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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077 vote 0 2022.01.29 (17:00:12)

    외계인과 채널링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야. 이 미친놈아!’ 하고 뒤통수를 한 대 쳐주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 사람은 꽤나 진지했다. 한 손으로는 다른 사람의 엄지손톱을 아프게 꽉 누르고 다른 손으로 볼펜으로 종이가 새까맣게 되도록 동그라미를 그린다. 채널이 열렸다. 외계인의 전파가 쏟아져 들어온다. 띠롱띠롱.. 띠리리리.. 영구 없다.. 빵샹.


    문제는 이런 미친 넘들이 도처에 널려있다는 점이다. 아니 거의 전부다. 멀쩡한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 심지어 천하의 김어준도 황당한 주장을 한다. 알만한 사람이 이러면 어쩌냐? 도대체 물리학을 1도 모르냐? 붙잡아 앉혀놓고 가르칠 수도 없고. 물리학자가 아니라도 이건 상식이잖아.


    개소리가 개소리인 이유는 내가 이런 것을 1초 만에 판단해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짜증이 난다. 콱 막혀 있다. 소통은 불통이다. 마음에 장벽이 들어서는 것. 개소리는 개무시가 정답인데. 솔직히 모욕당한 기분이 든다. 개 행동을 한다는건 나를 개로 봤다는 건데. 참아야 되나?


    괴력난신은 사람을 자극하여 반응을 끌어내려는 의도가 숨어 있기 때문에 고약한 것이다. 자기 머리로 생각은 하지 않고 '내가 소동을 부릴 테니 너는 해결책을 내놓거라.' 하고 책임을 떠넘긴다. 부족민의 생존본능이다. 일을 키우고 소동을 벌여서 족장을 끌어들이고 무리에 판단을 위임하고 그걸로 집단을 결속한다.


    부족민은 한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사냥감이 바닥나고 채집감이 고갈되면 오두막을 철거하고 다른 장소로 이동한다. 일부 인원이 삐져서 등을 돌리면 무리가 찢어진다. 약한 부족이 된다. 무리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 부족이 결속되려면 내부 상호작용이 활발해야 한다. 괴력난신의 수요가 있다. 되도 않은 개소리라도 해야 한다. 아무말 대잔치 벌여야 한다.


    약자들이 괴상한 것에 마음을 뺏기는 이유는 그걸로 강자들의 이목을 끌어 집단과 결속할 의도 때문이다. 자신을 약자로 규정할수록 헛것이 잘 보인다. 도깨비도 귀신도 외계인도 UFO도 눈에 잘 들어온다. 그걸로 어필해서 무리의 이동에 낙오되지 않을 확률을 약간 높인다.


    상식적으로 생각하자. 솔직히 그런 헛짓거리가 다 근거가 없다 치고 그렇다고 너희가 그런 것을 안 지어낼 인간이더냐? 반드시 지어내고야 만다. 수요가 있으니까 공급이 있다. 원시 부족민에게는 개소리의 수요가 있다. 


    양치기 소년은 혼자 버려질지 모른다. 나만 놔두고 부족이 이동해 버리면? 부족이 나의 존재를 잊어먹지 말아야 할텐데. 늑대가 나타났다고 외쳐야 한다. 귀신이든 도깨비든 외계인이든 뭐라도 나타나 줘야 한다. 개소리를 하는 이유는 자신을 부족에서 버려질지 모르는 양치기 소년으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무리와 떨어져서 언덕 위에 홀로 고립된 존재로 여기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역할을 주고 소속감을 고취하려는 행동이다. 족장은 다르다. 그런 개소리에 넘어가면 족장 지위를 뺏긴다. 의연한 태도를 보여야 무리를 장악할 수 있다.


    아직도 귀신을 믿는 사람이 있다. 한두 명이 아니다. 그런 사람과 대화를 해야 하나? 많은 사람이 자신이 꾸는 꿈은 영험있는 꿈이라고 주장한다. 이른바 예지몽이다. 대화를 이어갈 수 있나? 거대한 장벽이 앞을 가로막는다. 대화하지 말자고 차단선을 치는 짓이다. 개소리를 시전해서 말문을 틀어막는다. 개가 짖는다고 같이 짖을 수는 없잖아. 나까지 개가 될 수는 없잖아.


    짜증나는 것은 정말 꿈이 맞다면 그게 노벨상 받을 소식인데 왜 가만히 있느냐다. 노벨상이 우습냐? 과학이 우습냐? 진리가 우습냐? 인간이 우습냐? 우주가 우습냐? 왜 증명하지 않지? 인생에 성의가 없다. 존재가 뭔지 궁금하지 않나? 귀신이 있다면, 기가 있다면, 초능력이 있다면, 외계인이 있다면 결정적인 단서를 잡은 셈인데 왜 가만 있냐?


    이런 사람의 입에서도 사랑이 어떻고, 애국이 어떻고, 민족이 어떻고 하며 연설 터진다. 자신이 밀고 있는 귀신과 기와 예지몽과 초능력을 증명하면 노벨상이 백 개다. 노벨상 받아오면 그게 더 애국인데 얼어죽을 애국타령, 민족타령인가? 빨갱이 잡으러 다닐 시간에 귀신을 증명해 보라고. 밥이 넘어가냐? 숨이 쉬어지냐? 잠이 오냐? 지금이 한가하게 사랑타령 하며 신파 찍을 분위기냐? 상투적인 클리셰라니 지겹지도 않나? 단서를 잡았다면 목숨을 걸어야지 뭐하는 거냐?


    조문도 석사가의. 아침에 도를 들었다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아침에 귀신을 봤다면 식음을 전폐하고 달려들어야지. 증명하기 전에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게 정상이지. 아인슈타인 싸대기 때려주고, 뉴턴을 단두대로 보내고, 양자역학은 통째로 폐기되고, 과학계의 혁명이잖아. 갈릴레이 이후 500년 과학사가 통째로 넘어가네. 좋구나.


    귀신이든, 초등력이든, 사차원이든 있다면 그것을 잡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다. 뒷산에서 던진 야구공 하나를 못 찾아서 아직도 약이 오르는 사건이 하나 있기는 하지만. 그게 사차원의 구멍으로 빠져버렸나? 그건 예외적인 경우이고 보통은 내한테 걸리면 용서가 없다. 어떻게든 잡아내고야 만다.


    귀신이든 기든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이것들은 검색도 안 한다. 네 손가락은 고급이라서 아끼는 거냐? 자판치기도 귀찮은 건가? 제 손으로 검색도 안 하면서 입으로 떠드는 자들과 내가 대화를 해야 한다고? 쳐죽여야 한다.


    우리나라에 점쟁이가 2백만 명이란다. 단체가 둘인데 회원이 각 3십만에 비가입자, 수련 중인 예비 점쟁이까지 2백만. 별자리 점쟁이와 타로카드 점쟁이를 추가하면 더 되고 화투점은 같잖아서 안 쳐준다고. 이 나라에 미친 넘이 일단 2백만 찍고 종교인도 따지면 같은 부류다. 어느 나라는 종교인이 90퍼센트라고. 그 바닥에 안 미친 사람은 몇이냐? 어휴 어휴 어휴. 내가 죽어야 되나?


    왜 개소리가 개소리인가? 인생을 건성으로 사는 사람과 대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개와 인간의 대화는 불통이다. 왜 내가 이런 사람들에게 내 시간을 뺏겨야 하지? 오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최소 검색은 해보고 떠들자. 진지하게 믿는다면 목숨 걸자. 괴력난신 허무맹랑 중에 하나라도 증명해서 과학계 박살내고 아인슈타인 얼굴에 오줌 갈기고 혁명을 이루자. 귀신은 월급도 안 받고 일해주니 좋구나. 귀신을 잡아다가 무임금 강제노동 부려먹자. 귀신을 부리면 애플의 신기술, 테슬라의 첨단기술 바로바로 털어온다. 그 좋은 일을 안 하고 기껏 한다는 짓이 점쟁이 짓이란 말인가? 좋은 화약을 가졌으면 서구를 정복해야지. 기껏 한다는 짓이 설날 아침에 폭죽 터뜨려 귀신 쫓기 하는 중국인들 보게나. 염병하네. 뭣하고 있어? 세계를 정복해야지. 서구가 중국을 비웃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인간들이 이런 식으로 개판친다면 솔직히 내가 오늘 하루를 살아줘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벌레들 틈에서 뭐하는 짓이야? 김용옥처럼 기껏 하버드 나와서 생태타령에 양치기 소년 행동이라니 우울하다. 그게 대학이냐? 족장의 주목을 끌어보려고 얄궂은 걸로 호들갑 떠는 원시 부족민의 소인배 행동을 하버드에서 가르치더냐? 원시인도 족장은 나름 포스가 있었는데 말이다.


636.jpg


    미친 넘에게는 죽빵을 날려줘야 하는데. 미친 넘이 너무 많아서 내가 죽을밖에.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 하나가 그립다. 상호작용이 아니고, 메커니즘이 아니고, 구조가 아니고, 기능이 아니고, 방정식이 아닌 것은 아니다. 일단 존재가 아니다.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입에 담지도 마라.


[레벨:4]고향은

2022.01.30 (14:46:16)

"상호작용이 아니고, 메커니즘이 아니고, 구조가 아니고, 기능이 아니고, 방정식이 아닌 것은 아니다"


그 계에서 구조를 이룬다는 것은
자기소개 하지말고 서로 소개를 해서
합合 1이 되는 코어의 이름을 새로 정하는 것이다

그 구조가 부당하다고 판단되고 위화감이 들면
그 구조를 떠나 자리를 이동한다
[레벨:6]rockasian

2022.01.30 (14:49:20)

깨달음을 방정식으로 표현한다면,
돈오는 상수, 점수는 변수
답은 깨달음이 될까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22.01.30 (15:53:20)

존재는 도구이며
도구는 돈오이고 점수는 도구가 아니며
도구가 아니면 가짜입니다.

돈오와 깨달음은 같은 말이고 점수는 그냥 거짓말입니다.


이런 논의가 생긴 것은 사람들이 

깨달음을 일종의 초능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차크라가 어떻고 프라나가 어떻고 하는데 개소리입니다.

개소리는 개들에게 맡기고 인간은 사람소리를 해야 합니다.


불교는 종교입니다. 즉 개소리라는 거지요.

불교의 관점을 배제하고 과학적인 접근을 하려면 

초능력은 일단 논외로 하고 술법을 부린다거나 신통력을 얻는다거나 이런 개소리는 집어치우고

깨달음은 그냥 깨달음으로 인정해야 대화가 됩니다.


아기가 단어를 배울 뿐 문법을 배우지 않는데 그냥 아는게 깨달음입니다.

개도 단어는 상당히 알아듣습니다. 

문법을 못 알아듣는 거지요.

깨달음을 초능력으로 간주하므로 곤란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돈오 - 누구나 초능력자가 된다.

점수 - 점수를 받아야 초능력자가 된다.


대승이라는게 원래 민간인 신도가 권력을 가지게 된 현상입니다.

승려가 권력을 쥐고 있으면 소승이지요.


소승 - 대중이 누구나 초능력자가 된다면 그게 무슨 초능력이냐?

대승 - 특별한 누구만 초능력자가 된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


어차피 초능력은 개소리고 대승이건 소승이건 초능력을 팔면 사기꾼입니다.

석가를 종교의 교주라고 믿는 사람과는 대화할 필요가 없습니다.


종교와 과학이 섞여 있다면 그 중에서 과학 부분만 토론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칼이든 총이든 도구입니다.

칼을 배우는데 0.1초, 총을 배우는데 0.01초면 충분합니다.

방아쇠를 당기는데 몇 초가 걸립니까?


물론 명사수가 되려면 수련을 해야하지만

올리버쌤 부인은 수련과정 없이 바로 명사수.

생전 처음 총을 잡았는데도 다 맞춰버려.

재주 있는 사람은 수련이 필요없고 수련이 필요하다면 총이 구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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