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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335 vote 1 2021.07.18 (19:23:01)

    뭐든 답을 알고 보면 단순하다. 여러 가지가 있는게 아니라 사실은 어떤 하나를 여러 가지 장소에 놓아보는 것이다. 여러 가지 감정이 있는게 아니라 하나의 호르몬 반응을 여러 가지 감정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인간의 행위에서 그 하나는 권력이다. 사랑은 권력이다. 


    권력은 영향력이다. 사건을 다음 단계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앞사건이 뒷사건을 지배하는 것이 권력이다. 하나를 건드렸을 뿐인데 여러 가지가 동시에 움직였다면 거기에 권력이 있다. 새끼곰을 잡으면 그걸로 끝이다. 엄마곰을 잡으면 뒤에 새끼곰이 따라온다. 엄마곰에게 권력이 있었던 것이다.


    인간은 권력을 원한다. 의사결정능력 때문이다. 나무의 가지 끝에 서면 작은 바람에도 크게 흔들린다. 나무의 줄기가 되면 흔들리지 않는다. 새끼곰의 마음은 흔들리지만 엄마곰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는다. 인간은 외력의 영향을 극복하려고 한다. 이기려고 한다. 흔들리지 않으려고 한다. 타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 그래야만 의사결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흔들리면 스트레스 받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거나 아니면 의미 있는 결정을 하거나 둘뿐이며 의미 있는 결정은 자신의 영향력을 극대화하고 외력의 영향을 이기는 것이다. 이기려면 전략이 필요하다. 전략은 일정부분 희생을 필요로 한다. 작은 것을 내주고 큰 것을 받아내는게 전략이다. 희생을 감수하려면 그것을 보상할 만큼 반대급부가 있어야 한다. 대단한 쾌감을 맛봐야 한다. 달콤한 사랑에 중독되어야 한다.


    이기는게 좋고 지면 나쁘다. 그러나 이기는 데는 비용이 들고 그 비용은 당장 청구된다. 승리의 이득은 먼 훗날 돌아온다. 당장 손해를 보면서 나중을 위해 희생할 사람은 없다. 만약 그런 전략적인 판단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대단한 승리의 쾌감을 맛본 사람이다. 그것이 사랑이다. 사랑의 쾌감에 중독된 사람은 당장의 현찰과 훗날의 권력 중에서 훗날의 권력을 선택한다.


    인생은 환경과의 게임이다. 지면 괴롭고 이기면 좋다. 그런데 살다 보면 적응한다. 패배에 익숙해져서 굴욕을 받아들인다. 길들여지는 것이다. 노예생활도 하다 보면 할 만하다고 느낀다. 그럴 때 거룩한 분노를 끌어내고 끝끝내 도전하도록 부추기는게 사랑이다. 중요한건 에너지다. 전략적 판단을 하고 장기전을 수행하려면 긴 시간을 견디게 하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호르몬이 폭발해야 한다. 오래 가는 감정이 필요하다.


    사랑은 허세다. 자신이 가진 것 이상을 끌어내게 한다. 사랑하면 굴욕을 감수할 수 없게 된다. 호르몬이 행동을 부추긴다. 엄마곰은 사납다. 엄마곰을 부추기는 것은 새끼곰에 대한 사랑이다. 인간은 권력을 원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포기하게 되며 사랑의 달콤함이 호르몬을 폭발시켜 끝까지 권력에 도전하도록 한다.


    허황된 관념놀음을 버리고 과학의 언어로 접근하는 데서 기쁨을 느껴야 한다. 사람들이 말하는 사랑은 막연한 이야기다.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유전자와 생존본능과 호르몬뿐이다. 사랑이라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무리생활을 하는 동물이다. 사랑은 인간이 집단의 의사결정 중심으로 쳐들어가려는 행동이다. 그런데 무리는 추상적 존재다. 가족도 있고, 부족도 있고, 국가도 있지만, 정확히 그게 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것은 권력이다. 


    권력은 개체가 집단 안에서 일정한 역할과 포지션을 얻고 집단의 의사결정 중심과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권력행동은 영역본능과 서열본능으로 나타난다. 환경을 대상으로 하면 영역본능이고 동료를 대상으로 하면 서열본능이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권력을 추구하며 그것은 영역을 지배하고 서열을 상승시키려는 것이다. 그것을 신분상승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사회적 신분상승 혹은 심리적인 신분상승이 사랑이다.


    세상의 보다 중심적인 부분과 내가 톱니가 맞물려 돌아간다고 느낄 때 호르몬이 폭발한다. 그것은 동물적인 행동이기도 하고 이성적인 행동이기도 하다. 동물이 하면 짝짓기가 되고 예수가 하면 사랑이 된다.


    사랑은 자유의지다. 자유의지는 환경과의 게임에서 이기려는 것이다. 지면 씹히기 때문이다. 사랑의 경험이 없는 미성년자는 어딘가에 소속돼 있다. 엄마에게 소속되고, 가정에 소속되고, 학교에 소속된다. 붙잡혀 있는 것이다. 눈치를 보고 주눅들어 있다. 의사결정할 수 없다.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다. 어른이 되어야 자유를 얻는다. 어른이 되는 방법은 짝을 짓는 것이다. 짝을 지으면 자신감이 생기고 당당해진다. 그럴 때 권력을 느낀다. 세상과 톱니가 맞물려 돌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부족민은 쉽게 죽는다. 열두 살이 되면 집에서 추방되어 소속이 없기 때문이다. 화가 난다. 죽어버릴까? 응! 그러고 죽는다. 인디언 전사가 백인과의 전투에 이기지 못하는 이유는 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용맹을 과시할 생각은 있는데 삶에 대한 애착이 없다. 가족이 없거나 있어도 희미하기 때문이다.


    성욕이 사랑의 매개가 되지만 매개일 뿐이다. 성욕에 의한 사랑은 몇 시간 유지될 뿐이고, 호르몬에 의한 사랑은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2년 정도 유지된다. 그 이상 사랑이 유지되는 경우는 궁합이 잘 맞거나, 집단 안에서 포지션과 역할이 잘 맞거나, 추구하는 미션이 있거나다. 미션은 집단의 중심을 차지하려는 계획이다. 더 큰 세계로 올라서려는 야심이다. 포지션은 집단 안에서의 역할분담이다. 시댁이나 친정 식구들과 잘 맞아야 한다. 역할은 직업이다. 맞벌이를 하든 가사노동을 하든 하는 일에 만족해야 한다. 역할과 포지션과 미션의 톱니가 맞물려 돌아갈 때 인간은 권력을 느끼고 전략적 대응을 한다. 추상적 권력이 구체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가족이 없다면 폭주한다. 술을 마셔도 새벽 1시까지 마실지, 다음 날 아침까지 마실지 결정할 수 없다. 어떤 결정을 해도 달라지는게 없다. 공허하다. 어디서 멈추게 하는 브레이크가 없다. 어디서 발동이 걸리는지 결정하는 방아쇠가 없다. 심리적 의사결정의 중심이 없다. 다 용서해도 패드립은 안 된다 하고 정해놓는 선이 있는데 그런게 없다.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된다. 죽어도 된다. 20 대 회사원이 힘들게 입사해 놓고는 30분 지각을 변명하는게 멋쩍다는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


    심리적인 근거지가 필요하다. 의사결정의 판단기준이 되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묵직하게 뒤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것이 있어야 한다. 새도 저녁이면 돌아갈 둥지가 있다. 사랑이 아니면 심리적 근거지를 만들 수 없다.


    인간의 행동을 일관되게 한 방향으로 묶어서 변덕을 부리지 않게 하는게 권력이다. 권력은 환경과의 게임에서 이기게 하는 것이다. 권력은 전략이다. 환경을 장악하고 무리가 결속하게 한다. 사소한 이유로 회사를 그만둔다거나 하는 어처구니없는 변덕을 막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은 권력이다.


    남미의 노동자들은 금요일에 주급을 받으면 출근하지 않는다. 인디언 전사는 치열한 전투 중에 갑자기 집에 간다. 너 왜 집에 가냐? 응. 갑자기 집 생각이 났어. 권력을 쥐면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 권력의 달콤함을 맛보지 못한 사람은 집단에 대한 충성도가 낮다. 사랑의 달콤함을 맛본 사람이 권력의 달콤함을 알게 된다.


    가족이 있고 자녀가 있으면 호르몬이 바뀌어 변덕을 부리지 않는다. 나의 어떤 결정에 영향을 받는 영역이 너무 크다. 자신을 주변적 존재로 여기기 때문에 경거망동하는 것이다. 사랑은 자신을 중심적 존재로 여기게 한다. 성욕은 그것을 경험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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