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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8916 vote 1 2013.06.10 (23:05:01)

 

        구조론은 세상을 구조로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세상을 입자로 바라보는 뉴턴 이래의 기계론적 세계관을 극복하는데 구조론의 의의가 있다. 뉴턴으로부터 30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지금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넘어 힉스입자의 발견이 보고되고 표준모형이 자리잡은 양자론의 시대다. 이제 기계의 시대는 저물고 스마트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는 새로운 세계관이 조직되어야 한다. 양자론적 세계관에 대한 한겨레 21 기사를 발췌인용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세계를 이루는 기본적인 단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다. 아인슈타인 이전의 기계론적 세계관에서 만물의 기본은 입자였다. 입자는 손으로 만지고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체이며, 근대적인 존재론은 이러한 입자를 기반으로 삼는다. 이런 뉴턴의 생각이 아인슈타인에 이르면 입자는 그 의미를 잃고 사건(event)이라는 개념이 제기된다.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으로 가정되는 입자 개념과는 달리 관계망(network)을 기반으로 삼는다. 따라서 포항공대 소흥렬 교수는 “아인슈타인의 사건이라는 개념이 이러한 기존의 존재론을 바꾸어놓았다”고 설명했다.” (한겨레 21)


    양자론적 세계관은 아직 정립되어 있지 않다. 양자론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미완성의 학문이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 이후 일부 철학자들에 의해 상대론적 세계관이 모색되었고 한때 카오스적 세계관이 주장되기도 했으나 자질구레한 아이디어다.


    단편적인 보고들을 한 줄에 꿰어내는 이론의 소실점은 찾지 못했다. 표준모형은 입자에 질량을 주는 힉스메커니즘 하나로 17가지 기본 입자를 전부 설명한다. 하나가 맞으면 전부 맞는 것이요 하나가 틀리면 전부 틀린 것이다. 전체를 꿰어낼 그 하나가 필요하다.


    중요한건 존재론이다. 구조론은 존재를 사물이 아닌 사건의 관점으로 바라본다. 이 하나로 전부 해결된다. 사물은 공간에 놓여있고 사건은 시공간에 얽혀 있다. 공간에 놓인 입자는 그 자체로 완전하다고 가정된다. 그런데 세상은 입자들의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다.


    입자들이 어떻게 집합되어 덩어리를 이루는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뉴턴의 기계론은 무모한 가정에 의존하는 불완전한 이론이다. 그 채워지지 않은 나머지 퍼즐은 과학계에 의해 장차 밝혀질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미지수 X는 없으며 뉴턴의 가정은 틀렸음이 양자역학에 의해 확인되었다.


    콜롬부스가 신대륙을 발견할 때 카리브해의 섬들에 사는 부족민들은 서구인의 범선이 코앞을 지나가고 있어도 이를 알아보지 못했다고 한다. 작은 카누는 잘 보면서 큰 범선은 보지 못한다.


    이는 일종의 인지부조호화에 해당한다. 납득할 수 없는 정보는 뇌가 무시한다. 눈으로 뻔히 보고도 인지하지 못한다. 아마 콜롬부스의 선단을 바다의 신기루 정도로 여겼을 것이다. 독립된 실체가 아니라 거대한 바다의 일부로 여겼던 것이다.


    아시아인은 5천년간 소실점을 눈으로 뻔히 보고도 보지 못하였다. 역시 설명할 수 없는 정보를 무시한 것이다. 소실점이 없으면 원근법이 틀려서 그림이 어색해진다. 어색함을 피하는 방법은 작게 그리는 것이다.


    중국의 산수화는 집을 작게 그려서 그림이 점점 지도로 변하였다. 화려한 궁궐과 분주한 거리의 모습은 그리지 않았다. 인물을 그려도 원근법이 고려되어야 하는 배경은 그리지 않았다. 그들의 세계는 점점 졸아들었다. 왜소해졌다. 지금이라서 다르겠는가? 여전히 인류는 납득할 수 없는 보고를 무시하는 잘못된 습관에 빠져 있다.


    동유럽의 몰락, 냉전의 해소, 아시아의 민주화, 아랍의 봄, 스마트 시대의 도래 중에서 서구의 지식인들이 예견하고 선제대응한 것은 하나도 없다. 그들은 자본과 거리를 두고 비판의 기능을 유지했으나 언제나 뒷북에 그쳤다.


    기어이 지식은 권위를 잃었다. 부시의 발호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속수무책이었다. 바뀌어야 한다. 인류는 눈 뜨고도 보지 못하는 청맹과니였음을 인정해야 한다. 지식세계는 존재론을 바꾸고 세계관을 바꾸어야 한다. 구조로 보는 눈을 얻어야 한다. 존재는 사물이 아니라 사건이다. 사건으로 보면 모두 풀린다.


    표준모형-힉스메커니즘-양자론의 여러 성과들은 구조론에 의해 상당부분 예견되었다. 사물이 아닌 사건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같기 때문이다. 사물은 완성되어 있고 사건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므로 불완전하다. 기계론이 입자 하나로 설명하는데 비해, 구조론은 질, 입자, 힘, 운동, 량 다섯으로 설명한다. 이 중에서 완전한 것은 질이고 입자, 힘, 운동, 량은 불완전한 현재진행의 요소들이다.


    ◎ 기계론 – 입자 하나로 설명한다.
    ◎ 구조론 – 질, 입자, 힘, 운동, 량으로 설명한다. 질은 완전하고 나머지는 현재진행의 불완전한 과정이다.

 

    완전한 것과 불완전한 것이 다층구조로 엮여있는 현재진형행의 세계, 사물이 아닌 사건으로 존재하는 새로운 세계를 받아들여야 한다. 세상이 바뀌었다. 신대륙이 발견되었다. 그렇다면 뇌를 갈아엎어야 한다. 뒷북치지 말고 선제대응해야 한다. 언제까지 죽은 마르크스의 무덤을 쓸고 있을 것인가? 정신차리고 진도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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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은 완전하고 그림자는 불완전합니다. 완전한 것은 통제할 수 있고, 불완전한 것은 통제할 수 없습니다. 빛은 스위치로 켜고 끌 수 있으나 그림자는 켤 수도 없고 끌 수도 없습니다. 먹는 음식은 조절이 가능하나 싸는 배설은 조절이 불가능합니다. 때가 되면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입구 부분은 조절이 가능하나 출구 부분은 조절이 불가능합니다. 사건의 기승전결에서 기 부분은 조절되나 결 부분은 조절되지 않습니다. 봄의 파종으로 가을의 수확을 조절할 수 있으나, 가을의 수확으로 봄의 파종을 조절할 수는 없습니다. 이미 봄은 가버렸기 때문입니다. 버스는 떠났습니다. 조절되지 않는 부분은 조절되는 부분에 연동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림자가 아닌 빛을 쳐야 하고, 기승전결의 결이 아닌 기를 제어해야 합니다. 자동차의 뒷좌석이 아닌 운전석을 지배해야 합니다. 언제라도 답은 있습니다. 완전성의 엔진으로 불완전한 객차들을 끌고가는 것이 구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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