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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779 vote 0 2021.09.05 (20:34:56)

     ‘인류가 대재앙을 맞아 다음 세대에 물려줄 과학적 지식을 단 하나의 문장으로 요약해야 한다면 그 문장에 담길 내용은 아마도 원자가설일 것이다.’ 리처드 파인만의 말이다. 그런데 가설이란다. 인류의 문명은 여전히 증명되지 않은 희미한 가설에 의지하고 있다는 말인가? 


    우주의 제 1 지식은 무엇인가? 인류의 모든 지식을 한 권의 책으로 요약하기로 한다면 그 책의 첫 페이지에는 무엇이 와야 하는가? 그 한 권의 책을 기술하는 방식이 중요하다. 백과사전처럼 하나씩 열거하면 안 되고 전체를 한 줄에 꿰어야  한다. 열거하면 중복되기 때문이다. 중복되면 페이지를 잡아먹는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구조라야 한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세상의 비밀을 캐는 첫 번째 단서는 무엇인가? 그것은 생각하는 방법에 대한 생각이다. 지식은 생각의 결과다. 사유는 지식에 앞선다. 사유의 근거는 질서다. 인간의 사유는 자연의 질서를 이용하는 것이다. 


    인간의 사유와 자연의 질서가 공유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사유의 근거가 된다. 그러므로 인류의 모든 지식을 한 권의 책으로 요약한다면 그 책의 맨 앞줄에는 질서론이 와야 한다. 질서를 만드는 것은 사건의 방향성이다. 우주의 본래 모습은 하나씩 열거되는 사물이 아니라 전체가 한 줄에 꿰어지는 사건이며 사건에는 방향성이 있고 그 방향은 마이너스다. 


    세상은 마이너스다. 엔트로피의 법칙이다. 이 하나의 지식이야 말로 모든 지식의 어머니가 된다. 근육을 더한 다음에 살을 빼기보다 먼저 살을 빼고 근육을 만드는 것이다. 창고를 정리하더라도 그렇다. 제거할 것을 제거하고 난 다음에 추가할 것을 추가해야 한다. 추가하려면 빈 자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무엇을 하든 그것은 변화이며, 변화는 움직임이고, 움직이는 데는 공간이 필요하며, 공간의 확보가 먼저고 그 방법은 마이너스다. 


    우주 안의 모두가 공유하는 하나는? 그것은 사건이며 사건은 변화를 반영하고, 변화에는 질서가 있고, 그 질서는 계 안에서 작동하는 에너지의 방향성이며, 그 방향은 마이너스다. 무언가를 제거하는 방법으로 우리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그 다음에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 


    자연계의 모든 변화는 자리바꿈이다. 이때 자리바꿈와 과정에서 나갈 것과 들어올 것이 가운데서 충돌하는 것을 모순이라고 한다. 우주는 모순에 의해 작동한다. 나가는 것과 들어오는 것이 겹치는 지점, 서로 공유하는 지점, 둘이 나란한 지점이 있다. 그것을 구조라 한다. 


    구조야 말로 우주의 모든 비밀을 캐는 근원의 열쇠가 된다. 우주의 첫 번째 지식은 그것은 인간 앞에 가로놓여진 자연의 어떤 대상이 아니라 그 인식의 주체인 인간과 대상의 연결이다. 사람을 만나면 인사가 먼저다. 책을 쓴다면 목차가 먼저다. 도서관에는 총류가 먼저다. 그것이 무엇이든 대상과의 연결이 먼저다. 


    연결에는 순서가 있다. 무슨 일을 하든 순서정하기가 먼저다. 축구를 하든 야구를 하든 바둑을 두든 선공을 정해야 한다. 바둑은 흑이 먼저고, 축구는 동전던지기로 정하고, 프로야구는 방문팀이 먼저다. 그것이 절차의 절차다.


    우주의 첫 번째 지식이 원자론이라고 가정한다면 그 원자와 인간을 연결하는 것은? 바로 그것이 첫번째의 첫번째가 된다. 모든 것의 으뜸은? 그것은 나란함, 공유됨, 겹침, 모순됨이다. 그것은 변화 중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다. 변하지 않음에 의해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것이 방향을 만든다. 그 방향은 마이너스다. 게임을 하기 전에 룰에 합의해야 한다. 바둑을 두기 전에 바둑판을 공유한다. 축구시합은 양팀이 축구공 하나를 공유한다. 축구의 패널티킥은 선축이 유리하고 야구는 홈팀의 말공격이 유리하다. 공정하지 않다. 누구도 풀 수 없는 우주의 본질적인 모순이다.


    사건 안에서 어떤 대칭된 둘이 공유하는 접점에서의 구조적 모순이 우주의 비밀을 캐는 첫 번째 단서다. 이야기의 맨 앞에 오는 것은 주체와 대상의 연결이다. 춘향과 몽룡의 만남이다. 둘은 광한루에서 하나의 풍경을 공유한다. 둘이 하나를 공유하면 내적인 모순에 의해 질서가 만들어지고 방향성이 생겨나며 사건이 진행된다. 


    그것이 우주의 제 1 지식이다. 인류는 여전히 그러한 내막을 모르고 있다. 인류의 문명은 그만치 허술한 기반 위에 세워져 있는 것이다. 이에 구조론이 새로 게임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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