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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942 vote 0 2022.02.05 (20:4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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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는 문제가 드러난 충격적인 사건이 2015년에 있었던 파검파와 흰금파의 드레스 색깔 논쟁이다. 이 사건이 왜 일어났는가? 뇌 안에서 자동으로 색을 보정하는 프로그램이 가동되고 있는데 사람마다 디폴트값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밝은 모니터는 흰금이 되고 어두운 모니터는 파검이 된다. 같은 모니터라도 사람마다 다르게 보인다. 예술은 주관의 영역이라고 우기는 사람이 많지만 구조론으로 보면 이런 물리적 환경이 40퍼센트, 시대의 트렌드가 30퍼센트, 나머지 30이 개인의 주관에 속한다. 


    호불호가 갈리는 디자인은 조금 시간이 지나면 불호가 우세해진다. 여기에 기계적인 법칙이 있다. 패션 디자이너는 검은색 옷을 입는다. 실력있는 미장원 원장님은 자기 머리는 대충 한다. 미용사가 머리를 멋지게 하면 고객이 같은 머리로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문제다.


    똑같이 해주면? 처음 며칠은 다들 만족하는데 어느 순간 아무도 그 미용실에 안 온다. 인간은 갑자기 태도를 바꾼다. 좋은데 일주일만 가도 식상해지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심드렁한데 오래되어도 묵은 맛이 있는 경우가 있다. 이건 주관이 아니고 과학이라는 말이다. 


    많은 경우 검은색은 무난하다. 핑크색은 약간만 흠이 있어도 불쾌해진다. 그림자만 져도 이상해 보인다. 주관의 영역이라 할 개인차는 있다. 뇌가 프로그램을 돌려서 착시를 일으키는 것은 과학의 영역이다. 드레스 논쟁은 인간의 보편적 무지를 깨우쳐준 사건이다.


    축농증 때문에 미각을 잃었는데 그 때문에 반찬의 선택을 두고 무수한 갈등을 벌이면서도 그러한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면? 심각해 지는 거다. 축농증이 후각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알면서 후각이 곧 미각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거다. 맛의 절반은 냄새인데 말이다.


    지구가 둥근 것은 육안으로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필자가 이 사실을 강조하는 이유도 같다. 후각을 잃은 사실은 알면서 그 여파로 미각도 잃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다면? 같은 드레스 색깔도 사람마다 다르게 보인다는 사실을 모른다면? 인간들이 자기 주변을 잘 모른다.


    UFO 문제, 외계인 문제, 초능력 문제, 귀신 문제, 환빠문제, 사이비 문제가 다 그런 식이다. 그냥 얼버무리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묵자는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런데 그냥 그러고 말았다. 동양인들은 5천 년 동안 소실점의 존재를 몰랐다. 걍 그러고 살았다.


    르네상스는 소실점에서 시작된 것이다. 점 하나가 세상을 바꾸었다. 소실점의 의미는 여러 가지가 구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고 있으며 점 하나가 바뀌면 전체가 다 바뀌어야 한다는 거다.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아는 동양의 학자는 많았다. 그러나 대부분 그냥 뭉갰다. 


    그다지 관심거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서양에 잡아먹혔다. 청나라는 조총과 홍이포로 명나라를 쳐부순 후에 활과 화살로 돌아갔다. 강희제는 좋은 총포를 놔두고 칼과 화살로 준가르와 싸운 것이다. 세상이 서로 맞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모르면 이렇게 된다.


    나는 참을 수 없다. 막연하게 유기농 타령, 생태 타령 하고, 흑백논리에 이분법에 프레임 걸기로 정치공세나 일삼다니. 막연하게 유통기한 타령 곤란하다. 단백질은 해동이 중요하다. 사단은 여기서 난다. 우유나 김밥은 날씨가 중요하다. 온도가 25도 넘으면 위험하다.


    여름과 겨울의 날씨에 따라 공기 중의 바이러스 숫자는 엄청나게 벌어진다. 식용유는 산패되는 위험이 있고, 비타민은 야채를 삶아서 2시간 넘어가면 공기와 접촉하여 파괴된다. 해발 600미터 넘어가면 모기가 없거나 약하다. 논 가운데 집이 있으면 여러모로 좋지 않다.


    엄청난 습기와 모기의 공세에 초죽음이 된다. 바람의 방향이 맞지 않으면 괴롭다. 어민들은 바다 쪽에 집을 짓지 않는다. 도시 사람이 호숫가의 그림 같은 집을 찾아 시골로 갔다가 쫓기듯이 도망쳐온다. 각다귀 떼 500만 마리 습격이라니. 이명박의 수변공원 실패이유는?


    바람이 안 부는 곳만 공원화 했기 때문이다. 벌레가 많고 습한 공간만 찾아서 개발한다. 왜냐하면 그쪽은 사람이 안 가고 그래서 빈 땅이 널려있기 때문이다. 중국 풍수지리는 다 거짓말이지만 풍수는 중요하다. 바람과 햇볕과 물과 습기와 벌레의 공세를 고려해야 한다.  


    애매한 부분을 따지지 않으므로 정치판은 결국 말꼬리 잡기로 흘러간다. 말꼬리는 확실하기 때문이다. 백 퍼센트 중에 말하기 좋은 20퍼센트만 물고 늘어진다. 좌파든 우파든 다들 그러고 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생산력 혁신이지만 좌파든 우파든 말하지 않으려 한다.


    소실점이 발견되자 사람들은 세상이 한 점에 맞물려 돌아간다는 사실을 알아챘고 만유가 맞물려 있는 중앙의 한 점으로 천동설과 지동설이 나왔고 문명은 거기서 윤곽이 결정된 것이다. 모든 것이 맞물리는 궁극의 한 점은 뉴턴의 F=MA다. 그것은 에너지 형태변화다. 


    모든 것이 맞물리는 진리의 한 점은 의사결정구조다. 에너지의 형태가 어떻게 변하느냐다. 구조론은 F와 M과 A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느냐다. F가 천칭의 축일 때 M과 A 사이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질량을 증감하고 속도를 조절하여 우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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