타낼 수 없을 뿐 모든 수는 비례로 나타낼 수 있다. 루트2는 피타고라스 학파가 두려워한 무리수지만 구조론의 일의성 원리로 나타낼 수 있다.


    ‘A면 B다.’ 일의성은 피타고라스가 찾으려 했던 완전성이다.단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생성되지도 않고 소멸되지도 않는 것이 완전한 것이 아니라 거꾸로 생성하고 소멸하게 하는 그것이 완전하다.


    태어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불사신은 완전할까? 틀렸다. 탄생과 죽음을 결정하는 그것이야말로 완전하다. 발상의 전환을 얻으면 일의성이야말로 진정한 완전성임을 깨닫게 된다. 모든 수는 비례로 나타낼 수 있다.


    중요한건 만물의 근원인 비례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다. 비례는 수학책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 어디에도 있다. 그 비례를 포착하는 눈을 획득해야 한다.


    무엇이 완전한가? 단단한 다이아몬드가 완전한가? 천만에. 불에 타는게 다이아몬드다. 다이아몬드를 보관하려면 화재보험부터 들어야 한다. 전혀 완전하지 않다. 녹쓸지 않는 황금이 완전한가?


    천만에. 도둑을 불러들일 뿐이다. 전혀 완전하지 않다. 완전한 것은 단단한 것도 아니고 변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낳는 것이야말로 완전하다. 그것은 무엇인가? 사이다.


    ◎ 결정론 – 마디가 완전하다.
    ◎ 구조론 – 사이가 완전하다.


    사과 하나와 손가락 하나를 짝지은 것이 숫자 1이다. 이때 손가락은 마디다. 우리는 마디를 헤아려 수로 삼는다. 그런데 이게 과연 옳은 접근법일까? 진정한 것은 사과와 손가락 사이다.


    손가락은 다섯이다. 사이는 몇인가? 넷이다. 틀렸다. 다섯이다. 두 손을 마주보고 포개면 10개의 사이가 있음을 알아챌 수 있다. 그러므로 한 손에는 다섯 개의 사이가 존재한다. 사이가 수다.


    우리는 존재가 단단한 마디에 자리잡고 있다고 여기지만 실은 그 반대다. 존재는 사이에 있다. 길은 집과 집 사이에 있다. 강은 산과 산 사이다. 산은 강과 강 사이에 있다. 사랑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다.


    국가 역시 사람사이들의 집합이다. 사이에 있는 것이 도리어 완전하다. 반면 마디에 있으면 위태롭다. 마디는 깎이고 떨어져 나간다. 그러나 사이는 변하지 않는다. 믿을 수 있는건 사이다.


    사물이냐 사건이냐다. 사물은 마디고 사건은 사이다. 문제는 인간이 사물을 잘 관측할 뿐 사건을 관측하지는 못한다는데 있다. 손가락 마디는 잘 보는데 사이는 못 본다. 마디를 세어보라고 말할 뿐 사이를 세어보라고 말하지 않는다.


    눈금자의 마디를 세지만 실제로는 사이를 계측한다. 사이를 보지 못한다는 점, 이는 인간의 원초적 약점이다. 사건을 보는 눈을 획득해야 한다. 소실점을 찾음으로써 가능하다. 결과측이 아닌 원인측을 볼 때 소실점은 찾아진다.


    ◎ 결정론 – 결과를 본다.
    ◎ 구조론 – 원인을 본다.


    씨앗인가 열매인가? 둘은 같다. 열매를 심으면 그게 씨앗이다. 단 원인으로 보는가 결과로 보는가 하는 관점의 차이가 있다. 씨앗으로 보면 햇빛과 흙과 물과 상호작용하므로 완전하다.


    열매로 보는 관점은 틀렸다. 열매는 상호작용하지 않는다. 열매는 누군가 먹어버린다. 사라진다. 망했다. 수를 씨앗으로 보는가 열매로 보는가이다. 씨앗 안에는 작은 떡잎이 들어있다. 배아가 있다. 장차 꽃과 열매로 전개할 인자들이 숨어 있다. 완전하다.


    수를 사물이 아닌 사건으로 보고, 결과가 아닌 원인으로 보고, 마디가 아닌 사이로 볼 때 거기서 비례를 발견하게 된다. ‘A일때 B다’가 수다. 비례를 보는 눈을 얻을 때 만유의 소실점을 발견하게 된다.


    고대인들이 리미트, 무한대, 0, 루트, 파이는 수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은 기승전결의 결을 보는 관점이다. 기를 보면 곧 소실점을 보는 것이다.


 

    ◎ 5일 때 10이다. = 5 : 10 -> 5/10 -> 0.5

    ◎ 제곱일 때 2. = 제곱 : 2 -> 제곱/2 -> 루트

    ◎ 둘레일때 지름이다. = 둘레 : 지름-> 둘레/지름 -> 파이

 

    사이로 보면 무리수와 유리수의 장벽은 사라진다. 유리수라고 이름붙였지만 합리적이지 않다. 분수는 소숫점 이하로 계속 간다. 무한대로 간다. 똑 떨어지지 않는다. 수가 똑 떨어지는 값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망상이다. 가을이 되면 열매는 똑 떨어진다. 그러나 봄이 되면 땅 속으로 심어진다.


    똑 떨어지는 수가 완전수인 것이 아니라 심어지는 수가 완전수다. 수가 똑 떨어져야 한다는 생각은 분별이 없었던 고대인의 망상에 불과하다. 이렇듯 수에 대한 관점을 180도로 바꾸면 복소수니 실수니 허수니 하는 구분은 불필요하며 모든 수는 하나의 소실점에 정확히 꿰어진다. 보는 위치를 바꾸면 된다. 결과측이 아닌 원인측을 보아야 한다.


    구조론으로는 질이 완전하며 질이 입자를 낳는다. 무엇이 다른가? 빛은 직진하는 동안 완전하다. 빛이 진행을 멈추면? 소멸한다. 완전한 지구가 공연히 태양 주위를 도는 것이 아니라 돌아야 완전하다.


    지구는 태양주변의 원형궤도 안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완전한 물체에 중력이 미치는게 아니라 중력을 얻어서 비로소 물체로 완전해졌다. 완전한 것은 쪼개지지고 생성되지도 않는 것이 아니라 통제되는 것이다. 중력에 의해 물체는 통제된다.


    완전에 대한 개념을 바꾸면 금이나 다이아몬드나 강남의 아파트가 완전한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시스템의 지속가능한 성장이야말로 완전함을 깨닫게 된다. 사물이 완전한 것이 아니라 사건이 완전한 것이다.


    완전한 것은 반드시 시공간 안에서 운동하는 사건의 형태를 가져야 하며, A와 B의 사이에 머물러야 한다. 생물은 호흡을 멈추면 죽는다. 호흡하지 않는 것은 완전할 수 없다.


    인간의 사유는 완전성을 따라간다. 직관력은 자연의 완전성을 파악하는 감각이다. 완전한 것은 낳는다. 낳으면 통한다. 통하면 전율한다. 그 전율하는 느낌으로 존재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것이 직관력이다.


    완전한 것은 인간의 신체에 직접 반응한다. 완전한 전구는 빛을 낳고 완전한 북은 소리를 낳는다. 그러므로 통한다. 유柔가 강剛을 이긴다. 강에서 완전성을 찾지 말고 유에서 완전성을 찾아야 한다. 사물에서 완전성을 찾지 말고 사건에서 완전성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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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의는 완전한 것에 대한 모형을 세팅해놓고 거기서 빠지는 부분을 채워넣는 형태로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스티브 잡스의 미니멀리즘입니다. 반면 이것저것 덧붙이는 방식은 속임수일 뿐 진정한 창의가 아닙니다.

 




[레벨:10]다원이

2013.06.12 (23:23:53)

!!!!!
[레벨:30]스마일

2013.06.13 (09:08:44)

1. 강한 빛은 짧은 파장을 지니고, 약한 빛은 긴 파장을 지녔다.

2. 강한 군주는 명멸하고, 약한 백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3. 명산은 강한 마음을 가진 이를 받아들이고, 약한 마음을 가진 이를 토해낸다.

4. 시골이라는 닫힌 공간은 비밀이 있을 수 없고, 도시라는 열린공간은 익명성이 요구되어 비밀이 있다.

5. 드람의 시작을 알면 끝을 짐작할 수 있지만, 드라마의 중간을 알면 드라마의 전모를 알 수 없다.

6. 북반구에 봄이 오면, 남반구는 가을이 온다.

7. 극동이 아침이면, 유럽은 밤이다.

8. 이병훈감독이 드라마를 만들면 연대기순이고,

    장태유감독(뿌리깊은 나무)이 드라마를 만들면 한 사건을 중심으로 만든다.

9. 직장에서 공공의 적이 뜨면, 직원들이 일치단결한다.

10. 출근길  시멘트 바닥에 지렁이가 나뒹군 것은, 간밤에 비가 왔기 때문이다.

11. 땅이 넓은 호주는 건물 가로로 길게 들어서고, 땅이 좁은 서울은 건물이 하늘로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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